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호] 포스트 코로나 시대, 왜 들뢰즈인가?ㅣ장미화

이 책을 주목한다
작성자
자율평론
작성일
2021-01-13 17:16
조회
29
 

포스트 코로나 시대, 왜 들뢰즈인가?


장미화


2020년 1월 말 첫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로 신년 벽두부터 온 세계는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힌 상태다. 인류 전체가 당면한 지금의 생태 환경의 위기 상황에 정부는 주요 대처 방안으로 마스크 쓰기의 생활화,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이라고 하는 행동 강령들만을 강력히 내걸고 있을 뿐이다. 매일매일 감금의 긴 시간을 견뎌야 하는 데서 오는 소외의 골은 깊어만 가고 있으며 의식과 무의식 차원에서 개인적 삶의 안전은 위협에 노출되었다. 일촉즉발의 죽음의 위기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 연속되고 있다. 감염의 확산이 쉽게 멈추지 않은 작금의 상황에서 보듯이 점점 이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는 근본 이유는 무엇일까? 작금의 상황은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자조 섞인 회의감이 들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오직 과학 문명만이 유일한 구제책이 된다고 인식했던 이성주의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우리의 삶의 내밀한 근간들이 모두 허물어질 위협을 받는 시대가 올 것인가? 코로나 이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복구에 걸리는 시간은 생각한 것보다 많지도 적지도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 사실은 얼마나 물리적 시간이 걸릴 것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인가다. 확실한 것은 현재의 시점에서 매 순간마다 우리는 죽음의 공포에 시달려야만 하며 그것은 우리가 시간에 수동적으로 머물러 있는 존재라는 사실이다.


들뢰즈의 시간철학은 차이와 반복의 시간으로 요약되어질 수 있다. 차이와 반복의 개념은 매 순간 우리가 인간으로서 삶을 영위하는 동안 느끼는 지금의 엄습하는 공포에 대한 무방비에 대해 현명한 자구책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어떤 직접적인 해결의 방안이라기 보다는 적어도 시간이라는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해 철학자가 관철한 끈질긴 사유의 성과로서의 개념의 의미를 드러낸다. 무엇보다 시간이라고 하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대상을 체계화해서 개념화한 것은 들뢰즈가 이룬 가장 중요한 업적이다. 낙관적이지도 회의적이지도 않은 모호한 태도를 견지하면서 들뢰즈는 대체로 시간을 초월적인 경험주의에 바탕을 둔 차이와 반복의 개념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그의 시간 철학은 필자에게는 삶의 어려운 순간들마다 매우 유용한 지침서가 되어 주곤 했다. 비록 문제들을 직접적으로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적어도 그의 철학적 사상은 불시에 일어난 사태들에 대해서 시간이라는 개념 속에서 거리를 두고 관조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해 주고는 했다.


『개념무기들. 들뢰즈 실천철학의 행동학』은 지금의 혼란한 시대에 읽기 매우 적절한 철학서이다. 저자는 여전히 우리가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의 시간관을 참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를 초월적으로 극복하게 돕는 철학의 개념으로서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의 시간관은 난해해 보이기는 하지만 사실 확고한 믿음을 부여해 주는 정교한 개념이다. 저자는 매우 많은 분량에 걸쳐서 들뢰즈의 철학적 개념들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맑시즘의 딜레마, 인지 자본주의의 현실적 문제에 대한 관점을 투영한다. 들뢰즈의 철학과 연결지어 현재 사회의 문제들에 대한 작가의 시점을 제시하고 있다. 다소 난해한 듯 비치는 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초심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저자는 들뢰즈의 개념들을 상호 연결지으면서 저작들을 횡단하고 이를 통해 매우 치밀하고 정교한 들뢰즈 철학 이론의 해설서를 완결짓는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들뢰즈 철학 개념에 대한 이해 보다는 저자가 그동안 관철해온 들뢰즈 철학에 대한 확신을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철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들뢰즈적 관점은 실천을 강조하는 행동학의 차원에 바탕을 두고 있다. 저자는 이에 대해 강력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주체, 노동, 시간 개념은 이러한 맥락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견디는 현 인류의 절망을 반영하는 묵시로 재정의된다. 행동학과 긴밀히 연관되는 철학적 실천은 자율주의 이론가로서 저자가 장기간에 걸쳐서 견지해온 인지 자본주의적인 관점의 투사, 자본의 축적에 동원되어온 인간의 지식, 정서, 감정에 대한 통찰의 시선을 드러내 보인다. 들뢰즈의 철학 개념들은 오늘날 대도시 전체가 생산의 현장으로 탈바꿈한 인지 자본주의 시대를 유효적절하게 통찰하는 것으로 보인다.


들뢰즈의 전체적인 저작들을 횡단하며 철학 개념들을 설파하는 이 책은 신자유주의 시대의 현 사회적 문제들을 읽어내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인지 자본주의에 대한 저자의 핵심적인 개념들에 대한 해석은 이들이 네트워킹되어서 결과적으로 현시대를 통찰력 있게 조망하는 무기임을 드러내고 있다. 들뢰즈가 앞서 예견한 적 있는 지금의 카오스적인 시간은 노동, 주체, 정동의 문제를 지금 우리의 삶 속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안으로 드러낸다. 이는 경제 발전과 성장, 개발을 집중적으로 추구해온 한국사회가 반드시 주목해야만 할 필 개념들로 재인식되고 있다. 제 3장‘시간: 시간의 세 차원과 두 가지 시간성’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그러한 세 가지 개념들은 시간 개념들과 함께 필자의 주목을 끌었다.


무엇보다 차이와 반복에 대한 사유와 주체, 정동의 문제들을 두 가지 시간 개념으로 상세히 다루어지고 있다. 아이온의 시간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우리가 틀 짓는 문제들에 대해 그러한 틀로부터 벗어난 시간, 자유와 해방의 시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들뢰즈가 지향하는 시간이다. 반면 크로노스는 사물들과 사람들을 고정하고 형식을 전개하고 주체를 한정한다. (86쪽) 이 두 가지 시간 개념은 들뢰즈에게 결과적으로 재현의 시간을 비판하고 차이를 사유하게 한다. 들뢰즈는 아이온의 시간에 주목하고 지속 개념을 삶의 긍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초한다, 여기에서“사유 안에서 차이를 복원하기 위해서 풀어야 할 네 가지 매듭들”의 과제는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차이를 변질시키고 타락시키는데 매듭들 가운데 네 번째 매듭은 차이를 커다란 유들과 종들에 종속시킨다.”(90쪽) 들뢰즈의 철학 개념은 지금의 판데믹 사태에 대해 이러한 네 번째 매듭 풀기의 과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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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이 서평은 2021년 1월 11일 〈문화다〉에 게재되었습니다. ( https://bit.ly/2Xz5KV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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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보면 좋은 갈무리 도서


들뢰즈 사상의 진화』(질 들뢰즈 지음, 갈무리, 2004)


들뢰즈의 사상을 초기 저작부터 후기 저작까지 일관되게 분석하여, '제국' 이론과 '다중' 이론의 철학적 뼈대를 찾아간다. 저자는 들뢰즈의 철학사상과 사회사상의 발전을, 그의 철학적 핵심을 지배하는 비판적 문제의식들의 발전으로 시기별로 치밀하게 추적한다. 베르그송, 니체, 스피노자라는 현대 철학의 계보학에서 초기의 들뢰즈가 받은 영향들을 뿌리부터 살펴보며, 이를 후기 들뢰즈의 저작과 연결시키면서 살펴본다. 1부에서는 들뢰즈의 철학적 도제수업의 여정을 보여주고, 2부에서는 들뢰즈와 가따리의 저작들을 들뢰즈 초기 사유의 궤적과 연결지으면서, 현대의 사회정치적 문제들에 대해 체계적으로 서술한다.


들뢰즈 맑스주의』(니콜래스 쏘번 지음, 갈무리, 2005)


들뢰즈의 소수정치(학)과 맑스의 자본주의 동학 비판 사이의 정치적, 개념적, 문화적 공명점들에 대한 비판적이고 도발적인 탐구인 이 책은 들뢰즈를 부재하는 책, <맑스의 위대함>을 비판적으로 탐구하는 첫 번째 책이다.이 책은 첫째로 소수정치학, 소수적 관점에서 들뢰즈, 맑스, 네그리를 독해한다. 둘째로 들뢰즈가 맑스를 다루는 특유한 방식을 고찰한다. 셋째로 들뢰즈의 텍스트들 속의 잠재적 맑스를 발견할 뿐만 아니라 그것이 들뢰즈의 텍스트들 외부에서 어떻게 작용할 수 있는지를 고찰한다.


비물질노동과 다중』(질 들뢰즈, 조정환 외 지음, 자율평론번역모임 외 옮김, 갈무리, 2005)


‘신자유주의, 정보사회, 탈산업사회, 주목경제, 신경제, 포스트 포드주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자율주의적 맑스주의의 응답을 한 권에 엮은 책. ‘물질노동이 헤게모니에서 비물질노동의 헤게모니’로의 노동형태 변화를 주요 현상으로 지적하고, 비물질노동의 두 축인 정동노동과 지성노동을 분석한 후, ‘다중’이라는 새로운 주체성의 형성에 비물질노동이 미치는 영향을 살핀다. 1부에는 ‘정동’에 관한 질 들뢰즈의 연속 강의, 2부에는 마우리찌오 랏짜라또와 삐올로 비르노의 글을 실었다. 3부에서는 새로운 주체성, 미적 생산, 시간의 재구성의 문제를 실마리로 비물질노동 개념을 발전시켜 보려는 우리 나름의 이론적 개입을 담았다.


현대 프랑스 철학의 성격 논쟁』(알랙스 캘리니코스 외 지음, 이원영 옮김, 갈무리, 1995)


알뛰세의 구조주의 철학과 포스트구조주의의 성격 문제를 둘러싸고 영국의 국제사회주의자들 내부에서 벌어졌던 논쟁을 묶은 책. 마르크스주의의 발전을 위해 알뛰세의 구조주의적 철학 개념의 일부를 수용해야 한다는 캘리니코스의 입장과 알뛰세의 구조주의 철학과 그것의 유산으로서의 포스트구조주의 철학은 노동자계급의 자기해방을 위해 필요한 주체성 개념을 억압하는 반(反)마르크스주의 철학이라고 보는 존 리스, 피터 빈스 등의 입장이 논쟁의 두 축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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