6/22 라스코 혹은 예술의 탄생 발제 ‘비밀’

작성자
shinjiwon
작성일
2018-06-22 19:16
조회
715
오늘날 인간은-조금 천천히- 그 자신이 있는 그대로의 계급에 걸맞게 살기를 바라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결국 출신 성분에 대한 편견이라든가 종교적 공인만을 부여하던 위엄을 거부하게 되었다.

가장 부유한 현대 인간은 자신의 세련된 의복을 통해, 군중 속에서 그를 튀어보이게 만드는 부분을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지워버리곤 한다. 심지어 현대 인간은 그러한 절제 속에서 어떤 지고의 규약, 규약 부재를 겨냥하는 규약에 복종한다고까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우여곡절이 없지 않았다.
처음에는, 공공연한 저항이 있었다. 부르주아지는 일단 세상이 이제 있는 그대로 존재할 뿐이며, 오직 꾸밈없는 인간만이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인간의 이상화를 포기하기란, 통상보기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대신에, (브루주아지들은)예술의 비현실성만은 목적으로 그런 말들의 영역에 남아주기를 바랐다.

마네는 끝까지, 의복에서의 절제이구려 요구하는 세련된 느낌을 좇았음에 틀림없다.


마네의 무심함은 지고(더할 수 없이 높음)의 무심함이다. 즉 굳이 애쓸 필요도 없이 본디 가혹한, 스캔들을 일으키고 있으면서도 자기가 그 자체로 스캔들거리라는 사실을 굳이 알려 들지도 않는 그런 무심함이다.
스스로 스캔들이 되고자하는 스캔들에는 절제가 없다. 그렇지만 절제한 스스로 움직이고 능동적으로 개입할수록 더욱 완벽해지는 것이다. 과감한 개입이야말로 마네의 특징이다. 마네는 그렇게 함으로써 지고의 세련미에 도달했다.

라파엘로나 티치아노가 스스로 만족해 머물렀던 신화적 세계와 마네의 회화를 확연히 구분 짓는 지점은 바로 그 무심함이다. 의미가 파기된 주제는 이제 유희의 구실, 유희하고자 하는 격렬한 욕망의 구실에 불과할 따름이었다.

주제에 대한 무심함은 마네의 특징일 뿐만 아니라 인상주의 전체의 특징이기도 하며, 얼마 안되는 화가 몇을 제외하면 현대 회화 자체의 특징이기도 하다. (무심하게 대하면 다 무심하게 되는 거 아닐까?)

단호한 정밀함으로 그려진 올랭피아에서 포착되는 작용(; 본래 말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침묵으로 작용)은 마네 고유의 매력이 올랭피아에 탁월함을 부여했기 때문에 이 작품을 루브르에 선사하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무시하기에는 일반적인 주제가 반대로 맞닿아있다는 느낌을 받아서이지 않을까? 무지가 아니라 관철로써 인정하지 않았나..)

어디에서즌 일종의 ‘연극적’형태에 대한 기대에 “본 그대로”의 몸이 불쑥 대답하곤 했다. 그런데 어디에서든 사태들은 애초에 밑그림에서부터 기대를 배반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가 뺨을 후려갈길 힘을 실어주는 듯한 방식으로 벌어졌던 것이다.

마네- 반칸막이를 삽입해 배경을 두 부분으로 분리한 것의 목적-기대를 배반
= 같은 화폭 안에서 말없이 그리고 쉼 없이 비교 (대조되는 것. 예)육지와 바다)를 반복함으로써, 그림 안에 각양각색의 힘찬 일체감을 이끌어들였던 것이다.
여기서 관건은 화폭에 새겨진 가치의 일체감이다. 이것은 인상 혹은 감각만이 그 반대 방향으로의 이행, 즉 감각에서 지성으로의 이행의 빈약한 필요성을 압도한다. (실제로 보면 과연 그럴까?ㅜㅜ 대부분 자신의 지성을 믿는걸..)
-감상에 대한 여러분들의 관점을 듣고싶다. 자신의 지성이나 감각을 넘어서는 감상을 해보신 적이 있으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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