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아티클 2012.5] 키워드로 만나는 <다중지성의 정원>

언론 속 다지원
작성자
다중지성의정원
작성일
2018-02-19 22:31
조회
886

키워드로 만나는 <다중지성의 정원>


아래 원고는 월간지 <경향아티클> 2012년 5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blog.naver.com/kh_article?Redirect=Log&logNo=50140121327




① 다중지성

‘다중’(multitude)은 오늘날 우리가 목도하며 경험하고 있는 새로운 주체(성)들의 이름입니다. 다중은 국가질서와 자본질서에 대항하며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잠재적이면서도 끊임없이 현실화되는 특이한 힘입니다. 특히 인간의 물리적 신체뿐만 아니라 정서, 감각, 지각, 마음 등까지도 포섭하는 인지자본주의(cognitive capitalism) 시대에 다중이 표현하는 정보적, 정동적, 행동적, 소통적 능력들은 자본주의를 비판하며 그것을 넘어서려는 활동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2008년 5월에 시작된 촛불시위에서 우리는 광범하게 이 이름을 듣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다중이 오늘날 지성을 생산하며 확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날 다양한 지성기관을 흡수하여 성장한 대학은 오늘날 ‘지성’보다는 ‘부패’, ‘시장’, ‘기업’에 점점 더 깊게 침윤되고 있습니다. 지하철 광고에서 취업과 스펙을 자신의 모토로 내건 대학을 보는 것은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대학기관에서 눈 및 마음의 시선을 돌리면 우리는 다양한 감성과 지성의 주체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비정규직철폐운동의 흐름을 이룬 희망버스운동, 홍대 앞 ‘사막의 우물’로 주거권운동의 주요한 한 페이지를 쓴 두리반투쟁 등은 새로운 감성 및 지성운동의 중요한 지류들입니다. 그리고 지난 2011년 3.11의 후쿠시마 핵사태의 암울한 기운 속에서도 전 지구의 생명과 존엄을 걱정하며 태동한 자생적 반핵운동의 바람과, 기아와 빈곤의 땅으로만 알려진 아프리카와 중동의 민주화 바람은 새로운 지성의 전 지구적 지류들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지성적 흐름들을 ‘다중지성’이라 여기고 이것을 확대하기 위해 우리의 단체의 이름으로 삼았습니다. 대학이 그 부패 속에서 수익성 척도에 따라 서열화 되고 협소하게 격자화된 관심을 논리화한 전문지성을 양산한다면 다중지성은 삶의 존재론적 가치를 강조하는 협력적이고 창조적인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중지성의 정원>은 이러한 흐름들을 모아내고 있습니다.


② 정원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에피쿠로스는 아테네 교외에 ‘정원’을 꾸려서 지식인은 물론이고 매춘부, 아이들, 거지들이 함께 대화하며 공통의 의미를 생산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이 정원의 구성원들은 철학을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활동’으로 여기고 공부를 지속하였습니다.
<다중지성의 정원>도 이와 같은 ‘21세기형 정원’이 되고자 합니다. 우리는 오늘날의 새로운 상황 속에서 학생, 교사, 교수,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 노동자, 가사 노동자, 성노동자, 실업자, 사무직 노동자, 서비스직 노동자, 연구원들, 아이들, 주민들 … 등이 함께 모여 현재의 질서를 넘어설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꾸리고 그것을 새로운 의미평면 위에서 조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서로 다른 국지적, 우발적, 특이적 투쟁들이 연결지점을 찾으면서 제3의 투쟁으로 변신해 나가는 생성의 소용돌이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③ 쿠쿠

‘쿠쿠’(KuKu)는 에스페란토어로 ‘강의 관리자’를 뜻하는 ‘kursa kuratoro’의 약어입니다. 에스페란토어는 자멘호프가 19세기 말에 발명한 언어로, 국가와 민족이 없는, 국가와 민족을 넘어서기 위한 언어입니다. <다중지성의 정원>은 지성을 생산하고 공유하는 활동에는 특정 국가와 특정 민족에 한정될 수 없다는 뜻에 같이 하며 이 언어를 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쿠쿠는 강의 진행을 위한 준비뿐만 아니라 다지원의 기획, 운영, 청소 등을 함께 하는 자원 활동가들로써 다양한 세대와 직업을 갖은 분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언제든지 대환영입니다!


④ 홍대

2007년 10월에 개원한 <다중지성의 정원>은 ‘홍대 앞’ 서교동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문화의 집결지였던 ‘홍대 앞’은 점점 더 상업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여전히 홍대 앞에는 특이한, 창조적인 인문학?문화?예술 운동을 하려는 이들이 모여 있습니다. <다중지성의 정원>은 이러한 개인들 및 집단들과 홍보물을 상호 교류하며 소식들을 나누고 있습니다. 홍대에 오실 일이 있으시면 들려주세요. 흥미로운 소식들이 많으니까요.


⑤ 누구나

많은 분들이 물어보시는 중요한 사실(!)을 한 가지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다중지성의 정원>에서 운영하는 강좌 및 세미나에는 ‘누구나’ 참석하실 수 있습니다. '내가 자격을 갖추었을까? 내가 능력이 될까?' 라는 의문이 드시는 분은 누구나 '그렇다'고 스스로에게 자신있게 대답하십시요. 주제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있으신 분은 누구나 자유롭게 세미나에 참석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