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생명의 그물 속 자본주의』가 출간되었습니다!

작성자
갈무리
작성일
2020-07-01 16:29
조회
342











코로나19는 자연 재난인가 경제 문제인가?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구적으로 창궐하고 있는 현상은 사실상 우리 시대의 두 가지 근본 위기를 표상하는 거대 증상인 ‘기후변화’의 가속과 ‘부의 불평등’의 심화가 구체적으로 표현된 하나의 삽화적 참상으로 이해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부의 불평등’은 흔히 인간 사회의 경제적 병폐의 일종으로 여겨지고 ‘기후변화’는 거의 어김없이 일종의 자연적 재난으로 치부된다. 그런데 작금의 미생물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양상이 각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균열을 따라 다양하게 전개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런 팬데믹 사태가 단순히 생명과학적인 자연 현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이른바 자연과 사회의 혼성물, 물질적인 것과 문화적인 것의 혼성물임이 틀림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부의 불평등’과 ‘기후변화’ 역시 인간 세계와 비인간 세계의 혼성물이다.

인간-비인간 세계의 근본적인 접착제가 자본주의다
이 책의 저자 제이슨 W. 무어는 사회와 자연이 서로 떼어놓을 수 없게 얽혀서 하나의 관계적 전체, 무어의 표현을 빌리면 ‘생명의 그물’을 형성한다는 관계주의적인 전체론적 시각을 견지한다. 이로써 그는 데카르트에게서 비롯되는 사회/자연 혹은 인간/자연이라는 서양의 근대적 이항 구조를 전면적으로 거부면서 비근대적이고 생태적인 세계상을 제시한다.
최근 들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근대성 비판에서 이 책의 저자 제이슨 W. 무어가 기여하는 독특한 공헌은, 저자 자신이 이 책을 “냉정한 정치경제학에 철학이 약간 섞여 있는” 책으로 규정하는 대로, 세계역사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고찰을 통해서 현행 인간-비인간 세계의 근본적인 접착제가 자본주의임을 부각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무어는 현행 ‘기후변화’와 ‘부의 불평등’ 문제가 모두 1450년 이후로 개시된 자본 축적 과정의 필연적인 누적적 결과임을 실증하면서 우리 시대는 인류세보다는 오히려 자본세로 불려야 함이 마땅하다고 단언한다.

우리 시대는 인류세가 아니라 자본세다!
이 시대를 새로운 지질시대로 규정하는 관념으로서의 인류세라는 용어는 “인간이 기성의 자연력에 못지않게 지구 생태의 변화를 추동하는 또 다른 자연력이 되어버렸다”라는 현실을 표상하는 한편으로, 기후변화의 위기에 대한 책임을 인류 전체에 무차별적으로 귀속시킴으로써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만드는 문제가 있다고 종종 비판받는다.
인류세라는 용어는 정치경제학적 통찰과 함의가 부족하다. 2019년 「가디언」의 한 기사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20개의 화석연료 회사가 1965년 이후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3분의 1 이상과 직접 관련되어 있다. 2020년 「네이처」에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환경에 대하여 최상위 10%의 부자는 25~43%에까지 이르는 영향을 미치고 최하위 10%의 빈자는 겨우 3~5%의 영향을 미친다. 요컨대, 우리의 환경 문제는 모든 사람이 아니라 대체로 일부 사람들, 특히 자본과 부자에 의해 유발된다. 그리하여 무어는 우리 시대를 자본세라고 단연코 일컫는다. 이런 점에서 자본세라는 관념은 자본과 자본주의 권력에 현행 기후변화에 대한 마땅한 책임을 묻는 ‘기후정의’ 운동을 정당화하는 데 기여한다.

사회/자연이라는 데카르트적 이항 구조의 세계관을 넘어서야 한다
근대성을 특징짓고 자본주의를 뒷받침하는 사고방식은 사회/자연이라는 데카르트적 이항 구조의 세계관이다. 이런 세계상에 따르면, 자연은 인간 사회와 자본의 외부에 존재하면서 자원의 원천으로서 ‘수도꼭지’와 쓰레기 처리장으로서 ‘개수대’ 역할을 수행한다. 이렇게 해서 자연은 근대 문명으로서의 자본주의가 자기 재생산 비용을 끊임없이 외부화하는 수단이 된다. 결국 21세기의 문명적 위기는 자본의 무한한 축적 욕망과 유한한 자연 사이의 모순에서 기인한다고 여겨진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지적한 대로, “우리가 문제를 초래하는 데 사용한 그 사고방식으로 우리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어쨌든 우리의 사고방식은 언어로 표명되는 관념들로 구축되기에 데카르트적 대립쌍 관념들로 특징지어지는 근대성을 넘어서는 새로운 사고방식을 구축하기 위해 무어는 신조어를 고안하고 기존 어휘를 새롭게 조합하거나 하이픈으로 연결한다. 예를 들면, 접속사 ‘및’과 ‘사이’는 이항적 실재 구조를 반영한다는 이유로 지양하면서 변증법적 통일성을 내포하는 전치사 ‘속’과 ‘통해서’를 강박적으로 사용한다. 그리하여 ‘자연 및 인류’는 ‘자연-속-인류/인류-속-자연’이 되고 ‘자연과 자본주의 사이의 운동’은 ‘자연을 통한 자본주의의 운동/자본주의를 통한 자연의 운동’이 되는데, 무어는 이것들을 ‘이중 내부성’이라고 일컫는다.
결국 무어가 보기에, 세계는 대립하는 두 개의 개별 실체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중 내부성으로 구축된다. 이것이 바로 『생명의 그물 속 자본주의』(또한 자본주의 속 생명의 그물)라는 이 책의 제목이 함축하는 바다. 여기서 우리는 무어의 존재론적 관점이 실체의 존재론이 아니라 과정의 존재론임을 알 수 있다.

자본주의는 자연을 조직하는 방법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관념은 그리스어로 ‘호의적인 장소’를 뜻하는 오이케이오스 토포스의 줄임말인 오이케이오스로 표현된다. 무어가 맑스의 내재적 관계의 철학에 근거하여 정립한 오이케이오스(oikeios)라는 관념은 “인간 자연과 비인간 자연 사이에 맺어지는, 그리고 언제나 이들 자연에 내재하는, 창조적이고 역사적이며 변증법적인 관계를 명명하는 방식”을 가리키는데, 요컨대 오이케이오스는 사회와 자연의 일의적 전체를 표상한다. 그리하여 오이케이오스로서의 자연, 즉 생명의 그물은 “그 속에서 인간 활동이 전개되는 매트릭스이자 그 위에서 역사적 행위주체성이 작동하는 장이 된다.” 이 책에서 무어는 일종의 관계주의적이고 생태적인 전체론에 의거하여 자본주의를 분석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세계생태론’으로 일컫는다.
세계생태론적 시각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자본-권력-자연을 역동적으로 결합하여 하나의 통일체, 즉 세계생태를 구성한다. 그러므로 자본주의는 경제적 체제도 아니고 사회적 체계도 아니며 오히려 “자연을 조직하는 방법”이다. 자본주의는 자기 재생산 비용을 외부화하기 위해 이른바 ‘저렴한 자연’, 이를테면 저렴한 노동과 식량, 에너지, 원료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부와 권력, 자연의 세계생태가 된다. 이 책에서 무어는 자본주의가 ‘저렴한 자연’을 창출하는 방법과 과정의 역사를 꼼꼼히 추적한다.

자본주의의 가치 법칙은 ‘저렴한 자연’의 법칙이다
모든 문명은 나름의 가치 체계를 정립함으로써 가치 있는 것과 가치 없는 것을 변별한다. 맑스의 통찰에 의거하여 무어는, 장기 16세기(1450~1640)에 일어난 자본주의의 발흥은 가치 체계가 토지생산성에서 노동생산성으로 전환된 획기적 사건으로 규정한다. 그리하여 자본 축적은 노동생산성의 향상에 따라 창출되는 잉여자본을 확보하는 것이고, 자본주의의 자본 축적을 위한 ‘신의 책략’은 인간 자연과 비인간 자연이 수행하는 대다수 일을 가치 없게 만듦으로써 유상 일=임금노동, 즉 ‘추상적인 사회적 노동’의 생산성을 위해 희생시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자본주의는 무상 일을 전유함으로써 자신의 재생산 비용을 외부로 떠넘기면서 임금노동을 효과적으로 착취하게 된다.
그리하여 자본주의의 가치 법칙은 ‘저렴한 자연’의 법칙이 된다. 여기서 무상 일의 원천인 ‘저렴한 자연’ 프런티어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구축되어야 하는데, 요컨대 무어는 이렇게 구축되어 전유되는 자연을 ‘추상적인 사회적 자연’으로 일컫는다. 페미니즘과 생태주의의 통찰을 갖춘 맑스주의자들이 밝힌 대로, “여성, 자연, 식민지”가 바로 추상적인 사회적 자연의 전형적인 실례이고, 따라서 자본주의는 가부장제와 개발주의, 제국주의를 당연히 연행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자본주의의 역사는 추상적인 사회적 노동과 추상적인 사회적 자연, 자본 축적이라는 삼위가 어우러져 연출하는 착취와 전유의 파노라마가 된다.

자본세 이후에 등장할 포스트자본주의 체제는 어떤 모습일까?
세계생태론적 시각에서 바라보면, 1450년 무렵에 개시되어 지금까지 지속하는 자본주의의 본원적 축적 과정과 축적 위기의 해소 과정, 즉 자본주의의 축적순환 과정은 미상품화된 ‘저렴한 자연’ 프런티어가 소진되고 새로 구축되는 과정과 연계되어 전개되었다. 그러므로 세계 자본주의 헤게모니는 세계생태적 프로젝트다. 이를테면, 네덜란드 헤게모니는 향신료 제도를 확보함으로써 출현하였고, 영국 헤게모니는 석탄/증기력과 플랜테이션의 혁명을 통해 출현했으며, 미합중국 헤게모니는 석유 프런티어와 농업의 산업화를 통해서 출현했다.
그런데 전유할 수 있는 ‘저렴한 자연’ 프런티어가 더는 남아 있지 않게 된다면 자본주의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다시 말해서, 자본이 자기 재생산 비용을 더는 외부화할 수 없다면 우리의 미래 세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결국 심화하는 ‘부의 불평등’과 가속하는 ‘기후변화’라는 21세기의 두 가지 난제는 ‘저렴한 자연의 종언’을 나타내는 징후다. 부의 불평등의 심화는 자본 축적의 비용을 외부화할 수 없기에 부득이 ‘탈취에 의한 전유’를 통해서 내부화함으로써 초래되는 결과이고, 기후변화의 가속은 ‘가이아의 복수’로 표현되는 자연의 반격, 즉 ‘부정적 가치’의 생성에서 기인한다.
만약에 현행 자본주의가 체제가 이 두 가지 난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붕괴된다면, 자본세 이후에 등장할 포스트자본주의 체제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의 미래 세계는 무엇보다도 자본주의 가치 법칙이 아닌 새로운 가치 법칙의 지구적 합의에 달려 있을 것이다. 현 상황에서 바람직한 사고방식은 단순한 녹색 사상이 아니라 정치경제학적 통찰이 가미된 녹색 사상에서 비롯될 것이다. 이 책에서 무어는 생태적 맑스주의에 기반을 둔 대안적 가치평가 체계를 통한 사회주의적 세계생태에의 전환 가능성에 대한 자신의 바람을 간략히 언급한다.

지은이 제이슨 W. 무어 (Jason W. Moore, 1971~ )
미합중국의 환경사학자이자 역사지리학자이며, 2013년부터 빙엄턴 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07년에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지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에 2010~2년에 걸쳐 스웨덴의 우메오 대학교에서 지성사를 가르쳤다. 생태적 맑스주의의 한 갈래이면서 생명의 그물 속 인간 역사를 생각하는 방식으로 세계생태론을 선도하는 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현재 <세계생태 연구 네트워크>(World-Ecology Research Network)를 조직하여 운영하고 있다. 저서인 『생명의 그물 속 자본주의: 자본의 축적과 세계생태론』(Capitalism in the Web of Life: Ecology and the Accumulation of Capital, 2015; 갈무리, 2020)으로 <미국사회학협회> 세계체계 정치경제학 분과의 석학 학술상을 받았다. 편저로는 『인류세인가 자본세인가?: 자연, 역사, 그리고 자본주의의 위기』(Anthropocene or Capitalocene?: Nature, History, and the Crisis of Capitalism, 2016)가 있고, 공저로는 『저렴한 것들의 세계사』(A History of the World in Seven Cheap Things, 2017; 북돋음, 2020)가 있다. 편집자로 참여한 『자본주의의 생태들: 21세기의 문화, 권력, 그리고 위기』(Capitalism’s Ecologies: Culture, Power, and Crisis in the 21st Century, 2020)가 PM Press에서 곧 출간될 예정이다.

옮긴이 김효진 (Kim Hyojin, 1962~ )
서울대학교에서 물리학을 공부하였다. 인류세 기후변화와 세계관의 변천사에 관심이 많으며, 블로그 <사물의 풍경>에 관련 글을 올리고 있다. 옮긴 책으로 『네트워크의 군주: 브뤼노 라투르와 객체지향 철학』(갈무리, 2019)과 『비유물론: 객체와 사회 이론』(갈무리, 2020)이 있다.

함께 보면 좋은 갈무리 도서
『자본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해리 클리버 지음, 조정환 옮김, 2018)
『역사의 시작』(맛시모 데 안젤리스 지음, 권범철 옮김, 2019)
『피와 불의 문자들』(조지 카펜치스 지음, 서창현 옮김, 2018)
『캘리번과 마녀』(실비아 페데리치 지음, 황성원, 김민철 옮김, 2011)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마리아 미즈 지음, 최재인 옮김,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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