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언 현상학, 혹은 사물의 경험은 어떠한 것인가』 | 이언 보고스트 지음 | 김효진 옮김 | 2022.09.22

카이로스
작성자
갈무리
작성일
2022-09-26 16:14
조회
1534


에일리언 현상학, 혹은 사물의 경험은 어떠한 것인가

Alien Phenomenology, or What It’s Like to Be a Thing

이언 보고스트 지음
김효진 옮김


에일리언은 도처에 있다.
모든 것은 여타의 것에 에일리언이다.

이질적인 ‘사물들의 은밀한 삶’을 ‘경험’하고 ‘소통’하기 위한 실천으로서의 ‘실용주의적 사변적 실재론’을 모색하고 있는 책!
그레이엄 하먼, 레비 브라이언트, 티머시 모턴과 더불어 객체지향 존재론(OOO) 진영에 속하는 이언 보고스트는 이 책에서 에일리언 현상학의 세 가지 실천 양식으로 ‘존재도학’, ‘비유주의’ 그리고 ‘공작’을 제시한다.

『에일리언 현상학, 혹은 사물의 경험은 어떠한 것인가』에서 이언 보고스트는 사물을 존재의 중심에 두는 객체지향 존재론을 전개한다. 여기서 인간은 유일한 관심사도 아니고 심지어 근본적인 요소도 아니다. 철학적 주제는 인간과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물들에 더는 한정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철학적 주제는 모든 것이 되어야 한다.

보고스트는 ‘객체지향 존재론’이 무엇인지 서술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실천할 방법도 서술한다. ― 블로그 ‘익스페리멘탈 프로그레스’


간략한 소개

지금까지 인간은 너무나 오랫동안 철학적 사유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었다. 최근에 출현한 환경철학과 포스트휴먼 연구에 힘입어 우리의 탐구 범위는 생태계와 동물, 인공지능을 포함할 정도로 넓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 우주 속에, 그리고 심지어 우리 삶 속에 존재하는 압도적인 다수의 사물은 여전히 진지한 지적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에일리언 현상학, 혹은 사물의 경험은 어떠한 것인가』에서 이언 보고스트는 사물을 존재의 중심에 두는 객체지향 존재론을 전개하는데, 여기서 인간은 유일한 관심사도 아니고 심지어 근본적인 요소도 아니다. 보고스트의 에일리언 현상학은 실험현상학이나 기술철학과는 달리 모든 존재자가 상호작용하고 서로 지각한다는 점을 당연시한다. 그런데 이런 경험은 인간이 직접 파악할 수 없기에 오로지 비유에 기반을 둔 사변적 사유를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다. 이 책에서 보고스트는 우리를 ‘에일리언 현상학’의 독특한 접근법으로 안내하면서 ‘존재도학’, ‘비유주의’ 그리고 ‘공작’이라는 구체적인 실천적 도구와 전략을 제시한다.


상세한 소개

기후재난 시대의 철학

우리는 이른바 ‘인류세’ 시대에 살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인류세라는 중립적 명명이 은폐하는 비대칭을 지적하면서 ‘자본세’를 대안 용어로 제출하기도 했다. 우리는 인류세와 자본세를 기후재난으로 체험하고 있다. 폭염과 홍수, 멸종, 생태계의 급격한 변화는 물론이고 최근의 식재료 가격상승 또한 기후변화와 직결되어 있다. 이런 일들은 인간이 자연의 주인도 아니고 세계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부각한다. 이렇게 기후재난을 온몸으로 체감하는 오늘날, 철학에서 사변적 실재론과 신유물론을 필두로 인간과 독립적인 사물의 실재성과 물질성을 강조하는 사상적 경향이 발흥한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른바 ‘사변적 전환’으로 지칭되는 사변적 실재론의 운동이 타파하려고 한 대상은 바로 우리가 살고있는 세계에 대한 ‘상관주의적’ 관점, 즉 “인간과 세계는 떼어놓을 수 없게 얽혀 있다”라는 관점이다. 이러한 상관주의적 관점은 사실상 세계는 인간에 대하여(또한 인간을 위하여) 존재한다는 본질적으로 인간중심적인 관점이다. 그 관점은 인간에게 깊이 배어든 편견임이 명백하며, 현실적으로 그것을 극복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임이 틀림없다. 이런 견지에서 이질적인 사물들의 은밀한 삶을 경험하고 소통하기 위한 실천으로서의 ‘실용주의적 사변적 실재론’을 모색하고 있는 『에일리언 현상학』은 시의적절하고 상당히 매력적이다. 이 책에서 보고스트는 우리를 ‘에일리언 현상학’이라는 독특한 접근법으로 안내하면서 몇 가지 구체적인 실천적 도구와 전략을 제시한다.

이언 보고스트와 객체지향 존재론

사변적 실재론은 레이 브라지에의 ‘근본적 허무주의’, 이에인 해밀턴 그랜트의 ‘신생기론’, 그레이엄 하먼의 ‘객체지향 존재론’(OOO) 그리고 퀑탱 메이야수의 ‘사변적 유물론’으로 나뉜다. 보고스트는 이 중에서 객체지향 존재론(OOO)을 객체의 실재성과 사물성을 가장 본격적으로 고찰하는 갈래로 간주한다. 보고스트는 OOO를 자신의 포스트휴머니즘 철학, 사물을 형이상학의 중심에 두는 철학을 전개하는 기반으로 삼는다. 보고스트는 “모든 사물은 존재한다는 점에서 동등하지만 동등하게 존재하지는 않는다”고 쓰는데, 이는 OOO를 특징짓는 평평한 존재론 혹은 브라이언트의 표현대로 ‘객체들의 민주주의’의 테제를 수용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언 보고스트는 인터넷과 기후 등 “인간에 비해 광대한 시간과 공간에 펼쳐져 있는 것”을 지칭하는 ‘거대객체’를 중심으로 객체지향 생태론을 전개하는 티모시 모턴을 포함하여 그레이엄 하먼 및 레비 브라이언트와 더불어 사변적 실재론의 OOO 진영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고스트의 단위체와 압축적 존재론

이 책에서 보고스트는 ‘객체’와 ‘사물’이라는 낱말을 ‘단위체’(unit)로 교체할 것을 제안한다. 보고스트에 따르면 객체는 주체를 즉시 떠올리게 하는 문제점이 있고, 사물은 기업이나 도시, 국가 같은 존재자들을 무시하는 문제점이 있다. 이런 까닭에 보고스트는 독자적인 실재를 갖춘 존재자를 가리키는 데에는 단위체라는 낱말이 유용하다고 주장한다. 하나의 개별적이고 독특한 체계로서의 단위체는 다른 단위체들이 회집하여 이루어진 하나의 우주이면서 더 큰 단위체의 부분을 이룬다.

나아가 보고스트는 우연히 미약하게 결합된 이들 단위체가 행동하고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단위조작’(unit operation)이라고 부른다. 이런 견지에서 모든 단위체는 다양한 단위체가 압축적으로 회집된 하나의 통일된 단위체이며, 팽창하면 이들 구성 단위체들이 하나의 우주처럼 펼쳐진다. 보고스트는 이런 구상을 ‘압축적 존재론’(tiny ontology)이라고 일컫고 자신의 에일리언 현상학 접근법의 기반을 이루는 관념으로 삼는다. 이 책에서 우리는 존재의 양면, 즉 밀도와 팽창을 보여주는 분해도를 통해서 압축적 존재론을 엿볼 수 있다. 예컨대 “자동차 부품 사용설명서를 살펴보면 자동차 수리와 관련된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도 현대의 자동차에서 현시되는 낯선 충만감을 … 누릴 수 있다.”(114쪽)

모든 것은 다른 모든 것에 에일리언이다

객체지향 존재론(OOO)의 관점에 따르면 무엇이든 사물들의 존재나 실재는 서로 물러서 있기에 모든 것은 다른 모든 것에 어느 정도 낯선 존재자일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지구 밖 외계에 현존하는 존재자를 가리키는 에일리언이라는 낱말은 이웃의 인간들과 주변의 익숙한 사물들을 비롯하여 모든 존재자를 포함한다. 요컨대 에일리언은 도처에 존재하며, 모든 것은 다른 모든 것에 에일리언이다. 그러므로 무언가 타자임의 경험은 결코 증명되거나 검증될 수 없고 오히려 사변적으로 구상될 수 있을 뿐이다.

이 책에서 보고스트는 단위체 혹은 사물이 세계를 경험하는 방식을 탐구하는 ‘에일리언 현상학’을 ‘사물들의 우주’를 이해하는 한 가지 분석 형태로서 제안한다. 보고스트는 이를 통해서 우리가 우리 자신을 넘어서 ‘사물 자체’로 나아가기를 요청한다. 에일리언 현상학은 사물이 ‘우리에 대해서’ 무엇인지 묻는 것이 아니라 ‘사물의 경험이 어떠한 것인지’ 물음으로써 사물의 경험 세계를 사물의 입장에서 이해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서 에일리언 현상학은 ‘사물의 은밀한 삶’을 드러내는 접근법이다. 특히, 자신의 에일리언 현상학을 실용적인 사변적 실재론이라고 공언하는 대로, 보고스트는 그 접근법의 세 가지 실천 전략, 즉 존재도학, 비유주의 그리고 공작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어느 평자가 논평한 대로 이 책은 비교적 얇지만 가볍게 읽을거리는 결코 아니다. 철학서로는 이례적으로 이 책은 몇 장의 사진을 비롯한 컬러 도판들, 컴퓨터 관련 도표들, 그리고 문학과 노래에서 발췌된 구절들을 풍성하게 포함하고 있기에 거듭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독서 경험을 제공한다. 사변적 실재론과 신유물론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을 비롯하여 사물과 매체의 물질성에 주목하는 매체 및 문화 연구자들의 일독을 권한다.

에일리언 현상학의 세 가지 실천 전략 : 존재도학, 비유주의 그리고 공작

이 책에서 이언 보고스트는 사물들의 은밀한 삶을 드러내려는 에일리언 현상학을 실천하기 위한 세 가지 전략, 방법 혹은 기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그 세 가지 방법은 각각 ‘존재도학’, ‘비유주의’ 그리고 ‘공작’이라는 용어로 규정된다. 모두 사물의 경험 세계의 양태들을 이해하는 방법들이다. 존재도학은 객체들 사이의 관계들을 탐구하기 위한 방법이고, 비유주의는 객체들의 지각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전략이며, 공작은 객체들이 스스로 자신의 세계를 구성하는 과정에 관여하는 방식에 관해 말해주는 객체들을 생산하는 전략이다.

에일리언 현상학의 첫 번째 실천 전략으로서 존재도학은 객체간 관계들을 서술하고 연출하기 위해 서사를 대체하는 일종의 기입 방법이다. 존재도학은 “미학적 집합론”으로, 객체 관계들의 본성에 인간 개념을 그다지 귀속시키지 않은 채로 사물들을 회집하는 기입 전략이다. 이 방법의 기본 지침은 “논리나 역능이나 용도가 아니라 부드러운 쉼표 마디로 느슨하게 연계된” 사물들을 병치하는 것이다. 이런 견지에서 보고스트는 존재도학의 전형적인 실례로서 ‘라투르 열거’를 비롯한 목록과 카탈로그, 프랑수아 블랑시아크의 추상적인 건축물 스케치 모음, 스티븐 쇼어의 사진들을 제시한다. 여기서 특히 보고스트가 큰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객체간 관계들을 동적으로 모사하고 수행하는 게임이나 퍼즐인데, 그는 이것들을 “존재도학적 기계”라고 일컫는다.

비유주의라는 두 번째 실천 전략은 이질적인 객체들이 존재도학으로 포착된 객체 관계들을 지각하고 경험하는 방식을 드러내기 위해 ‘선명한 왜곡’을 만들어내는 기법이다. 에일리언 현상학은 개별 객체가 겪는 경험의 주관적 특징이 객관적으로 완전히 재현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기에 에일리언 현상학의 실천은 비유를 통해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스트는 역설한다. 비유주의는 에일리언 객체의 경험 자체와 동일하지 않는 인간 경험을 특징짓는 방법이기에 사변적인 실천의 일종으로 간주되며, 인간의 경우에 의인화는 불가피하다. 이런 견지에서 의인화는 사람과 사물 사이에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인간중심주의에 대항하여 작동한다. 나아가서 보고스트는 객체간 관계를 인간의 비유적 관점에서 사변할 뿐만 아니라 객체 자체의 관점에서도 사변하는 ‘메타비유주의’라는 방법도 제시한다. 메타비유주의는 “우리가 객체들 사이의 기이한 관계들로 더욱더 스며들어 감에 따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변들로 구축되는 현상적 데이지 체인을 수반하”기에 비유는 “아래로 끝까지 이어진다.” 이 책에서 보고스트는 메타비유주의에 입각한 사유가 객체간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생태적 윤리관을 정립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시사한다.

에일리언 현상학의 세 번째 실천 전략으로서의 공작은 철학적 작업을 수행하는 객체들을 구축하는 활동이다. 이 방법의 요지는 글쓰기가 잠재적으로 너무 인간중심적이고 제한적이어서 우리가 에일리언 객체들의 심층을 철학적으로 제대로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보고스트에게 공작이라는 철학적 실천은 글쓰기라기보다는 공예, 구성 혹은 회집이며, 철학적 공작물은 도구 및 예술품과 달리 “철학을 염두에 두고서 구축되”기에 철학적 실험 장비로 일컬어진다. 이 책에서 보고스트가 철학적 공작의 대표적인 사례로서 제시하는 것은 컴퓨터 소프트웨어 작성인데, 예컨대 이미지든 낱말이든 간에 라투르 열거를 생성하는 프로그램, 집의 경험 세계를 추상미술로 표현하는 프로그램, 컴퓨터 기기의 작동 분해도를 제시하는 프로그램 등이 검토된다. 보고스트의 예견대로, “어쩌면 미래에는 … 급진적 철학자들이 자신의 주먹이 아니라 망치를 들어 올릴 것이다.”

에일리언 현상학의 철학적 태도 : 놀라움

보고스트는 ‘놀라움’을 에일리언을 마주칠 때 취해야 하는 태도, 즉 사물에 대한 ‘존중’을 구현하는 태도라고 규정한다. 사회적 상대주의든 과학적 자연주의든 간에 현대 사상에서는 객체들이 인간중심주의적 관점에서 “인간 행동과 사회의 산물 혹은 조정자”로 간주될 따름이기에 객체 자체에 대한 놀라움이 사라져 버렸다고 보고스트는 진단한다. 놀라움을 간직하는 철학적 태도는 인간이 세계의 중심이 아니라 셀 수 없이 다양한 존재자들에 속할 뿐이라는 겸손한 자세를 수반한다. 왜냐하면 다른 사물들도 우리와 다른 방식으로 ‘경험’을 겪더라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경험 세계’를 갖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놀라움의 태도는 모든 것이 다른 모든 것에 에일리언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는 철학적 태도다.


책의 구성

<데이 마이트 비 자이언츠>의 노래 가사로 시작하여 찰스 부코스키의 시 구절로 끝나는 이 책은 다섯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에일리언 현상학」에서 보고스트는 사변적 실재론의 한 갈래인 객체지향 존재론에 기반을 둔 포스트휴머니즘적인 현상학적 실천으로서의 에일리언 현상학을 제시한다. 사물의 경험 세계를 지각하는 노력의 일환으로서 에일리언 현상학을 구축하기 위한 기본 개념들인 단위체, 단위조작, 평평한 존재론, 사변 등을 도입한다. 특히, 저자는 ‘압축적 존재론’을 에일리언 현상학의 입장에서 사물과 관련하여 생각하는 모형으로 제안한다.

2장 「존재도학」에서는 “단위체들과 그 상호객체성의 충만함을 드러내는 일반적인 기입 전략”으로서의 존재도학의 수행적 사례들이 제시된다. 존재도학의 대표적인 전략은 사물들을 병치함으로써 객체들의 상호관계를 암시하는 것으로, 예를 들어 ‘라투르 열거’들과 『모비 딕』의 발췌문, 톰 조빙의 <삼월의 물>의 가사, 프랑수아 블랑시아크의 ‘사변적 건축’ 스케치들, 분해도 등이 제시된다. 특히, 스티븐 쇼어의 사진이 존재도학적 사진의 실례로서 분석된다. 여기에 수록된 정교한 도표들과 풍성한 도판들은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3장 「비유주의」에서는 “에일리언 현상학을 수행하는 유일한 방법은 비유를 통해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논변이 전개된다. 저자는 우리에게 결국 타자의 경험 세계에 대한 우리의 지각은 비유적임을 주지시킨다. 그리하여 “사람과 사물 사이에 공감을 불러일으키”려면 어느 정도의 의인화는 불가피한 일이 된다. 특히, 일종의 생태적 윤리로서의 일반적인 윤리 행위는 우리 경험을 ‘데이지 체인’처럼 ‘아래로 끝까지’ 이어지는 비유 집합체로 확장하는 것에 달려 있을 것이라고 시사된다.

4장 「공작」에서는, 철학하기는 오직 ‘글쓰기’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철학을 하는 인공물을 구성하”는 실천으로서의 공작을 포함해야 한다는 저자의 구상이 설득력 있게 제시된다. 특히, 글을 자신의 “유일한 존재 형식”으로 갖는 철학의 경우에 글쓰기는 오직 언어를 통해서 제한적으로 세계와 관계를 맺게 한다는 점에서 철학에 위험하다. 이와 관련하여 인상적인 것은 저자가 철학적 공작물로서 예시하는 컴퓨터 프로그램들이다. 게다가 공예와 지식 사이의 관계가 고찰되는데, 미래의 급진적 철학자는 “망치를 들어 올릴 것”이라고 예견된다.

5장 「놀라움」에서는 경이감이 발견에 선행하고 발견을 촉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점이 역설된다. 특히, 과학, 기술, 공학 그리고 수학의 도구성은 놀라움을 용해함으로써 경이로운 객체에 대한 지향적 호기심을 억제한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에일리언들의 편재성과 일상성을 강조하면서 이 책을 마무리한다.


지은이

이언 보고스트 Ian Bogost, 1976~

미합중국의 철학자이자 매체학자, 비디오게임 설계자. 현재 세인트루이스 소재 워싱턴대학교 영화매체학과 학과장이자 컴퓨터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퍼슈에이시브게임즈라는 게임업체의 공동창업자이다. 2004년에 캘리포니아대학에서 비교문학 박사학위 취득 후 최근까지 조지아공과대학교에서 게임 이론과 디지털 매체학을 가르쳤다. 비디오게임의 삶을 검토함으로써 그것들이 어떻게 해서 놀이와 학습을 위한 도구인지를 고찰한다. Unit Operations, Persuasive Games, Play Anything을 비롯하여 비디오게임과 매체학에 관한 저작으로 국제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아타리 2600 게임 <어 슬로우 이어>는 2010년 인디케이드 페스티벌에서 뱅가드상과 비르투오소상을 동시 수상했다. 그레이엄 하먼, 레비 브라이언트, 티머시 모턴과 더불어 ‘객체지향 존재론’(OOO)이라는 사변적 실재론의 한 분야에서 연구하는 동시대 포스트휴머니즘 철학자 집단에 속한다. 2012년에 세계 속 객체들의 은밀한 삶을 특징짓는 독특한 OOO 개념들을 제시하는 『에일리언 현상학』(갈무리, 2022)을 출판했다. 2013년부터 매체 The Atlantic의 객원 편집인으로 다양한 글을 기고했다. MIT 출판사의 ‘플랫폼 스터디즈’ 총서 편집인과 블룸즈버리 출판사의 ‘오브젝트 레슨스’ 총서 편집인으로서 다수의 책을 펴냈다.


옮긴이

김효진 Kim Hyojin, 1962~

서울대학교에서 물리학을 공부하였으며 인류세 기후변화와 세계관의 변천사에 관심이 많다. 옮긴 책으로 『네트워크의 군주』(갈무리, 2019), 『생명의 그물 속 자본주의』(갈무리, 2020), 『객체들의 민주주의』(갈무리, 2021), 『예술과 객체』(갈무리, 2022), 『질 들뢰즈의 사변적 실재론』(갈무리, 2022) 등이 있다.


저자와의 인터뷰

Q. 당신은 현재 실재론으로의 전회가 일어나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단지 이전의 철학적 접근법들이 소진되었을 뿐입니까? 아니면 무언가 다른 일이 진행 중입니까?

저는 확실히 철학에 지쳤습니다. 제 교육의 형식에 따르면(저의 모든 학위는 철학과 비교문학에 속합니다), 저는 실제로 매체 이론가라기보다는 오히려 철학자입니다. 사실상 저는 오로지 매체 이론가로 알려졌지만 말입니다. 그런 소진의 일부는 역겨움, 즉 철학과 이론이 세계를 정말로 전혀 개의치 않고 오히려 강단 밀교의 배타적 클럽들일 뿐이라는 감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실재론으로의 귀환이 강단(특히 인문학)이 위기에 처한 시기에 일어나는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딘가 다른 곳에서 저는 이 문제에 대한 훨씬 더 방대하고 신랄한 고발문을 적었습니다만 [...], 우리 목적을 위해서 여기서 저는 이렇게 요약하겠습니다. 휴머니즘이 자신이 저버린 세계에 다시 진입하려면 강력한 실재론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또한 무언가 다른 일이 진행 중입니다. 인문학이 생존하려고 몸부림치고 있는 동시대에 과학은 어느 때보다도 더 강한 것처럼 보입니다. 심지어 우리는 일부 인문학자가 과학적 접근법이나 사회과학적 접근법이 자신을 지원하거나 심지어 구조하리라는 희망을 품고서 그런 접근법을 전면적으로 채택하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인지과학이 가장 일반적인 진통제입니다). 그런데 그 역사에도 불구하고 과학은 더욱더 상관주의적인 것이 되고 있고, 안쪽보다 오히려 바깥쪽에 집중하고 있으며, 자연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오히려 인간의 응용과 혁신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저는 최근에 조지아 공과대학교에서 개최된 OOO 심포지엄에서 이 주장을 훨씬 더 자세히 개진했습니다만(그것 역시 그 책에 실릴 것입니다), 과학이 인문학보다 훨씬 더 상관주의적일 수 있는 일이 가능합니다. 어쩌면 이 가능성에 대한 잠재적 불안감 역시 작동하고 있을 것입니다.

저는 우리가 과학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마침내 CP 스노의 두 문화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예술과 인문학에서 ‘학제성’은 일반적으로 근친교배를 뜻합니다. 예컨대 ‘프랑스어와 독일어’처럼 말입니다. 오히려 그것이, 예컨대 매체생태학과 전기공학, 혹은 요리학과 물리학을 뜻해야만 하는 경우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Q. 당신의 존재론 같은 ‘평평한’ 존재론들과 관련하여 거듭해서 나타나는 한 가지 우려는, 우리가 관계들을 인간과의 상관관계의 바깥에서 서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것과 이들 관계가 아무튼 동등하게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다르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인간을 주요 행위자로 여전히 간주하는 것으로서의 생태 운동에 관한 논의에서 당신이 간접적으로 제기하는 물음입니다. 그것에 대하여 생태론자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존재론의 층위에서 우리는 비상관주의적 사유를 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런데 물론, 이것은 생태적 우려가 생태 파괴가 인간에게 미칠 영향 때문에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을 배제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평평한 존재론에 대하여 반복되는 이런 종류의 비판에 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 경우에 비인간 시각을 채택하는 입장들이 딜레마에 시달린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인간 바깥의 것에 대한 관심이 어떻게 인간의 이익에 주로 공헌할 수 있을까요? 생태 연구, 동물 연구, 그리고 다른 분야들은 가치 있는 관점을 제공하지만, 그런데도 그것들은 인간 실존의 특권을 가정합니다. 저는 우리가 우리의 도살장에 더 빨리 도착할 SUV의 엔진에 총을 쏴야만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평평한 존재론이 우리로 하여금 객체 작용이 객체 논리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더 복잡한 물음을 제기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고사리에 이롭게 행동하는 것도 가능할까요?

평평한 존재론의 한 가지 주요한 철학적 어려움은 허무주의의 위험입니다. 아무것도 여타의 것보다 더 중요하지 않다면 무언가가 현존하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저는 객체지향 존재론이 실존적으로 풍성한 철학이라고 생각합니다. 레비 브라이언트와 제가 때때로 일컫는 대로 그것은 난잡한 존재론입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것은 현존의 질에 관한 문제를 다루지 않습니다.

평평한 존재론을 채택하는 것과 관련하여 아무것도 우리가 가치 규약에 따라 살아가지 못하게 막지도 않고, 행위의 정치를 채택하지 못하게 막지도 않고, 그런 규약과 행위를 지지하는 전도 활동을 하지 못하게 막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인식론이나 윤리학이 아니라 오히려 형이상학이 제일 철학이라면, 또한 우리는 모든 객체의 행동이 품은 의미에 관한 어려운 물음들을 회피할 수 없습니다. 객체 자체가 가치를 지니고 있을까요? 스페인 이끼나 와플이 독자적인 윤리를 갖추고 있을까요? 그리고 우리는 그 여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우리는 우리 인간의 규약을 만물에 강제해야만 할까요? 아니면 우리는 일종의 보편적 판본의 <스타트렉>의 최우선 지령으로 물러서야만 할까요? 이들 물음은 더는 존재론적 물음이 아니고, 따라서 저는 평평한 존재론이 그것들에 답하도록 요청받기 마련이라고 반드시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예인선이 동사를 활용시키도록 요청받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한편으로 저는 이것이 유효하고 가치 있는 미래 작업(어쩌면 에일리언 윤리학)으로 간주합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윤리학에 기반을 둔 입장들은 존재론을 자신의 입장에 맞추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입장을 존재론에 맞추도록 요청받아야 할 때입니다.

(이 인터뷰의 전문은 https://philosophyinatimeoferror.wordpress.com/2010/04/26/ian-bogost-the-interview/에서, 발췌 번역문은 다음 링크의 옮긴이 블로그에서 볼 수 있다. https://blog.daum.net/nanomat/1467)


추천사

몰입하게 하고, 젠체하지 않으며, 종종 아름답다. ― 팝매터즈닷컴

『에일리언 현상학』은 혁신적이고 솜씨 있게 저술되었으며 대담하기에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 인디 스트리트 라디오

보고스트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객체지향 존재론’이 무엇인지 서술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실천할 방법도 서술한다. ― 블로그 ‘익스페리멘탈 프로그레스’

미술, 음악, 교육, 그리고 심지어 과학에 적용된 보고스트 이론의 가능성은 끝이 없다. ― 『뉴올리언스 리뷰』

보고스트의 책은 사실상 인간에게 ‘멈추고서 에일리언들을 느끼기’를 권고하는데, 말하자면 인간의 개념적 틀의 외부를 생각하려고 직접 시도함으로써 사변과 유비에 기반을 둔 새로운 사유 방식을 촉진할 수 있기를 권고한다. ― 『인비저블 컬처』

내가 읽기에, 『에일리언 현상학』의 힘은 우리가 제작하는 사물들을 비롯하여 우리가 접촉하는 모든 것에 대한 경이감을 되살리는 것이다. ― 『아이티너레이션 저널』

그것은 사물들의 목록, 카탈로그, 공동체다. 그것은 또한 일종의 여행기인데, 요컨대 『에일리언 현상학, 혹은 사물의 경험은 어떠한 것인가』라는 아름답게 저술되고 멋지게 자극적인 이언 보고스트의 새 책에 존재하는 일부 객체들의 지도를 그리는 ‘라투르 열거’다. 그것은 문학과 철학, 인문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특히 흥미로울 것이지만, 그 책 자체는 모든 단일한 분과학문적 틀을 넘어서 이야기한다. ― 카를라 나피(『앤섬 매거진』)

보고스트 철학의 참신한 목소리는 그가 옹호하는 종류의 존재론에 적절하고, 그 산문의 강점은 과도하게 단순화하지도 않고 요점만을 말하지도 않으면서 복잡한 개념들을 간단명료한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다. ― 『서브스턴스』

이 책은 다양한 독자가 읽어야 하는데, 그 이유는 그것이 매혹적일 뿐만 아니라 상당히 중요한 책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물은 존재하지만 동등하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보고스트의 금언에 의거하여 사물들을 독자적인 행위자들로서 고찰하는 과업이 진정한 지적 프로젝트가 됨에 따라 이런 입장이 품은 의미가 증식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독자적인 행위자로서의 사물들은 사물들이 그저 그런 것이 아닌 풍경의 윤곽을 그리기 시작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것들은 언제 어디에나 있는 능동적인 존재의 지도, 즉 에일리언 존재도를 그린다. ― 나이절 스리프트 (워릭대학교)


책 속에서

철학적 주제는 인간과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물들에 더는 한정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철학적 주제는 모든 것이 되어야 한다. 그뿐이다. … 범경험적 그물망의 세계에서 사물들은 어떻게 경험하는가? ― 1장 에일리언 현상학, 33쪽

열거는 방종이 아니며, 사실상 그것은 실제적인 철학적 작업을 수행한다. 그런데 객체들을 거명하는 것은 하나의 존재도학적 방법, 그것도 가장 기본적인 방법일 따름이다. ― 2장 존재도학, 91쪽

사물에 관해 말할 때 우리는 사물의 힘을 사물의 윤리와 동일시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어떤 사물이 행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그것이 고귀하거나 올바르다고 여기는 것과 동일한가? ― 3장 비유주의, 170쪽

너무나 오랫동안 철학에서 ‘급진적’임은 끊임없이 글을 쓰고 말하는 것을 의미했다. 결과적으로 매우 거대한 관념들을 이론화함으로써 이들 관념은 결코 구체화될 수 없고 단지 위협적인 정관사로 나타내어질 수 있을 따름이다. ― 4장 공작, 235쪽

에일리언은 로즈웰 군대 시체 안치소에 있지 않고, 혹은 멀리 떨어진 은하에 있지 않고, 혹은 심해와 매우 멀리 떨어진 툰드라 지역의 미발견 생태계들에 있지 않다. 에일리언은 도처에 존재한다. ― 5장 놀라움, 280쪽


목차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7

1장 에일리언 현상학 13
사물의 상태 18
프롬프트로서의 컴퓨터 30
평평한 존재론 34
압축적 존재론 51
단위조작 57
사변 71
에일리언 현상학 78

2장 존재도학 : 존재의 풍성한 다양성을 밝히기 82
시각적 존재도 103
분해도 113
존재도학적 기계 116
낱말 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123

3장 비유주의 : 단위체들의 알 수 없는 내면생활에 관해 사변하기 131
왜곡의 선명성 137
센서가 보는 방식 145
비유와 의무 154
데이지 체인 177

4장 공작 : 철학을 하는 인공물을 구성하기 186
사물 만들기 202
철학적 실험 장비 215
에일리언 탐사기 226
새로운 급진주의 233

5장 놀라움 238
경쟁하는 리얼리즘들 242
경이감 253
분해하기 262
에일리언 일상 275

감사의 글 281
참고문헌 283
인명 찾아보기 291
용어 찾아보기 296


책 정보

2022.9.22 출간 l 130×188mm, 무선제본 l 카이로스총서86, Mens
정가 18,000원 | 쪽수 304쪽 | ISBN 9788961953054 93100
도서분류 1. 인문학 2. 철학 3. 현대철학 4. 서양철학 5. 문화이론 6. 존재론 7. 현상학 8. 형이상학


북카드

바로가기


구입처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  인터파크  영풍문고


보도자료
전체 299
번호 썸네일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299
<신간> 『기준 없이』 | 스티븐 샤비로 지음 | 이문교 옮김 | 2024.2.24
갈무리 | 2024.02.29 | 추천 0 | 조회 151
갈무리 2024.02.29 0 151
298
<신간> 『예술과 공통장』 | 권범철 지음 | 2024.02.06
갈무리 | 2024.02.05 | 추천 0 | 조회 263
갈무리 2024.02.05 0 263
297
<신간> 『벤야민-아도르노와 함께 보는 영화』 | 문병호·남승석 지음 | 2024.1.24
갈무리 | 2024.01.29 | 추천 0 | 조회 283
갈무리 2024.01.29 0 283
296
『초월과 자기-초월』 | 메롤드 웨스트폴 지음 | 김동규 옮김 | 2023.12.29
갈무리 | 2023.12.30 | 추천 0 | 조회 393
갈무리 2023.12.30 0 393
295
『대담 : 1972~1990』 | 질 들뢰즈 지음 | 신지영 옮김 | 2023.11.30
갈무리 | 2023.12.04 | 추천 0 | 조회 410
갈무리 2023.12.04 0 410
294
『자기생성과 인지』 | 움베르또 R. 마뚜라나, 프란시스코 J. 바렐라 지음 | 정현주 옮김 | 2023.11.3
갈무리 | 2023.11.06 | 추천 0 | 조회 432
갈무리 2023.11.06 0 432
293
『#가속하라』 | 로빈 맥케이·아르멘 아바네시안 엮음 | 김효진 옮김 | 2023.09.22
갈무리 | 2023.09.26 | 추천 0 | 조회 755
갈무리 2023.09.26 0 755
292
『동아시아 영화도시를 걷는 여성들』 | 남승석 지음 | 2023.08.30
갈무리 | 2023.08.29 | 추천 0 | 조회 1000
갈무리 2023.08.29 0 1000
291
『건축과 객체』 | 그레이엄 하먼 지음 | 김효진 옮김 | 2023.07.20
갈무리 | 2023.07.23 | 추천 0 | 조회 727
갈무리 2023.07.23 0 727
290
『문두스』 | 김종영 지음 | 2023.06.23
갈무리 | 2023.06.27 | 추천 0 | 조회 685
갈무리 2023.06.27 0 6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