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 병원

작성자
youngeve
작성일
2018-09-15 02:04
조회
243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 젊은 여자가 흰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여자를 찾아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 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화단에서 금잔화 한 포기를 따 가슴에 꽂고 병실 안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 여자의 건강이 - 아니 내 건강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본다.


젊은 여자는 마치 실성한 것처럼 보인다. 견딜 수 없이 아파서 정신을 놓은 상태인 것 같다.
윤동주는 시집의 제목을 <병원>으로 지으려고 했다고 한다. 그만큼 이 사회는 병든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여자는 일광욕을 하고 있다. 일광욕은 태양이 있어야 할 수 있고, 이 태양은 희망을 상징한다고 생각했다.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이미 늙어서 희망이 없이 살아가는 늙은의사는 보이지 않는 것을 꿈 꾸고 희망하는 젊은이의 아픔을 모른다. 그래서 젊은이에게 병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윤동주는 말한다. '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 이것은 늙은 의사에게 가지는 연민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여자는 아픈 가슴에 금잔화 한 포기를 따서 꽂고 병실 안으로 사라진다. 금잔화는 일종의 치료제가 되는 것이다.
마지막에 화자는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본다. 이것은 아픔을 공감하며 함께 하고 싶은 마음과 연민의 마음 또는 도피하고 싶은 마음 내지는 위로받고 싶은 마음 같은 것들을 내포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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