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7일 페미니즘을 퀴어링! 1부 섹슈얼리티 1장 섹슈얼리티의 사회적 구성 발제 : 발제자 강길모

작성자
zdknight
작성일
2018-07-17 15:42
조회
1359
페미니즘을 퀴어링! 1부 섹슈얼리티 1장 섹슈얼리티의 사회적 구성 발제

강길모


킨제이 보고서:
1950년대 발간된 킨제이 보고서는 금기시되어온 성적 실천들(자위, 난교, 동성애)이 이전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만연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동성애의 경우 10%의 확률로 꾸준히 발생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 킨제이 보고서의 연구가 말해주는 것은 훨씬 더 복잡하다. 킨제이 보고서에는 몇 가지 인상깊은 방법론이 도입되었다. 우선 성적 지향을 연속적인 정도의 문제로 측정해서 배타적인 정체성 범주에 속박되는 것을 피했다. 또한 동성애적 정체성 대신 동성애적 행동에 집중함으로서 성적 본질주의에 대해 도전했다고 볼 수도 있다.

*발제자의 생각: 이 단락 및 이후의 내용에도 불구하고, 성적 본질주의를 전적으로 거부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은 어느 정도 남는다. 퀴어의 역사는 그야말로 험난한 것이었으며, 현재에도 마찬가지이다. 사회적인 억압과 차별, 멸시, 위협에도 불구하고 퀴어가 ‘되어야만 했던’ 개인의 특징들을 성적 본질주의를 완전히 거부한 채 논할 수 있을까?

사회적 구성주의:
어떤 이론가들은 동성애에 대한 본질주의적 관점이 레즈비언 여성과 게이 남성의 권익에 기여한다는 대중적인 가정에 반대하면서, 그 대신 성적 쾌락과 욕망에 관한 범주들이 역사적-문화적으로 발전한 것이라고 간주한다. 이를 “사회적 구성주의”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는 대안적 성 정체성 범주뿐만 아니라 이성애자 정체성에도 적용된다.
정체성 개념은 사회적 존재를 구조화하고 그것에 의해 구조화되는 관습과 금지를 결정하며 또한 그러한 관습과 금지에 의해 결정된다. 게다가 정체성 범주는 흔히 이분법적이며, 지배 집단과 그 지배 집단에서 배제된 사람들을 대조함으로써 확립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이성애 개념과 그에 따른 이성애자 정체성은 동성애 개념과 그에 따른 동성애자 정체성 없이는 존재할 수 없었다. 따라서 동성애와 이성애의 존재는 모두 필연적이라기보다는 우연적이었다. 다만 이러한 주장이 성 정체성에 대한 의지론과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 사회적 구성주의는 사람들이 동성애와 이성애 사이에서 자유롭게 선택한다고 제안하지 않으며, 그 대신 동성애와 이성애가 발생하는 개념틀, 즉 패러다임이 역사적으로 발전된 것이라고 제안한다.
*발제자의 생각: 이성애 개념이 동성애, 혹은 퀴어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조차 일종의 서구적인 이분법이 아닐끼? 예를 들면, 배제되었다는 인식조차 없이 배제되는 동성애 개념을 동양사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특히 여성의 동성애는 존재 자체가 인정되지 않은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사회적 이성애 개념은 마찬가지로 견고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물론 글의 전반적인 논점은 사회구성적인 것이 맞지만, 사회구성주의적 관점 내부에도 여전히 서구적 이분법, 혹은 서구 사회만의 고유한 관점이 여전히 있을 가능성은 있다.

의미론적 전체론:
패러다임 이론은 의미론적 원자론과 대립되는 의미론적 전체론이라고 볼 수 있다. 패러다임 이론의 핵심적인 주장은 모든 개별 용어의 의미는 전체 의미-신념망 체계를 참조해야만 이해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즉, 하나의 개별 용어는 그 자체를 분석하기보다 전체 의미망 체계를 참조해야 해당 패러다임의 관점에서 알맞게 해석된다는 뜻이다. 이러한 패러다임 이론의 도입이 의미하는 바는 경험적 증거가 하나의 패러다임이 아닌 여러 패러다임에 의해 해석 가능하다는 것을 열어놓는다는 점이다. 즉, 경험적 증거가 오직 하나의 패러다임으로만 해석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다만 이러한 주장을 전면적 상대주의와 혼동해서는 안 되며, 그 대신 패러다임 자체가 경험적 증거에 의해 불충분하게 결정된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경험적 증거와 해당 패러다임 이론이 부합하지 않는다면, 다른 패러다임이 필요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문화적 차이 :
이러한 쿤의 패러다임 이론은 과학뿐만 아니라 더욱 폭넓은 범주에서 적용될 수 있다. 몸들은 여러 문화에서 다양한 방식들으로 문화와 관계 맺어왔지만 이를 명확하게 바라볼 패러다임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었다. 특히 서구 사회의 관점에선 더더욱 그러하다. 예를 들어, 고대 그리스의 남색문화나 인도의 히즈라,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두 영혼과 같은 비서구의 다양한 성적 실천들은 흔히 동성애가 문화를 가로질러 존재해왔다는 보편적 증거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들이 오늘날 서구사회에서 동성애가 존재하는 방식으로 해당 사회들에서 동성애가 존재했다는 것을 확립해주는 것은 아니다. 이를 어떻게든 기존의 틀에서 해석하려는 시도들 -아메리카 원주민의 두 영혼을 게이 문화가 아닌 트렌스젠더 문화로 보려는 등의 – 이 있지만 문화적 차이는 이런 시도들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주니 족의 라마나 같은 ‘두 영혼’이 해당 사회에서 성스러운 존재로 숭배된 반면, 현대 아메리카 사회에서 트렌스젠더들은 동정, 두려움, 혐오같은 부정적인 반응과 함께 하며 심지어 폭력 피해에 노출되어 있다.

패러다임을 넘어서:
성정체성의 범주는 그것이 정의되는 문화적 맥락에 고유하다. 특히 오늘날 서구 사회의 성정체성의 범주는 사람들이 성적 욕망과 쾌락의 측면에서 스스로를, 혹은 사회적으로 정의할때에만 유효하다. 고대 그리스의 남색문화나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젠더 가로지르기 현상들은 동성애가 역사적, 문화적으로 보편적이라기보다 오히려 구체적인 정체성 범주가 역사적, 문화적으로 특정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들을 사회적 구성의 관점에서 본다면 다양한 문화가 성적 지향에 대해 이름붙이는 다양한 방식들을 설명 할 수 있다. 현대 미국의 주류 문화에서 남성과 성관계를 맺는 사람은 대개 게이라고 이름붙여지지만, 현대의 남미문화에서는 성관계에서 맡은 역할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명명된다. 또 다른 한편, 성적 행동과 성 정체성 간의 불연속성은 대부분 그 자체로 기만으로 여겨지며 그럴만한 부분들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동성애적 지향을 가진 사람이 적극적으로 다른 동성애자를 비판하는 일들도 종종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보았을 때 성적 행동과 성 정체성 사이의 불연속을 단순히 기만으로 간주하는 것은 잘못이다. 동성애, 이성애, 혹은 양성애 정도의 정체성 범주를 추가한다고 해서 다양한 성적 지향들을 완전히 포섭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를 단순하게 기만의 관점에서만 보는 것은 본질주의를 강화할뿐이다. 이 문제에 대한 대안적인 접근법은 이와 같은 부조화를 확립된 패러다임의 틈새로 여기는 것, 이 틈새를 해당 패러다임에 대한 사회적 구성을 조사할 시작점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발제자의 생각: 성적 행동과 성 정체성 사이의 불연속에 대해 말할 때, 기만과 불일치의 맥락은 전혀 다른 것으로 보인다. 만약 기만이 가능하려면, 자기 스스로가 하는 성적 행동이 자신이 갈망하는(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성 정체성을 억압해야 한다. 반면 불일치는 자신이 갈망하는 성 정체성 자체를 자신이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보아야 한다. 문화적으로 아직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거나, 혹은 책에서 가려는 방향인 퀴어로서의 개인의 특성이 불일치를 만들거나, 그 어느 쪽일지라도 ‘현재 이 사회에서 문화적으로 명명된 정체성이면서도 자신의 개인적 특성과도 일치하는 정체성’이 무엇인지 알지 못해야 비로소 불일치가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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