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끝부분

작성자
outis
작성일
2018-11-10 19:33
조회
416
루카치가 말하는 로자 룩셈부르크의 성취 : 맑스주의 정통성을 갱신하고 근대의 지배적인 권력관―권력을 분할할 수 없는 일자(“one and indivisible”)로 본다―을 극복한다. 로자의 뒤를 따라 서구 맑스주의는 제2, 3 인터내셔널의 기계론적 존재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새로운 정통성은 ‘『자본론』에 반하는 맑스주의’로 정식화.
루카치는 맑스를 읽고 헤겔을 재해석하면서 철학적 행동을 총체성의 해석으로 자리매김한다. 1917년 이후 총체성은 소비에트와 노동계급의 혁명 과정에 의해 재편된다. 이 과정은 총체성을 두 측면으로 변형한다. 총체성을 생산하는 측면과 총체성의 생산물인 측면, 즉 주체와 객체. 프롤레타리아는 자본에 의해 생산되고 지배될 뿐만 아니라 자신을 자본주의적 관계로부터 해방시켜 자본 너머로 나아가는 윤리적·정치적 행동의 양태이기도 하다. 혁명적 실천은 투쟁 행동의 다양한 특이한 양태들의 연계된 힘을 드러낸다. 서구 맑스주의는 바로 이런 식으로 태어났다. 서구 맑스주의는 스딸린주의적 독단주의에 의해 질식되었지만, 2차 대전 이후에 그리고 특히 1968년 이후에 이전보다 더 강하게 재탄생했다.
서구 맑스주의에서 서구적인 면은 쏘비에트의 과학적 사회주의가 가진 동구적 독단성과 대조되는 데 있다. 이 이외에 유럽 바깥에 비서구적이며 비동구적인 맑스주의의 강력하고 창조적인 흐름들이 있다. 브라질의 Roberto Schwartz, 불리비아의 Alvaro Garcia Linera, 중국의 Wang Hui, 인도의 Ranajit Guha와 Dipesh Chakrabarty, 미국의 Cedric Robinson, 가이아나의 Walter Rodney. Christine Delphy, Mariarosa Della Costa, Nancy Hartsock 같은 사회주의적 페미니즘의 저자들도 유럽이나 미국에 있을지라도 맑스주의의 또 하나의 비서구적 영토로 간주되어야 할 것이다. 이들이 이례적으로 두드러진 기여를 했지만, 우리는 여기서 서구 맑스주의에, 그 이론적 풍부함과 한계에 논의를 국한하기로 한다.
루카치에 대한 비판은 많다. ① 노동계급을 일종의 프로메테우스로, 이상적인 혁명과정의 장본인으로 만든 점 ② 노동계급을 유일하게 가능한 해방의 주체로 본 것을 이유로 그를 책망하기도 쉽다. 그러나 루카치의 맑스주의 재발명 또한 부정할 수 없다. 그는 세계를 자유로운 생산으로 재구축하는 사회적 주체를 노동자들의 욕망의 총체로 본다. 삶의 전부를, 그 총체를 혁명화하려는 노동계급.
1968년 이후 서구 맑스주의는 총체성 개념을 강렬하게 회복하고 시간 속에서 전개시킴으로써 재탄생한다. 과정으로서의 역사 그리고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연속적 변이. 사회 혁명과 정치 혁명 사이에서 주체성의 생산을 함축하는 운동으로서의 노동계급의 행동.
뽕띠(Maurice Merleau-Ponty)는 역사성의 새로운 경험—생산물이자 생산작용—을 언어와 20세기 후반부의 프롤레타리아의 실천으로 옮겨놓음으로써 1968년을 앞질러 구현한다. 뽕띠는 루카치의 『역사와 계급의식』에 명시적으로 준거하면서, 역사의 주체성을 통합하고 주체화를 루카치의 프로메테우스주의로부터 (그 힘은 건드리지 않고 유지한 채) 해방시킨다.
뽕띠 : “루카치는 주체성을 부수현상으로 만들지 않고 역사 속에 통합하는 맑스주의를 보존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의 적들은 공격하려고 한다.) 그는 맑스주의의 철학적 정수를, 그 문화적 가치를, 마지막으로는 그 혁명적 의미를 보존하려고 한다.”
여기서도 의식적 생산물과 의식적 생산성이라는 두 관계가 결합되어 있다.
뽕띠는 또한 루카치의 사상을 확대하고 심화함으로써 총체성 개념을 변형시킨다. 이제 관념적이고 총체화하는 퍼스펙티브는 자본의 신비화로서 제시된다. 이 신비화에 따르면 사회는 명령에 ‘포섭’된 것, 시장에서 ‘사물화’된 것으로서 재현된다. ‘실질적 포섭=삶권력.’ 그러나 명령에는 항상 저항이 있고 시장의 위계에 반하는 전복적 움직임이 존재한다. 즉 자본주의적 객관성을 내부로부터 뒤흔들어 혁명적 주체화의 장을 열려 하는 반란 계급이 존재하는 것이다.
뽕띠는 프랑크푸르트학파(이들은 루카치의 작업을 무력화하려는 목적을 가진 듯하다)처럼 자본주의적 총체성을 신격화하지 않고, 어떻게 계급투쟁이 권력의 실재 총체를 뒤흔들고 연속적으로 다시 여는지를 부각시킨다. 그는 루카치의 담론에서 사물화된 총체성이 역설적이게도 그것이 총체화되어 있기에 열려있음을 발견한다. 이는 질서를 복구하는 관념론적인 ‘지양’(Aufhebung)이 아니라 파열의 초변증법(hyperdialectic)이다. 뽕띠는 혁명의 변증법적 과정을 정반합의 화해(pacification)로 보지 않고 환원 불가능한 갈등으로 보는 사고를 개시했다. 유물론적이고 신체적이며 살아있는 변증법이다.
1968년에 끝난 ‘단기 20세기’에 자본주의는 무사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반대쪽도 마찬가지였다. “노동과 노동력의 변형은 삶정치적 생산의 시기를 낳았으며, 이 시기에는 주체성의 생산이 경제적 가치의 창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는 이 이행을 이해하고 생산의 사회화를 더 촉진함으로써 그 생산성을 발전시킨다. 자본에 포섭된 사회에서 삶의 세계와 인간 자체의 사물화를 통해 종속을 이루는 자본의 관행은 노동력에 총체성 수준에서 구속복을 입힌다. 자본의 관리이론들을 보면 노동자들의 주체화를 지배하기 위한 이러저러한 정도로 명시적인 제안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 끔찍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일을 사랑하라고 노동자들에게 애원하면서 말이다.”
서구 맑스주의의 성취는 사회변형의 과정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갱신하는 것이었다. ‘진리로서의 총체’는 주체성의 해방적 차원에 우선권을 부여하면서 특이성들에 기반을 두어 총체를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뽕띠에게서는 이 인식론적 모델이 소련식 독재에 대한 비판에 의해 틀지어져 있다. 소련식 독재는 주체성에 반하는 전체주의(totalitarianism)로서 제시된다. 뽕띠: 코뮤니즘은, 근대와 단절한 변증법 개념을 통해, 통치를 혁명으로 대체하는 영속적인 위기와 계속적인 불균형의 사회가 된다. 이러한 의미의 코뮤니즘은 전통적인 진보관들이나 진보주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명시적으로 표현되는 적은 별로 없지만, 서구 맑스주의의 또 하나의 성취는 권력관을 갱신한 것이다. 권력은 초월적 통합성이나 신학적 연속성 없이 완전히 내재적인 것으로 이해된다. 이는 들뢰즈가 푸꼬의 권력관을 해석한 것과 호응한다. “권력은 본질이 없다. 단지 작동할 뿐이다. 권력은 속성이 아니라 관계이다.” 원주16 Gilles Deleuze, Foucault, trans. Sean Hand,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1988,p. 27.
권력은 피지배자(the dominated)에게 ‘삼투되어’(invested) 그들과 그들의 실천에 속속들이 작용한다. 그러나 피지배자도 또한 권력에 대한 투쟁에서 권력이 그들에게 행사한 온갖 실천들과 행위들을 이용한다. 권력을 말하는 마지막 말은 ‘저항이 먼저 온다’이다. 들뢰즈: 푸꼬에게는 자본의 전략 이전에 존재하는 노동자들의 저항을 맑스주의로 보는 트론띠의 해석의 메아리가 있다. 권력은 다이어그램 안에 완전히 갇혀 있지만, 저항은 다이어그램이 그로부터 파생되는 “외부”와 직접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다. 푸꼬에게서 저항이 완전히 횡단적인 다원성을 긍정한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렇다면 푸꼬가 서구 맑스주의의 최종 대표자인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런 딱지를 붙이는 것이 아닐 것이다. 이 맑스주의 재해석의 시기에 저항과 투쟁의 연속성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리더십(지도)의 문제. 권력을 본질로 보는 것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을 때, 총체가 단편화된 것으로 나타날 때, 운동이 스스로 혁명의 전략을 주장할 때, 리더십은 어디에 있는가?
전체 0

전체 99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공지사항
다중지성 연구정원 세미나 회원님들께 요청드립니다.
다중지성의정원 | 2019.11.03 | 추천 0 | 조회 1422
다중지성의정원 2019.11.03 0 1422
공지사항
[꼭 읽어주세요!] 강의실/세미나실에서 식음료를 드시는 경우
ludante | 2019.02.10 | 추천 0 | 조회 1912
ludante 2019.02.10 0 1912
공지사항
세미나를 순연하실 경우 게시판에 공지를 올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ludante | 2019.01.27 | 추천 0 | 조회 1869
ludante 2019.01.27 0 1869
공지사항
비밀글 <어셈블리> 세미나 참가자 명단 - 2019년 1월
ludante | 2018.07.05 | 추천 0 | 조회 11
ludante 2018.07.05 0 11
95
3장 발제
july123 | 2020.03.21 | 추천 0 | 조회 497
july123 2020.03.21 0 497
94
[공지] 1월 18일 7시 모임 공지
ludante | 2020.01.12 | 추천 1 | 조회 548
ludante 2020.01.12 1 548
93
16쪽 분량 수정본
july123 | 2020.01.11 | 추천 0 | 조회 529
july123 2020.01.11 0 529
92
[공지] 1월 11일 토요일 5시 페데리치 번역 모임 공지
ludante | 2019.12.14 | 추천 0 | 조회 690
ludante 2019.12.14 0 690
91
12/14 실비아 페데리치 번역모임 정리 파일입니다.
ludante | 2019.12.14 | 추천 0 | 조회 595
ludante 2019.12.14 0 595
90
발제
rakuta | 2019.12.14 | 추천 0 | 조회 551
rakuta 2019.12.14 0 551
89
합본
july123 | 2019.12.14 | 추천 0 | 조회 631
july123 2019.12.14 0 631
88
12p
evadongpachloe@gmail.com | 2019.12.14 | 추천 0 | 조회 560
evadongpachloe@gmail.com 2019.12.14 0 560
87
12월 14일 토요일 5시 페데리치 번역 모임이 열립니다.
ludante | 2019.12.06 | 추천 0 | 조회 650
ludante 2019.12.06 0 650
86
페데리치
evadongpachloe@gmail.com | 2019.11.30 | 추천 0 | 조회 646
evadongpachloe@gmail.com 2019.11.30 0 6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