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호] 중국 사이버 민족주의는 어디로 가고 있나?ㅣ서정경

이 책을 주목한다
작성자
자율평론
작성일
2022-08-23 10:59
조회
431
 

중국 사이버 민족주의는 어디로 가고 있나?


서정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원)


본 책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에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반중정서 내지는 중국을 중국공산당과 등치시켜 해석하는 우리 사회의 편면(片面)적이지만 상당히 널리 퍼져있는 시각에 일침을 가한다.

중국의 언론 커뮤니케이션 학계의 대표적인 학자 및 현재 미국과 중국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열두 명의 저자들의 눈을 통해 우리는 아주 익숙하지만, 또 한편 낯설기도 한 중국인들의 민족주의를 새로운 시각에서 이해하는 경험을 해볼 수 있다.

‘분노청년’(憤靑), ‘소분홍(小粉紅)’ 등으로 대변되는 최근 중국 젊은 세대의 민족주의 정서가 그들이 당면하고 있는 복잡다단한 현실과 함께 한국뿐 아니라 전 지구적 국제정세와 만나, 마치 그물망처럼 섞이고 연계되며 우리의 시야를 확장시켜주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중국 청년들의 ‘디바 출정’을 통해 우리는 전 지구적 포퓰리즘의 동아시아 버전의 한 장(章)을 목도한다. 무능한 국가를 대신해 국가의 손이 닿지 않는, 하지만 차마 넘길 수 없다고 여긴 현상에 대해 청년들이 들고 일어섰다.

끓어 넘치는 애국심(이라고 믿고)을 가장 익숙한 인터넷 공간에서 뉴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마음껏 활용하여 집단적으로 폭발시킨 그들에 대해 우리는 많은 질문꺼리와 우려의 마음, 그리고 연민의 정서도 함께 느낄 수 있다. 강화된 국력에 맞는 목소리와 행동을 취하기 위해 분투하는 젊은 세대들에게서 중국관방이 늘 강조해온 ‘외세에 의한 피해자’ 레토릭이 아른거리고, 팬덤 민족주의(Fandom nationalism)의 조직과 감정 표현 속에서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영향이 엿보인다.

타이완을 대하는 중국 젊은 세대의 의식구조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역시나 뿌리 깊은 중국의 자기중심적 사고관 및 우월감도 감지된다. 무엇보다도 전 지구적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고용불안의 긴장과 분노를 ‘공동의 적’에게 분출하고, ‘거대한 국가’와 ‘왜소한 나’를 등치시킴으로써 일종의 소속감과 위로를 얻는 청년들의 아픈 현실이 남의 일 같지 않게 다가온다.

편저자 류하이룽의 지적대로, ‘디바출정’으로 상징되는 중국의 팬덤 민족주의는 향후 우리의 시선 속에 계속 담아 둘 필요가 있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기치로 국가주의를 강화해온 시진핑 주석 시기 중국과 사회의 관계 여하는 동아시아 시민사회의 미래를 포함한 다양한 지역 의제들과 맞닿아있다.

일반인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는 첨단 IT산업이 여론의 형성 및 발전과 긴밀히 연관되는 현실은 향후 중국뿐 아니라 우리네 보통 시민들의 삶의 증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독재 vs 민주’ 구도에 신물 난 중국 젊은 세대의 민족주의는 향후 꽤나 오래 지속 될 미·중 본격 세력 경쟁기를 거치며 어떻게 진화될 것인가?

타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공공외교를 과거 어느 때보다 중시하는 각국은 신 공공외교를 통해 사이버 민족주의를 극복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우리는 팬덤 민족주의라는 새로운 조류를 탄 중국 네티즌과 한국 젊은 세대들 간 한복, 김치, 갓 등 전통문화를 둘러싼 갈등이 점점 커질 뿐 아니라 비정기적으로 충돌해 우리 사회 전반의 의식구조를 휘젓는 상황을 목도한다.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을 무색케 하는 전 지구적 분열과 ‘경계 짓기’가 성행하는 가운데, 선진국에 진입한 한국이 국제사회에 보여 줄 우리만의 색깔과 역량은 과연 무엇일까? 이 모든 질문의 시발(始發)이 이 책에 담겨있다.


*


아이돌이 된 국가


※ 편집자 주 : 이 서평은 2022년 8월 6일 <대자보>( https://bit.ly/3KfJ7Nv )에 게재되었습니다.


*


함께 보면 좋은 갈무리 도서


정동의 힘』(이토 마모루 지음, 김미정 옮김, 갈무리, 2016)


포스트포디즘적 산업구조와 글로벌화의 진행 과정에서는 다양한 특이성을 띤 미조직 노동주체들이 존재한다. 이 새로운 집합적인 주체는 종래의 사회시스템의 구조적 틀로는 포섭되지 않는, 제도적 틀을 넘어서 존재하는 사회적 주체이다. 그들은 네그리와 하트가 다중이라고 부른 특이한 사회적 주체와 겹쳐볼 수 있는 존재이다. 지금 이들이 새로운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의 조건 속에서 강력하게 부상하고 있다. 그들의 정동, 감정, 의견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제국의 게임』(닉 다이어-위데포드, 그릭 드 퓨터 지음, 남청수 옮김, 갈무리, 2015)


<세컨드 라이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같은 비디오게임과 가상 환경 들에 대해 급진적인 정치 비평을 제공한다. 이와 같은 게임들을 마이클 하트와 안또니오 네그리가 이론화한 21세기 초자본주의 복합체인 ‘제국’의 전형적 매개체로 분석하고 있다. 가상게임 행위가 부상해 온 과정을 추적하고, 제작자들과 이용자들에 대한 영향을 평가하며, 게임과 실제 간, 육체와 아바타 간, 스크린과 거리 간의 관계를 묘사한다. 『제국의 게임』은 어떻게 비디오게임이 전 지구적 자본의 문화적·정치적·경제적 힘들을 구체화시키며, 동시에 그에 대한 저항의 수단도 제공하는지를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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