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1 메리 W. 셸리 『프랑켄슈타인』 토론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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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
작성일
2022-05-11 16:18
조회
569
SF읽기 두 번째 : 메리 W. 셸리 『프랑켄슈타인』(1818)

□ 『프랑켄슈타인』 소설배경 탐색

1. 저자 메리 셸리(1797-1851)
- 19세기 초 영국의 여성 작가 : 1818년 『프랑켄슈타인』 처음에 익명으로 출판되었고, 13년이 지난 1831년에 비로소 메리 셸리라는 작가의 본명을 달고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프랑켄슈타인의 저자가 메리 셸리로 밝혀졌을 때 평론가들의 반응 “스무 살이 채 안된 여성의 병적인 상상력이 만들어 낸 기이한 산물”이라는 악평, 이와 별개로 대중적 인기
- 여권 운동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급진주의 정치사상가 윌리엄 고드윈의 딸, 낭만주의 시인 퍼시 셸리의 아내로 당대 여러 지식인과의 교류, 당시 이슈였던 갈바니즘과 에라스무스 다윈의 분류학이론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들으며 간접적으로 이 같은 과학이론에 접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전기자극을 이용해 죽은 생명체의 근육을 움직이게 하는 이탈리아 과학자 갈바니의 실험이야기는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을 창조하는 ”생명의 불꽃“의 아이디어의 근거가 되었을 것)
- 친모와 자식의 죽음, 임신과 출산, 양육의 경험 : 이 작품은 구상하기 시작한 1816년 6월 18세의 셸리는 이미 두 아이를 출산했고, 그 중 첫 아이를 잃었고 둘째는 생후 6개월이었다. 더구나 어머니 울스턴크래프트가 셸리를 낳은 지 열흘 만에 산욕열로 사망하여 친모를 잃은 셸리에게 출산은 죽음의 공포와 맞물려 있는 사건이었다. 셸리 자신의 임신과 출산, 사산, 그리고 아이를 양육한 경험이 괴물의 창조와 성장, 그리고 괴물을 창조한 프랑켄슈타인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을 묘사하는 과정에 투사되어 나타난다.

2. 『프랑켄슈타인』의 부제 ”모던 프로메테우스“
- 프로메테우스는 신의 뜻을 거역하고 인류에게 불을 가져다준 벌로 카우카소스산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영벌을 받았다는 신화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프로메테우스는 흙을 빚어 인간을 창조한 창조주이기도 하다.
- 19세기 초 낭만주의 시인들은 프로메테우스를 사회적 정신적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불굴의 인간정신과 무한한 상상력의 상징으로 내세웠고 그 필두에는 셸리의 남편이었던 시인 퍼시 셸리가 있었다. 퍼시 셸리는 『프랑켄슈타인』이 집필되던 시기, 장편 극시 『해방된 프로메테우스』를 썼고, 이 작품은 1820년 영국에서 출판했다. 낭만주의 시인들은 계몽주의, 이성중심주의에 대항하여 인간의 상상력을 신적인 것으로 추앙하고,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인간의 가장 숭고한 자질로 보았다. 낭만주의 시인들에게 있어 프로메테우스는 제도와 권력에 저항하는 불굴의 인간 정신의 상징이었다.

□ 형식 및 줄거리 탐색
1. ‘편지’ 형식의 글쓰기, 일인칭 서술기법
- 빅터는 괴물을 창조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실험 일기를 적었고, 윌튼은 항해 일기를 쓰듯 편지를 쓴다. 빅터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엘리자베스는 편지로 빅터와 소통하며, 괴물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사피와 펠릭스 또한 서로 편지를 주고 받는 등, 『프랑켄슈타인』은 세 겹으로 이루어진 동심원 구조의 내러티브 구조처럼 편지 속에 또 다른 편지들이 겹쳐 있는 구성을 하고 있다.
- 월튼이 빅터와 괴물의 이야기를 그의 누이 사빌 부인에게 편지형식으로 전달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후 빅터가 화자가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이어서 괴물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방식으로, 각각의 이야기는 일인칭 서술기법으로 되어 있다. 일인칭 이야기들은 각 인물들의 자서전과도 같은 인상을 준다.

2.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어떻게, 왜!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게 되었는가?
- (빅터) “나에게 세계란 밝혀내고 싶은 비밀이었다. 호기심, 숨겨진 자연의 법칙을 알아내려는 부단한 연구, 그리고 마침내 그 법칙이 내 앞에 펼쳐졌을 때 느낀 날아갈 듯한 기쁨, 이런 것들이 내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감정이다.”
- “내가 특별히 관심을 가진 현상 중 하나가 인간, 아니 생명을 가진 모든 동물의 신체 구조였다. 어디서 생명의 원리가 비롯된 것일까?”
- “생명의 원인을 알려면 먼저 죽음에 관해 연구해야 할 것이다. 나는 곧 해부학에 완전히 통달하게 되었지만 이것은 충분하지 않았다. 인체의 자연적인 소멸과 부패 또한 관찰해야 했다.”

3. 이 새로운 창조물은 어떻게, 언제! “괴물”이 되었는가?
- 흉측스러운 몰골로 깨어났던 탄생의 순간인가
- 인간들로부터 거부당하며 괴물로 불리우던 순간인가
- 자신 스스로 괴물이라 여기게 된 순간인가
- 증오와 복수심에 타올라 프랑켄슈타인의 동생을 살해하고 환희와 승리감을 느꼈던 순간인가.

4. 괴물은 언어와 지식을 습득하며, 정체성 없는 존재이자 이름 없는 자신을 자각한다.
- 괴물은 『제국의 멸망』,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밀턴의 『실낙원』, 『플루타크의 영웅전』을 접하면서, 정보와 지식 습득 그리고 외부 환경의 인식을 넘어서서 인간사회 내부의 복잡한 구조, 사회관계, 역사, 전쟁, 감정, 삶과 죽음 등 복잡한 개념마저도 학습 가능하게 되었다.
- (괴물) “점차 나는 중요한 것들을 발견하게 되었소, 이 사람들에게는 구분되는 소리로 서로의 경험이나 감정을 전달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거요. 그들이 소리 내는 말들은 때로 듣는 사람의 마음과 표정에 기쁨이나 고통, 미소와 슬픔을 자아냈소. 이것은 참으로 굉장한 과학이었기에 나도 그걸 배우고 싶어 견딜 수 없었소.”
- “그들이 가리키는 단어들이 눈에 보이는 사물과 뚜렷한 관계가 없었으므로 나로서는 그것이 의미하는 수수께끼를 풀 단서를 전혀 찾을 수가 없었던 거요.”
- “나는 내가 읽거나 엿듣는 대화의 주인공들과 비슷하면서도 아주 다른 존재임을 깨달았소. 나는 그들에게 어느 정도 공감하고 이해했지만 나 자신의 자아 같은 것은 형성되어 있지 않았소. < 내가 떠나온 길은 빈칸>”

5. 빅터는 왜 여자괴물을 만들지 않고 자신과 가족의 죽을 운명을 받아들이는가.
- (빅터) “지금 와서 처음으로, 내 약속의 부도덕성을 갑자기 깨달았다. 후손들이 나를, 자기만의 이기심에서 인류 전체의 존재와 자신의 평화를 서슴없이 맞바꾼, 벌레만도 못한 놈이라고 저주할 생각을 하니 몸서리가 쳐졌다.”
- “신을 모독한 내 행위와 나 때문에 벌어진 죄악을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얼마나 나를 미워하고 세계 곳곳에서 날 잡으려고 몰려올까!”

6.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
- (빅터) “나에게 세계란 밝혀내고 싶은 비밀이었다. 호기심, 숨겨진 자연의 법칙을 알아내려는 부단한 연구, 그리고 마침내 그 법칙이 내 앞에 펼쳐졌을 때 느낀 날아갈 듯한 기쁨, 이런 것들이 내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감정이다.”
- (빅터) “자연이라는 제국의 장대한 알현실에는 엄숙한 침묵이 내렸고 거센 물살 소리, 거대한 빙하 조각이 추락하면서 내는 소리, 눈사태가 우르릉거리는 소리, 빙하가 균열을 일으키는 소리들만이 얼음이 쌓인 산맥을 따라 울리면서 침묵을 깨뜨렸다. 이 숭고하고 장엄한 장면은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최고의 위안이었다. 그것은 온갖 미천한 감정의 수렁에서 나를 끌어올려 주었고, 비록 내 슬픔을 없애지는 못했지만 가라앉히고 달래 주었다.”

□ 『프랑켄슈타인』 을 읽는 관점들

1. 페미니즘 비평
- 가부장제 사회 비판, 라캉의 정신분석 이론을 가지고 여성의 몸이나 응시의 은유로 소설 분석(리긴스 Emma Liggins, 바인 Steven Vine)
- 여성 작가로서의 글쓰기, 작가적 정체성(파라 Patricia Fara, 호그세트 Davie Hogsette)
- 여성의 출산과 양육의 관점에서 자연적 심리적 젠더 차이 강조(멜러 Anne Mellor, 레만 Stevent Lehman, 손현주)

2. “근대 프로메테우스(The Modern Prometheus)” 과학자의 오만함 vs 창조성
- 프랑켄슈타인의 실험을 신의 금기를 어기고 오만함의 죄를 지은 과학자라는 입장에서 보거나, 반대로 억압에 굴복하지 않는 창조적 정신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는 입장

3. 괴물성, 타자성
- 괴물의 괴물성을 이질적인 존재를 타자화하는 경향에 대한 다층적 분석으로 연결시킨다.
- 괴물성은 하층계급에 대한 억압, 여성에 대한 적대감, 인종차별주의, 이방인 배척과 같은 다양한 타자화 양식의 근거가 되어왔다. 이러한 괴물성에 대한 사유는 배척당하는 타자의 인격성을 부각시키는 방식의 분석을 취하기도 하고 또는 서구의 사유가 집착하는 ‘내적 동일성’ 안에 이미 ‘외적 이질성’이 전복적 성격으로 내재되어 있음을 분석하기도 한다.

4. 포스트휴먼 관점
- 소설의 괴물은 동물적 인간이 아니라 테크놀로지로 만들어낸 인조인간으로 보아야 더 적합하다. 여기서의 괴물은 과거의 역사적 괴물이 아니라 근대과학이 할 수 있는 자연에 대한 과학적 제어를 생산적 응용을 향해 최대로 밀고 나간 것이다.
- 프랑켄슈타인은 관찰과 실험을 통해 질료를 분석하고 표준적인 수학 공식으로 풀이하고 명명하는 근대 기계론적인 과학에 매료된다. 물질에서 생명을 생성해내는 연구. 그는 고독한 연구와 외골수적인 관심 집중과 냉철한 분석력으로 연구에 투신한다. 인간 프레임의 구조를 분석하고 골격과 근육의 질료를 밝히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실험은 실제로 성공해서 프랑켄슈타인은 무기질로부터 생명을, 그것도 인간보다 더 증강된 신체를 가진 포스트휴먼을 만들어낸다.
-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을 버린 것은 그를 물질적인 기계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 인공생명체의 가공할만한 미래성이 두려워서이다. 괴물의 호소가 그의 마음을 움직여 괴물에게 여성 짝을 만들어주기로 약속하고 거의 만든 순간 그는 그것을 망가뜨려 버린다. 괴물 한 쌍의 생성이 일으킬 포스트휴먼적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녀는 자신의 배우자보다 천 배 만 배 사악해서 살인과 참극 자체를 즐길 수도 있다” 그는 포스트휴먼의 존재에 압도당하고 그것이 인간 종과 번식하거나 인간 종을 위험에 빠트리게 될 것에 경악하는 것이다. 그가 후대에 “프랑켄슈타인의 장벽”이라는 고유명사를 창출하게 될 정도로 괴물을 막아서는 데에는 휴먼을 넘어서는 것 같은 압도적인 인공생명에 대한 두려움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 프랑켄슈타인은 과학자로서 생명의 메커니즘을 발견하여 세상에 기여하겠다는 근대 프로메테우스적인 야망을 가지고서 출발하였다. 창조물의 기괴한 모습에 그의 과학주의적 세계관은 크게 흔들린다. 주체의식과 자존감이 흔들리면서 그가 갖고 있던 근대 자연관은 근대 이전의 중세적 자연관으로 회귀한다. 인간의 역량에 몰두해 있던 앞부분에서는 자연은 눈에 들어오지 않아 거의 자연에 대한 묘사가 되어 있지 않다. 반면에 괴물에게 두려움과 번민을 느끼면서 그는 자연에서 위로를 찾고자 하고 그가 찾는 자연은 중세적 신관을 비춰주는 자연으로 새삼 묘사된다. 이제 자연은 만물의 창조주인 신에 대한 믿음과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숭고한 자연이다. 특히 여기에서 묘사되는 자연은 먼 거리에서 바라보아야만 시야에 들어오는 장엄한 자연들이다. 빙하로 둘러싸인 깎아지른 듯한 알프스의 산 절경, 몽블랑 정산의 정결. 신의 절대성과 준엄함을 보여주는 숭고한 자연의 묘사들은 괴물이 주는 압도적 두려움 앞에서 프랑켄슈타인이 신에게 회귀하고 싶은 심정 잘 드러내 보여준다.


※ 참고문헌
손현주, 「다시 읽는 『프랑켄슈타인』: “모던 프로메테우스”와 여성의 생명 창조력」, 『인문논총』, 2014
이선주, 「포스트휴먼 관점에서 본 『프랑켄슈타인』」, 19세기영어권문학, 2017
박병옥, 「『프랑켄슈타인』에 드러난 메리 셸리의 말하기 전략」, 근대영미소설,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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