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발제문입니다

작성자
영대
작성일
2020-12-22 19:30
조회
451
□ 다지원 – 인류학 세미나 ∥ 2020년 12월 22일 ∥ 발제자: 박영대
텍스트: 마샬 샬린스, 『석기시대 경제학』, 6장

○ 334쪽 : “원시경제에서는 ‘호혜성’이 지배적이라는 믿음과 같은 인류학적 신념에도 마찬가지의 혼란을 초래한다. 실제로 이 사실들이 당혹스럽게 느껴지는 정확한 이유는 바로 호혜성이 갖는 의미를 교환율이라는 측면에서 거의 천착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호혜성’이 정밀한 물질적 교환율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이 거의 외면당하고 있다. 원시적 교환에 특징적인 사실은 교환율의 비결정성이다.”

○ 374쪽 “호혜적 덤의 필요성을 전제하면, 각 당사자는 자신이 받는 재화의 가치뿐만 아니라 자신이 제공하는 재화가 상대방에게 갖는 상대적 효용도, 그리고 자신이 투여한 노동뿐만 아니라 상대측의 노동도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이 도출된다. ‘관대성’은 사용가치를 사용가치와 연관시키고, 노동을 노동과 연관시켜야 한다.”
→ 이렇게 보면 원시부족 사람들은 ‘관대’하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 같은 느낌이다. 여기서 들었던 생각은, 퍼스펙티브다. 즉 상대의 퍼스펙티브에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다. 단순히 ‘입장’으로 환원할 수 없는 것은, 동일한 물건을 다른 입장이나 방식으로 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물건 자체가 동일하지 않으며, 각자의 세계관에서 서로 다른 형태라는 게 퍼스펙티브의 특징이다. 아마도 퍼스펙티브의 이동은 교환의 전제조건이지 않을까. 국가와 전국단위의 시장처럼 퍼스펙티브의 이동을 필요없게 만들어주는 단일한 척도가 존재하지 않고서는, 언제나 교환은 퍼스펙티브를 전제로 삼고 있다.

○ 379쪽 인용문
→ 이 원주민들은 보다 이익이 되는 생산활동을 하지 않는다. ‘토착적 관습의 완고성’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우리가 ‘이익을 추구한다/이익을 위해 경쟁한다’는 것은 몇몇 사회적 조건이 형성되어야만 가능한 것이 아닐까. 가령 국가가 존재한다(관대성의 교환이 없어서 전체적 네트워크가 유지될 수 있는 강제성이나 그러한 보장), 전국단위의 시장(이 공급처/수요처가 아니더라도 다른 곳에서 동일한 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보장이나 믿음. 물론 이는 국가가 형성할 터), 공동체 내적 결속과 외적 유대 모두 깨어진 상황(내부경쟁을 하고 다른 공동체는 역사적·관습적 관계가 상실되는 것), 나아가 공동체 자체의 파괴와 개인의 발명, 불특정 다수(이른바 ‘남’이 되어야 이익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등등. 지금의 영리주의적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이 그 자체로 인간의 본성에 어긋나고 자연스럽지 않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이 양태 또한 자연스러운 것이리라. 허나 그렇다고 해서 ‘원래 그렇다’는 식의 본질주의도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샬린스의 얘기처럼 기본적으로 이익이나 물질적 효용을 추구하는 본성은 있다. (이를 부정하면 원시부족들은 모든 이익관계에서 초월한 허구적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런데 그 이익추구의 본성은 각자의 조건과 관계 속에서 독특한 양상으로 드러난다. 원시부족에게서는 관대성이나 교환관계의 외교(사교)적 태도로 나타나면, 우리에게서는 자본주의적-영리주의적 방식으로 표현된다. 이렇게 해야 우리와는 다른 ‘경제체계’가 있음을 올바르게 설명하는 일이 될 것이다.



○ 383쪽 : “지금까지 개괄한 바와 같은 과정이 교환가치의 장기적 변동을 실제로 반영한다면, 불확실하기는 하지만 아주 일반적인 수준에서 그 과정이 영리주의적 경쟁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둘 간의 차이는 매우 심원하다. 원시교역의 경제적 균형은 자율적인 개인이나 기업이 구매자와 판매자로서 대등하게 경쟁하는 과정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것과 다른 방식으로 작용한다. 오히려 그것은 공동체 내부 경쟁을 금지하고, 서로에게 관대성의 의무를 지고 있는 파트너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함께 끌어 모으며, 관대하지 않은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을 배제시키는 제도적 배열을 통해 궁극적으로 어떤 유사한 ‘가격’을 도출한다. 시장교역과의 유사성은 이 모든 경험적 과정에 대해 광범위한 시공간적 추상화가 이루어지고, 한 종족집단과의 교역에서 다른 종족집단과의 파트너 관계로 변화하는 수십 년에 걸친 궤적을 경험적으로 추적할 때 드러난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볼 때, 원시적 교역체계는 재화의 가용성과 효용을 적절하게 반영하는 교환율을 통해 이들 개인을 거래관계 속으로 끌어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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