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사물] 5/8 5장 분류하기

작성자
philo
작성일
2018-05-08 00:08
조회
913
푸코: 파레시아 읽기 세미나: 2018년 5월 8일 / 발제자: 파일로
미셸 푸코, 『말과 사물』, 이규현 옮김, 민음사, 191-241.

5 분류하기

1 역사가들이 말하는 것

1 역사가들은 18세기의 생물학사를 기술하고 싶어 하지만, 그때에는 생물학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 150여 년 전부터 우리에게 친숙한 지식의 분할이 그 이전의 시대에는 유효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생물학이 미지의 분야인 것은 매우 단순한 이유때문이라는 것, 즉 생명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납득하지 못한다. 그때에는 자연사에 의해 구성된 지식의 격자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생물만이 존재했다. 195

2 자연사

2 데카르트에서 달랑베르까지의 역학뿐만 아니라 투른포르에서 도방통까지의 자연사를 가능하게 한 것은 동일한 에피스테메였다. 196

2.1 16세기부터 17세기 중엽까지 존재한 것은 역사였다. ...알드로반디에 이르기까지 역사는 사물의 가시적인 모든 것과 사물에서 발견되었거나 사물 위에 놓인 모든 기호가 완전히 단일하게 뒤얽힌 조직이었다. ...어느 한 생물의 역사는 그 생물을 세계와 관련짓는 온전한 의미망 내에서 그 생물 자체였다. 197

2.2 관찰과 자료 그리고 이야기라는 겉보기에는 매우 단순하고 직접적인 삼분법은 우리에게는 명백한 것이었지만 당시에는 실재하지 않았다. ...즉 기호가 17세기에는 재현의 양상이 되는 반면에 그때에는 사물의 일부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197

2.3 존스턴 이후 린네가 자연사에 제안하게 되는 서술의 순서는 매우 독특하다. 그에 의하면 어떤 동물과 관련된 건 모든 장은 이름, 이론, 속, 종, 특징, 용도 끝으로 리테라리아의 순서를 따라야 한다. 198-199

2.4 고전주의 시대에 자연과학의 정립은 다른 곳에서(기하학이나 역학에 관해) 형성된 합리성이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전이된 결과가 아니라, 비록 기호의 일반 이론과 보편적 마테시스의 기획에 관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상관 관계와 동시성의 양태에 의거하여) 고유한 고고학을 갖는 별개의 형성물이다. 199

2.5 고전주의 시대에는 역사에 전혀 다른 의미, 즉 사물 자체에 대한 세심한 조사를 역사상 처음으로 떠맡고 그런 다음에 수집된 것을 매끄럽고 중성적이며 충실한 말로 옮겨 적는다는 의미가 부여된다. 이러한 ‘정화’의 시기에 최초로 성립된 역사의 형태는 자연의 역사였다. 실제로 자연의 역사를 구축하는 데는 매개 없이 사물 자체에 적용된 말만이 필요했다. 199-200

2.6 고전주의 시대에 설치된 자연사 전시실과 동물원 또는 식물원은 ‘볼거리’의 순환적 행렬을 사물들의 ‘도표’식 진열로 대체했다. 무대의 시대와 목록의 시대 사이에 교묘하게 끼어든 것은 지식의 욕망이 아니라, 사물을 시선과 담론에 동시에 결부시키는 새로운 방식이다. 역사를 기술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200

3 구조

3 자연사는 사물과 언어가 분리되어 있는 한에서만 과제로서 존재한다. 201

3.1 자연사는 가시적인 것의 명명일 뿐이다. ...사실 이것은 오래전부터 소홀히 취급되어 온 것이 갑자기 정당하게 다루어진 사태라기보다는 새로운 가시성의 영역이 온전한 밀도로 구성된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201

3.2 적어도 경험의 영역을 스스로 제한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할 수 있다. 17세기부터 관찰은 철저하게 부정적인 조건이 동반된 다루기 힘든 인식이다. 소문, 취향과 입맛, 촉각... 202

3.3 명증성과 넓이의 감각인 시각과 따라서 모든 이에 의해 인정된 부분별 분석만이 거의 절대적으로 중시된다. ...게다가 시선에 제공되는 것이라고 해서 모두 다 이용 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 가시성의 영역은 마침내 사물 자체에 관심을 돌리는 태도보다 훨씬 더 명료하게, 자연사의 가능 조건과 자연사의 여과된 대상, 즉 선, 표면, 형태, 부피가 출현할 가능 조건을 결정한다. 202

3.3.1 현미경은 기본적 가시성의 영역을 넘어서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본적 가시성의 영역에서 제기된 문제의 하나, 즉 가시적인 형태가 어떻게 세대의 흐름을 거슬러 유지되는가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요구되었다. 현미경의 사용은 사물과 눈 사이의 비도구적 관계, 즉 자연사를 규정하는 관계에 근거를 두고 있었다. 203

3.4 시각적인 재현은 마침내 자연사의 대상을 구성하는 것, 즉 자연사가 잘 만들어진 언어를 구축하여 그것을 통해 전달할 것 자체를 자연사에 부여할 수 있게 된다. ...구성하는 연장, 즉 네 가지 변수 ...요소들의 형태, 양, 요소들이 공간 속에서 상관적으로 배치되는 방식, 요소들 각각의 상대적 크기이다. ...따라서 누구나 동일한 개체와 마주쳐 동일한 묘사를 할 수 있게 되고, 역으로 이런저런 묘사로부터 이에 상응하는 개체를 알아볼 수 있게 된다. 204

3.5 어느 주어진 기관 또는 요소에 대해 영향을 미치고 그것을 결정하는 이 네 가지 가치는 식물학자들이 구조라고 부르는 것이다. 205

3.6 구조는 가시적인 것을 제한하고 걸러 냄으로써, 가시적인 것을 언어로 기록할 수 있게 한다. 구조에 의해 동물이나 식물의 가시성은 담론에 의해 받아들여지고 담론으로 완전히 넘어가게 된다. 린네가 열망한 식물 칼리그람. 205

3.7. 재현을 통해 혼란스럽고 동시적인 형태로 마련되는 것이 구조에 의해 분석되고, 따라서 언어의 단선적 전개에 적합하게 된다. 실제로 주시되는 대상에 대한 묘사의 관계는 명제가 표현하는 재현, 즉 재현 요소들의 계열화에 대한 명제의 관계와 같다. 206

3.8 고전주의 시대에 자연사의 범위 전체를 가로지르는 구조의 이론에 의하면, 언어에서 명제와 분절에 부여되는 역할이 자연사에서는 하나의 동일한 기능 속에서 중첩된다. ...그리고 구조의 이론이 자연사의 가능성을 마테시스에 연결시키는 것은 바로 이러한 방식에 의해서이다. 207

3.9 이 모든 것은 자연사의 대상을 규정하는 데 있어 대단히 중요하다. 자연사의 대상은 작용이나 비가시적 조직에 의해서가 아니라 표면과 선에 의해 마련된다. 계통적인 단위에 따라서라기보다는 오히려 기관들의 가시적 모양에 의해 식물과 동물이 보이는 것이다. ...여기에서 식물학이 인식론적으로 상위에 놓인다는 사실이 유래한다. 208

4 특징

4 구조는 가시적인 것의 지칭인데...이런 식으로 얻은 묘사는 일종의 고유 명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자연사가 언어로 기록되려면 묘사는 ‘보통 명사’가 되어야 한다. 210

4.1 틀림없이 자연사는 파생과 파생의 형태로 인한 구속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결코 어떤 어원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자연사는 일상생활의 언어가 따로따로 유지하는 것을 하나의 동일한 작용 속에 통합해야 한다. ...자연사는 확실한 지칭과 제어된 파생을 동시에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구조의 이론이 분절과 명제를 하나의 동일한 것이 되도록 서로 겹쳐 놓는 것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특징의 이론도 지칭하는 가치와 이것이 파생하는 공간을 동일시해야 한다. 210

4.2 명명의 두 가지 기법 : 체계와 방법

4.3 체계는 묘사에 의해 면밀히 병치되는 요소들 중에서 이런 저런 것들을 선별한다. 그것들은 특권적이고 사실을 말하자면 배타적인 구조를 결정하는데, 이 구조에 관해 사람들은 동일성과 차이를 전체적으로 조사하게 된다. ...적절한 동일성과 차이로 선택된 구조는 이른바 특징으로 불리는 것이다. 212

4.4 방법은 드물건 많건 특징으로 구실하는 요소를 묘사된 전체에 의거하여 마름질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연역하는 데 있다. 여기에서 연역은 공제의 의미로 이해되어야 한다. ...첫 번째 묘사에서 언급된 어떤 것도 두 번째 묘사에서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차이만이 언급된다. 215

4.5 방법은 단 하나만 존재할 수 있을 뿐이지만, 체계는 상당히 많이 고안되고 응용될 수 있다. ...체계로는 동식물의 구조들 사이에서 등위 관계만을 알아볼 수 있을 뿐이다. ...반대로 방법은 가장 일반적인 동일성과 차이에서 덜 일반적인 것으로 나아가기 때문에, 수직적 종속 관계를 나타낼 수 있다. 216-217

4.6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체계와 방법은 동일한 인식론적 토대에 기초를 두고 있다. ...16세기에 식물들이나 동물들의 동일성은 공통의 실증적 표지에 의해 확보되었다. ...그래서 각각의 종은 저절로 식별되었고, 다른 모든 종과 무관하게 자체의 개체성을 표출했다. ...그러나 17세기부터 기호는 동일성과 차이에 따른 재현의 분석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방법과 체계는 단지 차이의 일반적인 격자에 의해 동일성을 규정하는 두 가지 방식일 뿐이다. 219

5 연속과 파국

5 자연사라는 언어의 핵심에 남은 문제 : 요컨대 구조가 결코 특징으로 변모하지 않을지도 모르고, 보통 명사가 결코 고유 명사로부터 생겨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가장 단순한 특징이 나타날 수 있으려면, 처음에 검토된 구조에서 적어도 하나의 요소가 다른 구조에서 반복되어야 한다. 219 ...상상력과의 이러한 유비는 자연사, 즉 잘 구축된 언어에 대해 보증으로서의 반복 필요성에 대해 흄이 풀었던 철저한 의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이 의심을 피해 갈 수단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 자연에는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 220

5.1 자연이 연속적이어야 한다는 이러한 요구가 체계와 방법에서 정확히 동일한 형태를 띠지는 않는다.

5.2 18세기에 자연의 연속성은 모든 자연사의 필요조건이다. ..자연은 반복된다는 것, 따라서 구조는 특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오직 연속성만이 보장할 수 있다. ...실제로 개체, 변종, 종, 속, 강의 연속을 정확히 단계적으로 가로지르는 것이 부단히 경험된다면...자연사는 불필요해질 것이고, ...일반 문법은 생물의 보편적 분류학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말의 분석과 완전히 구별된 자연사가 불가결하다면, 이는 자연의 연속이 있는 그대로 경험되지 않기 때문이다. 222

5.3 자연사가 과학으로 존재할 수 있기 위해서는 두 부류가 전제되어야 한다. 하나는 행물의 연속적인 망에 의해 구성되는데, 이 연속성은 다양한 공간의 형태를 띨 수 있다. 224 ...그렇지만 사건들의 계열은 분류위 연속성을 각각 독특한 방식으로 묘사하는 이 공간적 외형들과 매우 다른 것으로서, 불연속적이고 각각 서로 다른 국면들을 지니지만, 전체적으로 시간의 선이라는 단순한 선만을 드러낼 수 있을 뿐이다. 자연의 구체적인 형태, 자연에 고유한 밀도는 전적으로 분류의 표면과 격변의 선 사이에 자리한다. 225

5.4 고전주의적 사유에는 진화론이나 생물변이설의 기미가 없고 있을 수도 없는데, 그 이유는 시간이 생물의 내부 조직에 대해 결코 발달의 원리로 이해되기는커녕, 생물이 살아가는 외부 공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격변으로만 이해되기 때문이다. 226

6 기형과 화석

6 이와 같은 ‘진화론’은 생물의 순차적인 출현을 이해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실상 연속성의 원리와 모든 생물이 끊어지지 않은 평면을 형성하기를 요구하는 법칙의 일반화 방식...19세기부터 ‘진화론’으로 뜻하는 바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228

6.1 “이러한 진화는 창조의 첫날부터 동물의 배아에 이미 새겨져 있었고, 실제로 신이 사전에 마련해 놓은 태양계 전체의 격변과 관련되어 있다.” : 이러한 체계는 불변성의 신조를 뒤엎기 시작하는 진화론이 아니라, 시간까지 포괄하는 탁시노미아이다. 일반화된 분류법이다. 229

6.2 외부의 요소는 특징을 나타나게 하는 계기로서만 개입할 뿐이다. ...생물의 모든 우연적 형태를 결정하는 변수들의 일람표에 의해 선험적으로 가능하게 된다. 230

6.3 자연은 연속의 가능성이 있는 범위 내에서만 역사를 지닌다. 자연의 연속의 모습을 띠는 것은 자연이 가능한 모든 특징(모든 변수가 갖는 각각의 값)을 차례로 띠기 때문이다. 231

6.4 이러한 지형에서 기형과 화석은 둘 다 매우 분명한 역할을 수행한다. 자연이 보유하는 연속의 힘이라는 바탕 위에서 기형은 차이의 출현을 보증한다. ....화석은 자연이 가로지르는 모든 일탈 현상을 가로질러 닮음을 존속하게 하는 것이고, 동일성의 아련하고 막연한 형태로서 구실하며, 시간의 변천에 합치하는 준특징의 표지이다. 234 그렇기 때문에 기형과 화석은 탁시노미아에서 구조와 특징을 규정하는 차이와 동일성이 뒤쪽으로 투영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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