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호] 『전쟁론』과 클라우제비츠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ㅣ김만수

강연
작성자
자율평론
작성일
2021-02-03 17:28
조회
597
『클라우제비츠와의 마주침』 강연문은 다음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bit.ly/2O1Bws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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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제비츠와의 마주침] 출간 기념 강연회(2020.1.17.) 질문과 답변
개인적 신상에 관한 질문은 배제하고 [전쟁론]과 관련되는 질문만 정리했습니다.

[재훈 정 질문] : 1. 클라우제비츠 [전쟁론] 번역본 중에 그나마 참고할만한 게 어느 판본인지요?
2. 6‧25전쟁 당시 벌어진 심리전에 관한 연구를 보면 클라우제비츠를 많이 인용하던데, 이는 당시 심리전의 양상이 클라우제비츠의 이론에 맞춰져서 형성되었기 때문이라 볼 수 있습니까?
[김만수 답변] : 1. 제가 번역한 것, 2016년에 도서출판 갈무리에서 출간된 [전쟁론] 전면개정판이 한국에서 유일한 원전 초판 완역본입니다. 가독성과 충실성에서 문제가 없고 참고할만한 판입니다.
2. 제가 ‘6‧25전쟁 당시 벌어진 심리전에 관한 연구’를 읽어야 (정확히) 답변할 수 있겠습니다. ‘6‧25전쟁 당시 벌어진 심리전에 관한 연구’를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94jhd_Gripen 질문] : 클라우제비츠는 왜 그렇게 나폴레옹과 프랑스를 미워했을까요? 전쟁 중에 탈영하고. 조미니 같은 경우에도 그렇게까지 나폴레옹을 미워한 것 같지 않은데요.
[김만수 답변] : 클라우제비츠는 순수한 애국자였다고 생각합니다. 클라우제비츠는 순수하고 단순한 데가 있는 사람입니다. 한편으로는 프랑스를 미워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나폴레옹을 ‘전쟁의 신’으로 추켜세우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1800년대) 유럽 대륙의 강대국 프랑스와 작은 나라 프로이센의 관계는 일제 강점기 시대 일본 대 조선의 관계 정도로 힘의 우열관계가 극명했습니다. 조미니는 스위스 출신이고, 나폴레옹의 행군과 이동 경로를 (나폴레옹에게 묻지 않고 혼자 연구하여) 정확히 예측하여 나폴레옹을 놀라게 한 탁월한 이론가입니다. 그래서 나폴레옹의 군대에서 복무한 적도 있습니다. 나중에는 러시아군대에서 복무하기도 했습니다. 조미니는 이론가이자 학자로서 나폴레옹전쟁에서 어느 한편에 서지 않았고, 그 전쟁에서 이해관계도 적었던 것 같습니다.

[지우 질문] : 1. [전쟁론] 신간체계는 살짝 낯설던데 구간체계와는 어떤 게 잘 나가나요? 구간도 초판완역본 아니었나 쫌 헷갈리네여.
2. 4세대 전쟁과 새로운 전쟁의 개념 및 차이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고, 삼각도식에서 인민과 여론은 통합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전사나 혁명가/활동가는 인민/여론을 완전히 대체하는 건지 아니면 사각형 다이어그램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건지 말씀해주시면 너무 감사하겠습니다.
[김만수 답변] : 1. 세 권으로 된 번역 초판과 한 권으로 된 번역 전면개정판 둘 다 [전쟁론]의 원전 초판 완역입니다. 그런데 번역 초판을 출간할 때 [전쟁론]에 대한 제 이해 수준이 깊지 못했고, 원전의 초판(1832~1834년 출간)과 제2판(1853년 출간)의 차이를 깊이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한 권으로 된 번역 전면개정판이 번역 문장, 수준, 질에서 더 높다고 생각합니다.
2. 2번 질문은 수준 높은 질문입니다. 먼저, 4세대전쟁과 새로운 전쟁의 개념 및 차이에 대해.
4세대전쟁은 미국의 윌리엄 린드가 처음 고안한 개념인데, ‘21세기의 새로운 형태의 비정규전, 비대칭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쟁의 주체가 (주권국가보다는) 테러집단, 범죄집단 등의 비국가행위자들이고, 전장의 범위가 (특징 지역이나 국가에 한정되지 않고) 초국가적입니다. 20세기 국가(동맹) 대 국가(연합)의 전쟁이 아니라 여러 형태의 비국가행위자들이 전쟁의 주체라는 것입니다. 그에 따라 전쟁의 모습, 특징, 목표도 이전과 다르다는 것이지요.
‘새로운 전쟁’ 개념은 메리 캘도어에게서 유래합니다. 새로운 전쟁에서 정치적 폭력은 어디에나 있고, 더 직접적으로 민간인을 겨냥하고, 전쟁과 범죄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고, 분열적인 정체성의 정치에 기반을 두고 그런 정치를 조장합니다. 새로운 전쟁의 목표는 정체성의 정치와 관련됩니다. 새로운 전쟁은 공포와 증오의 씨를 뿌리는 것을 겨냥한 대게릴라전의 불안조성 기법을 이용하고 극단주의 정치를 동원합니다. 새로운 전쟁경제는 총력전과 달리 분산적이고 외부자원에 크게 의존합니다. (책 213~228쪽을 참고하면 좋을 것입니다.) 4세대전쟁과 새로운 전쟁 개념은 약간 다르면서도 비슷한 데가 있습니다.
삼각도식에서 인민과 여론은 통합될 수 있습니다. 프랑스혁명전쟁처럼 인민이 전쟁에 참여하면 그것을 인민으로 표현한 것이고, 인민이 (오늘날과 같이) 전쟁에 직접 참여하지 않으면 그것을 여론이라고 표현한 겁니다. 4세대전쟁에서 전사는 인민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고, 혁명가는 인민이나 여론이 아니라 지도부, 즉 전쟁의 정치적 목적과 목표를 설정하는 지도부에 해당할 것입니다.
인민 전체가 ‘전사’가 될 수 없다면(대부분 그러할 텐데), 4세대전쟁 그림에서 전사 대신에 인민을 넣고 지도부-인민의 실선 중에 일부만 실선으로 하고 나머지를 점선으로 설정하여 전사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런 삼각형을 만들고 설명하려면 [전쟁이란 무엇인가]의 논문 ‘클라우제비츠의 전쟁의 삼중성과 4세대전쟁 이론’을 보완해야 하는데, 어떻게 보완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4각형 그림은 이미 있습니다. 마이클 한델이 만든 바 있고, 그것은 제 논문 ‘클라우제비츠의 전쟁의 삼중성과 4세대전쟁 이론’ 284쪽에 있습니다. 이런 4각형은 만들 필요가 없고, 그래서 4각형은 3각형의 ‘발전’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전쟁의 세 주체(정부, 인민, 군대)와 ‘비주체’(기술)를 한데 섞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쟁이란 무엇인가], 284~285쪽 참조)

[복성미 질문] : 저 [전쟁론]을 처음 접해서요. 많이 어려워요. 50대에 쉽게 읽을 수 있는 책 권해주세요
[김만수 답변] : 제가 쓴 [전쟁론 강의]를 읽어보십시오. [전쟁론]을 쉽게 해설해서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겁니다. 리스와 트라우트의 [마케팅전쟁]도 쉽습니다. 재미있게 읽는 걸 원하시면 로버트 그린의 [전쟁의 기술]도 읽을 만합니다.

[Kim, Jong-mee 질문] :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개략적으로 조망하는데 있어서 크게 오해하고 있는(잘못 이해하고) 것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만수 답변] : 강연회에서 말한 것처럼 일원론, 이원론, 삼위일체론의 이해(1), 국민, 정부, 군대를 정반합 변증법이자 삼위일체라고 보는 견해(2), 삼중성을 정치성, 개연성, 폭력성으로 보지 않고 이성, 우연, 감성으로 오해하는 것(3), 이 세 가지가 [전쟁론]을 크게 오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김만수의 클라우제비츠연구소, [클라우제비츠와의 마주침] 출간기념 강연회(http://blog.daum.net/carl_von_clausewitz/101)에 있는 파일 8쪽과 23~24쪽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나라에서 클라우제비츠의 삼중성을 여러 전쟁이나 전투에 적용하기만 하는 것은 오해라기보다 수준이 낮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주원 질문] : <전쟁론>에서 인민의 역할은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프랑스혁명 이후의 전쟁은 인민의 전쟁이라는 관점일 텐데요. 클라우제비츠에게 인민의 참여를 현실로 받아들이되 이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인민 무장 투쟁> 부분에서 주변의 우려를 일축하면서 잠깐 그런 관점이 드러나는 듯하고요). 국가가 인민과 어떻게 관계 맺을 것인지 클라우제비츠가 얼마나 더 궁리했는지 궁금합니다.
[김만수 답변] : 클라우제비츠는 군주정 시대에 살면서 프랑스혁명으로 일어난 시대의 변화, 즉 공화정을 알고 있었습니다. 모든 인간이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공화정의 이념이 (봉건제에 살던) 인민에게 혁명정신과 폭력성을 발휘하게 하여 프로이센 군주정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점을 클라우제비츠도 인식했을 겁니다. 그런데 나폴레옹전쟁을 하는 중에도 프로이센은 호엔촐레른 가문의 ‘소유물’이었고, 오스트리아는 합스부르크 가문의 ‘소유물’이었습니다. 국가가 없는 인민들이 애국심을 발휘할 수는 없었지요.
그 당시 프로이센 군대의 장교는 보수적인 융커 출신의 귀족들이었고, 귀족만 장교가 될 수 있었고, 귀족의 자제들 일부는 온갖 방법으로 군대에 가는 것을 회피했습니다. 귀족들은 그들의 특권만 지켰습니다. 귀족과 그 자제들은 잡화상 주인의 아들이 장교가 되어 자기들과 동급의 장교가 되는 것을 견디지 못했습니다. 클라우제비츠는 그런 귀족들의 지배가 계속되느니 차라리 혁명이 일어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혁명까지는 아니지만 민병대, 시민군, 농민군 등으로 전 인민을 무장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국가와 인민의 관계에 대한 클라우제비츠의 명확한 생각은 읽지 못했구요. 군주제가 유지되지만 (자의로 지배하지 않고) 헌법으로 지배하는 군주정, 즉 입헌군주제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WOODANG SIM 질문] : 잭 트라우트와 알리스가 비즈니스 마케팅에서 전쟁론을 제대로 적용했듯 일상에 적용해서 지혜로 승화된 사례가 궁금합니다.
동양 고전인 [주역]을 오래 공부해도 지혜를 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쟁론]의 지혜가 삶에서 얼마나 펼칠 수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김만수 답변] : 답이 없는 질문, 답을 할 수 없는 질문 같습니다. 리스와 트라우트의 [마케팅 전쟁]은 ‘사후 설명서’입니다. [전쟁론]도 일종의 사후 설명서이지요. 나폴레옹과 프리드리히 대왕의 지혜를 사후에 설명한 책. 나폴레옹은 그런 지혜를 어떻게 얻었을까? 나폴레옹은 전쟁의 ‘이론’을 공부하지 말고 고대 명장들의 ‘전쟁사’를 끊임없이 읽으라고 말했습니다. 나폴레옹도 거기에서 지혜를 얻은 셈이지요. ‘고대의 명장들은 그런 경우에 그렇게 대응했고, 저런 경우에 저렇게 대응했다. 그러면 나는 이 경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이런 식으로 명장들의 전쟁사를 참고해서 자기의 문제, 환경, 시대에 적용한 것이겠지요. 각자 생각하는 문제와 환경은 (각자 생각하는 시대 인식도) 사람마다 다를 테니까 제가 WOODANG SIM님에게 구체적인 답을 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WOODANG SIM님이 지식과 경험을 쌓아 지혜를 여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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