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7/10 『담론의 질서』 _ 미셸 푸코 지음/ 이정우 해설

작성자
bomi
작성일
2018-07-10 18:51
조회
1658
푸코: 파레시아 읽기 세미나: 2018년 7월 10일 / 발제자: bomi
미셸 푸코 지음/이정우 해설 『담론의 질서』, 이정우 옮김, 도서출판 중원문화,


제1부 『담론의 질서』 _미셸 푸코

시작하면서_ 나는 오늘 내가 행해야 할 담론 안으로, 그리고 이제부터 여기에서(꼴레쥬 드 프랑스) 내가 다루어야 할 담론들 안으로 슬며시 미끄러져 들어갈 수 있기를 바랐던 것 같다. 말을 하기보다는, 나는 그것에 의해 둘러싸이기를, 그리고 모든 가능한 시작을 뛰어넘게 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 그렇게 된다면 나는 시작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담론의 시원이기보다는 그의 전게, 그의 좁은 틈, 그의 가능한 소멸이 되리라.



제2부 『푸코 사상의 여정』 _ 이정우


1. 말과 사물의 각 장들

1_<1부> 고전시대를 다룬다.

1장)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통해서 고전 시대에는 인식을 가능하게 하는 초험적 주체와 같은 것은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또 고전 시대의 인식은 사물들이 그 안에서 질서 정연하게 배분되는 표 위에서 성립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2장)
고전 시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기 전에 그 전 단계로서 르네상스 시대의 에피스테메를 논하고 있다.
푸코는 르네상스 시대는 유사성의 개념에 의해 지배되었던 시대이며 사물들의 이마쥬가 유사성에 의해 끊임없이 증폭되었던 시대로 보고 있다.
유사성의 네 종류 : 친화, 조응, 유비, 동감과 반감
3장)
고전 시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로서 고전 시대적인 인식 방식에 대한 일반적인 논의를 전개시키고 있다.
우선 푸코는 돈키호테의 예를 통해서 르네상스 시대로부터 고전 시대로의 변환 과정을 다룬다. 봄과 읽음의 관계, 유사성을 통해 본 세계가 무너지는 과정, 언어의 위상 변화 등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4장, 5장, 6장)
3장에서 해명된 고전 시대 에피스테메의 일반적 구조에 입각해 일반 문법, 자연사, 부에 대한 분석이 보다 상세히 논의되고 있다.
일반 문법, 자연사, 부의 분석은, 말하고 생명체로서 살아나가고 또 노동하는 인간과 관련되는 세 과학들이다. 푸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전 시대의 이 세 담론들 속에는 인식을 가능하게 하는 또는 역사를 가능하게 하는 인간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인간이란 단지 고전 시대적인 표 속의 한 항에 불과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로써 그는 칸트 이래 우리가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겨왔던 '인간Homme'개념이, 발명된지 얼마 안되는 개념이며 또 (구조주의의 등장을 통해) 이제 사라져가고 있는 개념일 뿐이라는 점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2_ <2부> 19세기 이후의 근대를 다룬다.
고전 시대로부터 근대로 이행하면서 이제 고전 시대적인 표는(가) 사물들의 유기적인 공간으로 화하며 고전 시대를 지배했던 아프리오리는(가) 우발성에 의해 지배되는 시간적 사건들로 화한다. 역사의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 선험적transcendent(초월적) 주체에서 초험적transcendental 주체로의 이행
- 선험적 주체 ; 모든 인식에 선행하는 주체
- 초험적 주체 ; 모든 인식 가능성의 조건이 되는 주체

7장)
고전 시대적인 표상이 무너지고 근대적인 에피스테메가 등장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고전 시대 인식의 일반적 특성을 다루고 있는 3장과 대칭을 형성한다.
서구 근대성을 인식과 역사의 가능성의 조건인 초험적 주체의 등장을 통해 정의한다.
이러한 일반적인 변화에 수반되는 학문 세계의 재편성, 언어의 위상 변화, 문학의 등장 등이 전개되고 있다.
8장)
7장과 마찬가지로, 초험적 주체 개념이 등장할 수 있게 해준 가능성의 장을 다루고 있다.
이러한 논의가 보다 구체화되어, 큐비에에게서 나타나는 새로운 생물학의 형성, 리카르도로 대표되는 정치경제학의 형성, 보프에게서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비교언어학의 형성을 다루고 있다.
이러한 담론들의 장 속에서 말하고, 일하고, 생명체로서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새로운 개념이 어떻게 형성되는가 하는 문제가 다루어진다.
9장)
주체 철학에 대한 논의가 구체화 된다.
근대적 의미의 인간의 탄생, 초험적 주체의 탄생을 다루고 있다.
10장)
구조주의의 등장과 주체의 소멸이 다루어짐으로써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

'말과 사물'은 푸코의 철학적인 측면의 정점이다.


2. 한 철학자의 철학을 이해하기 위한 두 요소

1) 푸코의 철학을 이해하기 위한 두 요소
a. 타자에 대한 문제의식 - 푸코의 철학적 문제의식
b. 프랑스 인식론의 전통 - 푸코의 철학적 틀, 이론

2) 한 철학자를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a. 그의 철학적 틀을 무시한 채 그의 문제의식만을 상식의 차원에서 다루어서도 안되며,
→ 한 철학자를 단순한 수필가로 다루게 되는 경우
b. (동시에) 그의 현실적인 문제의식은 제거한 채 그의 철학적 이론만을 문제로 삼아서도 안된다.
→ 한 철학자를 한 사람의 개별과학자로 다루는 경우

3) 푸코의 타자에 대한 그의 문제의식에만 주목하고 그의 인식론적인 분석틀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를 문명 비판가나 고급 수필가로 다루는 것이지 철학자로서 다루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그의 이론적인 측면만 주목하고 그의 문제의식을 무시한다면, 그것은 푸코의 철학에서 그 생명을 빼앗는 것이 된다.

4) 푸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대인으로서의 푸코의 문제의식에 깊이 공감해야 하며, 동시에 꽁트로부터 오늘날의 쎄르에 이르기까지의 프랑스의 메타과학적 전통에 대한 깊은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
위 말에 따르면, 나는 푸코를 문명 비판가나 수필가의 차원에서 바라본 경우에 가까울 것 같다.
'말과 사물'을 공부하며 종종 당황스럽고 의심스러운 감정이 들었다. 이러한 감정들이 생긴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우선 철학적 틀에서 푸코의 사유를 바라볼 수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말과 사물'이 이전에 읽었던 푸코의 다른 저작들에 비해 낯설게 느껴진 것도 이 때문인 것 같다.
푸코의 철학에 관한 앎을 더 확장하고자 한다면, 프랑스 인식론의 전통을 알아야 한다.


3. 프랑스 인식론의 전통 그리고 푸코의 철학사적 공헌

1) 프랑스 인식론의 전통

프랑스 인식론의 전통은 특히 현대적인 맥락에서는 오귀스트 꽁트에 그 연원을 두고 있다.
꽁트 이후 물질 과학에서 쿠르노, 포앙카레, 뒤엠, 메이에르송, 바슐라르, 꼬와레 등의 거장들이, 생명 과학에서 베르나르, 베르그송, 깡길렘, 다고녜 등의 거장들이 메타과학적인 분석에 큰 공헌을 했다. 더불어 인간과학에 대한 인식론적 연구도 꾸준히 이어져왔으며, 꽁트에서 뒤르케임에 이르기까지의 실증주의와 레비-스트로스 이후의 구조주의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푸코는 다채롭게 전개되어온 이 프랑스 인속론의 전통을 직계로 계승하고 있으면서도 지금까지 이러한 메타과학적 전통에서는 다루어지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대상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특이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이다.

2) 푸코의 사유

a. 푸코의 사유는 [타자의 사유]이다.
한 사회에 존재하는 각종의 나눔은 단순한 이론적인 문제가 아닌 평가의 문제이며 권력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나눔을 통해 스스로를 정립하는 동일자와 그 나눔의 경계 바깥으로 밀려나는 타자가 대립하게 된다.
푸코는 광인, 환자, 과학으로 정립되지 못한 지식들, 범법자들, 여자들과 아이들 등 지금까지 철학적 담론에서 늘 배제되어 왔던 타자들을 처음으로 철학의 문제 영역권으로 진입시킨 사람이다.

b. 푸코의 사유는 [바깥의 사유]이다.
푸코는 동일자 안에서 자기 정립적으로 사유하지 않는다.
그는 동일자의 바깥에서 사유한다.
레비-스트로스가 유럽 바깥에서 사유하는 것을 가르쳐준 이래, 푸코는 바깥의 사유를 가장 깊이 있는 형태로 정립하고 있다.

c. 푸코의 사유는 [극한의 사유]이다.
바깥의 사유를 정립한 결과 그의 사유는 또한 극한의 사유라는 형태를 띠게 된다.
푸코의 사유는 동일자와 타자가 만나는 극한선상에서 성립한다.

3) 푸코의 철학사(프랑스 인식론사)적 공헌

a. 우선 푸코는 과학이나 이데올로기가 아닌 지식 또는 담론에 조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정신병리학 등과 같은, 고도의 엄밀 과학과 일상적인 말들 사이에 존재하는 미성숙 과학들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지금까지 인식론에서 소외되어왔던 많은 영역들을 발굴해내었다
b. 이러한 영역들이 푸코 이전에 전혀 다루어지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푸코의 진정한 공헌은, 깡길렘의 연장선상에서, 이러한 영역들을 엄밀하게 다룰 수 있는 메타과학사적 개념장치들을 만들어내었다는 점이다.
c. 나아가 푸코는 이러한 인식론적 작업을 바탕으로 서구 철학사의 근저에 흐르고 있는 많은 중요한 문제들 - 주체의 문제, 역사의 문제, 이성의 문제, 권력의 문제, 타자의 문제 들- 에 대한 심오한 통찰들을 일구어내었다.

4) 인식의 기본 구도에 대해 푸코가 주장하는 세 가지 사항

a. 인식 주체가 인식 대상을 이러저러한 식으로 표상할 때 이러한 과정은 아무렇게나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과정은 인식 주체들이 그에 무의식적으로 따르는 바의 어떤 일정한 방식에 따라서 일어난다. 즉 이러한 과정은 그 과정을 가능하게 해주는 어떤 가능성의 조건들에 따라서 일어난다. 고고학이란 이러한 가능성의 조건들, 즉 초험적 조건들을 드러내는 작업이다.
b. 이러한 가능성의 조건은 두 측면을 지닌다. 하나는 그 인식이 일어나는 언어적 조건들이고, 다른 하나는 그 인식이 일어나는 배경, 즉 사회적 조건들이다. 인식의 가능성의 조건들 중에서 특히 결정적인 것은 바로 인식에 내재적인 언어적 조건들과 인식에 외재적인 사회적 조건들의 관계맺음의 양태이다. 그래서 고고학은 이러한 언어적 조건과 사회적 조건들이 만나는 극한, 즉 그 경계선상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고고학은 인식을 내재적으로만 다루는 전통적인 인식론과도 또 인식을 외재적으로 다루는 맑스주의, 뒤르케임의 사회학, 지식 사회학 등과도 다르다.
c. 그런데 이러한 가능성의 조건들은 문제되고 있는 담론이 무엇인가에 따라 공간적으로 다르며 인식이 발생하고 있는 시대가 언제인가에 따라 시간적으로 다르다. 즉 인식의 가능성의 조건은 공간적, 시간적 경우들에 따라 변환된다. 어떤 담론에서, 어떤 시대에 이러한 가능성의 조건들이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공간적, 시간적 변화에 따라 이러한 조건들이 어떻게 변환되었는가를 드러내는 것, 이것이 고고학의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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