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1/8 플라톤 대화편, 『메논』

작성자
bomi
작성일
2021-01-08 16:37
조회
457
삶과예술 세미나 ∥ 2021년 1월 8일 금요일 ∥ bomi
텍스트: 플라톤 대화편, 『메논』, 숲, 2019


대화편 [메논]에는 ‘미덕’과 ‘앎의 방법’에 관한 문제가 등장한다. 이를 하나의 주제로 표현하면, [미덕은 배울 수 있는 것일까?] 이다. 주제를 중심으로 메논과 소크라테스 사이에 다양한 질문들이 변주된다.

1) 미덕은 어떤 것이고, 어떻게 생길까? (124) → 2) 미덕은 무엇일까? (125) → 3) 이런저런 미덕을 모두 포괄하는 하나의 미덕은 무엇일까? (132) → 4) 좋은 것들이란 무엇일까? (142) → 5) '배움'이란 어떤 것일까? (148) → 6) 미덕과 지식은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164) → 7) 누가 미덕을 가르칠 수 있는가? (169) → 8) 소피스트들은 미덕의 교사인가? (180)

1) 미덕은 어떤 것이고, 어떻게 생길까? (124~)
- HOW 방법론, 실천적 문제

2) 미덕은 무엇일까? (125~)
- WHAT 정의를 내리는 문제
- “나는 미덕이 배울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는 고사하고 미덕이라는 것이 대체 무엇인지조차 전혀 모른다네.(125)”
- 소크라테스는 미덕이 무엇what인지도 모르면서 그것이 어떠한 것how인지 (배울 수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알 수 있을리가 없다고 말한다.

3) 이런저런 미덕을 모두 포괄하는 하나의 미덕은 무엇일까? (132~)
- 미덕이 (부분이 아닌) 전체로서 무엇인지 탐구
- “남자건 여자건 훌륭한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양쪽 모두 같은 것들이 필요하네. 정의와 절제 말일세. (소, 130)”
- “그것은(미덕은) 사람들을 지배하는(다스리는) 능력이 아니고 무엇이겠어요? (메, 130)”
- 미덕이란 올바르게 지배하는 능력이다. 하지만 이는 ‘정의’를 정의한 것일 뿐이다. 정의는 유일한 미덕이 아니다.
- “... 저는 아름다운 것들을 원하며 그것들을 획득할 능력이 있는 것이 미덕이라고 말할래요. (138)”
- ‘아름다운 것’이란 ‘좋은 것’을 말하는 것이냐는 소크라테스의 질문에 메논은 그렇다고 답한다. 그런데 미덕에 대한 메논의 정의 중에 ‘원한다’는 부분은 만인에게 공통되는 것이다. 따라서 미덕을 정의하는 표현이 될 수 없다. 이제 남는 것은 ‘능력’에 대한 부분인데 이를 검토하려면 우선 획득하고자 하는 ‘좋은 것’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우선 알아야 한다. 다시 ‘무엇인가?’에 관한 문제가 제기됐다.

4) 좋은 것들이란 무엇일까? (142~)
- ‘좋은 것’이 아닌 ‘나쁜 것’을 획득하는 능력은 미덕(유덕)이 아니라 오히려 악덕(무덕)이다.
- “나는 자네에게 미덕이 전체로서 무엇인지 말해달라고 부탁했건만, 자네는 지금 미덕 자체가 무엇인지 말해주기는커녕 어떤 행위든 미덕의 한 부분으로 행해지는 한 미덕이라고 주장하고 있네. (144)”
- 자신의 말을 계속 반박하는 소크라테스에게 토라진 메논은 자신을 계속 찌르는 소크라테스가 마치 전기가오리 같다며 빈정댄다. 메논의 빈정거림에 소크라테스는 자신도 마비되었기에 상대방을 마비시키는 것이 전기가오리라면 자신은 전기가오리를 닮았다고 답한다.

5) '배움'이란 어떤 것일까?(148~)
- 우리가 '배움'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은 상기(탐구)다.
- 메논의 주장에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애초에 그것을 탐구할 수도 없다는 주장에) 소크라테스는 반론을 제기한다. 메논의 말대로라면 아는 사람은 알기 때문에 탐구할 필요가 없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기 때문에 탐구할 수 없으므로 결국 ‘탐구’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 미덕은 지식(전문기술)처럼 누군가가 완전히 획득할 수 있는 것(알고 있는 것)이 아니므로 메논의 말대로라면 ‘미덕’은 영영 알 수 없는 것이 되어버리고 만다. 따라서 ‘미덕’을 알기 위한 전혀 다른 방법이 요청된다.
- 일방적 가르침(아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에게 전수)으로는 미덕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미덕은 탐구를 통해 상기해야 한다. 소크라테스는 모르는 자가 탐구(상기)를 통해 앎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노예가 정사각형의 원리를 배우지 않고도 이미 알고 있음을 보여준다.
- 탐구는 대화(토론)를 통해 잘 이루어질 수 있는 것 같다. 다만 대화의 참여자가 배움(지식전수)이 아닌 탐구로 앎을 상기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할 때 더 잘 이루어질 수 있는 것 같긴 하다. 아쉽게도 메논은 소크라테스가 말한 ‘탐구’를 좀처럼 받아들이지 못했고 (아뉘토스보다는 낳지만) 이로 인해 미덕이 무엇인지 알기 위한 탐구는 다소 성급하게 끝나버리고 만다. (따라서 대화편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신들림’의 의미도 모호해져 버린다.)

6) 미덕과 지식(지혜, 지성)은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164~)
- 소크라테스와 메논은 미덕은 지혜의 전부 또는 일부라는 결론을 이끌어낸다. 하지만 이 결론은 다시 의심스러운 것으로 밝혀진다. 미덕이 지식(지혜)이라면 분명 배울 수 있어야 하고 배울 수 있는 것이라면 가르칠 수 있어야 하고 가르칠 수 있으려면 그것(미덕)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미덕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없다’라는 이 대화편의 가장 앞선 전제를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7) 누가 미덕을 가르칠 수 있는가? (169)
- “사실 나는 미덕을 가르치는 사람들이 있나 하고 이리저리 찾아보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발견할 수가 없었네. (169)”
- 존재하는 교사들(보수를 받는 교사들)은 모두 어떤 특정 기술(전문지식)을 가르치는 자들이라 말하면서 소크라테스는 지식으로서의 앎과 미덕으로서의 앎을 구별하려 하지만 대화 상대인 아뉘토스의 차단으로 잘 이뤄지지는 못한다.
- 소크라테스의 구별이 성공한다면, 미덕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이라 말하며 그것을 돈과 교환하는 소피스트들은 사기꾼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아뉘토스는 이를 두려워한다.

8) 소피스트들은 미덕의 교사인가? (180~)
- “행위의 올바름을 보증하는 데서 바른 신념은 지혜 못지않은 길라잡이일세. 그리고 바로 이것이 방금 우리가 미덕의 본성을 고찰하면서 지혜만이 우리 행위의 훌륭한 길라잡이라고 말했을 때 간과한 부분일세.(185)”
- “그렇다면 도대체 왜 지식이 바른 의견보다 훨씬 더 존중받으며, 이 둘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헷갈려요.(186)”
- 메논의 질문에 소크라테스는 다이달로스의 조각상의 예를 들어 답한다. 의견들은 인간의 혼에서 오래 머물러 있으려 하지 않고 달아난다. 하지만 의견들은 묶이면 지식이 되는데 이 때야 비로소 머무르게 되고 따라서 사람들은 지식을 더 존중하는 것이다. 이때 바른 의견을 묶는 방법이 바로 상기(탐구)이다.
- 그렇다면 지식을 두 종류로 구별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1) 전문가(교사)에게 배운 지식: 전문기술, 2) 상기를 통해 바른 의견을 묶은 지식: 미덕. 첫 번째 지식은 바른 의견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므로 어떻게 인도되느냐에 따라 악덕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질문> 미덕은 배울 수 있는 것일까?
<결론> 미덕은 배움(가르침)을 통해 획득할(전수할) 수 있는 전문기술(지식)이 아니라 탐구(상기)를 통해 묶을 수 있는 바른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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