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4일 스티븐 사비로 <탈인지 > 6장 발제문

작성자
Jihyang
작성일
2024-08-14 16:57
조회
63
8월 14일 스티븐 샤비로 <탈인지>
-6장 ‘외계인처럼 생각하기’를 중심으로

: 본 장에서는 피터 와츠의 소설 『블라인드 사이트』를 검토하고, 진정 이질적인 부류(외계인으로 상징되는)의 지능과 극단적이고 포스트휴먼적인 정신 변화를 상상하면서 의식의 본성에 관해 여러 의문을 제기한다.

1. 대상 소설: 『블라인드 사이트』 의 내용

*작가 피터 와츠는 캐나다 출신 sf작가. 전직 해양생물학자라는 특징. 전공지식 바탕으로 『리프터스』 3부작 외 『블라인드 사이트』 (2007년 휴고상 최종 후보)컴퓨터 게임 초안 작업 등에 참여.

1) 소설 줄거리:
제목, ‘블라인드 사이트’는 맹시(盲視)라는 뜻이다
여기 태양계의 경계를 넘어서 계속 추락하는 관(작은 우주선) 안에서 아무 것도 보지 못한 채 혼잣말을 하고 있는 서술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시리 키튼. 그는 다른 항성계의 외계종족과 접촉하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이다.
때는 2082년. 지구 상공에 65,536개의 외계 물체가 등장했다. 그들은 지구 전체를 뒤덮더니 사진을 찍듯 번쩍 빛을 내고는 소멸되어 버린다. 그 일로 지구의 인공위성은 전부 마비가 되고 큰 혼란에 빠졌다. 사태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모종의 신호를 포착하고 그 발신지인 외계 행성을 조사하고 외계인과 접촉하기 위한 탐사우주선이 지구에서 급파된다. 소설은 대원 중에 한 명인 시리 키튼의 시각에서 탐사 임무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진술하는 이야기 형식을 취하고 있다. 소설이 끝날 무렵 외계인과 접촉하거나 이해하려는 인간의 노력은 실패로 끝난다. 외계 생물체(사비로의 책에서는 훼방꾼으로 번역되어 있음)는 전략적인 능력이나 기술 면에서 인간보다 우월하나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어떤 방식으로도 의식적이지 않은 것으로 밝혀진다. 시리의 마지막 임무는 인류에게 이 대재앙을 증언하여 외계인과 그들의 위협에 대해 알리는 것이다.
“ 나는 1만 시간에 한 번씩, 한 시간 동안만 깨어난다. (…) 어쩌면 나는 마지막 인간인지 모른다. 고향에 도착할 때 쯤이면 이 우주에 자각 능력이 있는 존재는 나뿐일지도 모르니... 그러니 나는 어떤 식으로든 당신에게 사실을 말해줄 수 없다.
당신은 스스로가 시리 키튼이라고 상상해봐야 할 것이다”(소설의 엔딩에서 시리의 말)


2. ‘외계인처럼 생각하기’와 그것이 의미하는 것

1) 샤비로는 『블라인드 사이트』 독해를 통해 작가가 제기한 것보다 더 철학적 고찰을 전개한다. 다양한 철학적 관점과 비유를 통해 인간과 비인간의 사고 방식을 비교하고,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존재와의 소통 가능성을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박쥐가 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인용하여, 서로 다른 인식 체계가 존재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인간은 시각 중심의 인식을 가지고 있지만, 박쥐는 청각 중심의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각 생명체가 세계를 어떻게 경험하는지를 보여준다. 샤비로는 이러한 차이를 통해 외계 지능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지능이고 인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고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가 지능적인 외계인을 만났을 때,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나 사고 방식을 이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또한 비인간적 사고를 통해 인간의 인식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한다.

2) 샤비로는 『블라인드 사이트』가 메칭거 <아무 것도 아닌 자로 있기>의 사변소설이라고도 말한다. (메칭거는 인간의 자아가 어떻게 형성되고, 그것이 실제로 무엇인지에 대해 철학적으로 탐구한 학자로 자아가 실체가 아닌, 뇌의 복잡한 정보 처리 과정에서 생겨나는 일종의 환상이라고도 주장했다.)
소설에서 외계 생명체 스크램블러(샤비로는 훼방꾼이라고 번역함)는 의식 없이도 고도의 지능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로 등장한다. 소설은 외계 생명체와의 소통 가능성과 그 한계를 탐구하고 인간의 언어와 사고방식이 다른 지능체와의 소통에 얼마나 제한적인지 나아가 인간의 의식, 도덕성, 그리고 사회적 본능이 생존과 진화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3) 사비로의 책 6장에서는 위 소설에서 등장한 다양한 인물군을 모두 생략하고 주로 시리를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서술한다. 그것은 시리의 특수성 때문이다.
소설 속에서 시리의 직업은 ‘종합가’이다. 시리는 전간양 경련을 치료하기 위하여 "대뇌 반구 하나를 완전히 제거"한 존재로 그 결과 "결코 정서적 상황을 내적으로 느끼지 못"하는 공감능력 결여자가 된 인물이다.

*공감이 결여된 인간형. 시리라는 인물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p 233 공감이란 다른 사람의 처지를 자신의 처지로 생각해보는 것을 의미하며, 그렇게 타인의 상황을 내부에서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시리는 정확히 이것을 할 수 없었다. 시리는 결코 정서적 상황을 내적으로 느끼지 못하며, 심지어 자신의 상황조차 느끼지 못한다. 시리는 공감능력이 없기 때문에 모델을 적용하고 알고리즘을 연역할 수밖에 없었다. 시리는 사람, 사물, 그리고 상황을 그들의 표면만을 기반으로 외적부에서 상상하려고 애쓴다. 이것이 소설의 모티브로 반복된다.
시리의 상상은 박쥐가 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 궁금해하는 토머스 네이글의 가설적 관찰자와 거의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

p240-241 『블라인드 사이트』의 세계에서 시리의 극단적 자기 소외는 그것이 장애인만큼 특별한 재능이다. …종합가로서의 시리의 능력은 우리가 스스로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하고 다차원적인 담론에 대하여 “정보 이론을 이용해서 그것을 우리 수준에 맞추고, 4차원 정육면체를 두들겨서 2차원으로 만들며, 클라인 병을 3차원으로 바꿔놓는다.” 다른 말로 하자면 시리의 역활은 “전달자”였다. …
시리는 그의 특수한 소외가 “진짜 외계인들이 호출되었을 때 특히 유용하게 쓰였다.”라고도 말했다.
p242 기묘한 포스트휴먼 변형에 관한 『블라인드 사이트』의 비전은 “진짜 외계인”과의 첫 접촉이라는 더 이상한 이야기에 대한 배경이자 예고편 같은 것일 뿐이다.
( 이 대목에서 테드 창의 단편소설을 각색한 영화 <컨택트>를 떠올리게 된다)

p244 로르사흐(외계생명체)로부터 흘러나오는 말은 실제로 어딘가 챗봇 같다. 혹은 차라리 중국어 방에 가깝다. (존설의 사고실험과 <중국어방>!)
의식이 과연 지능, 지식, 그리고 언어 능력에 대한 필요조건일까? 『블라인드 사이트』 는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 종합가로 일하면서 시리는 의미론 없이 통사론(혹은 ‘패턴 빅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그것이 시리가 스스로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는 담론을 번역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었던 방법이다. 시리는 자신의 일을 거의 자동으로 수행한다. 시리가 또한 의식적이라는 사실은 여기에 전혀 개입되지 않는다.
p249 이 소설은 사변소설로 유효하다.
p253 훼방꾼(외계인)들은 효과적으로 네모중심적(아무 것도 아닌 자 중심화)이다.
(->참고로 메칭거의 네모 중심적 지능(Square-Centered Intelligence)은 인공지능과 인간 지능의 관계를 철학적으로 탐구하는 개념. 메칭거는 인공지능이 단순히 데이터를 처리하고 알고리즘을 실행하는 기계적 시스템이 아니라, 인간의 지능과 상호작용하며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존재로 본다)

p256 『블라인드 사이트』 는 첫째로는 포스트휴먼의 기묘한 변화를 설명함으로써,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훼방꾼(외계인)과 그들의 비교중심적 지능에 관해 설명함으로써, 우리가 의식의 중심성과 가치에 관해 갖고 있는 인간중심적 가정들을 뒤흔들어 놓는다.
p259-260 시리가 테세우스에서 경험한 것은 끔찍하고 트라우마적이다. 그 귀결로 시리는 종합가로서의 객관성에 대한 모든 허상을 상실하고 결국에는 “관점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사람들은 합리적이지 않아. 너는 합리적이지 않아. 우리는 생각하는 기계가 아내. 우리는. ..어쩌다 생각하는 법도 알게 된 느끼는 기계지.”
결론에 이르러서 시리는 처음으로 다시 인간이 된다. 이는 “인간이라는 범주가 네모중심적 기능으로 대체되면서 절멸되고 있는” 바로 그 와중에 일어난 일이다.
- 이것이 이야기의 끝에서 “ 우주에 유일하게 남은 감각적 존재자는 나뿐일지도 모른다” 시리가 두려움에 몸을 떨고 자신이 시대착오적일 수 있음을 의심하는 이유임

p261 『블라인드 사이트』 는 의식이 역기능적이라는 것, “삐걱거리는 신경학적 관료 조직”이 언제나 방해가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
그러므로 의식은 필수적인 것이 아니라 일종의 사치품, “수익 없는 지출”(바타유) 또는 “생물학적 과잉”(배지밀)의 표현이다. 그것은 효용이 아니라 미학의 문제이다.

​ 4) 샤비로는 여기서 여섯 장에 걸쳐 자신이 일관되게 주장한 것을 칸트의 용어로 요약한다. 주칸트는 진·선·미 각각에 해당하는 비판서를 썼는데, 제1비판(『순수이성비판』)과 제3비판(『판단력비판』) 사이엔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 제1비판에서 "내용 없는 사고는 공허하고,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라는 유명한 격언을 남겼음에도 칸트는 제3비판에서 돌연 공허하고 맹목적인 '미적 이념'을 논했다. 샤비로는 이렇게 정리한다. "우리가 […] 감각적 경험을 정확히 개념화[…]하지 않고는 그것을 구상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 잔여 같은 어떤 것이 언제나 뒤에 남"는다는 사실을 칸트가 "적어도 […] 불편하게라도 깨닫고 있었기에 제1비판에 대한 일종의 보완으로서 제3비판을 저술했"다.
4) 샤비로가 SF를 독해하며 행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 '인지'라는 심리철학과 신경과학에서 '탈인지'라는 미학으로 전회하기. DMS나 디지언트의 사고에 내용이 없고 직관에 개념이 없어도 그들에게 의식이라고 부를 만한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듯이 그는 인지로 표상되는 지성보다도 미학으로 표상되는 감수성이 "우리 자신을 포함한 이 땅의 생명을 구별하고 정의"한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했다.

** 토론 거리**

1) 소설과 관련해서
<블라인드사이트>의 외계 생명체들은 단순한 SF 요소를 넘어, 인간의 인식과 존재에 대한 깊은 질문을 제기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외계생명체가 인간에게 묻는다. ( 이것은 작가의 물음일 수도 있다. )
과연 의식은 생존에 필수적인가?
또한 인류가 자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실제로 진화적 이점이 있는가, 혹은 단지 자연적 부산물인가?
-> 인간의 관점에서 외계생명체의 그 의문에 대해 고민하고 말할 수 있다.

2) 사비로의 책 6장에서: “인간이라는 범주가 네모중심적 지능으로 대체되면서 절멸하고 있다”는 표현이 나온다. 이 말의 의미를 짚어보기

3) “당신은 스스로가 시리 키튼이라고 상상해봐야 할 것이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의 의미와 ‘공감’에 대해.

+
기타
306쪽 자연에 관한 22개의 테제에서
자연은 역사의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고, 역사의 총체성도 아니며, 자연사나 사회사의 특수한 여건도 아니다. 자연은 오히려 이 모든 특수한 사례, 이 모든 변환과 축적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무언가다. 자연은 그 모든 것을 공통 세계로 위치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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