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6/30 『숲은 생각한다』, 3장 혼맹

작성자
bomi
작성일
2020-06-30 19:17
조회
419
다지원 기획세미나, 인류학 세미나. ∥2020년 6월 30일∥보미
『숲은 생각한다』 에두아르도 콘, 차은정 옮김, 사월의 책, 2013.

1. 자기 자신의 너머를 보다

1_1. 혼맹 (204)
자기들의 생태학에서 모든 자기들은 자기로 살아남기 위해 이 우주에 서식하는 혼이 있는 다른 자기들의 혼-질을 인식해야 한다. 이 자기들의 생태학에서 혼을 가진 다른 자기들을 알아볼 수 없고 또 그것들과 관계할 수 없는 무능력에 이르는 혼의 상실, 자기들을 쇠약하게 만드는 이 혼의 상실의 다양한 형식을 기술하기 위해 나는 혼맹이라는 용어를 선택했다.
아빌라의 이 자기들의 생태학에서 혼맹은 모나드적인 유아론이라는 고립된 상태, 즉 자기 자신 혹은 자신의 부류 너머를 보지 못하는 무능력에 의해 표지된다.

1_2. 혼맹이 된 사냥꾼 (205)
사냥꾼이 숲 속에 있는 먹잇감을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사냥의 혼으로 알려진 어떤 것 덕분이다. 혼 없는 사냥꾼은 "혼맹"이 된다. 홍맹이 된 사냥꾼은 먹잇감인 존재를 자기로서 다루는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더는 자신의 주변 환경에서 동물을 식별해낼 수 없다.

1_3. 혼을 잃은 먹잇감 (205)
먹잇감이 혼을 잃으면 사냥이 수월해진다. 동물의 혼을 죽인 사냥꾼은 동물을 간단하게 포획할 수 있다.

1_4. 혼맹이 된 화살 (205)
샤먼이 사용하는 보이지 않는 화살은 그의 혼이 담긴 생명의 호흡의 힘으로 날아간다. 화살은 이 호흡을 잃으면 혼맹이 된다. 그러면 화살은 어는 특정한 자기를 겨냥할 수 없고 의도를 잃은 채 그 궤도에서 우연히 맞닥뜨리는 사람들을 상처 힙히면서 목적 없이 떠돈다.

1_5. 탓 (206)
정수리, 특히 숫구멍은 생명의 호흡과 혼-질이 통과하는 중요한 관문이다. 혼맹으로 만들기 위해 정수리를 '탓'하고 물어서 숫구멍을 통해 생명의 호흡을 추출할 수 있다.
'탓'은 아이콘적인 부사이자 음향 이미지로서 "전형적으로 두 개의 표면 중 하나가 행위주체성을 가지고 다른 하나보다 높은 차원의 힘에 의해 조작되면서 두 개의 표면이 접촉하는 순간"을 묘사한다.

1_6. 혼맹의 결과(효과) (206)
우리의 삶은 다른 자기들의 동기에 대한 우리의 잠정적인 추측을 신뢰하고 또 그에 따라 행동하는 능력에 의존한다. 무수한 존재들을 활기에 넘치는 생명체로 대하지 않는다면, 사냥할 수도 없고 관계 맺을 수도 없다. 이 능력, 혼을 지니고 생명을 호흡하고 혼을 인식하는 이 능력을 잃는다면 관계의 그물망에서 떨어져 나가게 될 것이다.


2. 포식

2_1. 자기들의 생태학의 곤경 (207)
자기들의 생태학 속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존재들을 알아차리고 또 그것들과 관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존재들을 사람으로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을 음'식'으로 먹을 때, 그들은 결국 대상, 즉 죽은 고기여야 한다.
다양한 존재들이 모두 자기이고 따라서 포획된 자기, 즉 음식으로 된 자기가 사람이라면 사람들(인간들)도 포식의 대상(죽은 고기)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포식은 자기들의 생태학 내에서 자기들이 대상, 즉 죽은 고기로 될 때 혹은 다른 자기들을 죽은 고기로 취급할 때 생기는 곤경을 시사한다.

2_2. 두 종류의 "먹기" (208)
- 카니발리즘: 먹는 자와 먹히는 자가 교감하는 일. 예) 인간-사냥꾼이 푸마가 되기 위해 재규어의 담즙을 마시는 일
- 공식(공동식사) : 먹는 자들 사이에서 교감을 나누는 일; 먹히는 자는 대상(죽은고기)로 변형되어야 한다.
카니발리즘에서는 먹히는 자의 자기성을 유지하면서 획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에 공식에서는 요리와 같은 탈주체화의 과정이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2_3. 상대적인 대명사 체계 (208,9)
자기들의 생태학은 상대적인 대명사의 체계이다. '나' 혹은 '너'로 간주되는 자와 '그것'이 되는 자는 상대적인 관계에 있으며 그 위치는 달라질 수 있다. 누가 포식자이고 누가 먹잇감인가는 맥락에 달려 있으며, 아빌라 사람들은 이 관계들이 어떻게 반전될 수 있는지에 대해 큰 관심을 기울인다.
본질적으로 '나'는 '그것'-먹잇감-과 가지는 관계에 의해서만 '나'다.이 관계가 반전되면 이전의 포식자는 더는 포식자가 아니다.
자기들의 생태학에서 종을 횡단하는 관계성은 매우 압도적으로 포식적이기 때문에, 그것(포식자성)에 정확히 들어맞지 않는 생명체, 예를 들면 포식자의 상징으로 일컬어지는 이빨이 없는 포식자는 특히 큰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2_4. 반전1_유혹 (213)
이따금 사람들은 포식자-먹잇감의 관계가 잠재적으로 반전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용한다. 때로 이성을 매혹하고 유혹하기 위해 주술을 통해 그렇게 한다. 주술의 성분으로 사용되는 유기체인 벌레를 분쇄해 그 가루를 사귀고 싶은 이성의 음식이나 음료에 넣어 먹게한다. 그러면 주술에 걸린 이는 주술을 건 상대에게 미친듯이 빠져들 것이다. 이 곤충은 사냥 바구니에 담겨 멧돼지를 사냥꾼 쪽으로 유인하기 위해서도 사용될 수 있다. 자신의 꼬리를 물고 물리며 끝없이 원을 그리는 방식으로, 이 곤충들은 포식자와 멋잇감을 하나로 묶으며 그 각각의 역할을 혼동시킨다. 이것이 바로 유혹이다.
먹잇감은 이제 포식자가 되는 듯 보이지만 (적극적으로 행위하며 다가서지만) 원조 포식자는 이 겉모양만의 반전을 자신의 포식 양식의 일부로 흡수 통합한다. 유혹은 포식의 우주적인 그물망을 통해 주체와 대상이 서로를 상호적으로 창출하면서도 반드시 평등하지만은 않은 방식을 포착해낸다.

2_5. 반전2_혼맹 (214,5)
아빌라에서 아야(아내가 임신한 젊은 남자)는 "아직 완전한 인간이 되지 못한 존재의 아버지"를 의미한다. 태아는 성장하기 위해 그에게 정액과, 정액에 함유된 혼-질을 계속 제공받아야 한다. 이로 인한 혼-질의 상실로 남자는 약해진다. 혼을 상실한 결과 남자는 혼맹이 된다. 남자는 또한 더 공격적이 되며 쉽게 싸운다.
이렇듯 곧 아버지가 되는 남자들은 유능한 포식자(사냥꾼)의 능력을 잃어버리고 혼맹이 된다. 이 새로운 상태를 인식한 사냥감들은 사냥꾼을 더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냥꾼에게 화내고 공격적이 된다.
혼맹이 되어 약해진 상태는 활용될 수 있다. 그러한 상태의 인간은 사냥감을 유혹하기 위한 주물로서 이용된다. 즉 혼맹이 된 자는 숲의 다른 자기들을 지각할 수 없으며, 그리하여 대상이 된다. 그는 숲의 다른 자기들에게는 대상(죽은고기)이 되며 그를 이용하는 동료들에게는 도구, 즉 주물이 된다.

2_6. 포식자/먹잇감의 구분처럼 이 자기들의 생태학에서 젠더는 자리를 바꾸는 대명사적 표지로서 기능한다. (217)


3. 인간적인 것을 낯설게 만들기

3_1. 아빌라의 자기성찰적인 낯설게 보기의 기법과 루나족의 인류학적인 방황의 형식은 다른 부류의 신체를 받아들이는 것에서 출발한다. 다른 신체를 받아들이면서 자연이 낯설게 된다. (218)

3_2. 먹는 것은 뚜렷한 신체적 변환과정을 수반하기 때문에, 이 재귀성의 형식은 종종 섭취를 포함한다. (218)

3_3. 곤충을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본다거나 부패한 것을 단맛으로 느낀다는 것은 (인간과는) 다른 부류의 신체들이 행하는 어떤 것이다. 단맛-으로서-콘도르의-부패한-파카리를 먹을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의 신체에서 벗어나 다른 존재들의 신체에 올라탄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다른 부류의 신체화에 구비된 관점, 즉 주격인 '나'로부터 다른 세계를 본다. 우리는 잠시나마 다른 자연 속에서 살 수 있다. (219)

3_4. 매우 사적인 순간, 자신이 다른 존재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를 상상하는 것 또한 낯설게 보기의 한 형식이다. 그런데 이는 불쾌한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낯설게 보기이다. 매우 사적인 순간의 자신이라 함은 고립된 자기를 일컫는 것이기 때문이다. 타자에게서 단절된 채 강력한 포식자에게 노출된 자기를 상상하는 일은 혼맹의 취약한 성격을 도드라지게 만들어 큰 불안감을 준다. (221)


4. 혼맹

<후리후리라는 악마를 쫓아내는데 실패한 아빌라의 신화>
악마들이 마지막으로 숨어들어간 춘추나무를 발견한 인간들은 그 나무에 불을 붙입니다. 숨어있던 후리후리들이 연기에 질식해 차례로 떨어져 죽고 마지막 후리후리가 바닥에 떨어졌는데 뜻밖에도 아름다운 백인 여성의 모습이었습니다. 아름다움 모습에 동정심을 느낀 젊은 남자가 그녀를 구해 결혼하고 가족을 이룹니다. 하지만 그녀-후리후리는 아이들을 몰래 몰래 잡아먹었습니다. 어느날 잠에서 일어난 순진한 남자가 아내에게 머리에 붙은 벼룩을 때어달라 부탁했습니다. 아내-후리후리는 벼룩을 잡기 위해 그의 등뒤로 가서 그를 잡아먹었습니다.

이 신화는, 혼에 눈이 먼 자신-인간이 자신을 "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려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러한 보는 '나'는 감정과 목적을 가지지 못한 채 그저 이성적 추론만을 할 수 있을 뿐인 '나'이다.

남자는 산 채로 먹혔으나, 주체의 퍼스펙티브에서 이를 경험할 수 없었다. 즉 그는 등뒤에서 자신을 먹고 있는 아내-포식자를 "볼" 수 없었다. 따라서 이 남자는 포식자에게 시선을 되돌려 줄 수 없었고 그저 외부적인 탈신체화의 입장에서 자신의 종말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때 남자는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을 물리적인 효과를 통해 논리적으로 추론할 수밖에 없다.
--피가 흐르눈군 (왜?) 상처가 났기 때문이군 (왜?) 아내가 나를 물었기 때문이군 (따라서) 나는 먹히고 있군--
남자는 자기로서의 자기 자신에게 완전히 "눈이 멀었다" 그는 점차 자기 자신에게 대상이 된다. 그는 활기를 읽고 점차 그 무엇도 느낄수 없게 된다. 아픔을 느끼지 못하고 고통도 없다. 이 신화는 자기로부터 행위주체성이 떨어져 나가는 세계를 부정적 세계상으로서 내비친다.

- 자기성의 종착점
- 근본적인 혼맹
- 생명의 주술력을 결여한 세계
- 자기도 혼도 미래도 없는 그저 효과뿐인 세계에 대한 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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