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5/10 객체지향철학과 건축미학 세미나

작성자
kyu
작성일
2020-05-10 05:30
조회
250
화이트헤드를 좇아서 내가 제기하는 첫 번째 이의는 이 불평이 인간 이성의 작업을 과도하게 단순화한다는 것이다. 유물론에 반대하여 다음과 같이 표명될 수 있을 적절한 진술들을 고찰하자. (365)

A. “사실상 수많은 유물론자가 결손 가정 출신이거나 자신의 부모 및 형제자매와 관련하여 해결되지 않은 다른 문제들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놀이터에서 가장 많이 화가 난 아이와 꼭 마찬가지로 유물론자가 항상 얼마나 공격적인지를 인식하자.” (365)

B. “유물론의 문제는 그것이 모든 것을 딱딱함과 저항, 정확한 시공간적 좌표 같은 순전히 관계적인 특성들로 환원한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유물론이 스스로 주장하는 만큼 실재론적인 것이 아님을 뜻한다. 유물론은 무엇이 관계를 맺는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으면서 관계를 그냥 제시할 뿐이다. 더욱이 분자, 바위, 동물 같은 중간 규모의 입자들에는 실재성을 부여하지 않는 대신에 아원자 물리학의 불가사의한 궁극의 입자들 -물리학도 결코 최종적으로 밝혀낼 수 없는 입자들- 에만 실재성을 부여하는 경우에 유물론은 순전히 임의적이다.“(366)

C. “너무 많은 유물론자가 무신론과 정치적 좌파주의에 대한 예측 가능하고 우상 파괴적이라고 사칭하는 신념에 고무되는 것처럼 보인다, 속기 쉬운 일상적인 믿음을 차근차근 비판적으로 폭로함으로써 과학이 진보한다고 잘못 가정하면서 작업하는 유물론자는 의미의 중간 층위들을 모두 제거하여서 최종적인 물리적 기체만을 소박한 경건성과 부르주아적 사회구조들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수용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서, 유물론자는 과학 자체의 견고한 지원에 고무되기보다는 바로 끄집어낼 수 있는 합리주의적 편견과 더 흥미로운 대안들을 구상할 수 없는 자기 자신의 무능력에 더 고무된다. (367)

논증은 단지 명시적인 변증법적 전경 표상들을 갖고서 전개되는(화이트 헤드가 말하는 “언어를 명제들의 적절한 표현으로 신뢰하는 것” 과도한 단순화?) 반면에 수사법은 언어적 명제의 진술되지 않은 배경가정들에 주목한다. 하지만 그런 가정들은 우리가 세계와 맺고 있는 인지적 관계의 일부이지 한낱 우리의 심미적 관계나 정서적 관계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368)

그 진술(진술C)이 유물론을 통렬히 반박한다고 주장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한 인지적 작업을 여전히 수행하는데, 유물론적 입장을 파괴함으로써 그런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선택지들에 대한 필요와 새로운 선택지들의 가능성을 모두 제시함으로써 그렇다. (368)

그런데 진술 C는 유물론자가 다음과 같은 죄를 저질렀을지도 모른다고 교모하게 경고한다. (a) 지나치게 성급한 광신, (b)과학 자체보다도 더 파괴적인 방식으로 어떤 독단적인 기체를 지지하여 세계의 중간 층위들을 모두 제거하려는 파괴적이고 저돌적인 움직임, (c) 종교와 현재의 정치 형식들에 대한 반사적이고 거의 기계적인 혐오. 화이트헤드가 확실히 동의할 것처럼 유물론은 (어떤 철학과도 마찬가지로) 결코 한낱 논증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수사법적 배경과 더불어 그것과 관련된 생활양식까지 완전히 갖춘 상태로 나타난다. (369)

하지만 지술 C는 다른 그림을 제시하는데, 그 그림에서 유물론자는 광신적이고 성급하며 자신이 창조할 수 있는 것보다 파괴하고 싶은 것에 더 고무된다. (369)

<하먼의 수사법적 주장>
D. “상관주의자는 항상 철학을 인간중심적인 게토에 한정하면서 자연과학의 타격에 영향을 받지 않는 전용 성채를 건설하고 싶어 한다. 오히려 철학자는 과학자와 싸우면서 무생물 무생물적 관계들에 대하여 독자적인 철학적 이론을 구축해야 한다.” (370)

D2. “사람들은 자연과학의 거대한 특권과 성공을 고려하여 과학은 이미 비인간 세계를 철학적으로 제대로 다룬다고 서둘러 가정한다. 이런 까닭에 칸트 이후 철학은 무생물 영역에 대해서 수행할 철학적 작업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고 잘못 가정하면서 인간 세계에 지나치게 꼭 매달린다. 하지만 무생물적 인과관계가 참으로 얼마나 문제의 것인지 간파한 상관주의자는 자기가 상관주의적 순환에 여전히 갇혀 있는 상황에 덜 만족했을 것이다.”(371)


메이야수의 의미에서 D2는 여전히 ‘논증’이 아니라 기ᄁᅠᆺ해야 ‘강력한 수사법’으로 여겨질 것이다. 하지만 수사법으로서의 그것은 주요한 상관주의적 배경 가정을 드러냄으로써 풍부한 인지적 작업을 수행하는데, 말하자면 “과학이 무생물 영역에서 이미 탁자를 깨끗이 닦고 있음을 고려하면, 철학자의 과업은 인간 접근의 권역 안에서만 작업하는 것이다.” 나는 정반대의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만으로도 흔히 청중에 심대한 철학적 영향을 미침을 깨닫고서 수없이 많은 새로운 문과 창문을 열었다. (371)

이런 점에서 수사법은 적어도 명시적인 변증법만큼이나 유력한 철학적 도구인데, 변증법이 명시적 진술의 층위에서 정산하려고 시도할 때에도 수사법은 숨은 전제들을 드러낸다. (372)

E. “상관주의를 내부에서부터 절대적 앎의 일종으로 급진화함으로써 그것과 싸워야 한다. 그리고 당신이 나를 본받아서 이 방법을 시도하면 우리는 대부분의 실재론자보다 변함없이 더 합리적일 뿐 아니라, 그 결과는 당신이 예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흥미롭고 독창적일 것이다. 유한성 이후 (「유한성 이후」) (374)

메이야수는 상관주의가 지루하고 막다른 지경에 이른 것처럼 들릴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 우호적인 인식을 구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온화한 성격과 강철 같은 의지가 뒤섞인 평소의 태도로 상관주의 논증을 벗어날 길은 없다고 역설한다. (374)

진술 C가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유물론자를 비난하는 것과 꼭 마찬가지로 메이야수도 ‘풍요로운 어딘가 다른 곳’을 상정하는 실재론자를 똑같이 비난한다. (374)




그리고 이런 까닭에 나는, 철학은 명료한 제1원리에서 비롯되는 명시적이고 연역적인 논증의 층위에서 주로 벌어진다는 메이야수와 많은 분석철학적 사상가의 주장을 거부한다. (275)

마찬가지 이유로 메이야수는 ‘풍요로운 어딘가 다른 곳’이라는 반대 의견에서 가치 있는 것을 거의 알아보지 못하는 잘못을 저지른다. 사실상 나는, 어떤 철학이 세계의 명백한 풍요성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면 그 사실이 그 철학에 반대할 유력한 증거라고 생각한다. (275)

수학은 그런 식으로 나아갈지도 모르지만, 나는 철학은 그럴 수 없다는 화이트 헤드의 의견에 동의한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자연과학은 순전한 논리적 추론을 거쳐 진전하는 하는것이 아닐뿐더러 모순이 자신의 주요한 발견 원리라는 점도 인정하지 않는다. (376)

과학적 패러다임은 집단적인 사회적 편견을 통해서 권력을 획득하여 이성이 접근할 수 없는 층위에서 다른 패러다임을 대체한다고 쿤이 말하고 있는 것으로 흔히 읽힌다. 하지만 이 독법은 옳지 않다. 패러다임의 진짜 정체는 객체, 즉 한동안 연구를 인도하는 과학적 객체인데, 그것의 정확한 성질들을 결코 파악할 수 없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그럴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바로 이런 사실 때문에 그렇다. 수사법은 과학과 철학 둘 다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확립하는 데 논증과 마찬가지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한다.(377)

철학이 논증으로 구성된다고 말하는 것은 사과가 성질들의 다발(언더마이닝)일 뿐이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378)

요약하면, ‘풍요로운 어딘가 다른 곳’은 유용한 수사법적 효소이고, 게다가 나는 ‘좋은 수사법’이 철학에 핵심적임을 메이야수 자신보다 훨씬 더 강하게 생각한다. 그 이유는 수사법이 명시적인 변증법적 표상을 다루기보다는 오히려 드러나지 않은 배경 가정을 다루기 때문인데, 철학이 배경 가정을 드러내어 그것에 대하여 대위법을 실행하지 않는다면 철학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380)

상관주의에 불리한 강력한 증거는 그것이 임의로 인간/세꼐 관계를 어떤 객체/객체 관계보다도 철학적으로 더 중요한 것이라고 여긴다는 사실이다. (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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