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또는 발제

작성자
sanghyuk.kim
작성일
2021-04-10 19:28
조회
330
각 항목들과 관련된, 인용문들은 첨부파일을 참고해주세요.

1. 이번 ‘기술’에 관한 제5~6장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깨달은 것 중 하나는, 브로델과 아날학파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인 ‘장기 지속’(614)과 ‘콩종크튀르’(602)의 개념이 ‘혁명’이나 ‘인식론적 단절’과 같은 개념에 일차적으로 대립하는 것 같다는 점이었다. 이 점은 당장 ‘제6장’의 부제인 “혁명과 지체”라고 하는 것이 함축하고 있는 바에 대해서 숙고를 하게 만든다. 먼저, 이 전체적인 논점에 해당하는 중요한 언급들을 살펴보기로 하자(첨부파일 참조).
브로델의 이 핵심 개념들은 단순하게 ‘혁명’을 부저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가능성과 실재의 이면에서 훨씬 장기간과 넓은 범위의 역사에 걸쳐서 그것과 결부되어 그것을 지탱해주었던 역사를 ‘있는 그대로’ 조명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여기서 푸코의 에피스테메나, 바슐라르 이래 구조주의의 함의를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혁명’의 의미나 그 영향에 대한 관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혁명’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없었다는 관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근대적 혁명’에 대한(against)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브로델은 결국 ‘근대’에 대해 물음을 던지는 것이고, 생각보다 최근에 벌어진 근대적-혁명적 결과 이후에 역사를 왜곡해서 바라보는 ‘근대적 착시’에 대하여(against) 논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이 점에서 “엥겔스{뿐만 아니라 아마 맑스도}가 … 이용”(531, 역주)했다는 “모건”(531)이라는 학자에 대한 추가적 주목이 필요하다). 이것은 ‘미래의 혁명’을 부정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보다 길고 넓은 안목 속에서 그것의 의미와 전망을 다시 생각해보게끔 만드는 것이다(월러스틴).
*질문: 각종 (근대적) ‘혁명’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며, 그 의미와 실체와 전망과 메커니즘에 대한 브로델의 관점이 함의하는 바와 그 타당성, 또는 문제점과 함계는 무엇인가?

2. 이 ‘근대’라고 하는 질문은, 결국 그것이 왜 (지리적 의미에서보다는, 정치적 의미에서의) ‘서구’에서 이루어졌는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그것은 당장, 왜 ‘중국(나아가 이슬람)이 아니라 유럽이었는가?’라는 논점으로 제기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브로델은 “이 곤란은 아직도 잘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538)고 말한다.
브로델은 여기에 대해 ‘서구의 기술이 더 앞섰다’는 것과 같은 서구중심주의적 기술결정론이 아니라(590-591), 그것을 모종의 ‘사회적 필요’(590)에서 기본적으로 찾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세계의 주변’에 불과했던 유럽에게는 그 중심으로 진출할 ‘필요’가 더 있었으며, 거기에 기술적인 요소와 다른 역사적인 요인들, 계기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화의 원정이 중단되어 “역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간 것”은 “북방 유목민의 위협을 받게 되었던 듯”한 명나라의 정책 변화라는 요인이 있었으며(583-584), “본능적인 두려움을 이겨내야”만 했던, 항해에의 모험에 있어서 “{인근의} 가스코뉴 만을 통과하는 것은 수세기 동안 거친 먼 바다를 경험하는 도제수업의 역할을” 유럽에게 안겨주었다는 것이다(588). 그리고 이런 일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비교적 가까운 시기에 형성된 ‘근대의 유럽 우위’로서의 ‘역전’이 이루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기술적 필요의 배후에 놓여있었던 또 다른 중대한 맥락으로서의 “자본주의(적인 도시의 팽창)”(593, 괄호는 인용자)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 사항은 이후 ‘화폐(제7장)’와 ‘도시(제8장)’으로 이어지는, 나아가 ‘제1권’ 이후의 논의로 까지 이어지는 모종의 단서가 될 듯하다.
*질문: 브로델에게 있어서 ‘근대’는 무엇이며, 그것을 ‘전후로 하여’(장기지속이나 콩종크튀르와 관련하여 이런 말이 성립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루어진 ‘유럽의 우위’가 갖고 있는 의미와 그것에 대한 브로델의 태도는 무엇인가? 분명 그것이 아주 최근에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즉 그 이전에 오랫동안 그랬던 것이 아니라는 역사적 증언으로서, 브로델에게 ‘서구중심주의’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은 분명 오명일 듯하다. 하지만 그 최근의 근대적 전환 이후에 벌어진 제국주의적 일들에 대한 브로델의 태도나, 그것을 극복할 전망에 대해서 우리는 어떻게 생각해볼 수 있을까? 그리고 현재의 상황에 대해선 어떻게 진단해 볼 수 있을까?

3. 여기서 한 가지 더 추가적으로 언급해봐야 할 것은, 브로델에게 있어서 ‘유럽’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13세기 말 이후, 이탈리아(제노바)와 북유럽(또는 네덜란드)라고 하는 서로 다른 경제권이 하나의 체제로서 연결된 “단위”(581)를 말한다. 이것은 이후의 월러스틴 등의 세계체제론적 논의로까지 이어지는 것으로서, 역사적인 ‘헤게모니 국가’로서의 미국과 영국 이전의 17세기의 ‘네덜란즈 연합주’를 최초의 헤게모니 국가로서 보다 명시적으로 언급하는 월러스틴의 논의나, 이 브로델의 논의에서와 같이, 그 이존의 제노바를 최초의 근대세계체제적인 헤게모니 (도시)국가와 같은 것으로까지도 보는 논의와도 연결된다.
이것은 다른 말로, 우리가 생각하는 ‘유럽’이나 ‘서구’라고 하는 것의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그 또한 그렇게 단일하고 단순한 것이 아님을, 일단 이 브로델의 논의는 함의하고 있다.
*질문: ‘유럽’, 또는 ‘서구’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 실체는 무엇인가? 그것은 단순하고 단일한 악마적 주체인가, 아니면 그 책임 소재를 모호하게 만들게 되는 우를 범할 소지도 있다고 할 수 있는, 모호하고 복합적인 실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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