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개의 고원 943-953

작성자
coosh83
작성일
2021-09-26 11:27
조회
76
천고 943-953

- 리글, 보링거, 말디거는 촉지적 공간을 이집트 예술로 파악했다. 이들에 따르면 이 공간은 배경-수평선의 현존, 공간의 면으로의 환원(수직과 수평, 높이와 폭), 개체성을 가두어 변화를 제거해버리는 직선적 윤곽에 의해 규정된다. 예를 들어 사막을 배경으로 피라미드는 어디서 보더라도 평평한 면을 나타낸다.
- 이들은 이와 반대로 그리스 예술과 함께 배경을 형태에 합류시키고, 다양한 면들을 간섭하게 만들고, 깊이를 획득하고, 체적을 갖는 입체적 연장성을 만들어내며, 깊이 묘사를 조직하고, 요철이나 음영, 빛이나 색을 사용하는 광학적 공간이 어떻게 두각을 나타내는가를 밝히고 있다.
- 하지만 이렇게 볼 때 이들은 처음부터 변이점에서 촉지적인 공간에 직면하게 되는데, 물론 이미 공간에 홈을 파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조건에서만 그렇다.
- 리글이 유목민이나 야만족 예술에 고유한 요인들을 제거하는 경향을 보이고 또 보링거가 고딕 예술이라는 관념을 도입하면서도 한편으로 이를 북방 게르만 족이나 켈트 족의 대이동과 그리고 동방의 제국과 연결시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 그러나 이 양자 사이에는 유목민들이 있었다. 고트 족은 그 자체가 살무트 족이나 훈 족과 함께 스텝 유목민들로서 동방과 북방의 교통의 핵심적인 벡터였지만 이 두 차원 어느 쪽으로도 환원될 수 없는 요인이었다.(스텝 예술은 차용을 하기보다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
- 유목민의 특수성이 있지만, 사람들은 이를 너무 성급하게 이들이 초래한 결과로 환원시켜 버렸다. 즉 유목민을 제국 또는 이주민의 일부분으로 간주하여 이 둘 중 어느 한쪽에 속하는것으로 분류하였다. 유목민에게 고유한 예술 “의지”는 부정되었다.
- 또 동방과 북방의 중개자가 절대적 특수성을 갖고 있었고, 이러한 중개자, 간격이 실질적 역할을 했다는 것도 부정되었다.
- 우리가 매끈한 것과 홈이 패인 것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이원성을 환기시키는 것은 “촉지적인 것-광학적인 것”, “근거리 파악-원거리 파악”이라는 차이 자체도 이러한 구분에 종속되어 있음을 보이기 위해서다. 따라서 부동의 배경, 즉 평면이나 윤곽에 의해 촉지적인 것을 규정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것은 이미 혼합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 촉지적인 기능과 근거리 파악은 우선 매끈한 것을 전제한다.
- 발달된 광학적 기능은 빛을 해방시키고 색을 변조시키며 또 평면들이 서로 간섭하는 제한되지 않은 장소를 구성하는 일종의 대기적인 촉지적 공간을 복원함으로써 매끈한 것을 다시 줄 수도 있다.

- 보링거는 추상적인 선이라는 관념에 근본적인 중요성을 부여하는데, 바로 이 선이 예술이 시작되는 점 자체 또는 예술 의지의 최초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 보링거에게서 추상적인 선은 가능한 한 직선적인 이집트 제국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야 비로소 이 추상적인 선은 넓은 의미에서 “고딕적 또는 북방적 선”을 구성한다.
- 하지만 우리는 이와 반대로 추상적인 선은 우선 “고딕적” 또는 오히려 유목적인 것이지 직선전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는 추상적인 선이 갖는 미학적 동기나 추상적인 선이 예술의 시작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달리 생각한다.
- 이집트의 직선적(또는 “규칙적으로” 둥그스름한) 선이 지나가거나 유동하며 변화하는 것에 대한 불안이라는 부정적 동기에서 비롯되고 항상성과 <즉자(En-soi)>의 영원성을 수립하는 데 반해 유목적인 선은 이와 전혀 다른 의미에서 추상적이다.
- 이 선은 다양한 방향을 갖고, 점이나 형상이나 윤곽 사이를 지나가기 때문이다.
- 불안감을 몰아내고 매끈한 것을 종속시키기 위한 홈 파기가 아니라 이 선이 그리는 매끈한 공간에 이 선의 긍정적인 동기가 있는 것이다. 추상적이 선이란 매끈한 공간들의 변용태지 홈파기에 호소하는 불안감이 아니다.
- 선사적인 예술이 존재했다면 그것은 직선이 아니라 추상적인 선을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 “원시 예술은 추상적인 것 또는 전-구상적인 것에서 시작된다. (...) 예술은 처음부터 추상적이며 그 기원에서부터 추상적인 것 이외의 다른 것일 수 없었다.”
- 문자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 선은 추상적이다. 바로 이 때문에 익히 알려져 있는 제국적 선의 상이한 주요 유형들, 즉 이집트의 직선적인 선, 아시리아(또는 그리스)의 유기적 선, 중국의 초-현실적 선 등은 이미 추상적인 선을 변질시키고, 이것을 매끈한 공간에서 떼어내 그것에 구체적 가치를 부여한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 하지만 그래도 이러한 제국적 선들은 추상적인 선과 동시에 등장한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추상적인 선은 선사시대의 연대 확정뿐 아니라 역사적 추상 작용 그 자체 때문에 시작점에서부터 존재한다. 따라서 추상적인 선은 유목민 예술의 독자성 속에서 나타나게 된다.

- 보링거의 글 중에서 가장 빼어난 부분은 추상적인 것과 유기적인 것을 대립시키는 대목이다. 유기적인 것은 재현된 무엇인가가 아니라 무엇보다 먼저 재현의 형식이며 나아가 재현을 주체에 결합시켜주는 감정(감정이입)을 가리킨다.
- “예술 작품 안에서 인간 안의 유기적인 자연적 경향에 대응하는 형식적 과정들이 전개된다.”
- 그러나 입체나 공간성에 종속되어 있는 그리스의 유기적 선은 입체나 공간성을 평면으로 환원시키는 이집트의 기하학적 선을 계승한 것이다. 대칭성, 윤곽, 안과 밖을 지닌 유기적인 것은 여전히 홈이 패인 공간의 직선적 좌표계와 결합된다.
- 유기체는 그것을 더 먼 곳에 연결시켜 주는 직선들 속으로 연장된다. 인간이나 얼굴이 우선시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이러한 표현의 형식 자체, 즉 최고의 유기체인 동시에 모든 유기체와 계량적 공간 일반과의 관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선이 도주적인 이동성을 통해 기하학에서 벗어나면 이와 동시에 삶도 제자리에서 소용돌이치고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면서 유기적인 것에서 몸을 뺀다. <추상 작용>에 고유한 이러한 생명력이 바로 매끈한 공간을 그린다. 유기적인 재현이 홈이 패인 공간을 주재하는 감정이듯이 추상적인 선은 매끈한 공간의 변용태이다.
- 이리하여 촉지적-광학적, 가까운-먼이라는 구분은 추상적인 선과 유기적인 선이라는 구분에 종속시켜 [두 유형의] 공간들의 일반적 대립 속에서 구분의 원리를 찾아내야 한다.

- 모델을 늘리지 말라. 하지만 많은 모델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1) 놀이 모델에서는 공간의 유형에 따라 서로 다른 놀이들이 서로 대치하며, 놀이 이론들이 같은 원리를 갖지 않게 된다.
2) 또는 사유학적 모델에서는 사유의 내용이 아니라 사유에 대한 일반 이론, 즉 사유에 대한 사유의 이론이라는 관점에서 사유가 그리는 정신적 공간에 따라 사유의 형식, 방식, 양태, 기능을 다룬다.
- 뿐만 아니라 구멍 뚫린 공간, 그리고 이 공간이 매끈한 것과 홈이 패인 것과 상이한 방식으로 소통하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 그러나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홈 파기와 매끈하게 하기라는 조작에서의 다양한 이행과 조합이다.
- 가장 철저하게 홈이 패인 도시조차도 매끈한 공간을 출현시킨다. 도시에서도 유목민 또는 혈거민으로 거주할 수 있다.
- 빠르건 느리건 운동만으로도 종종 다시 매끈한 공간을 만들어내기에 충분하다.
- 물론 매끈한 공간 자체가 해방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바로 매끈한 공간에서 투쟁은 변화하고 이동하며, 삶 또한 새로운 도박을 감행하고 새로운 장애물에 직면해서 새로운 거동을 발명하고 적을 변화시킨다.
-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서 하나의 매끈한 공간만으로도 충분하다고는 절대로 믿지 말아라.
전체 0

전체 389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공지사항
〔새책공지〕 들뢰즈, <니체와 철학> - 10월 24일시작
sleep365 | 2021.10.10 | 추천 0 | 조회 269
sleep365 2021.10.10 0 269
공지사항
다중지성 연구정원 세미나 회원님들께 요청드립니다.
다중지성의정원 | 2019.11.03 | 추천 0 | 조회 1526
다중지성의정원 2019.11.03 0 1526
공지사항
[꼭 읽어주세요!] 강의실/세미나실에서 식음료를 드시는 경우
ludante | 2019.02.10 | 추천 0 | 조회 2248
ludante 2019.02.10 0 2248
공지사항
세미나를 순연하실 경우 게시판에 공지를 올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ludante | 2019.01.27 | 추천 0 | 조회 2238
ludante 2019.01.27 0 2238
공지사항
비밀글 <들뢰즈와의 마주침> 세미나 참가자 목록 - 2019년 1월
다중지성의정원 | 2018.02.25 | 추천 0 | 조회 39
다중지성의정원 2018.02.25 0 39
384
수수님 질문 관련한 답변
commons | 2021.11.29 | 추천 0 | 조회 25
commons 2021.11.29 0 25
383
21.11.28 니체와 철학 128~138
voov11 | 2021.11.28 | 추천 0 | 조회 24
voov11 2021.11.28 0 24
382
발제문 118~128
commons | 2021.11.27 | 추천 0 | 조회 22
commons 2021.11.27 0 22
381
발제문(98p~107p)
tjdfkr569 | 2021.11.21 | 추천 0 | 조회 27
tjdfkr569 2021.11.21 0 27
380
니체와철학 107~118 발제.
영수 | 2021.11.21 | 추천 0 | 조회 28
영수 2021.11.21 0 28
379
<니체와 철학>발제 순번 11/21~ 12/12
영수 | 2021.11.14 | 추천 0 | 조회 40
영수 2021.11.14 0 40
378
[발제]니체와 철학 pp77-88
수수 | 2021.11.14 | 추천 0 | 조회 31
수수 2021.11.14 0 31
377
11/7 세미나 내용 정리
commons | 2021.11.09 | 추천 0 | 조회 42
commons 2021.11.09 0 42
376
11/7 니체와 철학 66~77
voov11 | 2021.11.07 | 추천 0 | 조회 32
voov11 2021.11.07 0 32
375
[발제] 11/7「니체와 철학」 pp.56-66
bomi | 2021.11.07 | 추천 0 | 조회 31
bomi 2021.11.07 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