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시대적 고찰> 발제문

작성자
Yeongdae Park
작성일
2018-10-16 19:18
조회
79
□ 다지원 <니체> 세미나 ∥ 2018년 10월 16일 ∥ 발제자: 박영대
텍스트: 니체, 『반시대적 고찰Ⅰ』, 1~6장

1. 186쪽 : “현재 지식이 아니라 능력, 학술[정보]가 아니라 예술이 문제가 되는 곳, 즉 삶이 교양의 종류에 관해 증언을 해야 하는 곳에서는 어디서나 단지 하나의 독일적 교양만이 존재할 뿐이다. - 그리고 이 교양이 프랑스에 대해 승리했다는 것인가? …… 이것은 어떤 경우에도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더 엄격한 훈련 및 더 냉정한[기꺼운] 복종이라는 도덕적 기질들은 교양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예를 들자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교양이 있던 그리스 군대와 상대했던 마케도니아 군대의 특징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누가 독일의 교양과 문화의 승리에 관하여 말한다면, 그가 혼동하고 있다고 할 수 밖에 없는데, 이 혼동은 독일에서 문화의 순수한 개념이 상실되어ᅟᅩᆻ다는 데서 기인한다. 문화는 무엇보다 어떤 민족의 삶의 표현에서 나타나는 예술적 양식의 통일이다. 많이 안다는 것과 많이 배웠다는 것은 문화의 필수적 수단도 아니고 징표도 아니며, 그것은 필요한 경우에는 문화와 대립하는 야만, 즉 무양식성 혹은 모든 양식의 무질서한 뒤죽박죽과 잘 조화된다.”
→ 니체는 앞부분에서 진정한 문화(혹은 교양)와 당대 독일의 문화를 구분한다. 진정한 문화는 삶을 구성하는 능력과 삶을 살아가는 양식으로서의 예술이 중심이다. 『비극의 탄생』에서도 강조했듯이, 그리스 비극은 단순한 공연 형식이 아니라 그리스인들의 삶의 양식을 보여준다. 또한 예술이나 문화도 그저 미술관의 전시품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세계와 존재를 규정하는 원리, 혹은 존재가 성취해야할 스타일이다. 때문에 삶, 문화, 예술은 니체에게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스스로 위대한 개인이고 독자적인 존재가 되도록 부추기는 것이 ‘진정한 문화’이면서 ‘문화의 순수한 개념’이다. 그러나 당대 독일에서 ‘문화’라는 이름으로 지칭되는 것은 이와 무관한 것들이다. 더 엄격한 훈련과 기꺼운 복종으로 길들이는 것이다. 엄격함과 복종은 본래 야만의 속성이다. 스스로 고귀해지지 못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덕목인 셈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점은, 당대 독일인들이 학문이나 예술을 잘 알고 있는 야만인이라는 점이다. 즉 문화를 아는 고귀한 자들도 아니고, 그렇다고 문화에 무지한 자들도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교양(문화) 속물’이라는 모순적인 단어로 밖에 지칭할 수 없다. 문화를 알되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고, 단순한 기분전환의 수단으로만 삼아서 스스로 고귀하고 교양있는 척하는 인간, 이것이 교양 속물이다. 이는 모든 문화와 대립하며, 아무런 스타일이나 삶의 양식이 없는 야만과 다르지 않다.

2. 191쪽 : “그러나 지배권을 장악한 체계적 속물 문화는 바로 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아직 문화가 아니다. 그것은 나쁜 문화라고 할 수도 없으며 단지 문화의 반대, 즉 지속적으로 정당화된 야만에 불과한 것이다. 현재 독일의 모든 교양인들에게 한결같이 눈에 띄는 특징의 통일성은 진정한 양식[style]에 포함된 예술적으로 생산적인 형식과 요구들을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배제하고 부정함으로써만 통일성이 되기 때문이다. 교양 있는 속물의 뇌에서 분명 불행한 왜곡이 발생했다. 그는 문화의 부정을 바로 문화로 간주한다. 그리고 그가 일관성 있는 태도를 취하기 때문에 결국에는 그러한 부정들이 서로 연관된 그룹, 즉 비문화[un-culture]의 체계를 얻게 된다. …… 그는 언제나 대립되는 행위를 취한다. 그리고 항상 그것을 택하기 때문에, 그의 모든 행위에는 부정적 의미에서의 동질적 특징이 새겨진다. 그는 바로 이 특징에 입각하여 자신이 특허를 부여한 ‘독일 문화’의 성격을 인식한다. 이 특징과의 불일치에 입각하여 그는 자신에게 적대적이고 반항적인 것을 측정한다. [교양속물은 스스로를 방어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교양의 속물은 이런 경우 단지 거부하고, 부정하고, 비밀로 하고, 귀를 틀어막고, 똑바로 쳐다보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증오와 적대의 관계에서도, 부정적 존재다. 그는 자신을 속물로 취급하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자신에게 말해주는 사람을 그 누구보다 증오한다. 즉 그는 힘 있고 창조하는 모든 사람의 장애, 회의하고 방황하는 모든 사람의 미궁, 피로에 지친 모든 사람의 수렁, 높은 목표를 추구하는 모든 사람의 족쇄, 싱싱한 모든 새싹을 해치는 안개, 탐구하며 신생을 갈망하는 독일 정신을 말려 죽이는 사막이다. 왜냐하면 이것, 이 독일 정신은 탐구하기 때문이다.”
→ 교양속물들의 문화는 문화라고 부를 수도 없는 비문화, 반문화다. 나쁜 문화, 곧 삶에 일정한, 나쁜 스타일을 부과하는 문화조차도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애초부터 일정한 스타일을 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문화는 문화에 대한 적대적 감각으로 형성된다. 그것이 설령 일관된 면을 보인다 하더라도, 이는 자체적으로 정립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일관된 스타일에 대한 일관된 반항이나 거부일 뿐이다. 교양속물들은 부정과 거부, 마비, 회피를 통해서만 성립된다. 이렇게 앎과 문화의 힘을 두려워하는 이들은, 결코 ‘탐구’를 원치 않는다. 삶에 대한 탐구는 삶을 필연적으로 변화시킨다. 삶에서 생겨나는 모든 창조, 모든 회의와 방황(창조에는 회의와 방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높은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사실 삶을 더욱 활기차고 살아있도록 만든다. 하지만 새로운 삶을 거부하는 이들은 이 모든 창조와 회의, 삶의 싱그러움을 부인할 수밖에 없다. 단지 현실의 인정, 모든 변화가 상실된 상태, 박제된 삶만을 추구한다. 그래서 앎과 문화의 힘을 거부하게 되는 것이다.

3. 196쪽 : “그러나 그는 ‘삶의 진지한 일’, 다시 말해 직업, 사업, 처자식의 문제를 심심풀이와 엄격하게 구분한다. 그런데 이 심심풀이에는 대략 문화와 관련된 모든 것이 속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 스스로 진지한 일을 하기 시작하고, 그의 생업, 사업과 습관, 즉 속물로서 행하는 진지한 일을 침해하는 요구를 내세우면, 이 예술에 저주가 있을 것이다. 그는 마치 무언가 외설적인 것을 본 것처럼 이런 예술에서 얼굴을 돌리고, 정조를 지키는 파수꾼의 표정으로 보호가 필요한 모든 덕성에게 보고 있지만 말라고[보지 말라고] 경고한다.”
→ 우리에게 공부나 앎, 혹은 ‘니체’는 이런 경우가 많다. 고전을 열심히 읽으면서 새로운 배움을 얻어냈다 쳐도, 그것을 결코 ‘삶의 진지한 일’에 접목시키지는 않는다. 생계나 인간관계처럼 삶의 결정적인 순간에는 자신이 배운 앎을 스스로 부인한다. 그런 모든 일을 제외하고, 사람들은 단지 남을 비판하거나 상식과 부합할 때만 자신의 앎을 꺼낸다. 자신이 배운 앎은 삶에 전면적으로 들여왔을 때, 달라지는 삶을 두려워하기 때문일까. 교양속물을 비판하는 글이지만, 일차적으로 우리, 교양속물들을 정확히 묘사하는 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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