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비둘기

작성자
youngeve
작성일
2018-10-14 08:57
조회
414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세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1번지 채석장 도루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기술 문명과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사라져가는 자연의 가치를 노래한 시로,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기술 문명이 오히려 인간을 소외시키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들은 자신들 뿐만 아니라 모든 자연과 사물을 인간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자원으로 간주한다. 현대인들은 존재자들을 관리하고 조작하고 지배하고 향유하는 데 빠져서 존재를 망각하고 있다. 우리 시대의 가장 큰 위기는 모든 존재들에 깃들여 있는 성스러움이 사라져버렸다는 데 있다. 성스러움이 존재하지 않는 존재, 모든 것이 기술적으로 처리될 수 있는 자원이나 수단으로 간주되는 세계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우리는 존재자들의 신비스러운 충만한 존재를 경험해야 한다. 이러한 존재의 신비를경험하는 것만이 현대의 기술문명이 초래한 위기에서 우리가 벗어날 수 있는 길이다. ( 박찬국,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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