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스 레싱, 21세기 여성 작가의 도전』 | 민경숙 지음 | 2018.8.31

카이로스
작성자
갈무리
작성일
2018-09-05 14:33
조회
357


보도자료

도리스 레싱, 21세기 여성 작가의 도전

반영에서 회절로

저자 민경숙 교수의 24년 도리스 레싱 연구의 결산!
20세기의 인간을 ‘폭력의 후예’로 규정하면서 ‘억압된 여성의 현실과 그에 대한 저항을
잔인하지만 다정하게 그려냈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도리스 레싱이
21세기에 들어서서 인류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

지은이 민경숙 | 정가 23,000원 | 쪽수 408쪽
출판일 2018년 8월 31일 | 판형 사륙판 (130*188)
도서 상태 초판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총서명 Cupiditas, 카이로스총서 52
ISBN 978-89-6195-185-2 03800 | CIP제어번호 CIP2018027085
도서분류 1. 문학 2. 영문학 3. 문학비평 4. 작가론 5. 철학 6. 미학 7. 페미니즘
보도자료 도리스레싱-보도자료.pdf 도리스레싱-보도자료.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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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싱은 현대생물학이나 현대물리학을 이용하여 인문사회학적 개념들을 보강하면서 인문사회학적 연구와 과학적 연구가 융합된 사고를 하도록 제안한다. 그녀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여 유사한 상들을 재현하는 사실주의 소설에서 벗어나 현실 뒤에 숨겨진 이질적인 상들을 가시화하는 회절 방식의 사변소설로 나아간다.

들어가기 : 도리스 레싱, 『19호실로 가다』, 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19호실로 가다』는 2017년 가을 tvN에서 방영된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 소개되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도리스 레싱의 책이다. 이 책은 정희진, 이다혜, 최은영 등의 학자, 비평가, 소설가 들이 추천한 도리스 레싱의 단편소설집이다. 1919년 페르시아(현 이란)에서 태어나 2013년 타계한 여성 작가 도리스 레싱은 『19호실로 가다』를 비롯하여 여성이 일상에서 겪는 불안과 억압을 그린 많은 작품을 남겼다.

단편 「19호실로 가다」는 1963년에 처음 발표된 작품으로, 1970년대 이후 좀더 보편적이 될 페미니즘적 사유들을 한발 앞서 예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호실로 가다」와 같은 작품이 여전히 독자들에게 커다란 공감을 얻고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레싱이 1960년대에 발표한 작품 속에서 포착한 삶의 불안, 특히 여성의 불안하고 억압된 삶의 조건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레싱의 작품 중에는 페미니즘의 시선으로 독해가 가능한 작품들이 많기는 하지만, 후기의 레싱은 우주과학, 생물학, 물리학 등에서 직접적인 영감을 받은 여러 편의 과학소설 및 판타지 소설을 썼고, 제국주의, 식민주의 문제와 오늘날과 같은 고령화 사회에서 누구나 고민할 수밖에 없는 노인에 대한 차별, 특히 자신과 같은 여성 노인의 삶 등 다양한 주제를 열정적으로 탐험했던 작가이다. 그녀가 작품 속에서 다룬 주제를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세간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직면한 문제를 깊이 고민하는 곧은 지성의 힘이 느껴진다. 오늘날까지 레싱이 작품이 독자들에게 널리 사랑받고 있는 이유, 또 나아가 2007년에 레싱이 노벨상을 받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도리스 레싱, 21세기 여성 작가의 도전』 간략한 소개

“초고령에 다다른 여성작가의 도전 정신을 끝까지 추적해보고 싶었다.”

『도리스 레싱, 21세기 여성 작가의 도전』은 영문학 연구자이자 용인대학교 전임교수인 저자 민경숙이 24년간 도리스 레싱을 연구한 결과를 엮은 책이다. 저자 민경숙은 2004년에 10여 년간 도리스 레싱의 전기(前期) 작품을 연구하여 『도리스 레싱 : 20세기 여성의 초상』(동문선, 2004)이라는 첫 비평서를 출간하였다. 그리고 14년 후 도리스 레싱의 후기 작품을 집중적으로 연구하여 이번에 『도리스 레싱, 21세기 여성 작가의 도전』(갈무리, 2018)을 출간하게 되었다. 저자는 수십 년간 도리스 레싱이라는 작가를 놓지 않은 이유에 대해 “초고령에 다다른 여성작가의 도전 정신을 끝까지 추적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200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도리스 레싱(Doris Lessing, 1919~2013)은 영국의 소설가, 시인, 극작가, 작사가, 전기 작가, 단편소설 작가로, 한국에서는 페미니스트 작가로서 널리 알려져 있다.(올해 7월 그의 단편선 『19호실로 가다』(문예출판사)가 출간되어 여성의 억압된 일상을 그린 작품집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한국 사회에서는 1980년대에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으로 레싱 읽기가 시작되었다. 1990년대에는 『황금 노트북』이라는 작품의 독특한 구조가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관심과 함께 주목받으면서 레싱은 선풍적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그러나 레싱 자신은 ‘페미니스트’라는 특정한 정체성으로 분류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레싱은 남성/여성, 백인종/유색인종, 등등 이항대립을 통한 억압관계에 대해 저항감을 갖고 있었다. 『제2, 3, 4지대의 결혼』에서 주인공이 페미니즘의 이상향이라고 볼 수 있는 제3지대를 버리고 남성, 여성의 구분이 없는 제2지대로 가는 것에서 레싱의 이런 성향을 잘 알 수 있다.

저자 민경숙에 의하면, 이 비평집은 레싱의 의도를 좇아 레싱이 그리는 이상적인 삶의 태도, 작가의 소명, 세계관에 초점을 맞추어 레싱의 작품을 읽으려 한다. 레싱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여 재현하는 사실주의적 작품을 쓰도록 요구하는 독자들의 기대를 과감히 저버리고 현실 뒤에 감추어진 여러 가능성을 캐내어 보여주는 사변소설을 끝까지 추구하였다. 이 저서는 레싱의 후기 작품들이 어떤 점에서 모두에게 귀감이 되는지를 보여주려는, 도리스 레싱이라는 작가의 열렬한 독자이자 충실한 연구자인 저자 민경숙 교수의 치열한 노력의 산물이다.

『도리스 레싱, 21세기 여성 작가의 도전』이 주목한 도리스 레싱의 얼굴들

도리스 레싱과 우주

오늘날 헐리우드 영화들의 목록을 잠시 훑어보더라도 우리는 우주를 소재로 하거나 판타지 작품이 대세를 이루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소재의 고갈’ 때문일까? ‘오늘날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기’ 때문일까? 도리스 레싱은 일찍이 소설도 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믿었다. ‘벽 속 공간’에 무의식 세계가 있다고 상상하여 그 속에 들어가 청소하고 정신적 문제를 해결하는 『어느 생존자의 비망록』, 우주에 세 제국이 있고 지구는 그 제국의 식민행성이라고 설정하면서 지구가 오늘날 멸망 직전까지 이르게 된 원인을 분석하고 거기에서 더 나아가 식민자와 피식민자의 복잡한 관계를 사유한 5부작 『아르고스의 카노푸스 제국』, 유럽 즉 서양문명이 멸망한 미래를 무대로 각양각색의 아프리카인들이 다민족 공동체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마라와 댄』 연작, 먼 과거로 돌아가 태초에 여성만이 존재했고 후에 남성이 태어나 여성이 남성에게 주도권을 양도하게 되는 과정을 상상한 『클레프트』, 이렇듯 레싱의 후기(後期) 작품들의 상상력은 독자에게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사유를 선물한다. 그러나 독자들과 비평가들은 레싱이 사실주의 작품에서 판타지나 과학소설로 전향했다고 그녀를 비난하였고, 레싱은 다시 사실주의 작품을 썼다. 하지만 레싱은 그 작품들 『어느 좋은 이웃의 일기』와 『노인이 할 수 있다면』을 이번에는 ‘제인 소머즈’라는 필명으로 발표하여 그 작품이 레싱인 것을 눈치채지 못한 출판계와 비평가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것이 소위 ‘제인 소머즈 스캔들’이다.

도리스 레싱과 다양한 관계성

우리에게는 모두 부모가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또한 자식이 있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는 집안마다 상세한 내용은 다르더라도 영원히 풀 수 없는 엉켜진 실타래인 경우가 많다. 도리스 레싱과 어머니의 관계, 레싱과 자식 간의 관계가 그런 경우이다. 전기 작품들보다는 덜하지만 후기 작품들에도 그러한 관계로 인한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어느 생존자의 비망록』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괴롭히던 어머니와의 관계를 레싱이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고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보여주며, 그 결과 『어느 좋은 이웃의 일기』에서는 그것을 노인들, 특히 초고령 여성들에 대한 이해로 확장시키고 있다. 『다섯째 아이』와 『세상 속의 벤』은 어느 가정에 태어난 ‘못난 아이’ 그래서 ‘버려진 아이’ 벤의 삶을 추적하면서 비정한 현대 사회를 폭로한다. 사실 레싱은 자신을 ‘못난 아이’ 그래서 어머니에게서 버림받은 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레싱은 비평가들로부터 위대한 페미니스트 작가로 평가되어 왔지만 『제3, 4, 5 지대 간의 결혼』과 『클레프트』를 읽어보면 레싱이 여성/남성이라는 이항대립을 넘어서기 위해 얼마나 치열한 사유를 전개하는지를 읽어볼 수 있다. 레싱에게 남자와 여자는 다른 존재이며 둘 다 부족하므로 서로 돕고 보완해야 할 존재이다.

도리스 레싱과 사변소설

레싱은 정규 교육을 마친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고령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죽음과 인종의 멸종, 환생 등에 대해 사유하고, 그것을 원자물리학과 사회생물학 등 현대 과학과 연결 지어 풀어낸다. 그뿐만 아니라 지리학이라는 학문의 단편성을 꼬집고 역사의 진실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모든 지식이 상황적 지식임을 증명한다. 레싱의 작품은 이처럼 ‘포스트모던’ 성격을 짙게 보여준다.

본 저서는 고령의 레싱의 작품에 대한 해석을 담고 있다. 고령에 이른 작가이기 때문에 그만큼 시야가 넓고 길다. 또한 작가로서의 소명의식에 대한 생각도 깊다. 레싱에 따르면 작가란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이야기,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이야기를 해야 하며, 특히 동시대의 문제를 폭로하고 경고해야 한다. 레싱은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과 상상력으로 ‘사변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통해 이를 훌륭하게 수행하였다.

저자 인터뷰 : 『도리스 레싱, 21세기 여성 작가의 도전』 깊이 읽기

Q. 선생님께서는 2004년에 출간한 첫 도리스 레싱 연구서인 『도리스 레싱 : 20세기 여성의 초상』을 위해 연구하신 기간을 포함하여 이번에 출간하는 『도리스 레싱, 21세기 여성 작가의 도전』에 이르기까지 총 24년간 도리스 레싱을 연구해 오셨습니다. 어떤 계기로 도리스 레싱을 연구하게 되셨는지, 도리스 레싱 연구를 계속해 오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제 박사 논문은 조셉 콘래드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콜로니얼리즘, 특히 유럽의 아프리카 식민지화 그리고 그에 따른 아프리카인들의 고통에 대한 관심이 컸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현대소설 강의를 하던 중 레싱의 첫 작품 『풀잎은 노래한다』를 가르치게 되었고, 레싱의 강력한 저항의지, 반항심, 아프리카에 대한 연민, 불의에 대한 분노 등으로 인해 계속 읽게 되었습니다. 제가 끝까지 레싱을 놓지 않은 이유는 초고령에 다다른 여성작가의 도전 정신을 끝까지 추적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Q. 지난 몇 년간 한국 사회에서 미투 운동 등 여성인권, 페미니즘 관련 이슈들이 계속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도리스 레싱의 작품들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레싱은 1960년대 질풍노도의 영국을 목격한 사람입니다. 이때에는 오늘날의 한국처럼 영국이 이념대립, 핵무기반대운동, 세대 간의 대립, 여성해방운동, 환경운동으로 거리가 매일 시끄러웠던 시기입니다. 누구보다도 저항심, 반항의식이 컸던 레싱이지만 영국의 소요사태를 겪으면서 저항심과 반항의식을 초월하게 된 듯이 보이며 인간의 기초적인 것, 즉 마음의 평형, 정신적인 것과 육체적인 것의 조화 등 다소 동양적인 사상으로 서양의 이항대립적 사고를 뛰어넘으려 하였습니다. 레싱은 이기적인이고 개인적인 자기주장보다는 전체 속에서 부분을 보는 전체론적 사고, 입장을 바꾸어 놓고 사고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방법을 우리에게 가르쳐 줍니다.

Q. 도리스 레싱의 작품들은 아직 국내에 많이 번역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의 독자들께 꼭 추천하고 싶은 아직 번역되지 않은 작품을 골라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또 그 작품을 고르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다음 작품들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사대문의 도시』 는 사실주의 작품에서 사변소설로 진입하는 과정과 이유를 보여주며 레싱의 전체 사상을 보여줍니다. 『제3, 4, 5 지대 간의 결혼』은 남녀관계에 대한 레싱의 사고를 보여줍니다. 『제8행성의 대표만들기』에서는 죽음과 멸종에 관한 레싱의 동양적 사고와 현대 과학의 만남을 볼 수 있습니다. 『어느 좋은 이웃의 일기』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한국 사회에 초고령인들을 위한 복지문제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클레프트』는 태초에 여성만 있었고 후에 돌연변이로 남성이 태어났다는 의식 전환의 발상으로 남녀관계를 파헤치고 있으며 신화/역사에 대한 일반적 신뢰를 전복시킵니다.

Q. 레싱이 우주, 과학소설 같은 테마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A. 아프리카에서 밤하늘을 주시하던 아버지의 영향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늘을 보면서 하늘에서 지구를 바라보고 있을지 모르는 어떤 존재를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사고 또한 이때 갖게 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레싱이 어렸을 때는 영국이 세계 최고의 제국주의적 국가였습니다. 여기에서 사고를 확장하여 지구를 식민행성으로 두고 있는 카노푸스 제국을 상상한 것으로 보입니다. 짐바브웨라는 영국의 식민지에서 식민자라는 갑의 입장으로 살다가 영국으로 귀화하면서 을의 입장이 되어버린 것 또한 역지사지의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고 생각합니다.

Q. 사변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대해서 좀더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사변소설이란 작가가 갖고 있는 어떤 이념이나 개념을 바탕으로 작품을 구상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변증법적 사고를 갖고 있던 레싱이 『제3, 4, 5 지대 간의 결혼』에서 제3지대와 제4지대를 결합시키고 그 후 제4지대와 제5지대를 결합시킨 후 각각의 결과를 다시 결합시키는 것이 그 예입니다. 이념소설과 다른 점은 여기에 판타지, 과학소설 등의 상상적 요소가 첨가된다는 것입니다. 판타지나 과학소설은 현 세계와 다른 세계를 상상하지만 결국에는 현 세계를 비판하고 교정하려는 목적에서 구상된 세계입니다.

지은이 소개

지은이
민경숙 (Minn Kyung-Sook)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전공)과 불어불문학(부전공)을 수학한 후 프랑스 파리 제3대학에서 비교문학(영문학과 불문학)으로 DEA와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원대학교 등에서 강의하다가, 1995년 용인대학교에 전임강사로 위촉되어 현재까지 재직 중이다. 박사 논문은 「콘라드, 플로베르와 모파쌍: 문학적 영향과 실제」이며, 주요 역서로는 『해체비평』(크리스토퍼 노리스, 한신문화사), 『과학과 젠더』(이블린 폭스 켈러, 동문선), 『유인원,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다나 해러웨이, 동문선), 『한 장의 잎사귀처럼』(다나 해러웨이, 갈무리), 『겸손한_목격자@제2의_천년.여성인간ⓒ_앙코마우스TM를_만나다』(다나 해러웨이, 갈무리) 등이 있고, 주요 저서로는 『조셉 콘라드』(건국대학교출판부), 『도리스 레싱: 20세기 여성의 초상』(동문선) 등이 있다.

책 속에서 : 도리스 레싱, 21세기 여성 작가의 도전

2007년 레싱은 페미니즘적 과학소설인 『클레프트』를 발표하였다. 그러나 페미니즘 학계에서 혹평을 받고 과학소설계에서는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레싱은 인간의 최초의 선조가 여성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과학 기사에서 영감을 받아 여성이었던 인간의 선조가 어떻게 양성兩性 으로 진화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소설로 구성하였다. 대표적인 여성 과학소설가인 어술라 르귄은 《가디언 리뷰》지에서 이 작품에 대해 “남성성의 충격 때문에 깨어나 점점 의식이 고양되는 지각없는 여성들의 이야기, 즉 잠자는 공주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혹평하였다.
― 1장 서론, 49쪽

레싱은 무엇보다도 판타지와 과학소설이라는 비현실적인 장치를 이용하여 시간을 효율적으로 확장시켰다. 그 결과 유아 시절부터 초로의 여인의 모습까지 성장과 성숙의 과정을 담아내는 성공적인 자서전을 쓸 수 있었다. 『폭력의 아이들』의 다섯 권에서 다루었던 넓은 시간대를 한 권에 담으면서도 각 시간대의 문제와 토론거리를 모두 포함시키고 있다.
― 2장 『어느 생존자의 비망록』, 93쪽

고령에 다다른 레싱은 이제 개개인이 아닌 종으로서의 인간을 보다 멀리서 보다 큰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고, 선한 하나님을 포함한 선한 권위를 인정하는 듯이 보이며, 3차 세계대전을 겪을 지경에까지 이른 지구인 전체에게 경고를 보내는 동시에 자신들을 우주 밖에서 보듯이 객관적으로 돌아보면서, 삶의 의미는 무엇이고 인간의 운명은 무엇인지 등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 주는 듯이 보인다.
― 3장 『시카스타 : 식민화된 제5행성에 관하여』, 133쪽

레싱은 이 작품을 통해 여성성과 남성성의 양극성을 겪은 후 변증법적으로 통합하여 궁극적으로는 젠더를 초월하는, 혹은 젠더에서 해방되어 제2지대로 나아가는 여주인공을 상상하였다. 또한 정신세계의 나태함이 동식물계의 전반적인 불임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정하여 몸과 정신세계가 떨어질 수 없는 하나임도 주장하였다. … 궁극적으로 레싱의 여성적 비전은 모든 인간을 위한 비전이자 동식물 더 나아가 무생물까지 아우르는 우주적 비전이다.
― 4장 『제3, 4, 5지대 간의 결혼』, 158쪽

레싱은 2008년 정확히 89세의 나이에 『알프레드와 에밀리』의 출간을 끝으로 소설 쓰기를 중단하였다. 과학소설 연작을 발표하고도 25년간 글을 쓴 뒤의 일이다. … 레싱이 과학소설 연작을 끝마치고 제인 소머즈라는 필명으로 쓴 두 개의 소설도 ‘노년’을 주제로 삼고 있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도전인 과학소설 연작을 집필한 후 엄청난 비판에 맞서게 된 이 작가는 이제 또 고령의 사람들 특히 ‘타자 중의 타자’인 노년의 여성이 사회에서 얼마나 “쓰레기”처럼 대접받고 있는지를 폭로하는 또 하나의 도전을 감행한다.
― 7장 과학소설 5부작 『아르고스의 카노푸스 제국』, 244쪽

이 작품에서 제인은 젊은 세대들을 교육시키는 과제에 도전하면서 초고령 여성들의 문제와 십 대의 문제들이 연속선상에 있음을 암시한다. 누구나 인간은 탄생, 유년시절, 청년시절, 중년시절, 그리고 노년을 거쳐 죽음에 이르는 ‘연속체’의 삶을 살아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젊은이와 노인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면서 서로 차별하고 비난한다. 레싱은 중년의 제인을 모디, 애니, 일라이자의 노년층과 두 조카 질과 케이트 등 십 대들 간의 연결고리로 만들 생각이었고, 이 세 세대 간의 관계를 통해 인간과 인간의 삶을 ‘연속체’라는 큰 그림 속에서 보도록 제시할 생각이었다.
― 8장 『어느 좋은 이웃의 일기』, 277쪽

이제 어느덧 80세라는 고령에 이른 레싱은 다시 영국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에 도전한다. 이번에는 과거의 지구가 아닌 수천 년이 흐른 뒤 다시 빙하기가 찾아온 미래의 지구, 특히 오늘날의 유럽인 예럽이 얼음으로 뒤덮여 인간의 서식지가 이프릭/아프리카로 제한된 미래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여, 아프리카의 마혼디족의 어린 여자아이 마라와 남동생 댄의 시각으로 세상을 조명한다. 즉, 아프리카인의 시점에서 이 작품을 쓰고 있다.
― 10장 『마라와 댄』과 『댄 장군, 마라의 딸, 그리오, 그리고 스노우 독 이야기』, 317쪽

레싱은 『우리가 살기로 선택한 감옥』에서 작가는 마치 인류학자처럼 역사가처럼 과거를 돌아보면서 현대를 평가해야 하며, 인간의 조건에 대해 ‘다른 눈’으로, 즉 우리 자신을 초연한 방식으로 보아야 한다고 작가적 소명의식을 피력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해러웨이가 설명하는 회절 개념의 실천적 적용이다.
― 12장 결론, 373쪽

목차

감사의 글 4
약어표 15

1장 서론 : 60년간의 비평적 수용을 통해 본 레싱의 노벨상 수상의 의미 16
1. 들어가면서 16
2. 1969년까지의 비평적 수용 : 모더니즘의 권위와 그에 대한 반발 18
3. 1970년대의 비평적 수용 : 진화하는 비평과 여과되는 독자 26
4. 1980년대의 비평적 수용 : 레싱의 반격과 비평계의 수모 32
5. 1990년대의 비평적 수용 : 오독의 책임에 관한 공방 41
6. 오늘날의 비평적 수용 : 레싱 연구의 부활 가능성 47
7. 나가면서 : 이 시대의 위대한 무당에 대한 마지막 예우 53

1부 벽 속 공간으로 상상력을 확장하다 62

2장 『어느 생존자 의 비망록』 : 차이, 변화, 해방의 모색 66
1. 들어가면서 66
2. 차이의 공간으로서의 판타지 71
3. 변화의 공간으로서의 과학소설 79
4. 판타지의 또 하나의 역할 : 해방의 공간 만들기 86
5. 나가면서 92

2부 우주인의 시각으로 지구를 바라보다 95

3장 『시카스타 : 식민화된 제5행성에 관하여』 : 레싱의 ‘실낙원’과 ‘복낙원’ 102
1. 들어가기 102
2. 과학적 우주관을 통한 인류 탄생 및 타락 신화의 탈신화 작업 108
3. 대안 역사 형식을 통한 오늘날의 병폐현상 진단 119
4. 유토피아 소설 형식을 통한 복낙원 124
5. 나가기 130

4장 『제3, 4, 5지대 간의 결혼』 : 레싱이 제안하는 여성적 비전 134
1. 들어가기 134
2. 경계 짓기 : 여성성 대 남성성 137
3. 경계 허물기 : 성의 변증법 147
4. 레싱의 여성적 비전 154

5장 『시리우스 제국의 실험』에 나타난 진화에 관한 시각 159
1. 들어가기 159
2. 세 제국의 사회생물학 실험 165
3. 시리우스 제국의 영적 진화 178
4. 나가기 186

6장 『제8행성의 대표 만들기』 : 현대 과학을 이용한 ‘죽음’과 ‘멸종’에 관한 해석 190
1. 서론 190
2. 현대 생물학 : 의식이나 정보 유전의 과학적 근거 194
3. 현대 물리학 : 육화 혹은 환생의 과학적 근거 205
4. 결론 212

7장 과학소설 5부작 『아르고스의 카노푸스 제국』 : 도리스 레싱의 문학적 도약 217
1. 들어가기 217
2. 개인을 넘어서다 220
3. 타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다 227
4. 의식을 확장하다 234
5. 나가면서 242

3부 사회의 약자에게 눈을 돌리다 245

8장 『어느 좋은 이웃의 일기』 : 현대 사회의 소수자 그룹, 초고령 여성 251
1. 들어가기 251
2. 노인 여성과 초고령 여성 254
3. 초고령 여성과 가정 261
4. 여성 노인, 사회, 그리고 사회복지 267
5. 나가기 274

9장 도리스 레싱의 ‘그로테스크’ : 『다섯째 아이』와 『세상 속의 벤』을 중심으로 278
1. 들어가기 278
2. 『다섯째 아이』 : 억압된 ‘내부의 타자’의 이미지로서의 그로테스크 281
3. 『세상 속의 벤』 : 배척당하는 ‘외부의 타자’의 이미지로서의 그로테스크 292
4. 나가기 304

4부 먼 미래와 먼 과거에서 오늘을 조명하다 308

10장 『마라와 댄』과 『댄 장군, 마라의 딸, 그리오, 그리고 스노우 독 이야기』 : 포스트콜로니얼 사변소설과 ‘유목적 주체’의 형상화 314
1. 들어가기 314
2. 『마라와 댄』 : ‘유목적 주체’로서의 공간 이동 319
3. 『댄 장군, 마라의 딸, 그리오, 그리고 스노우 독 이야기』 : 과거 역사의 보존 및 기술에 관한 시각의 진화 329
4. 나가기 337

11장 『클레프트』 : 신화와 역사 사이의 흐린 경계지대 341
1. 들어가기 341
2. 주체에서 타자로의 전환 : 주체성의 상실인가 혹은 양도인가? 343
3. 그녀의 신화에서 그의 역사로의 전환 360
4. 나가기 366

12장 결론 : 반영에서 회절로 비상하다 370

출처 375
도리스 레싱 연보 376
참고문헌 379
찾아보기 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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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잎사귀처럼 - <사이보그 선언문>의 저자 다나 J. 해러웨이의 지적 탐험』(다나 해러웨이 외 지음, 민경숙 옮김, 갈무리, 2005)
동물학자, 페미니즘 이론가, 문화비평가로 널리 알려진 다나 J. 해러웨이와 예술비평가이자 해러웨이의 제자인 사이어자 니콜스 구디브의 대담집이다. 1997년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의 'Fleshfactor'에 실린 것을 책으로 출간했다. 영장류학에 대한 페미니즘적 비판, 사이보그 페미니즘 이론 창시, 후기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문화비평 등으로 페미니즘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해러웨이의 이론이 나오게 된 전기적 배경을 대담을 통해 추적한다.

『집안의 노동자』(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 지음, 김현지, 이영주 옮김, 갈무리, 2017)
이 책에서 달라 코스따는 뉴딜을 둘러싼 투쟁의 역사를 되짚는다. 이 투쟁의 흐름 속에서 노동자는 국가와 새로운 관계를 맺고 사회 재생산의 지형을 새롭게 그려나간다. 그렇다면 뉴딜과 복지 국가가 설립한 여러 기관은 노동계급을 구한 구원자였는가, 아니면 노동계급이 자율적으로 재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망가뜨린 파괴자였는가? 달라 코스따는 여성과 국가가 맺고 있는 관계를 중심으로 복지 체계를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즉, 저항과 투쟁의 역학, 가정 안팎에서 기꺼이 일하려는 또는 일하기 꺼려 하는 상황, 대공황 기간 미국에서 여성이 구호 체계와 맺고 있던 관계를 살펴봄으로써 복지 체계를 포괄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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