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5/18 밝힐 수 없는 공동체 Acéphale

작성자
bomi
작성일
2018-05-18 15:51
조회
30
밝힐 수 없는 공동체 Acéphale



1. [무두인]의 전조

1) 잡지 [도퀴망] Documents

1928년
바타유는 독일 시인 카를 아인슈타인, 민속학 박물관 부관장 조르주 앙리 리비에르 와 함께 잡지 [도퀴망]을 창간하고자 한다.

1929년
4월, 바타유가 편집을 총괄한 잡지, [도퀴망] 첫 호가 발간된다. "독트린, 고고학, 예술과 민속학"이 이 잡지의 광고문구이자 기획 의도였다. 바타유는 잡지의 창간과 함께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직 분류되지 않은 가장 자극적인 예술 작품들, 지금껏 무시되어 왔던 이질적인 몇몇 창작물들이 이제 고고학자들의 연구만큼이나 엄격하고 학문적인 연구의 대상이 될 것이다."

바타유는 [도퀴망]의 사전 목록 중 하나로 '비정형 informe'이라는 단어를 제시한다. 이때 바타유가 제시한 '비정형'이란, 정형을 완전히 부정하고 '무'로 환원하자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이는 '무엇과도 유사하지 않다'는 의미이며, 동시에 변화하는 것이며 작용한다는 의미이다.

1930년
바타유는 그노시스파의 조각상들에서 강한 충격을 받아 [도퀴망] 잡지에 그에 관한 기사를 할애했다.
그노시스파 조각상들에는 인간과 짐승의 모습을 혼합시키는 경향이 있었다. 바타유는 그노시스파의 조각상 이미지를 잡지에 싣고 직접 해설을 붙였다. 그노시스파의 조각상 이미지들은 바타유에게 무두인無頭人 Acéphale의 영감을 준다.

2) 반파시즘 조직 [반격] Contre-Attaque

1931년
보리스 수바린(공산주의자)이 [사회비평] La Critique sociale 첫 호를 발행한다. 이 잡지는 사회학, 정신분석학, 철학, 경제학, 역사 연구에 근거해 마르크시즘을 현실에 맞게 수용하는 작업을 목표로 한다. 바타유는 레몽 크노(시인, 소설가)와 함께 이 서클에 접촉한다.

1933년
3월, 발터 벤야민이 파리에 방문한다. 벤야민은 후에 [반격]과 '사회학회'에서 바타유와 친분을 맺게 된다. 이 시기에 바타유는 파시즘 관련 서적들을 읽고, 국가사회주의 관련 자료들을 수집한다.

1935년
1월, 바타유는 문학적 표현이 "일종의 학문적 탐사와의 결합"을 통해서만 자리를 갖게 하는 잡지를 창간하려 계획한다. 이 잡지의 제목은 '검은 짐승'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으로 인해 미셸 레리스(시인,소설가)와의 관계에 위기가 발생하고 레몽 크노와는 절교하게 된다.
4월 15일, '반격'의 임시 구성회 회합을 한다.
7월, 로제 카유아(사회학자)와 함께 혁명주의적 지식인들의 연합을 구축할 것을 계획하는데, 이것이 '반격'의 윤곽이 된다.
9월, '반격'의 구성 준비회가 진행되고, 10월, '반격. 혁명적 지식인들의 투쟁 연합' 선언이 발표된다. 이는 민주주의 체제의 무력함을 단죄하는 반파시즘적 운동이었다.
10월, [반격]의 판플랫을 접한 미술 작가 앙드레 마송은 바타유에게 이 조직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담을 편지를 보냈다. 마송은 조직 [반격]이 오로지 '이성-효율-유용한 노동'에 인간을 환원하고 인간의 '비이성적인 요소'를 부인하는 쪽으로 향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1936년
4월, 바타유는 '반격'의 편집국장을 사임한다. 이어 바타유는 종교적이나 반기독교적이며, 특히 니체적인 목적의 비밀 단체 [무두인] 을 구상한다.
반파시즘 단체 [반격]은 전쟁 문제에 대해 입장을 정하기 위해 (마지막) 회의를 개최한다. 이때 '초파시즘'이라는 단어가 등장함으로써 [반격] 내 균열이 가속화되고, 결국 해체되기에 이른다.

3) 앙드레 마송

1924년
바타유는 국립도서관 사서 자크 라보와 시인이자 소설가인 미셸 레리스와 함께 "그렇다(Oui)"라는 문학 운동과 잡지 창간을 기획한다. 이 시기에 바타유는 레리스의 소개로 앙드레 마송과 접촉하게 된다.

1936년
바타유는 비밀 단체 [무두인]을 구성하며 함께 계획했던 동명의 잡지를 창간한다. 앙드레 마송은 잡지 [무두인] 창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다. (마송은 미술 작업에서 automatism-자동기술법-을 창안했다.) 잡지 [무두인]은 바타유와 마송의 공동작업으로 태어났다고 말할 수 있다.
잡지 [무두인]은 스페인의 토사. 데. 마르에 있는 마송의 집에서 탄생한다. 마송은 [무두인]의 표지 그림으로 머리가 없는 사람의 그림을 그리고 바타유는 이곳에서 두 편의 짧은 글 '내가 보기에 실존은....'과 '신성한 주문(성스러운 음모)'을 쓴다.

앙드레 마송이 드로잉한 머리 없는 인간 형상 이미지는 바타유와 친구들이 꾸며낸 <성스러운 음모>의 휘장이었다. <성스러운 음모>의 강령은 다음과 같다.
"죄수가 감옥으로부터 도망치듯이 인간은 머리로부터 도주했다."

마송의 '무두인'의 초상은 다빈치가 그린 '비트루비우스의 인간'을 뒤집어서 반복한다. '비트루비우스의 인간'이 완벽한 질서를 향한 상승의 욕망을 대표하는 인간 초상이라면, '무두인'은 경직된 질서를 파괴하고자 하는 하강의 욕망을 암시하는 인간 초상이라 할 수 있다.

앙드레 마송은 공동발안자로 참여할 정도로 잡지 [무두인]의 창간에는 적극적이었지만 후에 비밀결사 [무두인]의 참가는 거부한다.


<앙드레 마송>
출처: http://www.yonhapnews.co.kr/culture/2010/01/27/0901000000AKR20100127200900005.HTML

<마송의 '머리 없는 인간' / 다빈치의 '비트루비우스의 인간'>



2. 비밀조직 [무두인]

1936년
6월 4일, 바타유는 '연구 모임' 혹은 '사회학 모임'을 만드는데, 이는 비밀 단체 [무두인]의 핵심 조직이었다. "저급한 정치적 관심사들"에 대항하는 성격의 집단 [무두인]의 첫 정기 모임이 11월 11일에 이루어진다. 콩코르드 광장의 오벨리스크 아래에 피 웅덩이 쏟아놓기, '사드'라고 서명하고 발신 주소는 루이16세의 두개골이 묻힌 곳으로 기재한 공식 성명서를 출판사들에 보내기 등으로 [무두인] 활동이 시작된다.

1937년
2월, [무두인] 회합에서, 비밀 단체 내부에서는 일체의 정치적 활동을 포기할 것을 표방하는 회보를 발간할 것을 결의한다. 한편 바타유는 [무두인]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사회학 학회]를 설립할 것을 계획한다. [사회학 학회]는 비밀 단체의 외부 조직으로서 "신성 사회학"의 영역을 다루게 된다.
3월, [무두인]의 기본 강령이 될 '무두인 숲에서의 금기들'이 작성되는데, 이에 따르면 단체의 비밀 의식(희생제의)은 셍제르맹앙레 부근 마를리 숲의 "벼락 맞은" 떡갈나무를 에워싸고 거행된다.

전설에 따르면 바타유의 비밀결사 [무두인]의 성원들은 기꺼이 제의적 희생양이 되는 데에 동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이 희생양이 될지언정 그 누구도 집행자가 되려 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희생제의의 집행자를 찾기 위해 보상금까지 내걸었지만, 끝내 그들의 목숨을 끊어줄 사람을 찾지는 못했다고 한다.

1939년
6월 6일 [사회학 학회]에서 바타유는 '죽음 앞에서의 기쁨'을 발표한다. 이 강연문에 나타난 신비주의적 방법론은 [사회학 학회]의 해체를 가속한다. 그가 신비주의적 수련에 몰두해 있었다는 사실은, 바타유 혼자 모든 글을 작성하고 소책자 형태로 편집한 잡지[무두인] 5호(마지막 호)에 실린 글 중 하나인 '죽음 앞에서의 기쁨의 실천'이라는 글에서 명백하게 드러난다.
10월 20일, 바타유는 [무두인]을 해체하고 27일 레몽 크노와 화해한다.



3. 밝힐 수 없는 공동체
-모리스 블랑쇼-

1) 공동체에의 요구

바타유는 항상 공동체의 부재로 전환되게끔 되어 있는 부재의 공동체에 내맡겨져 있었다.
"완벽하게 규칙에서 벗어난다는 것(한도의 부재에 자신은 내어 맡긴다는 것), 그것이 '공동체의 부재'라는 규칙이다."
또는
"나의 '공동체의 부재'에 속하지 않음을 어느 누구에게도 허락할 수 없다."
여기서 소유대명사 '나의'가 가져오는 패러독스가 있다.
- 공동체의 부재라는 것이 '나의 것'이 아닐진대, 그것이 어떻게 나의 것으로 남아 있을 수 있는가?
- 공동체의 부재가 나의 것이라는 말은 마치 내 것의 가능성과 나아가 모든 사유화의 가능성을 파괴하는 동시에 어느 누구도 소유할 수 없는 나의 죽음이 나의 것이기를 요구하는 것과 같지 않은가?

장-뤽 낭시는 바타유를 "공동체의 근대적 운명에 대한 결정적 체험에 있어서 의심할 바 없이 가장 멀리 나아가보았었던 사람"으로 본다.

바타유는 자신에게 충실할 수 없었다. 즉 바타유는 자신으로 남아 있긴 했지만, 끊임없이 타자가 될 수밖에 없는 필연적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그 필연적 변화에 따라 그는 역사의 변천들과 반복 불가능하기에 고갈된 체험들에 응답해야 한다는 또 다른 요구를 끊임없이 개진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의 사유를 충실히 따라갈 수 없다.

바타유에게(대략) 1930년에서 1940년까지 '공동체'라는 말은 이후의 시기에 비해 보다 중대성을 띠고 성찰의 과제로 부과되었다. [...] 그의 사유에서 정치적 요구가 없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2) 왜 공동체인가? / 결여의 원리

왜 공동체인가?
바타유의 대답은 매우 명료하다. "모든 인간 존재의 근본에 어떤 결핍의 원리가 있다......"

결여의 원리.
그것은 하나의 원리로서 한 인간 존재의 가능성을 좌우하고 가늠한다. 따라서 그 결과 원리로서의 결핍은 완전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결핍된 인간 존재는 온전한 실체를 이루기 위해 타자와 결합되기를 원하지 않는 것이다. 결핍에 대한 의식은 자신에 대한 문제 제기에서 비롯되며, 그 문제 제기를 위해 타자 자체 또는 하나의 타자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인간 존재의 실존은 타자 또는 복수의 타자를 부른다.
따라서 각 인간 존재는 어떤 공동체를 부른다.

3) 공동체 무두인

공동체 무두인의 각 구성원은 그 공동체 전체였다. 그뿐 아니라 각 구성원은, 완전하고 전적인 실존을 향해 나아가기 때문에 무無와 마주할 수밖에 없는 인간 존재 전체의 강렬한 육화肉化였다. 하지만 무익한 육화.
각 구성원은 분리의 절대성에 따라서만 그룹을 형성했다. 깨지기 위해서 그 분리의 절대성은 역설적인 관계, 나아가 비상식적인 관계로 변하기까지 긍정될 필요가 있었다. 그 관계는 모든 관계를 거부하는 절대적 타자들과의 절대적 관계였다.

숲에서 제물은 스스로 제물이 되는 것에 동의했었고, 죽어가면서만 죽음을 건네줄 수 있었던 자의 죽음을 건네받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죽음의 최고의 가능성 가운데에서의 죽음의 불가능성(희생 제물의 목을 가르는 칼, 같은 동작으로 그 희생 제물은 '사형 집행자'의 머리를 자른다)으로 인해, 가장 수동적인 수동성을 긍정하면서 흥분 가운데 고양되는 불법적 행동은 최후의 순간까지 유보되었다.

4) 희생과 비움

무두인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 그것은 자신을 비운다는 것, 자신을 내어준다는 것과 같았다. 한계 없는 비움에 자신을 결정적으로 내어줌. 바로 거기에 공동체를 해체하면서, 동시에 공동체를 세우는 희생이 있다. 희생에 따라 공동체는 어떠한 형태의 현전의 권위도 인정하지 않는 시혜施惠의 시간에 내맡겨진다.
선물 또는 비움은, 결국 아무 줄 것도 없고 아무 희생할 것도 없기에 선물을 주고 스스로 비우는 것이다.

'공동체의 부재'는 공동체의 실패가 아니다. '공동체의 부재'는 공동체 내에 포함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공동체의 부재'는 공동체의 정점에 있으며, 공동체 자체가 필연적으로 사라지는 고난과도 같다.
무두인은 공유될 수 없었던 것, 고유의 소유로 보존할 수 없었던 것, 나중에 내어주기 위해 남겨둘 수 없었던 것에 대한 공유의 경험이었다.

공동체 무두인은 그 자체로 고유하게 존재할 수 없었으며, 다만 급박성 가운데 뒤로 물러나 존재할 수 있었을 뿐이다.
그들은 우두머리 없이 존재하면서 상징적 우두머리의 우위와 장長, 합리적 이성, 계산, 척도 그리고 상징적인 것의 권력을 포함하는 모든 권력을 배제했었을 뿐만 아니라, 확고하고 주권적인 행위로 여겨져왔던 배제 자체를 배제했었다.


<출처>
1) 조르주 바타유, 『라스코 혹은 예술의 탄생/마네』, 차지연 옮김, 워크룸프레스, 2017.
2) http://www.sonahmoo.com/1280237
3)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70475
4) 모리스 블랑쇼, 『밝힐 수 없는 공동체』, 박준상 옮김, 문학과 지성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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