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이미지> 코멘트 페이퍼 167~207

작성자
jmmhhh
작성일
2018-10-25 21:58
조회
74
1. 너무 가까운 (p. 170)

벤야민은 꿈 속에서 무언가에 압도당했다고 적었다. 그것은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이었다. 벤야민이 파리의 모더니티를 동경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지만, 이 글에서 벤야민이 동경하는 대상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모던과 거리가 먼 건축물이다. 심지어 그것은 벤야민이 "그리던 것의 심장부"에 있다. 가장 모던한 도시의 심장부에 있는 가장 전통적인 것. 가장 전통적인 모던. 가장 모던적인 전통. 그리고 벤야민과 이 건축물 사이에는 어떠한 매개(media)도 없다. 왜냐하면 그가 "너무 가까이 다가갔기 때문"이다. 벤야민이 받은 이 감각(sense)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대상을 향해 "달려드는"(대상화? 여기에는 어떤 상상계적 욕망이 도사리고 있는 것 같다. 그 욕망은 벤야민이 말하듯 이미 소유와 연결되어 있다. 영원한 결핍의 환유적 연쇄) 어떤 매개적 장치로 환원할 수 없다(irreducible). 그것은 이미 "문턱"을 넘어서 있다. 벤야민의 감각은 이미 초월을 향해 있다.(여기서 벤야민의 아포리아가 드러난다. 유물론자였지만 그는 늘 초월적인 어떤 구원을 생각하는 사상가였다. 유물론적 초월?) 오직 "이름의 힘"만이 "사랑하는 것을 살아 있게 해 준다." 동경은 이미지이지만 이미 이미지가 아니다. 이미지 아닌 이미지. 이미지 없는 이미지. 이 자기면역적(autoimmune) 이미지에서 벤야민은 어떤 구원, 도피, 아우라의 흔적(trace)을 발견한다.

2. 발굴과 기억 (p 182)

기억은 심리학적인 것인가 문화적인 것인가? 몇 년 몇 월 몇 일 몇 시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는 것이 '기억'일까? 이런 도구적 기억을 벤야민이 거부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해 보인다. 기억은 진술적(constative)이기보다 오히려 수행적(performative)이다. 데이터보다 이미지에 가깝다. 기억은 "모든 이전의 관계망에서 떨어져" 나온다. 기왕의 의미론적 질서에 포섭되지, 혹은 동일화되지(identified) 않는 것이다. 기억은 언제나 기억되지 않은 것으로 남아 있다. 기억할 수 없는 것을 기억하기. 사실 관계에 어긋난다고 해서 그 기억이 '틀렸'을까?
기억이 학술적으로,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화두다. 4.3을 기억하기. 광주를 기억하기. 세월호를 기억하기. 그런데 기억 행위가 "발굴된 물건들의 목록"을 작성하는 일에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진정한 기억이라 볼 수 있을까? (홀로코스트 생존자 증언 논란에서 이미 문제는 첨예해졌다) 기억이 기억할 수 없는 것을 기억한다면, 즉 기억의 가능성은 오직 기억의 불가능성을 자신의 조건으로 둘 때만 가능하다면, 기억 행위는 "사실을 보고하는" 게 아니라, 기억의 "장소를 표시"하는 것에 더 가깝지 않을까? 장소는 명확한 기의를 지시하지 않는다. 그것은 언제나 결핍된 채 남아 있다. 남아 있어야 할 것으로 남아 있다(remains to be remained). 장소의 기억, 기억의 장소는 계획적이고 계산적인(calculable) 발굴을 거부한다. 환산 불가능한(incalculable) 것으로서, "어두운 대지" 속에 남아 있다. 망월동, 팽목항, 아우슈비츠, 하미 마을.

3. 습관과 주의력(p. 193)

괴테는 아마 인간 존재의 존엄을 주의력이 가장 잘 대표한다고 믿었기에 그를 찬양했을 것이다. 그러나 주의력은 필연적으로 사람을 긴장시키는데, 지나친 긴장은 오히려 존엄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 그래서 그 긴장은 습관에 의해 완화되어야 한다. 즉, 주의력은 그것이 인간 존엄을 드높이는 바로 그 순간에 이미 습관에 의해 오염되어(contaminated) 있다. 주의력은 습관이라는 타자를 자신의 내부에 항상 이미(always already) 가지고 있으며, 오직 그 조건 아래서만 주체로서 주의력이 될 수 있다. 타자로서의 나(the other that therefore I am). 주의력이 최고조에 달한 순간이 가장 산만한 순간이다. "양자는 이미 자신 안에 그 대립물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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