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1/11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작성자
bomi
작성일
2020-01-11 17:48
조회
31
다지원 기획세미나, 역사비판 세미나. ∥2020년 1월 11일∥보미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수전 브라운밀러, 박소영 옮김, 오월의 봄, 2018.

1장 강간의 대중심리

몇몇 진화생물학자는 '남자들이 그렇지'가 거스를 수 없는 암울한 숙명이라고 굳게 믿는다. 강경한 몇몇 신다윈주의자는 (공격성과 난교 성향 및 재생산하려는 충동을 탑재한 ) 수컷이 최소한의 비용을 투자해 자기 유전자를 퍼뜨리려 할 때 강간은 비용 대비 효과가 높은 전략이된다는 이론을 내놓는다. 강간과 자식 부양에 실패한 것이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설명해주다니 이 얼마나 환상적인 논증인가! (15)

남성은 강간을 할 수 있는 신체 구조를, 여성은 강간에 취약한 신체 구조를 지녔다는 사실이 양성의 생리 자체를 구성하는 기본 토대가 된다. (...) 이미 양성의 신체 구조 자체에 강간의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 인간의 신체 구조로 인해 강제 삽입 행위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피해갈 수는 없다. 이 단 하나이 요인이 남성 강간 이데올로기를 창조할 수 있는 조건이 되었다. 남자들은 강간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그렇게 했다. (24)

원시 남녀가 살았을 폭력으로 얼룩진 풍경을 떠올려보자. 만약 그 시대에 선견지명이 있어 자기 몸의 온전성을 유지할 권리를 깨우친 여성이 있엇다면, 그녀는 그것을 지켜내기 위해지옥에 온 듯 싸워야 했을 것이다. (...) 발 빠르고 활기찬 그녀는 발로 차고, 물고, 밀면서 도망치지만, 남자가 그녀에게 한 것과 똑같은 방식, 즉 강간으로 보복할 수는 없었다.
첫 번째 강간이 여성의 첫 거부로 인해 계획 없이 벌어진 격투였다면, 두 번째 강간은 의심할 여지없이 계획된 것이었다. 가장 초기의 남성연대는 무리지어 사냥감을 찾아다니던 남자들이 한 여자를 윤간하는 형태였을 것이다. (...) 여성이 온몸으로 저항하고 싸우는데도 그 몸에 강제로 삽입하는 일은 여성의 존재를 지배했다고 선언하는 수단, 즉 힘의 우위와 남자다움의 승리를 증명하는 궁극의 수단이 되었다.
남성이 자신의 성기를 두려움을 일으키는 무기로 쓸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일은 불의 사용과 돌도끼의 발명과 함께 선사시대에 이루어진 가장 중요한 발견으로 꼽아야만 한다. (25) 강간은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결정적인 기능을 수행해왔다. 모든 남성이 모든 여성을 공포에 사로잡힌 상태에 묶어두려고 의식적으로 협박하는 과정이 바로 강간이다. (26)

성기의 구조라는 해부학적 숙명으로 인해 인간 수컷은 타고난 포식자가 되고 인간 암컷은 먹잇감으로 제공되었다. 여성은 혐오스러운 육체 정복에 굴복하면서도 같은 방식 - 강간에는 강간 - 으로는 보복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그 잔혹한 격투로 인해 임신을 하고 원치 않는 아이를 출산하거나 심지어 다치고 죽을 수도 있었다. (28)

1. 해석
진화생물학자들도, 이 책의 저자, 수전 브라운밀러도 강간이라는 폭력이 발생한 중요한 조건으로 인간의 생식기 구조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둘은 같은 곳에서 출발해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진화생물학자들은 여성과 남성의 생식기 구조, 즉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을 강간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 말하거나 심지어는 그것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활용한다. 이에 반해 브라운밀러는 동일하게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을 지적하면서 그와 함께 강간이라는 문제를 보다 면밀히 분석하고 또 그렇기 때문에 생겨난 비극을 없애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쪽으로 나아간다.

2. 부연과 상상
『아름다움의 진화』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의 부제는 '연애의 주도권을 둘러싼 성 갈등의 자연사'이다. 이 책의 저자 리처드 프럼은 평생 새를 연구해 온 조류학자다. 이 책에서 저자는 오리와 바우어새의 짝짓기 방식을 대조해 흥미롭게 보여준다.
수컷 오리의 생식기는 조류 중에서 가장 길다. (제 몸길이의 몇 배라고 한다.) 동시에 암컷 오리의 생식기도 길고 복잡하게 진화했다. (저자는 암컷 오리의 생식기 구조는 미로와도 같다고 표현한다.) 이러한 오리의 짝짓기는 굉장히 폭력적으로 이루어진다. 집단강간에 가까운 형태를 띤다. 짝짓기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 암컷 오리도 많다. 이는 암컷 오리의 개체 수를 줄이는 결과를 낳고 암수의 불균형은 다시 수컷 오리들을 더 경쟁적으로 만들거나 혹은 수컷들의 교활한 연대를 낳는다. 집단강간은 점점 더 숙명이 되어간다.
바우어새는 오리와는 다른 짝짓기 모습을 보여준다. 바우어새는 생식기 구조도 오리와 대조적이다. 무엇보다 수컷 바우어새의 생식기는 돌출형이 아니다. 폭력적 삽입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바우어새의 짝짓기에서는 암컷이 선택한다. 바우어새의 이러한 조건은 아름다움을 진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수컷 바우어새는 암컷 바우어새를 골라잡아 강제로 짝짓기하는 것이 아니라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 가장 아름다운 둥지를 지을 수 있는 기술을 연마한다. 이 둥지는 알을 낳을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둥지는 짝짓기 행위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만드는 아름다운 무대장치다.
커다란 남성 생식기를 아름답다고 여기는 집단은 폭력을 자신의 존재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무엇을 아름답다고 여기는가는 그 사회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을 징후 적으로 보여준다. 크게 돌출된 생식기를 향한 욕망이 사라지고 더 다양한, 진정으로 다양한 아름다움의 기술이 진화하는 공통체를 상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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