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7 [발제] 『예술인간의 탄생』 마지막 시간

작성자
bomi
작성일
2020-11-27 17:38
조회
496
삶과예술 세미나 ∥ 2020년 11월 27일 금요일 ∥ bomi
텍스트: 조정환 『예술인간의 탄생』, 갈무리, 2015,

11장 다중: 예술가보다 더 예술가적인

<예술가보다 더 예술가적인 주체성으로서의 다중>

고대 예술가는 신화를 창조하는 인간이었고 중세 예술가는 제작하는 인간이었다. 그리고 근대는 예술가들이 (다시) 수공업자에서 창조자로 전화하는 역사적 시대이다. (339)

인지자본주의 하에서 예술가의 영감과 재능은 창조성으로 재개념화 되는데 (고대와 달리) 이성과 직관의 경계(심지어 적대)가 소멸한다. 예술가의 시대가 개막된 것이다. 현대의 많은 철학자들이 예술로부터 새로운 사유의 모델을 찾은 것도 이러한 조건 하에서였다. (340) 오늘날 사변적 존재론의 핵심인물인 그레이엄 하먼은 미학을 제1철학으로 위치 짓는다.

오늘날 예술의 능력은 부단히 국가에 의해 (자본으로) 흡수된다. 이는 플라톤이 국가의 역할로 예술에 대한 감독과 통제를 주장한 것과 대조적이다. (341) 신자유주의 이후 국가-자본은 노동하는 사람들의 예술가화를 강제하고 재촉하고 촉진했다. 노동하는 사람들은 구상하는 주체, 상상하는 주체, 기획하는 주체, 창조하는 주체가 된다. 그런데 이제 누구나가 예술가이므로 이미 모든 사람이 예술가라고 말한다면 강변*을 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누구나가 예술가인 시대라는 말은 잠재성과 현실성 사이, 그러니까 잠재성의 현실화를 향한 강력한 경향의 정의로서 사용되는 것이 가장 적실할 것이다. (343, 344)

누구나가 예술가인 시대의 이미지를 노동과정/노동시간에서만 표상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이 이미지를 노동과정의 연속이면서 동시에 단절이기도 한 투쟁과정/투쟁시간 속에서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 (344) 노동하는 현실에서 예술가이기를 강요받는 예술인간의 예술적 역량은 잠재적으로만 실재한다. 상상, 기획, 창조하는 그 예술적 역량으로 마술을 할 수 없다면 (투쟁의 시간-공통되기, 공통몸-을 만들어낼 수 없다면) 예술인간은 사실 아무것도 아닌 셈이다.


12장 삶미학과 리얼리즘

<다중의 삶예술이 취할 미적 원리로써의 리얼리즘의 갱신 방향>

리얼리즘에서 리얼한 것을 '의식에서 독립적인 객관실재' 혹은 '사실성'으로 간주하는 소박한 수준의 정의를 넘어서야 한다. (356) 리얼리즘이 말하는 작품적 진리는 외부세계의 사실들을 포함하지만 그 사실들과 직접적으로 상응하는 것에 있지 않고 작가의 주체성에 의해 실천적으로 매개된 상응에 있게 된다. (357)

산업화 이후 이전과는 다른 경험, 특히 기계에 의해 매개된 노동의 추상화와 시장에 의해 매개된 소비의 추상화 경험은 리얼한 것의 지평을 객관 실재나 사실성 너머에서 찾지 않을 수 없도록 강제했다. 그런데 구상성이 추상된 리얼리티는 많은 경우 리얼리즘이라는 이름이 아니라 모더니즘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추구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모더니즘은 리얼한 것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리얼리티를 표현하려는 시도였다. 리얼리즘과 모더니즘 사이의 논쟁또한 사실이냐 허구냐, 혹은 객관적 실재냐 주관적 표현이냐의 싸움이아니라 서로 다른 리얼리티를 표현하려는 시도였고 다른 실천 (재현 vs 구상) 사이에서의 헤게모니 투쟁이었다. (360) 따라서 리얼리즘에 대한 모더니즘의 승리는 새로운 리얼리티, 새로운 실천의 승리다. 그런데 이러한 투쟁의 부분적 승리는 자본으로 하여금 더 빠른 기계화, 더 많은 정보화, 더 깊은 추상화, 더 폭넓은 화폐화를 시도하도록 자극했고 이후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라는 가속적 변화 속에서 노동 또한 점점 비물질적인 것으로 변해갔다.

노동의 비물질화는 물질로부터의 이탈이 아니다 물질/비물질 사이의 단단한 경계를 허무는 것으로 작용했다. 그리고 이러한 작용은 역설적이게도 실재성의 영역을 혁명적으로 확장하는 것에 기여했다. (360) 이제 리얼한 것은 물체보다는 부드럽고 정신보다는 단단한 것, 다시 발해 베르그손적 의미의 이미지와 같은 것으로 체험되기 시작했다. 모더니즘에 이어 포스트모더니즘에 이르는 리얼리즘의 연속적 패배 과정은 리얼리티의 종말이기는커녕 오히려 리얼리티의 심화과정이었다. (361) 이렇게 재구성된 오늘날의 리얼리티는 재현주의와 반재현주의, 리얼리즘과 반리얼리즘으로부터의 해방을 동시에 요구한다. (362)

<우리 시대에 출현하고 있는 '리얼'>

들뢰즈는 초월적인 것과 선험적인 것의 변증법적 과정을 넘어서면서 내재적인 것을 양자의 변증법을 근거짓는 근본범주로 정립한다. (373)

내재성의 삶은 주체에 의해 육화된 개체적인 삶, 선악의 삶이 아니라 주체성과 대상성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순수한 사건의 삶, 비인격적이고 특이한 삶이다. 그것은 어디에나 있고 모든 순간들 속에 있다. (374) 내재적 삶에 포함된 것은 잠재적인 것들이다. 지금 다시 리얼리즘이 문제일 수 있다면 그것은 리얼리즘에 의해 망각되고 삭제되어온 내재성의 특이한 리얼리티를 발견할 뿐만 아니라 경험적 리얼리티, 개별적 리얼리티, 무의식과 초의식의 리얼리티 들을 이 내재성의 리얼리티의 생산물이자 결과로써 서술할 수 있는 감각의 재구성, 감각적인 것의 재분배를 시도하는 것이다. (375)

사회주의 리얼리즘은 공적인 리얼리티에 초점을 맞추면서 공적 의식을 초월적인 것으로 설정했다. 이와 달리 모더니즘 예술 흐름은 사적인 삶에 좀더 충실하면서 사적인 삶의 의식적, 무의식적 경험사실들을 선험적 평면 위에서 재현하고자 했다. 내재적 리얼리즘은 공적 삶과 사적 삶의 이러한 분리접속이, 그 구도를 재구축하려는 위로부터의 부단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와해되는, 역사적 과정 속에서 제기된다. (376) 공/사의 이중화체제의 궁극적 귀결은 사적 소유에서 배재되어 사적인 것을 잃어버리고 공적 권력에서는 배제되어 통제와 감시의 순수*대상으로 된 존재로서의 다중을 양산하는 것이었다. 내재적 리얼리즘은 초월적/선험적 세계에서 추방된 이 순수* 존재들의 시뮬라크르 리얼리티를 모든 것을 새로 일굴 잠재력으로 규정하고 그것들의 분산, 공명, 합체, 공생으로부터 분출할 새로운 장치, 새로운 개체성, 새로운 사실의 아상블라주의 권리들을 천명하는 시학이다. (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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