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여성은 일하는 여성이다 - 3차

작성자
ludante
작성일
2019-09-21 22:43
조회
560
그러나 남성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여성에 대한 성적 희롱을 해도 되는 사회에서 여성들은 어렸을 때부터 밤에 나다니지 말고 외출 시에도 언제 나갈지, 어디를 갈지, 무엇을 입고 나갈지 조심하라고 배우면서 큽니다. 어렸을 때부터 내 세대의 여성들은 폭력이 우리 삶에 한 요소라는 사실, 거리의 남성들이 우리의 신체를 조롱하거나 겁주는 말들을 한다는 사실에 대비하여야 했습니다. 또 아버지와 남편 들이 우리를 때렸을 때조차 참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말입니다.

페미니스트 운동의 일대 전환점은 1976년 3월 브뤼셀에서 열린 <여성에 대한 범죄 국제 인민 재판소>였습니다. 이 행사를 조직한 페미니스트들은 당시 개인이나 가정 내 폭력뿐만 아니라 전쟁과 제도 정책과 관련된 폭력 등 모든 종류의 폭력에 대해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여성 폭력에 관한 미국 페미니즘 운동의 한계 중 하나는 가해자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것에만 집중한 나머지 종종 경찰과 손을 잡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는 패착이었습니다. 흑인 여성들의 운동이 분명히 했듯이, 처벌 강화는 이미 핍박받는 지역사회의 남성들을 범죄화하는 것으로 귀결되었습니다. 오늘날에는 회복적 사법과 지역사회의 책임성이 요구됩니다. 이는 주로 흑인 페미니스트들이 주장해온 것입니다.

우리의 여성 폭력 분석은 가사노동을 자본주의 생산의 한 형식으로 보고, 가족 전체의 유기적 구조를 구축하는 데서 임금이 하는 역할을 규명하는 것에 기반했습니다. 우리는 폭력이 언제나 가족 내에 잠재해 있으며 임금을 통해 국가가 남편에게 부인의 일을 감시하고 통제할 권력을 양도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 권력은 부인이 자신의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다면 그들을 학대하는 것마저([옮긴이] 우리들의 분노를 담아 번역했음.)도 포함합니다. 나는 이를 간접적 지배의 한 종류로 봅니다. 여성에 대한 국가의 지배가 남성과 그에게 지급되는 임금을 통해 매개되는 것입니다. 1970년대에 생활보조를 받는 여성들이 정부를 지칭할 때 “큰 서방님”(The Man)이라고 부른 것은 그냥 한 말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이 점이 가정폭력이 그토록 오랜 세월 드러나지 않고 국가 권력에 의해 범죄로 취급되지 않았던 이유입니다. 우리는 강간조차도 가정 내 훈육의 한 가지 형태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여성들의 시간과 공간을 제어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밤에 남편의 동행 없이 나돌아 다니지 말고 아이들 곁에서 집에 머무르며 집안일을 하고 내일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 등입니다. 그래도 외출한다면 강간에 노출될 수 있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겠다는 것입니다. 강간의 위협은 여성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암묵적인 훈육인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폭력이라고 여겨지지도 않는 폭력을 당하는 인구의 또 다른 축인 아동들의 학대와 여성 폭력이 연관되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때려도 되는데, 왜냐하면 국가는 여성과 마찬가지로, 훗날 겪게 될 착취형태에 아이들을 길들이기 위해 필요한 훈육방식이라고 구타를 용인하기 때문입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흑인 전체 즉 흑인 여성과 남성에 대한 폭력과 이어지는데, 노예제를 거쳐 오늘날에 폭력은 더 잔인하고 파괴적인 형태로 자행되고 있습니다. 폭력은 사람들이 예속적 지위로 밀려나는 것을 받아들이게 하고 강도 높은 착취를 부과하는 데에 언제나 필수적입니다.

JR : <가사노동에 대한 임금> 플랫폼이 가장 많이 오해를 받았던 측면들은 무엇입니까?

SF : 광의의 페미니스트 운동은 여성이 처한 조건을 개선하는 데는 관심이 있었지만 사회를 자본주의에서 탈피시켜 변화시키는 데는 똑같은 정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후자 없이 전자를 달성할 수 없다고 느꼈습니다.

<가사노동에 대한 임금>은 “우리가 집에서 가사노동을 하던 대로 계속할 테니 돈을 달라.”는 주장을 한다고 오해를 받았습니다. 실제로는 우리는 <가사노동에 대한 임금>을 거부의 전략으로, 우리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부여하고 우리 삶을 조직하는 방법을 결정할 더 많은 힘을 주는 전략으로 여겼습니다. 우리는 “여성을 집안에 제도화한다.”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만난 많은 여성들은 돈이 없으면 아무데도 갈 수 없고 남편을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기 때문에 이미 자신들은 가정 내에 제도화되어 있다고 우리에게 말하곤 했습니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가사노동에 대한 임금을 지급받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추정하는 비평가가 일부 있었지만 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가사노동에 대한 임금이 그 자체로 강력한 목표가 아니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우리는 가사노동에 대한 임금을 요구하는 투쟁이, 무료 보육 및 기타 주요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국가를 강제할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믿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여성 운동은 아직도 이것들을 쟁취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이런 상황이 부분적으로는 운동이 모든 에너지를 남성 지배적 공간으로 진입하는 데 사용했고, 재생산 노동의 조건을 바꾸는 싸움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가사노동, 육아 및 기타 형태의 돌봄 노동과 관련된 재생산 노동 말입니다. 그동안 국가는 여성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기는커녕 기존에 이용할 수 있었던 서비스의 접근성을 오히려 떨어뜨렸습니다. 1960년대 말보다 오늘날 노후지원나 양육지원을 받는 것이 더 어려운 실정입니다.

유급노동뿐 아니라 가사노동, 섹슈얼리티, 육아처럼 여성이 가장 강력한 영역, 그러면서도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의 영역에서 투쟁하자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었습니다. 1976년에 유급 출산 휴가 문제가 대법원에 회부되었을 때 페미니스트들 중에 이를 지지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 “특권”을 부여받으면 평등을 요구할 자격이 없어질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1980년대 초반에 이르러 많은 여성이 임금 노동에 진입하게 되었고, 그들은 “평등”이 기만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녀들은 집안에서 아이들과 친척들을 돌보는 막대한 양의 무급노동을 여전히 감당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녀들은 직장에서 각개전투를 벌여야 했습니다. 게다가 지구화로 인해 노동의 조직화 전체가 지각변동을 겪는 시대에 말입니다. 미국에서는, 일자리들이 해외로 이전되고 국가가 [사회복지]서비스들을 삭감하면서 산업복합체의 해체가 일어났습니다. 그러니까 여성들은 공장의 지붕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에 노동력으로 진입한 것이었습니다.

JR : 당대의 테크놀로지가 선생님의 활동에 어떤 방식으로 도움이 되거나 방해가 되었습니까?

SF :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컴퓨터와 인터넷이 없어서 문제였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길거리, 세탁소, 여성들이 모이는 여러 곳에서 여성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직접적인 만남이 매우 중요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온라인상의 만남이 가능하게 해주는 것보다 더 나은 소통을 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인터넷에 많은 시간을 소모하지만 반드시 그것이 정치적으로 생산적인 방식인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양의 정보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되고, 각종 요청들이 끊이지 않아서 일일이 응답하기가 힘들거나 피상적으로 대답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덧붙이자면 영국, 이탈리아, 캐나다의 여성들과 주고받은 서신 뭉치들을 나는 아직까지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는 각 지역의 정치 상황을 논문처럼 분석하는 글들도 있습니다. 심사숙고해서 쓴 서신들인 것입니다. 오늘날에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죠. 그렇다고 해서 인터넷과 컴퓨터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기도 한다는 점을 의심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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