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7/10 『주체의 해석학』, 마지막 강의

작성자
bomi
작성일
2020-07-10 19:45
조회
53
삶과예술 세미나 ∥ 2020년 7월 10일 금요일 ∥
텍스트: 미셸 푸코 『주체의 해석학』, 심세광 옮김, 동문사, 2001.

p.480

<알키비아데스>의 gnothi seauton(너 자신을 알라: 자기를 인식하라)의 양태에서는 자기와 자기의 관계, 즉 자기에 대한 자기의 시선이 내적인 객관성의 영역을 열어서 이렇게 열린 내면적 객관성에 입각해 영혼의 (객관적) 속성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이러한 것이 문제가 아니다.

<알키비아데스>에서 '너 자신을 알라'의 문제는 구체적이고 고유한 본질과 그 고유한 현실 내에서 영혼인 바를 인식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영혼의 본질 파악이 진실을 알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진실' 또한 영혼을 인식의 대상으로 (즉 객관적으로) 바라보았을 때 알 수 있는 그런 진실이 아니다. 여기에서의 진실은 영혼이 과거에 (이미) 알았던 진실을 말한다.

<알키비아데스>에서 '너 자신을 알라'가 강조하는 '자기 인식'은 바로 영혼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본질을 파악한다는 것. 또 이를 통해 진실을 연다고 하는 것은 우선 자기의 본질적인 현실 내에서 자신을 파악한다는 것이고 둘째로 자신이 애초에 위치하고 있었던 천상인 하늘에서 본질들을 명상한 이후부터 인식의 주체로서 자기 자신을 파악한다라는 것이다. 물론 이 둘은 동시에 이루어진다. (지상과 천상에 동시에 있기)

여기에서 플라톤의 '재인식'이라고 하는 키워드가 중요하게 등장한다. 자기 인식은 무엇보다 본질적인 기억의 열쇠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달리말해, 자기를 성찰하는 것과 진실 인식 간의 관계는 기억의 형식 내에서 설정된다고 말할 수 있다. 즉 플라톤-소크라테스는 인식한 바를 재인식하기 위해 자기 인식을 하는 것이다. (지상에서 본 바를 다시 천상에서 보기 위해. 구체적으로 보기 + 아울러 보기)

p. 481

<내적 이중화> 악기를 잘 연주하는 법을 아는 것 (관계 속에서 알기, 정념이 작용, 훈련이 필요, 대상통치, 주체의 구축, 자기배려) + 어떤 악기를 연주해야 하는 지 아는 것- 올바른 선택과 판단 (관계를 알기, 이성이 작용, 명상이 필요, 자기통치, 주체의 변형, 자기인식)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 둘은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함께 작동하는 것이다.


♨ 플라톤이 이야기하는 과거의 기억 (탄생, 즉 객체화 이전의 기억)은 베르그송에게 이르러 '순수기억'이라는 개념으로 변주된다. 베르그송의 '순수기억'은 개체화 이전의 '원초적인 기억'을 가리킨다는 점에서 플라톤의 '이데아'와 같다. 베르그송이 플라톤으로 부터 갈라져 나오는 지점은 그 '원초적인 기억'이 상기되는 과정을 서술할 때이다. 플라톤의 '상기'가 자기 인식이라는 주체적 행위를 강조하는 것인 반면 베르그송은 상기를 일으키는 우발적 사건(예상하지 못한 마주침, 우연)을 더 강조한다. 베르그손에게서는 주체의 인식행위가 아닌 우발적 사건(예상하지 못한 마주침, 우연)이 진실의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순수기억이 쏟아져 내려온다. (프루스트의 마들렌) 플라톤의 자기인식과 베르그송의 우발성. 두 설명중 무엇이 더 진리(참된 이치)에 가까울까? 혹은 무엇이 더 유용할까? 다음 대화편 <소피스트는>에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니체는 '소피스트'가 생동하는 이데아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데아는 개체화(구체화, 특이화) 이전에 이미 존재하는 원초적(원형적) 세계다. 이데아는 개체로 분화되기 이전 원형의 기억이 보존되어 있는 가상(잠재)의 공간처럼 보인다. 이러한 '이데아'가 (그대로 박제, 보존되어 있지 않고) 생동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이러한 생동하는 이데아의 세계를 재인식한다는 것은 또 어떤 의미일까?

*보론: 시몽동의 개체화이론

플라톤의 이데아, 베르그손의 순수기억은 시몽동에 이르러 '전개체적 상태'라 명명된다. 시몽동이 이를 '상태'라 표현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많은 이들이 개체이전을 마치 또 다른 개체인 것처럼 표현하고 상상하는 오류를 피하기 위해서다. 개체 이전을 개체화 시켜 사유하는 오류는 플라톤의 오류이기도 하다. 플라톤은 개체이전을 이데아로 표현하였는 데 이때 이데아를 마치 원본의 기능을 하는 사물들의 세계처럼 그렸고, 따라서 이데아의 세계를 '개체초월적인 것'들의 세계, 즉 '전개체적인 상태'가 아닌 '전개체적인 것'의 상태로 그린 것이다. 그런데 이는 흔히 알고 있는 '이데아'에 대한 이미지이고 소피스트를 통해 플라톤이 이야기한 '이데아'의 모습을 좀 더 잘 그려보아야 겠다. 어쨌든 시몽동은 이와 같은 오류를 피하고자 개체 이전을 또 다른 사물이 아닌 상태로 그린다. 이를 통해 그가 달성한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는 개체이전의 상태를 개체 바깥에서 또 다른 개체로 존재(심지어 원본의 역할을 하면서)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늘 개체와 함께 하는 것으로 상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는 것이다. 시몽동은 다음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전개체적 상태는 개체 이전의 어떤 것이고 심지어 개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긴 하지만 늘 개체안에서 개체와 함께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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