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호] 『생명의 그물 속 자본주의』 서평ㅣ김영철

이 책을 주목한다
작성자
자율평론
작성일
2020-09-09 20:42
조회
43
 

『생명의 그물 속 자본주의』 서평


김영철(다중지성의 정원 회원)


부의 양극화에서 오는 빈곤 말고도 기후변화 그리고 전염병 등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점점 더 큰 문제들과 위기들이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이 문제들 사이의 연관을 파악하는 것에 따라 문제의 해결책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문제들 사이의 연관성을 파악하려는 시도에 도움을 줄 만한 책으로 “생명의 그물 속 자본주의”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인간/자연의 이분법’에 기초하고 있는 데카르트주의와 녹색사상을 비판하면서, 인간사회시스템에서 오는 빈곤 등의 문제와 환경의 문제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 탐구하며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책의 지은이는 미합중국의 환경사학자이자 역사지리학자이며, 2013년부터 빙엄턴 대학교 사회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제이슨 W. 무어(1971~)인데, 그는 생태적 맑스주의자이면서 ‘생명의 그물 속 인간역사’를 생각하는 방식으로 ‘세계생태론’을 선도하는 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한다.

저자가 보기에, (독립적) 실재를 자본주의적 발전에 내재하는 이원론에 집어넣는다면 자본주의의 한계를 판별하고자 하는 노력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별다른 진척을 이루어 낼 수 없는 것 같다.
- 21 세기의 격변은 ‘위기들의 융합(특히 식량과 에너지, 금융의 삼중위기)’에서 비롯되는데, ‘환경적 요소와 조건, 관계가 비판적 정치경제학에 편입된 것’은 결코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런 위기들의 융합은 ‘정치경제학 더하기 자연’이라는 ‘녹색산술’이라는 용어로 표현될 수 있다.
- 이항적인 ‘자연/사회’는 근대세계의 거대한 불평등, 억압에 직접 연루되어 있고, ‘자연을 외부적인 것으로 여기는 관점은 자본 축적의 기본조건’이다.
- ‘녹색 산술’과 그 ‘위기 융합의 언어’는 자연과 자본주의를 오인하는 것을 넘어서 현재 전환점의 특정한 산출을 파악할 수 없다.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환경문제와 빈곤화문제 사이의 관계는 중첩, 융합 또는 더하기의 관계인가? 아니면 그것과는 다른 관계인가?’ 라는 질문을 가지고, 저자는 근대적인 ‘인간/자연의 이분법’에 대해 비판의 강도를 높인다.
독립적인 인간과 독립적인 자연이 상호작용하는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는 자연을 조직하는 방법’이라 말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인간은 자연을 전제로 하고 역사적 자연은 인간을 전제로 한다.
‘자본주의는 자연을 조직하는 방법’이라 말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엿볼 수 있다.

이런 생각은 ‘세계생태론’이라는 새로운 페러다임으로 발전한다. 다음은 “세계생태론”과 관련된 내용들이다.


“세계생태론은 자본주의와 자연, 권력, 역사에 관한 관계적 사유의 풍성한 모자이크에서 전개된다.
자연의 관계성을 파악하려면 자연-속-인류를 세계역사적 과정으로 파악하는 새로운 방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자본주의를 세계생태로 여기는 관점은 자본주의를 다양한 종이 이미 공동생산한 것으로 이해하는 길을 개척하는데, 심지어 그 길을 우리 행성의 지질생물학적 변화와 관계, 순환까지 확장한다.
오늘날의 위기는 복수의 위기가 아니라 ‘단일하면서 다면적인 위기’이다. 그것은 자본주의 및 자연의 위기가 아니라 자연-속-근대성의 위기이다.”


서두에서 제기된 위기들(문제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물음에 대해, 세계생태론에서는 그 위기들이 “단일하면서 다면적인 위기”라는 대답을 내놓는다.


저자는 데카르트적 이원론(인간/자연)에 대비되는 체계를 명명해야하고 말한다. 근대의 낡은 이원론을 극복하기 체계에 대한 새로운 이름을 발명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는 인간 자연과 비인간 자연 사이에서 맺어지는, 그리고 언제나 이들 자연에 내재하는, 창조적이고 역사적이며 변증법적인 관계를 명명하기 위해 ‘오이케이오스’라는 이름을 제안한다.
이 용어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겸 식물학자인 테오프라토스가 고안한 용어로, ‘오이케이오스 토포스’는 “식물종과 환경의 관계”에서 ‘호의적인 장소’를 가리켰다. ‘오이케이오스’는 ‘호의적인’이라는 형용사이다.
저자는 독자들이 언어와 관련된 약간의 자유를 용납해 주기를 희망하며 오이케이오스의 의미를 재조정한다.


“오이케이오스는 식물과 동물로 구성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행성의 다양한 지질학적 및 생물권적 배치와 순환, 운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이케이오스로서의 자연은 그 속에서 인간 활동이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자 그 위에서 역사적 행위주체성이 작동하는 장이 된다.”


이 책에서는, 체계를 새롭게 명명하고 세계생태론을 전개함으로써 데카르트적 이분법을 극복하려는 저자의 진지한 노력과 성취를 마주할 수 있다.

오이케이오스에서 일어나는 인간 자연과 비인간 자연의 변증법은 자본의 축적과정에도 볼 수 있다.
자본축적과정은 자연을 공짜로 또는 공짜에 가깝게 얻는 것과 뗄 수 없는 과정이라고 보는 저자는 자연과의 관계를 자본주의적 축적과정의 핵심에 위치시킨다. 그는 자연에 대한 이러한 관계를 전유라고 부른다.
토지에 대한 이용권이 있던 농민들을 토지에서 몰아내는 엔클로저, 식민지 수탈, 자연오염 등이 전유에 해당되는데, 전유는 저렴한 자원과 식량 확보에서 오는 자본의 팽창과 이윤율의 상승에 연결된다.
자연을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호황과 팽창 불황과 위기를 거치며 장기적인 자본의 운동이 펼쳐진다. 저렴한 자연을 확보하는 것은 자본운동에 사활적인 문제가 된다.
장작에서 석탄으로 석탄에서 석유로 에너지자원을 활용하는 체계에 급격한 변화가 이루어진 것도, 저렴한 자원을 확보하기 자본의 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
자본의 운동과 자연 사이의 관계를 저자의 말을 통해 들여다보면,


“가치는 상품생산에서 노동을 착취하는 동시에 자연의 생명형성 능력을 전유함으로써 코드화된다.
전유에 의한 축적은 최소로 상품화되었거나 전혀 상품화되지 않은 자연에 대한 접근권을 공짜로 또는 가능한 만큼 공짜에 가깝게 획득하게 되는 그런 비경제적 과정을 포함한다.
전유가 부분적으로는 본원적 축적과 관련된 것이라면, 그에 못지않게 전유는 ... 무상 일/에너지가 자본축적을 위해 동원될 수 있게 하는 문화적 헤게모니와 과학기술적 레퍼토리와도 관련된 것이다.”


인간자연의 변증법과 비인간 자연의 변증법을 통해 이 책은 데카르트적 이분법을 넘어 인간과 자연을 관계적 존재로 볼 수 있게 하는 성취를 이루어 낸 것 같다.

그런데 데카르트적 이분법을 극복하려는 연구는 다른 방향에서도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라투르도 그런 연구를 하는 사람들 중 한 명일 것 같다.


“라투르는 ‘행위자’라는 개념을 사용하는데, 사람뿐 아니라 원자와 분자, 빗방울, 풍차, 프로판가스탱크 등 모든 존재자들이 이 개념에 속한다.
이 행위자들은 그들 사이의 연합관계(동맹)를 늘림으로써 더 강해지며 어떤 행위자는 다른 행위자들로부터 단절되면서 더 약해지고 더 고립된다.
주체와 객체(대상) 또는 인간과 자연으로 구분하는 근대적인 이분법적 세계관에 도전하는 ‘행위자들의 민주주의’라고 할 만한 이론”


자본주의가 성장한 토대들 중 하나가 자연을 대상화하는 데카르트적 이분법이라면, 이 이분법을 극복하는 것은 21세기 인간들이 직면하는 위기들의 연관성을 파악하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분법적 세계관을 극복하기 위한 이론들이 풍부한 토론을 통해 성취를 이루어 내길 기대한다.


*



※ 편집자 주 : 이 서평은 2020년 9월 4일 <대자보>에 게재되었습니다. ( https://bit.ly/2RmnS29 )


*


함께 보면 좋은 갈무리 도서


자본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 정치경제학적 읽기, 철학적 읽기를 넘어 정치적 읽기로』(해리 클리버 지음, 조정환 옮김, 갈무리, 2018)


제2인터내셔널 이후의 맑스레닌주의와 알튀세르주의 전통은 『자본』을 다시 ‘정치경제학’이나 ‘철학’의 하나로, 즉 하나의 분과학문으로 거꾸로 읽어 왔다. 그 결과 『자본』은 현실 사회주의 체제나 그에 종속된 사회주의 운동의 이데올로기적 장치로 사용되었고 운동과 혁명이 자본주의 사회의 범주들을 재생산하는 것으로 귀착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 책은 『자본』의 모든 범주들을 자본과 노동이라는 두 계급의 정치적 갈등과 투쟁의 범주로 읽어가는 ‘정치적으로 읽기’의 방법을 제안한다.


역사의 시작 : 가치 투쟁과 전 지구적 자본』(맛시모 데 안젤리스 지음, 권범철 옮김, 갈무리, 2019)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역사의 종말'이라는 사고를 수용한다. 그러나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공통장과 존엄을 위한 다양한 투쟁들은 역사의 시작이라는 다른 실재를 드러낸다. 이 책은 이 투쟁의 전선을 분석한다. 한편에서는 자본으로 불리는 하나의 사회적 세력이 끝없는 성장과 화폐 가치를 추구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다른 사회적 세력들이 자신의 관점에서 삶의 망을 재배열하려고 노력한다. 이 책은 대안지구화 운동이 최근 제기한 대안적인 공동생산 양식들을 다루면서 이 운동들이 무엇과 맞서고 있는지를 검토한다.


피와 불의 문자들 : 노동, 기계, 화폐 그리고 자본주의의 위기』(조지 카펜치스 지음, 서창현 옮김, 갈무리, 2018)


카펜치스는 전 지구적 자본주의의 사회적 신체를 가로지르며 증식해 온 계급투쟁을 강조하면서 노동/자본 관계 내의 광범한 대립과 적대가 어떻게 노동과정 내부에서 그리고 노동에 맞서서 스스로를 표현하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은 오늘날의 정치적 관심사를 설명하기 위해 맑스의 사유를 주의 깊게 다시 읽고 해석한다. 원래 지난 30년 동안 반자본주의 운동을 둘러싼 논쟁들에 기여하기 위해 쓰인 이 책은 카펜치스의 저작들을 공통의 미래로 이행하는 이 시기의 투쟁을 위한 도구로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캘리번과 마녀』(실비아 페데리치 지음, 황성원, 김민철 옮김, 갈무리, 2011)


자본주의의 역사에 있어서, 남성이 임금 노동자로 탈바꿈된 것만큼 여성이 가사노동자이자 노동력 재생산기계로 되었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하는 페미니즘 역사서이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물질적 토대를 닦았던 이 폭력적인 시초축적 과정에서 마녀사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건이었음을 밝힌다. 이 책에서는 공식적인 역사서나 맑스주의적 관점에서 쓰인 역사책에서도 다뤄지지 않는 산파 여성들·점쟁이 여성들·식민지의 원주민 여성 노예들·여성 마술사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마리아 미즈 지음, 최재인 옮김, 갈무리, 2014)


『에코페미니즘』, 『자급의 삶은 가능한가』의 저자로 알려진 에코페미니스트 마리아 미즈의 고전적 저작. 가사노동, 비공식 영역의 노동, 식민지에서의 노동과 자연이 만들어 내는 생산(물)이 경제의 수면 아래 있는 보이지 않는 부분을 구성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4, 5백년 동안 여성, 자연, 식민지는 문명사회 외부로 축출되고, 가려져 왔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는 이 ‘빙산의 보이지 않는 부분’이 왜 가려졌는지, 이 부분의 가치와 비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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