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9/18 『티마이오스』 3~7 번

작성자
bomi
작성일
2020-09-18 17:38
조회
410
삶과예술 세미나 ∥ 2020년 9월 18일 금요일 ∥ bomi
텍스트: 플라톤 『티마이오스』, 천병희 옮김, 숲, 2019


3. 서론. 우주론. '그럴듯한 설명'

먼저 다음 것들을 구분해야 한다.

- 1) 언제나 존재하지만 생성되지 않는 것 (변하지 않는 것)

지성noesis와 합리적인 논리에 따라 파악할 수 있는 것, 언제나 같은 것

- 2) 언제나 생성되지만 결코 존재하지 않는 것. (변하는 것)

의견doxa과 비합리적인 감각의 대상으로 생성되었다가 소멸하는 것.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

생성되는 모든 것은 필연적으로 어떤 원인에 의해 생긴다.

하늘 전체ouranos(세계kosmos)는 생성된 것이다. 즉 어떤 시작에서 출발한 것이다. 세계는 만질 수 있는 몸을 갖고 있는 것이며, 몸을 갖고 있는 것은 지각될 수 있는 것인데, 이처럼 지각될 수 있는 것은 의견과 감각의 대상이며 생겨난 것들이고 생성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세계는 생성된 것이므로 창조자(원인)이 있다. 하지만 우리(인간들)가 그 창조자를 찾아낼 수는 없다. 대신 우리는 우주to pan(세계)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할 수 있다.

"창조자가 우주를 만들 때 이용한 모형은 과연 무엇일까? 1) 영원불변하는 것일까? 2) 생성된 것일까?"

생성된 것들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은 우주이고 원인들 중 가장 훌륭한 것은 이 우주를 만든 창조자이므로 이 우주는 1)영원불변하는 것을 본따 만들어졌음이 틀림없다.

이 우주는 생성된 것이므로 어떤 것의 모상eikon일 수밖에 없는데, 다만 생성된 것의 모상이 아닌 영원불변하는 것(언제나 존재하는 것)의 모상이다.

<영원불변하는 것의 모상의 모형> 한결같고 확고하며 지성에 의해 파악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설명들.

<모상의 모형의 모상> 모상인 사물들 : 설명들을 본따 만들어진 모상.

*模相 eikon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본떠서 나타낸 것. 생성되는 것 (362)

*模型 같은 모양의 물건을 만들기 위한 틀. 생성되는 곳 (362)

진리와 믿음의 관계는 존재와 생성의 관계와 같다. 즉 진리로 인해 믿음이 생겨나듯 생성된 모든 것은 존재로 인해 생겨난 것이다. 따라서 우주에 관한 나(티마이오스)의 설명도 존재로 인해 생성된 우주. 즉 불변하는 것의 모상인 우주에 관한 모형에 불과한 것이니 그 설명(모형)이 정확하지 못하다고 해도 놀라지는 마시라. 우리는 그저 그럴듯한 모형을 제시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지금 말하고 듣고 판단하는 우리는 창조자(불변하는 존재)가 생성한 모상을 흉내내는 모형으로 만든 모상을 제시할 수 있을 뿐인 인간에 불과하니까.



<본론1> 이성의 작업


4. 우주 창조를 위한 이성

신은 되도록 만물이 훌륭하고 그 어떤 것도 하찮지 않기를 원하여 모든 것이 자신을 닯도록 만물을 생성했다. 그리고 만물을 혼란에서 질서로 옮겨놓았다.

신은 우주를 창조할 때 자신의 제작물이 본성상 가장 아름답고 가장 훌륭한 것이 되도록 혼에는 지성을 심고 몸에는 혼을 심었다. 이것은 그럴듯한 설명이며, 따라서 우리는 이 세계가 실은 신의 선견지명에 힘입어 혼과 지성을 가진 살아 있는 생명체로 생겨난 것이라고 말해야 한다.

우주(혼과 지성을 가진 살아 있는 생명체로 생겨난 이 세계)는 본성상 동류인 모든 생명체를 자신 안에 포함하는 하나의 가시적인 생명체로 신에의해 구성되었다.

창조자는 저 완전한 생명체를 닮게 하려고 우주를 유일무이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생성된 것을 몸을 갖고 있어야 하고,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어야 한다.

볼 수 있으려면 불이 있어야 하고 만질 수 있으려면 단단해져야 하는데 그러려면 흙이 있어야 한다. 이제 이 둘(불과 흙)을 묽어 하나로 만들어 줄 끈desmos이 있어야하는데 이는 본성상 비례analogia가 가장 훌륭하게 해낼 수 있는 일이다.

비례를 통해 서로 다른 둘(불, 흙)의 중항을 만들면 모든 항은 필연적으로 서로 같은 관계를 맺게 되고 , 그렇게 서로 같은 관계를 맺음으로써 모든 것이 하나가 될 것이다.

불 2 : 흙 4 = 4 불 : 8 흙


5 우주의 (온전하고 완전한) 몸 : 흙, 공기, 불, 물

우주의 몸이 평면이라면 하나의 중항으로도 충분하겠지만, 우주의 몸은 깊이를 가지는 입체이므로 두 개의 중항에 의해 결합될 수 있다. 그래서 신은 물과 공기를 불과 흙 사이에 자리 잡게 하고는 그것들의 최대한 같은 비율을 유지하게 만들었다.

불 : 공기 = 공기 : 물 = 물 : 흙

이렇게 신은 흙, 공기, 불, 물을 한데 묶어서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우주로 구성했다.

[우주의 몸] 네 가지 구성요소가 비례를 통해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짐.

이때 신은 이 우주를 모두가 전체인 부분들로 구성된 늙지도 병들지도 않는 하나의 완전한 전체로 만들기 위해 각각의 어떤 부분이나 힘도 남겨두지 않고 네 가지 구성요소를 저마다 전부 다 사용했다.

신은 우주를 구형으로 만들었다. 자신 안에 모든 생명체를 포함하게 되어 있는 생명체에게는 자신 안에 가능한 모든 형태를 포함하는 형태가 적절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형태는 창조자 자신을 닮을 형태이기도 하다.

우주의 바깥에는 우주가 보거나 들어야 할 어떤 것도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눈도 귀도 필요없었다. 또한 우주는 외부에서 자양분을 찾거나 외부로 배설할 필요도 없었기 때문에 어떤 기관을 가질 필요도 없었다.

우주는 자신의 노폐물을 자양분으로 섭취하고, 우주는 당하거나 행하는 모든 것이 자신 안에서 자신에 의해 일어나도록 설계되었다. 우주는 완전히 자족하는 완전한 생명체다.

우주는 자신의 축을 중심으로 같은 장소에서 일정하게 도는 운동만을 한다. 따라서 우주의 회전 운동에는 사지가 필요없다.

이렇게 둥글고 회전운동을 하는 하나뿐인 천구를 만들어내니, 그것은 외롭지만 자신의 미덕에 힘입어 다른 친구는 필요 없고, 자신과 사귀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분이 만든 우주는 축복받은 신이었다.

! 플라톤은 '천체, 행성'을 신과 가장 닮은 몸. 신의 모상. 가장 완전한 생명체로 본다. 그리고 신들은 저 하늘 가장 높은 곳에 있다고 말한다. 플라톤은 '지구'도 행성(천체)이라는 사실을 알았을까?


6. 우주의 혼: 같은 것의 회전과 다른 것의 회전 - 별과 행성들

신은 출생에서도 미덕에서도 몸보다는 혼에게 우선권과 연장자의 권리를 주어 혼이 몸의 주인 노릇을 하며 몸을 지배하고, 몸은 지배받게 했다.

<혼을 구성하는 성분>

성분 (1) 신은 나눌 수 없는 영원불변하는 존재와 몸으로 생성되는 나눌 수 있는 존재로부터 이 양자의 중간에 있는 세 번째 종류의 존재를 혼합해냈다.

성분 (2) 신은 자신이 만든 같은 것의 경우에도 나눌 수 없는 것과 몸들로 나뉜 것으로 부터 그 중간에 있는 혼합물을 만들어냈다.

성분 (3) 신은 자신이 만든 다른 것의 경우에도 나눌 수 없는 것과 몸들로 나뉜 것으로 부터 그 중간에 있는 혼합물을 만들어냈다.

<혼은 구성하는 방법>

신은 이 세 가지 구성성분들로부터 본성상 섞이기 어려운 다른 것(3)이 같은 것(2)과 하나로 결합하도록 강요하고, 이 양자를 다시 존재ousia와 섞음으로써 하나의 혼합물을 만들었다. 그러나 신은 일단 같은 것과 다른 것을 존재와 섞어 이 세 가지 성분으로부터 하나의 혼합물을 만든 다음 이번에는 혼합물 전체를 적절한 분량만큼씩 나누되, 각각의 분량이 같은 것과 다른 것과 존재의 혼합물이 되게 했다.

우주의 몸이 가시적인 것과는 달리 우주의 혼은 비가시적이며, 이성과 조화에 관여하는 만큼 최고로 지성적이며 영원한 존재의 최고 창조물이다.

그런데 혼은 세 가지 구성성분 (같은 것, 다른 것, 존재)의 혼합물이기에, 그리고 적당한 비율로 나뉘고 결합되어 있기에, 그리고 자신 안에서 회전하기에, 그 존재가 분산되어 있거나 또는 비가시적인 것과 접촉할 때마다 전체가 움직이며 알려준다.

(이때) 참된 설명이 지각할 수 있는 것에 관련되고 다른 것의 원이 곧장 나아가며 혼 전체에 이를 알리면, 의견과 확신doxa, pistis이 생겨난다. 반면 그런 설명이 이성적인 것에 관련되고 같은 것의 원이 부드럽게 나아가 이를 알리면, 필연적으로 지성에 의한 이해와 지식이 생겨난다. (338)


7 시간과 그것의 계측

그 분은 이 우주를 가능한한 그 모형인 영생하는 생명체를 닮게 하려 했지만 이를 생성된 것에 완전하게 부여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그분은 영원의 움직이는 모상eikon을 만들이로 결심했다. 그리하여 그분은 우주에 질서를 부여하는 동시에 단일성 속에 머무르는 영원의, 수에 따라 진행되는 영원한 모상을 만들었는데, 우리는 이 수에 시간chronosm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우리는 영원한 존재가 '있었다' '있다' '있을 것이다'라고 말하지만 '있다'만이 진실로 영원한 존재에 걸맞은 표현이다. '있었다'와 '있을 것이다'는 운동이므로 시간 안에서 진행되는 생성에 사용하기 적절한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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