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 - '나'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

작성자
absinth
작성일
2018-10-20 14:57
조회
51
'나'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

<형태와 정보 개념에 비추어본 개체화>의 중반부로 다다르면서, 시몽동은 '개체'의 정의는 무엇인가, 그리고 '개체의 경계'는 어디인가를 묻는다. 개체의 경계는 거칠게 말해서 구조적으로 정의될 수도 있고 기능적으로 정의될 수도 있다. 구조와 기능, 그 둘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일까?

시몽동은 구조보다는 기능의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보인다. 시몽동에 따르면, "해부학적 독립성은 개체성의 기준과는 거리가 매우 멀다. 개체성의 기준을 구성하는 것은 기능적 독립성이다" (원서 194p, 번역서 369p) 개체의 경계는 그 개체가 '자기 스스로의 내부에 정보체계의 회귀과정을 담보하고 있는가'를 통해 규정될 수 있다. 가령 나의 뇌, 위장관, 혹은 심장은, 내 신체의 다른 부분들에서 분리되어 따로 떨어져 나옴으로써 자기 혼자서 자생할 수 없다. 심장은 뇌와, 뇌는 위장관과, 위장관은 다시 심장과, 서로 서로 상호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하나의 회귀적(시몽동이 지속적으로 말하고 있는 이 '회귀'라는 것은, 요즘말로 하면 '피드백의 연쇄'라고 보면 된다) 정보체계를 형성함으로써만 존재할 수 있다. 뇌는 자기 스스로 회귀적 정보체계를 형성하지 못한다. 그것은 다른 신체 부위와 연결되어 있는 한에서만 회귀성을 형성한다.

물론 시몽동이 구조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세포생물학의 역사가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구조가 기능을 반영한다'는 테제가 전복되는 것도 아니다. 구조는 분명 기능을 반영하지만, 그것은 언제나 기능의 분화를 통해서만 하나의 구조로 '분화'되고 '개체화'되며, 심지어 서로 다른 구조를 가진 것들이 같은 기능을 나타내는 경우도 많다. (해부학적 계통상 전혀 다르게 분지되어 나온 고래의 지느러미와 상어의 지느러미, 혹은 故 스티븐 제이 굴드의 그 유명한 '판다의 엄지'가 대표적인 예다)

게다가 기능보다 구조를 따라 개체를 정의하려는 우리의 습관은, <티마이오스>에 나온 플라톤의 그 유명한 문구를 따르자면, 눈이라는 기관에 쉽게 현혹되는 우리의 경향성에서 유래되는 것이라고, 그래서 그만큼 벗어나기 힘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이러한 습관성을 벗어나 기능의 관점에서 사태를 바라보게 될 때, 새로운 혜안을 얻게 되곤 한다.

예전부터 나는 인간 정신의 '경계'에 대해 고민해온 바 있다. '나'라는 개인. (이 '개인'은 물론 푸코의 선언 이후 규정되어 온 근대적 '개인'일 것이다) 이 개인의 경계와 한계선은 어디까지인가? 어디선가 외부의 비난이나 공격이 나타났을 때, 어떤 경우 한 개인은 자신의 신체적 경계 내부에 규정된 전통적인 '나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발끈하고 나서지만, 또 어떤 경우 나는 '나'만이 아닌 나의 애인, 또는 나의 자녀, 혹은 나아가 나의 국가를 대신해 발끈하고 나서기도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나'의 경계가 확장되는 것을 경험하곤 한다.

게다가 내가 정신의학에 몸담고 난뒤 접하게 된 '전이'라는 개념. 이 것이 나로 하여금 다시 '경계'개념에 천착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전이Transference'나 '투사Projection'은 반드시, 그리고 절대로 '몸으로 체험해봐야 하는' 개념이다. 글로 배우는 것과 직접 체험해보는 것 사이에 개념의 정립되는 정도가 매우 다르다. 전통적인 개념의 과학에 종사하는 사람은 이러한 심리적인 개념을 '주관적'이라는 이유로 배제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하고도 명료하게 존재'한다. 여기에도 전이가 있고, 저기에도 전이가 있다.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나의 앞에 '있다'.

전이와 투사 개념을 확장해 시몽동의 개체화 개념과의 만남을 시도하는 것. 이것이 내 후속 연구로서의 관심사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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