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10/23 『예술인간의 탄생』 두 번째 시간

작성자
bomi
작성일
2020-10-23 19:29
조회
344
삶과예술 세미나 ∥ 2020년 10월 23일 금요일 ∥ bomi
텍스트: 조정환 『예술인간의 탄생』, 갈무리, 2015,

토론거리>
아방가르드 예술혁명의 구호들이 어떻게 신자유주의에 전용되어 버렸을까?

'누구나 기업가'라는 주체인식양식, 그리고 푸코가 신자유주의 통치성의 주체양식으로 서술했던 경제인간은 '누구나 예술가'라는 20세기 아방가르드 예술운동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었다. 자신들이 외쳤던 해방의 구호와 정신이 자본에게 먹혀버린 후 [투쟁의 전위부대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했던 전문 예술가들은] 상반된 두 가지 대응을 보였다. 하나는 예술포기, 자살 같은 비극적 대응이었고, 다른 하나는 예술가의 기업가로의 변신이라는 [굴욕적] 대응이었다. 56 어쨌든 중요한 지점은 오늘날의 신자유주의적 경제인간은 예술인간의 포섭, 포식의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어떻게 이러한 포섭과 포식이 발생했을까? 57

포식은 1960년대 말을 전후한 세계자본주의의 위기를 배경으로 이루어졌다. 노동자 혁명의 산물이자 혁명의 수동적 대응으로 구축되었던 체제(케인주주의, 복지국가)는 당시 커다란 맹점을 가지고 있었다. 58 무임금으로 노동하는 절반 이상의 인구(주부, 학생 등)를 체제의 사각지대로 남겨두고 있었던 것이다. 복지국가는 이들, 비보장 노동자 집단의 불만을 국가재정에 기초한 사회적 임금(복지)으로 다스리고 있었지만, 1960년대 말의 재정위기와 함께 이러한 국가의 통제 능력은 약해졌고 곳곳에서 체제에 대한 불만과 저항이 폭발했다. 68혁명도 이러한 맥락에 놓여있었다. 58,59 즉, '누구나 예술가다'라는 예술인간의 이념은 예술제도에 대한 저항이었을 뿐만 아니라 누구나 자신의 삶을 예술적으로 배려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표현한 것이었다. 60

1960년대 말은 국가재정의 위기 뿐만 아니라 자본이 [축적의] 위기를 맞은 시기이기도했다. 그런데 이때 자본은 위기 속에서 터져나온 다중의 해방정신을 자신의 새로운 통치성을 구축 할 수 있는 동력으로 흡수하여 활용하는 전략을 택하고 행했다. 해방의 정신이 자본에 포식되자, "대표자(재현자)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직접 배려하고 관리하겠다. (관리할 수 있다.)"는 예술인간의 자기배려의 지향은 "모든 사람은 자신이 가진 인적자본을 개량하고 증대하고 축적하고 관리할 수 있다. (관리해야만 한다.)"는 자기이용(착취)의 지향으로 변질되었다. 60

<이러한 변질 과정이 가져온 사회적 변화들>

1) 노동의 성격이 육체적(물리적) 노동에서 인지적 노동으로 변했다. 노동의 생산물도 물질적인 것에서 비물질적인 것으로 변했다. 60

2) 노동생산물이 노동과정 밖으로 분리되지 않는 경향을 띤다. 노동의 수행화. 61

3) 노동이 거대한 인지체제에 종속되고 '누구나 기업가다'라는 명제가 하나의 명령으로 기능하면서 개개인들은 [만인의] 유혈적 경쟁에 내몰리고 이러한 경쟁관계의 일반화는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일반적인 불안정 상태를 만든다. 그 결과 조증과 울증을 불안심리가 인간의 보편적 인지상태가 된다. 61

4) 노동의 인지화로 인해 자본주의적 축적이 그 자체로 사람들의 인지적 소통망에 더 깊이 의존한다. 밀접하고 강도 높은 인지적 연결망은 기존에 자본에 의해 조직된 고용-피고용 관계망보다 훨씬 크고 복잡하다. 62

5) 노동의 인지화에 따라 자본형태도 인지화된다. 금융자본. 금융자본은 인지화된 노동의 소통망을 포획하기 위해 자본이 취하는 비물질적 기호적 자본형태이다. 금융자본은 사람들의 인지적 노동망에 채권-채무 관계를 기입한다. 62

'누구나 예술가다'라는 명제의 변질과정은 인지자본주의적 발전 과정이기도하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예술을 제도에서 해방시켜 삶속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급진적 구호는 예술을 삶이 아닌 산업현장으로 가져오고, 나아가 기존의 예술제도를 산업의 부속기관으로 전환시키는 방시4으로 실현된다. 63

<자본에 포섭된 예술인간/ 예술적 다중을 창출하는 예술인간>

안또니오 네그리는 예술적 다중 주체성을 말한다. 예술적 다중이란 고전적 예술가들이 지녔던 특이성을 계승하면서도 그것을 규범에 종속시키기를 거부하고, 그 특이성의 에너지를, 다중들 자신이 구축하는 공통된 삶에 내재적인 에너지로 사용하는 주체성이다. 예술적 다중 주체성은 현실에서 경제인간이기를 요구(명령)받지만 그것을 거부할 잠재력을 지닌다. 68,69

루카치는 예술이 자본에 의해 부패되는 것에 맞서려면 객관실재[진실]를 반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중은 의식에서 독립된 사실들이라는 실재[진실], 즉 객관실재[진실]개념을 넘어설 것을 요구한다. 69 [즉 객관실재를 넘어 새로운 실재를 구축하고자 한다. 그런데 이는 해제주의의 방향으로 극단화 될 수 있고, 이 극단적 경향이 '탈진실 시대'를 만들어낸다. 새로운 실재구축을 위한 예술의 해체적 경향이 고립된 험로로 빠지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새로운 실재의 개념을 구축하려는 노력들이 새로운 주체를 구성하려는 노력과 유리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실재 개념의 구축이라는 미학적 시도가 새로운 주체 구성을 위한 사회적, 실천적 노력과 결부되면서 그것의 일환으로 자리 잡을 때에만, 새로운 주체구성의 노력이 [제도, 권력, 중심을 해체하려는 노력이 고립되지 않으면서] 신자유주의적 통치성을 극복할 수 있고 또 그 통치성 속에서 그것에 대항하며 형성되고 있는 다중적 잠재력에 뚜렷한 실재성을 부여하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70

자기배려의 테크놀로지를 다중의 삶을 포기하게 하는 것과는 다른 길로, 즉 다중의 삶이 공통되기 속에서 서로 배려하도록 만드는 길로, 예술을 삶에 초월적인 방향으로가 아니라 삶에 내재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킬, 새로운 실재성[진실]과 새로운 주체성을 직조해 나가는 실천이 오늘날 다중-예술과 삶-미학이 떠맡아야 할 책무다.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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