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카> 4부 정리1~22

작성자
eiron90
작성일
2019-08-08 17:36
조회
33
4부 정리8

=> ‘인식’은 ‘감정’이기도 하지만 감정 이전에 관념이다. 인식, 즉 관념은 의식으로 들어왔을 때(“우리에게 의식된 한에 있어서”) 비로소 감정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인식 자체로는 감정이나 욕망을 억제할 수 없다.(정리14~15) 그것은 현실적으로 감각되어야 힘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미래보다는 “현재 매혹적인 것”(정리16), 혹은 우연적인 것보다는 “현재 존재하는 사물”(정리17)에 더 쉽게 끌리고 압도당하게 된다. 이것이 “인간이 참된 이성에 의해서보다 의견에 의해서 더 많이 움직여지는”(정리17의 증명) 이유이다.
이상으로 볼 때, 스피노자는 어느 정도는 이성으로 감정을 제어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가령 정리16을 보면, 스피노자는, 인간은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그것이 미래에는 불행을 초래한다고 해도 당장의 현실 상황에 매달리는 존재임을 인정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이성의 지령”(정리18의 증명, 249)으로 그런 (타당하지 않은) 감정이나 욕망을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성이란 “각자가 모두 자기 자신을 사랑하며, 자기의 이익(진실로 자기에게 유익한 것)을 추구하고, 진실로 인간을 보다 큰 완전성으로 인도하는 모든 것을 욕구할 것을, 그리고 절대적으로, 각자가 가능한 한 자신의 존재를 보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요구”(정리18의 증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은 이성에 대한 절대적 신뢰에 바탕하고 있다고 생각되며, 19세기의 공상적 사회주의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에 대해 도스토옙스키는 자신의 소설에서 신랄하게 비판한 바 있다.) 즉 나의 이익은 궁극적으로 전체의 이익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순진한(?!) 발상 말이다.
스피노자는 코나투스가 “자기 고유의 본성의 법칙에 따라서”(정리18의 증명) 저절로 ‘덕’을 이루는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보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을 이성이라고 명명한다. 하지만 내 생각에 그것은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선이기는 하지만, 다소 철없는 낙관으로 보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