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발제문 (5장) 올립니다

작성자
영대
작성일
2020-07-28 15:41
조회
440
『숲은 생각한다』 5장 - 발제

수양

○ 305쪽 “이 형식의 위계적인 논리가 하류로 수련을 떠나는 자미나우아 샤먼의 원정 탐구를 해명해준다. 그는 하류로 향함으로써 자신이 원정을 출발한 특정 하천이 더 넓고 더 일반적인 패턴의 하나의 예시에 불과하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수양(upframing, 프레이밍 상향)의 과정을 통해 그는 이제 개개의 하천과 마을을 에워싸는 더 높은 차원의 창발적인 수준의 시야에 접근할 수 있다. 따라서 개개의 하천과 마을은 더 낮은 차원의 구성 부분들로 이해될 수 있다. 하나의 생태계로 예시되는 이러한 논리적인 위계의 속성 덕분에 이 샤먼은 사회정치적인 위계 내부에서 그 자신의 위치를 변경할 수 있게 된다.”
→ 수양은 프레임 상향이다. 곧 자신이 지니고 있던 프레임을 한층 높여서 더 넓고 큰 프레임을 갖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샤먼이 샤먼답게 되기 때문에, 역자는 수양이라 번역한 것 같다. 앞의 내용과 연결해보면, 고무경제와 같은 우리의 삶과 활동들은 자연 자체가 지닌 형식 위에 놓여있다. 그러므로 우리 자신을 이해한다는 것은 우리 삶을 지탱하고 있는 자연의 형식을 살펴보는 일이 된다.

내부

○ 308쪽 “주재자들의 영역에서 로사가 결코 나이 들지 않았다는 것 또한 형식의 기이한 속성의 결과이다. 우리가 통상 상상하는 역사 – 현재에 작용하는 과거 사건들의 효과(effect) - 는 형식의 내부에서는 가장 유효한 인과적 양식이기를 멈춘다. …… 주재자들의 영역에서는 역사의 선형성이 형식에 의해 교란된다.”
→ <내부> 절은 형식의 내부에 있을 때 일어나는 일을 소개한다. 인간이 부여하는 패턴이나 체계가 아니라 숲이나 자연 스스로가 형성하는 형식(form). 지난 시간에 이 형식 안에 있기 때문에 고무나무를 쉽게(노고 없이) 운송했던 것처럼, 이 형식 내부로 진입하게 되면, 시간성이 사라진다. 글에 따르면, 시간성이나 역사성은 마치 인간 영역의 일인 듯 하다. 이러한 인간적 시간성에서 벗어난, 시간성이 탈각된 영역, 그래서 인간의 시간을 가능케 하는 조건이 자연의 형식이다. 이러한 세계관으로 인해, 죽어서 주재자의 영역(형식이 지배하는 영역)에 들어간 존재는 나이를 먹지 않는다. 또한 동시에 시간적 인과관계도 효력을 잃는다. 역사의 선형성(선형적 인과관계)이 교란되어 힘을 잃는 것이다.

○ 310쪽 “규칙성이 존재론적 영역들과 시간적인 예시들을 잠재적으로 초과할 수 있듯이, 이러한 종류의 형식은 ‘언제나 이미’라는 창발적인 영역을 창출한다.”
→ 규칙성, 곧 형식이 지닌 규칙성은 탈시간적이며, 그렇기 때문에 존재자가 살아가는 세계의 조건이자 바탕으로서 기능하다. 그러므로 규칙성은 존재자와 시간성을 초과할 수 있는 것이다. 탈시간적이기 때문에, 형식은 시간적 표현으로 나타나지 않고, 영원함, ‘언제나 이미’라는 표현으로 우리에게 나타난다. 정리하자면, 영원한 형식의 세계의 위에/효과로 우리의 시간적 세계가 존재한다.
사실 구도는 그리 낯선 건 아니다. 인간적 시간성이란 게 영원성(비-시간성, 시간성이 탈각된 것)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 312쪽 “앞서 말한 것처럼 형식의 편재성은 시간에 관여한다. 형식은 시간을 동결한다. …… 20세기 초엽의 국제적인 고무경제는 아빌라의 사냥처럼 숲의 형식에 제약받았다. 부류들처럼, 형식은 우리 인간이 세계에 부과하는 구조에서 생겨날 필요가 없다. 그렇나 패턴들은 인간적인 것 너머의 세계에서 창발할 수 있다. 형식적 패턴들은 더 낮은 차원의 역사적 과정, 즉 현재에 대한 과거의 효과를 포함하고 그러한 효과를 발생시키며 나아가 유용하게 만드는 그러한 과정에 대해 창발적이다.”

역사의 파편(detritus, 쓰레기, 폐기물, 잔해)

○ 312쪽 “숲의 창발적인 형식들이 자신을 발생시킨 역사들로부터 부분적으로 이탈된다는 사실은 숲의 영적인 주재자들의 영역에서 역사를 소거한다는 것이 아니다. 역사의 조각, 선행하는 형식적 배열의 파편은 숲의 형식 내부에서 동결되며 그 잔해는 그곳에 남는다. ... 숲의 생산물과 맞교환된 교역품의 역사적인 궤적은 설령 사람들이 오래전에 그것을 잊었다 해도 숲의 주재자 영역에서 ‘언제나 이미’라는 형식에 사로잡혀 남는다.
→ 인간 층위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들은 숲의 영역(비-역사적 영역)에 잔해, 파편을 남긴다. 이 남겨진 잔해들은 숲의 형식 내부에서 동결되며 흡수된다. 그래서 역사적 시간이 한참 흘러도 그 조각, 잔해들은 자연의 형식 속에 남아있다.
내용 자체는 어렵기도 하지만, 구도가 선명한 면도 있다. 비시간적 조건 속에서 시간과 역사가 성립해 나왔듯이, 그 역사의 잔해물들은 다시 비시간적 형식으로 침잠한다. 표면의 시간성 아래에 거대한 영원하고 무시간적 영역이 있고, 이 두 영역 사이의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이 절의 뒷 내용도 이 두 영역(또는 두 자기 - 인간과 숲의 주재자)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한 내용이다.


형식의 노고 없는 효력

○ 319쪽 “형식은 일반적인 것이 현존하는 것들과 맺는 연속성과 접속을 주시하지 않는다면 이해되지 않는다. 따라서 나는 형식과 형식을 독특하게 만드는 속성들 - 형식의 비가시성, 형식의 노고 없는 확산, 역사를 동결시키는 듯한 형식과 연합된 일종의 인과성 - 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존재들의 세계에서 그 독특한 속성들이 물질화되면서 형식이 다른 현상들로부터 창발하고 그 현상들과 관계하는 방식들도 예의주시해왔다. ... 그리고 나는 형식 그 자체 뿐만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형식과 ‘함께 일하는지’에도 관심을 갖는다.”
→ 형식(형태, form)이라는 개념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 싶은 바가 잘 드러나 있다. 형식은 우리에겐 잘 보이지 않고, 우리에게 리얼한 것(=실재)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하지만 콘이 누차 강조하듯이, 일반적인 것은 실재한다. 그 일반적인 것(지금 맥락에선 형식)이 우리와 같은 현존하는 것과 연결되고 이어지고 있다. 우리를 비롯한 생명은 생명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가지만, 동시에 이는 형식과 “함께 일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의 목표 중에 하나는 인간적인 것을 그 아래에 있는 비인간적인 것을 통해 설명/이해하는 것이다. 이 때 형식은 비인간적인 것, 인간중심주의로 환원시킬 수 없는 특정한 형태를 일컫는다. 아빌라 사람들은 이를 인식하며 살아왔고, 자신들의 문화와 세계관 속에 ‘형식=비인간적인 것’의 자리를 마련해두었다. 자연은 무차별적인 것도 아니며, 우리가 차이나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자연 스스로가 자신들을 구성하고 있다(자기-조직적 세계). 여기에 자기와 유사한 것을 반복하면서 스스로 형식이라는 것을 구축해놓고 있다. 이 점을 중심으로 자연과 인간을 생각하는 것, 이 점이 책 전체 걸쳐 두드러진다.

○ 320쪽 “내가 여기서 탐구하는 형식의 기이한 속성들의 관점에서 이해되는 꿈의 기호학은, 내부와 외부 간의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어떤 경계들을 소멸시킬 수 있는 방식으로 아이콘적 연합의 자발적이며 자기-조직적인 통각작용 및 확산을 수반한다는 것이다. 즉 차이를 분간하는 의식적이며 목적지향적 주간 작업이 완화될 때에, 더 이상 ‘효율’을 위한 사고를 요구하지 않을 때에, 우리는 자기-유사성의 반복 - 닮음이 우리를 관통하여 노고 없이 확산되는 방식 - 에 내맡겨진다.
→ 꿈이야말로 인간적 시선, 퍼스펙티브에서 벗어나는 사고방식이며, 인간이 아닌 숲이 생각하고 지각하는 방식이다. 야생의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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