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6일 세미나 복습 및 20일 세미나 공지입니다.

작성자
absinth
작성일
2018-06-16 23:45
조회
881
지난 시간 (6일)에는 저를 포함한 네 분이 참석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일단 김정연 선생님께서 그전까지 저희들을 미궁 속에 빠뜨렸던 '양과 질'의 개념적 정립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료를 손수 준비해오셔 우리를 기쁘게 해주셨습니다. 해당 자료(Figure)를 첨부파일에 올려드립니다. 이것은 Harry Cleaver의 라는 책에 Figure로 실려 있는 자료입니다. (이 책 원서도 첨부파일로 올려드립니다.)

그래서 잠시 복습을 해보자면,

<양과 질>
'사용가치'와 '가치' 모두 '양'과 '질'을 둘 다 가질 수 있습니다. 일단 사용가치 측면에서 보자면, '양'적 측면은 사용가치를 위해 실제로 투여된 시간 (actual labour time)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질'적 측면은 그것의 '속성' 즉 그것에 들어간 '유용한 노동'에 의해 드러난 사물의 속성이라고 볼 수가 있죠.
가치의 측면에서 보자면, '양'적 측면은 가치의 원천, 즉 투여된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질'적 측면은 추상화된 인간 노동으로서의 '질'이라고 볼 수가 있죠. 즉 가치는 질적 측면에서 봤을 때 추상적 인간노동의 집적으로 간주되는 것입니다.



제 2장 교환 과정, 제3장 화폐 또는 유통과정

여기에서 우리는 '교환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한 번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교환은 "상품을 가치로 서로 관련시키며 상품을 가치로서 실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교환이라는 건 참 특이하게도 이중의 측면을 모두 갖고 있죠. '개인적 측면'과 '사회적 측면'이 그것입니다. 상품을 소유하고 있는 자에게 교환이란 그저 "개인적 과정일 따름"(112)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교환이라는 것은 "일반적 사회적 과정"(112)이죠. 상품 소유자는 자신의 상품을 시장에 내놓아 그 상품을 가치로 실현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진정한 의미에서 상품 사이에서의 교환이 일어나려면 반드시 모든 상품에 통용될 수 있는 '일반적 등가물'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어떤 상품소유자라도 “다른 모든 상품을 자기 상품의 특수한 등가물로 여기며, 따라서 자기 자신의 상품을 모든 다른 상품의 일반적 등가물로”(113)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결국 모든 상품들을 하나의 기준 안에서 서로 비교하고 교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한에서 교환이라는 것은 그저 직접적이고 원시적인 물물교환의 수준, 다시 말해 그것들이 "결코 상품으로서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생산물 또는 사용가치로서만 서로 상대"(113)하는 수준에 머물게 됩니다.

그렇지만 맑스가 말하죠. 그럼에 우리 인간들은 "생각하기 전에"(113) 자동적으로 교환을 하게 되었다고. 즉 그들은 자연스럽게 "상품 본성의 법칙들에 순응"(113)하면서 교환을 "행"하게 되죠. 이것을 보고 맑스가 말합니다. "태초에 행함이 있었다!"(113)

이러한 자연스러움, 이러한 필연적 과정이 맑스가 생각하는 변증법적 흐름 아닐까요? 맑스는 상품세계에서 일반적 등가물이 출현하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그리고 한 단계 더 나아가 화폐는 "교환과정의 필연적 산물"(114)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맑스가 말하는 이 변증법의 과정을 한 번 따라가 볼까요?
일단 아까 말했듯이 사람들이 교환을 반복하면서 "교환현상의 역사적 확대와 심화"(114)가 일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이것이 “상품의 성질 속에 잠자고 있는 사용가치와 가치 사이의 대립을 발달"(114)시키죠. 대립의 발달이라. 여기서 헤겔 냄새가 팍팍 나지 않나요? (그렇지만 이것을 '지양'이라고 봐야할지는 아직 의문의 여지가 남습니다. 맑스가 뒷부분에서 이 '지양'에 대해 다시 이야기하는데 거기서 판단을 다시 해보도록 합시다) 그리고 이러한 발달 속에서 "이 대립을 외부로 표현하려는 욕구는 독립적인 가치형태를 만들려는 충동을 낳"(114)습니다. 그리고 "이 충동은 상품이 상품과 화폐로 분화됨으로써 하나의 독립적 가치형태"(114)를 얻게 될 때까지 진행이 되죠.

지난 시간과 지지난 시간에 제가 계속해서 제기했던 질문이 있습니다. 도대체 '대립'이란 무엇인가? '대립'의 엄밀한 개념은 무엇인가? 우리는 이 '대립'이라는 단어의 용법을 어디까지 한정하고,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을 것인가? 사실 아직도 불명확합니다. 그것은 단순히 '양립 가능하지 않다'는 걸 의미하는 걸까요? 아니면 단순히 '하나의 대상에 여러 가지 술어가 붙는 것'을 의미하는 걸까요? 어쨌든 맑스는 '상품 안의 대립'을 다음 두 측면으로 나누어 이야기합니다. 첫째는 교환이 그 자체 '개인적 교환'과 '사회적 교환'으로서의 대립을 품고 있다는 거죠. 둘째는 상품이 '사용가치'와 '가치'사이의 대립을 품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러한 대립이 스스로를 외화하려는 경향 속에서 "필연적"으로 화폐가 등장합니다.

우리는 앞서 '개인적 교환'과 '사회적 교환' 사이의 대립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 번에는 '사용가치'와 '가치' 사이의 대립을 알아볼 차례입니다. 맑스는 변증법적 역사의 흐름에 따라 '교환' 자체는 필연적으로 사용가치와 교환가치 사이의 대립을 심화시킨다고 이야기합니다. "교환의 끊임없는 반복은 교환을 하나의 정상적인 사회적 과정으로 만든다. ... 그러므로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노동생산물의 적어도 일부는 처음부터 교환을 목적으로 생산"된다고요.(115) 또 이어서 그는 "이 순간부터 직접적 소비를 위한 물건의 유용성과, 교환에서 물건의 유용성 사이의 구별이 굳어져 간다. 물건의 사용가치가 물건의 교환가치로부터 구별된다.“ (115)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대립의 심화로부터 화폐가 등장하게 됩니다.

자 그럼 이제 화폐에 대해 알아보도록 합시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둬야할 것은, 이 '화폐'라는 건 '금'같은 걸 의미하는 거지 '지폐'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다음 시간에 공부하겠지만, 맑스에게서 '지폐'는 조금 다른 맥락을 갖고 있어요.) 맑스는 화폐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기존의 학자들이 화폐를 다루면서 '가치'와 '가치형태' 사이에 큰 혼동을 불러일으켰다고 합니다. 맑스가 보기에 '금'은 다른 것처럼 그저 '상품'에 불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금'도 어떤 의미에서는 그저 추상적 노동의 산물로서 '가치'를 가지죠. 그러나 기존의 경제학자들은 '금'과 '은'에 어떤 '상상적인(강신준의 번역에 따르면 '가상적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맑스는 금에 새로운 '가치'가 있는게 아니라, 금에 '화폐로서의 가치'라는 새로운 '가치형태'가 부여되었을 뿐이라고 말하죠. 그리고 화폐에 이처럼 '가상적 가치'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금'이 단순히 '상징적인 표지'에 불과하다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우리가 이번주에 배우게 되겠지만, 맑스는 이런 '상징적 표지'의 기능을 하는 것을 '지폐'라고 부릅니다.) 그렇지만 맑스는 누누히 '화폐 또한 상품이다!'라는 것을 강조하며 이런 모든 의견을 억견으로 치부합니다.

이어서 맑스는 제3장에서 화폐에 대한 설명을 하며 하폐에 두 가지 기능이 있는데, 하나는 '가치의 척도'로서의 기능이고 나머지 하나는 '가격의 도량표준'으로서의 기능이라고 하죠. 이 부분은 모두들 잘 이해하실 것 같으니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뒷부분의 '가격과 가치의 구별'에 대한 부분입니다.

맑스는 가격이 "상품에 대상화되어 있는 노동의 화폐명칭이다"(132)라고 합니다. 말하자면 가격은 이름표 같은 거죠. 그런데 여기서 맑스는 가격이 가치와 다르다는 뉘앙스를 띠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상품 가치량의 지표로서의 가격은 그 상품과 화폐의 교환비율의 지표이기는 하지만, 그 상품과 화폐의 교환비율의 지표(즉 가격)는 반드시 상품의 가치량의 지표로 되지는 않는다.” (132) 그렇다면 가격과 가치량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요? 맑스는 ”그러나 이 교환비율은 그 상품의 가치량을 표현할 수 있음과 동시에, 주어진 조건 아래에서는 그 상품이 더 많은 또는 더 적은 화폐량과 교환될 수 있다는 것도 표현할 수 있다.“ (133)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가격형태와 가치량 사이의 '양적 및 질적 불일치'에 대해서 이야기하죠.

'양적 불일치'라는 것은 말 그대로 양적으로 서로 동일하지 않은 것, 즉 "가격이 가치량과 괴리"(133)되는 걸 말합니다. '질적 불일치'라는 건 두 가지가 질적으로 서로 괴리될 수 있다는 것, 즉 ”화폐는 상품의 가치형태에 지나지 않지만 가격이 전혀 가치를 표현하지 않을 수 있다는 모순“ (133)을 말합니다. 맑스는 '가치'와 달리 '양심이나 명예'같은 것도 '가격'을 가질 수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가치'와 달리 '가격'은 매우 상상적인(가상적인) 관념이죠.

여기서 '가격'과 '가치' 사이의 개념을 조금 더 명확히 하기 위해 <맑스 사전>의 내용을 인용해드립니다.

일단 맑스는, 이전의 고전파 경제학자들과 마찬가지로 '가격변동의 중심'을 가정합니다. 흔히 이전 경제학자들이 '자연가격'이라고 부르던 것이 그것이죠. 맑스는 자본론 3권에서 "상품의 가치가 중심이며, 상품들의 가격은 이 중심을 둘러싸고 운동하고, 가격의 부단한 등락은 이 중심에 균등화된다."라고 하며 사전 본문에서는 “가격 그대로의 교환은 가치 그대로의 교환이다. ... 그러나 현실의 거래에서는 가치 그대로의 교환은 우연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합니다. 말하자면 둘 사이에 불일치가 있을 수 있다는 거죠.

여기서 중요한 것이 '시장가치', '개별가치', '시장가격'이라는 개념입니다. (이 용어는 <맑스 사전>의 용어를 그대로 가져온 것입니다) 현실에서는 동일한 종류의 상품이 각기 다른 생산조건에서 생산되지만 개개의 투하노동량이 달라도 동일한 종류의 상품은 사회적으로는 동일한 가치의, 즉 동일한 노동량의 생산물로 간주됩니다. 이것이 시장가치입니다. 개별가치는 이와 반대로 개별적인 상품에 대한 가치를 말하는 것입니다. 어떤 상품의 개별가치는 시장가치 이하일 것이고, 다른 것의 개별가치는 시장가치 이상일 것입니다. 그리고 시장가격이란 우리가 앞서 말했던 가격 개념으로, 시장가격은 상품에 대한 수요와 공급의 관계에 의해 변동하는데, 시장가치는 시장가격 변동의 중심을 이룹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교환을 분석해보았고, 여기서 상품으로서의 화폐의 필연적 등장을, 그리고 가격의 등장을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다음 시간부터 우리는 '유통'에 대해 알아보도록 할 예정입니다.

범위는 제3장 제2절 (135) 에서부터 제3절 전까지 (168) 입니다.

발제문을 미리 올려놓을 테니 혹시 참조하고 싶으신 분은 읽어보셔도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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