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숲은 생각한다 5장 후반

작성자
vanillaice61
작성일
2020-07-14 16:46
조회
471
창발하는 형식들

고무나무, 하천, 경제를 서로의 관계로 끌어들이는 패턴과 같은 형식은 창발적이다. 여기서 “창발적”이라는 말은 단지 새로운, 미결정된, 혹은 복합적인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형식을 일으키는 더욱 기본적인 그 어떤 구성요소로도 환원될 수 없는, 전혀 새로운 관계적 속성의 출현을 의미한다.
소용돌이의 순환 형식은 강물에서 창발하며, 이것은 강물에 그 특수한 성격을 부여하는 우연한 역사들로 환원될 수 없는 현상이다. 강물이 어디에서 왔으며 그곳에서 강물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어떤 토양층을 통과했는가 등)의 역사들과 상관없이 적절한 조건이 갖추어진다면 순환 형태는 창발할 것이다. 자신이 유래하고 의존하는 것과 구별되는 동시에 연속된다는 점에서, 소용돌이는 상징적 지시와 같은 다른 창발 현상과 닮아 있다.
이와 같은 특징은 고무경제에서 가시화되는 창발적인 패턴에도 적용된다. 고무와 하천의 분포를 이뤄낸 제각각의 원인(병원균 분포, 기후/지리/생물학적 요인)과 고무와 하천의 규칙성에 의해 생성된 경제 체계는 서로 무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경제 체계는 명백하게 고무에, 그리고 고무에 접근하기 위한 하천에 의존한다.
창발적인 패턴은 언제나 더 낮은 수준의 에너지 및 물질성과 접속된다는 점에서 연속적이다. 물질성(물고기, 고기, 과일, 고무)은 살아있는 자기들(돌고래, 사냥꾼, 과일 먹는 물고기, 고무업자)이 형식을 활용할때 접근하고자 하는 것을 말한다. 창발적인 패턴들이 연결되면서 그 패턴들의 유사성이 다종다양한 영역들을 가로지르며 확산된다는 점에서 형식은 물질성 또한 초과한다.
패턴들에 특징적인 위계적 구조는 너무나 인간적인 세계에서만 도덕적인 국면에 들어서는데, 왜냐하면 도덕성을 인간 특유의 상징적인 기호작용에서 비롯하는 창발적인 속성이기 때문이다. 위계 자체는 비도덕적이지만 위계적 패턴들은 인간적 창발적 속성을 수반하는 체계에 사로잡힌다.

숲의 주재자들

영적인 주재자들이 “백인”이기도 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백인성은 숲의 주재자들의 영적인 영역에 겹겹이 쌓인 일련의 부분적으로 중첩된 위계적 상응관계의 한 요소일 뿐이다. 아빌라를 에워싼 각각의 산들은 각기 다른 영적인 주재자들이 소유하고 관리한다. 영적인 주재자들의 영역은 종족적 위계, 스페인 점령 이전의 위계, 식민지적 위계, 탈식민지적 위계를 경관 위로 겹겹이 쌓는다. 각기 다른 이 모든 사회정치적 배치는 특정한 생물자원이 공간을 가로질러 이동될 수 있는 방식과 관련된 동일한 제약에 속박된다.
가족경제, 더 넓은 국가경제, 나아가 글로벌경제가 숲에 저장된 살아있는 부의 일부(사냥감, 고무, 그 밖의 식물의 생산물 등)를 얻고자 한다면, 이 부가 얽혀 있는 물리적 및 생물적 패턴화의 결합에 접근해야만 한다.
숲의 영적인 주재자들이 속하는 더 높은 수준의 창발적인 영역에서는 사냥, 대농장들, 도시들이 주변에 존재하는 자원 분포의 패턴과 맺는 관계에서 공유하는 유사성에 힘입어 서로 동렬에 놓인다. 위계는 이처럼 서로 다른 영역들을 넘나드는 형식의 확산에서 결정적이다.

기호적 위계

위계의 논리적/형식적 속성들과 그 위계가 도덕적 가치를 획득하기까지의 우연한 방식들 간의 교차작용은 루나족이 다른 존재들을 이해하고 의사소통하고자 할 때 통로가 되는 종-횡단적 피진에서 가시화된다.
뻐꾸기의 울음소리익 시쿠악과 이 새가 이 소리를 통해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고 말하는 시쿠우아의 차이는 중요하다. 종-특유의 울음소리는 그것의 타입에 해당하는 “인간적인” 캐추아어에서 더 일반적인 단어의 개별적인 토큰으로 작동할 수 있다. 울음소리는 더 일반적인 어떤 것의 예시로 간주될 때, 특수한 예견적 체계 속에서 특정 종류의 전조로서 부가적 의미를 획득한다. 여기에서 나타나는 기호작용의 위계적 구별은 생물학적인 것도, 문화적인 것도, 인간적인 것도 아니다. 이것은 형식적인 구별이다.

형식의 놀이

아메리가와 루이사의 대화에서, 아메리가는 개미잡이새의 울음소리를 ‘치리키우아’라고 말하며 인간적(상징적) 체계 안에서 해석하려 애쓴다. 반면 루이사는 개미잡이새의 울음소리를 아이콘적으로 흉내 내며 소리 이미지로 반향시켰다(‘시리킥’). 그럼으로써 루이사는 울음소리의 의미를 “위로” 참조하는 대신 다른 이미지와 공명하도록 놓아두고 “의미작용”을 펼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이때의 형식은 위로부터 부과되는 대신 퍼져 나간다. 이것은 포식자들이 어떤 벌레와 그것을 둘러싼 환경 간의 차이를 알아차리기 위해 “일하는” 방식에 기인한다.
이런 종류의 사고는 인간적인 것을 넘어서는 인류학이 우리를 에워싼 세계를 더 잘 경청할 수 있는 방법에 핵심적이다. 아메리가가 사고의 효율을 올리고자 애썼다면, 루이사는 숲의 사고가 그녀 자신을 통과하면서 조금 더 자유롭게 반향되도록 숲의 사고를 놓아주었다. 고정화된 “의미”를 미결로 남겨놓음으로써 루이사는 이 울음소리의 음향 형식이 확산되도록 놓아두었다.

수양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계적인 형식(시쿠악을 시쿠우아로 인식하는 것)은 힘을 불어넣는 것이다. 이 형식의 위계적 논리는 자미니우아 샤먼의 우너정 탐구를 해명해준다. 그는 하류로 향하면서 자신이 원정을 출발한 특정 하천이 더 넓고 더 일반적인 패턴의 하나의 예시에 불과하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수양”(프레이밍 상향)의 과정을 통해 그는 이제 개개의 하천과 마을을 에워싸는 더 높은 차원의 창발적인 수준(“타입”)의 시야에 접근할 수 있다.
나팔새, 들닭, 봉관조, 메추라기 등의 야생 새들은 루나족이 숲에서 경험하듯이 더 높은 수준에서 해석되면 더 일반적인 타입(닭)을 예시하는 토큰이다. 그리고 그 이상의 어떤 것은 그 이하의 어떤 것이기도 하다. 숲의 저 모든 새들은 일반적으로 닭과 어떤 것을 공유하지만, 숲의 새들을 닭으로만 다루는 것은 어떤 실재적인 의미에서도 그들만의 종-특수한 특이성들을 제거하는 것이다.

내부

영적인 주재자의 영역은 정의상 항상 형식의 내부에 있기 때문에 우리 인간에게 보이지 않는다 해도 그곳에는 항상 동물들로 넘쳐난다. 아빌라 주변 숲에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동물들(다람쥐원숭이, 흰입페커리 등)은 그곳에 없는 것이 아니다. 다만 주재자들이 우리가 동물들을 보도록 허락하지 않을 뿐이다.
주재자들의 영역에서 시간은 “동결”된다. 그곳에 가는 루나족은 나이를 먹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 이것은 형식의 기이한 속성의 결과이다. 이 형식은 “언제나 이미”라는 창발적인 영역을 창출한다. 숲의 주재자들의 “언제나 이미”라는 영역은 형식 내부에 있는 존재의 성질의 어떤 측면을 포착한다. 그것은 원인과 결과가 더 이상 직접적으로 적용되지 않는 어떤 영역이다.
인간이 형식을 열대의 숲에 부과한 것이 아니다. 숲이 형식을 증식시킨다. 유기체들이 점차 증가하는 특수성으로 표상되는 진화의 시간을 거침에 따라 다른 유기체들이 자신의 주변을 더욱더 철저하게 표상하게 되는 방식 속에서 환경은 한층 더 복잡해진다.
20세기 초엽 고무경제는 아빌라의 사냥처럼 숲의 형식에 제약받았다. 형식은 우리 인간이 세계에 부과하는 구조에서 생겨날 필요가 없다. 그러한 패턴들은 인간적인 것 너머의 세계에서 창발할 수 있다.


'역사의 파편'과 '형식의 노고 없는 효력'은 요약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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