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2/8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4 폭동, 포그롬 그리고 혁명

작성자
bomi
작성일
2020-02-08 18:51
조회
369
다지원 기획세미나, 역사비판 세미나. ∥2020년 2월 8일∥보미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수전 브라운밀러, 박소영 옮김, 오월의 봄, 2018.

4 폭동, 포그롬 그리고 혁명

<강간으로 세우는 질서>

(조지 왕의 군대가 저지른 비정상적 행위들을 조사하기 위해 대륙회의에서 지명된) 위원회는 정치적 분석을 시도하면서 군인이 저지른 이런 학대 행위는 그들이 군대에서 학습한 어떤 관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군인은 사람들을 "원칙에 따라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자 하는 자유인이 아니라, 법질서 전반에 반항하고 봉기하여 사회 그 자체를 전복하려 드는 무법자이자 난봉꾼으로 보도록 배웠고, 그런 관점에따라 대했다. 이는 너무나 우울하지만 의무이기에 보고할 수밖에 없는 진실에 관해 위원회가 내놓을 수 있는 가장 자비롭고도 솔직한 설명이다." (182)

그들(KKK)은 흑인의 위협으로부터 남부 여성을 '보호'하겠다며 피의 서약과 비밀 의식, 맹세 같은 것을 했다. 그러나 이런 맹세는 노예제에서 유지된 법질서 덕에 남북전쟁 전에는 흑인 남성이 백인 여성을 강간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잘못된 전제에 기대고 있었다. 이는 KKK가 스스로 날조해 유포한 전제일 뿐이었다. KKK가 겉으로 내세운 성스러운 임무란 재건 정책이 초래한 법질서의 공백을 자력으로 메우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진짜 목표는 백인 여성과 아무런 관계도 없었다. 물론 남성 집단이 진짜 목적을 숨기기 위해 여성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운 경우는 KKK가 처음도 마지막도 아니다. KKK가 밤마다 말을 타고 돌아다니며 추구한 진짜 목표는 새로이 투표권을 얻은 흑인 남성 유권자를 협박해서 쫓아내는 것이었는데, 이들은 당연히 재건파인 공화당 급진파를 지지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196)

콩고 사례에서 강간은 복수의 이름으로 정당화되었으며, 그런 정당화를 가능케 한 것은 여성을 남성의 재산으로 보는 뿌리 깊은 사고방식이었다. (213)


해석과 질의>

조지 왕의 군대는 '사람들'을 법질서에 반기를 드는 난봉꾼으로 여기고 질서를 바로 세우겠다는 명분으로 강간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이러한 그들의 생각은 단순히 강간을 위한 명분이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실제로 '법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해 강간했다.
KKK는 법질서가 바로 서 있던 시절에는 흑인들에 의한 백인 여성 강간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전제한다. 그리고 법질서를 다시 세우겠다는 명분으로 강간한다. 하지만 이 경우도 '법질서를 바로 세우겠다'라는 생각이 그저 강간의 명분이 되기만 했던 건 아니다. 이들 또한 강간하면서 실제로 '법질서'를 다시 세운다.
조지 왕의 군대와 KKK. 이들이 강간을 통해 세우고자 한 '법질서'는 같은 질서였다. 특히 KKK의 경우에 '노예제에서 유지된 법질서'라는 말을 통해 알 수 있듯, 이들이 원한 질서는 소유 관계로 인간들을 재편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질서 속에서는 모든 관계가 그러하듯(예를 들면 부자관계, 고용관계), 성관계 또한 소유로 바라보는 게 상식이 된다.
소유 질서를 세우기 위해 강간이 일어날 뿐만 아니라, 소유 질서하에서는 강간이 늘 일어난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적들의 소유물을 파괴하느냐(전시), 우리들의 소유물을 파괴하느냐(평시)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강간은 소유물을 다루는 방식 중에서도 가장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방식이다. 따라서 여성을 적의 소유물로 대하게 되는 전쟁 중에 일어나는 강간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볼 수 있다. 그러면 우리의 소유물은? 우리의 소유물을 어떻게 강간할까? 보통 우리의 소유물은 잘 보호하고 아끼지 않는가? 누군가가 소유물이 된다고 하더라도 안전하게 잘 살 수만 있다면 괜찮은 것 아닌가? 전쟁만 없다면 소유의 질서도 괜찮지 않은가?
소유대상에 가해지는 폭력은 실상 소유 관계 속에서 언제든 일어날지 모를 위협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상시적 폭력은 소유 질서를 유지하는 데에 무척 필수적이기도 하다. 질서의 우두머리들은 고민한다. "꼭 전쟁이 아니어도 강간이 잘 일어나게 하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해결책이 만들어진다. '우리'의 소유가 아닌 '나'의 소유로 하면 된다. '사적 소유'가 상식이 되면 큰 전쟁이 있든 없든, 끊임없이 다투고 서로 부시며 소유의 질서를 잘 유지할 수 있다. 이에 걸맞은 최적의 시스템은 자본주의다.

질문> ”소유대상에 가해지는 폭력은 실상 소유 관계 속에서 언제든 일어날지 모를 위협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상시적 폭력은 소유 질서를 유지하는 데에 무척 필수적이기도 하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사례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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