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비평] ‘세계의 끝’과 문화비평의 (불)가능성 ― ‘혐오의 시대’의 정치적·미학적 상상과 그 임계들 (금 7:30, 강사 오혜진)

작성자
다중지성의정원
작성일
2018-03-02 11:42
조회
7104


[문화비평] ‘세계의 끝’과 문화비평의 (불)가능성 ― ‘혐오의 시대’의 정치적·미학적 상상과 그 임계들

강사 오혜진
개강 2018년 4월 6일부터 매주 금요일 저녁 7:30 (5강, 87,500원)

강좌취지
모든 인간을 ‘경제-동물’로 격하시킨 이 시대는 정치와 미학, 윤리와 권력에 대한 우리의 상상을 무자비하게 헤집어놓았다. 특히 그간 진보적 문화비평에서 ‘반동적인 것’으로 손쉽게 눙쳐온 ‘혐오’의 장력은 ‘정치적 올바름’이나 ‘재현의 윤리’와 같은 의제들마저 다채롭게 활용하면서 이 사회의 현안와 감수성을 장악해간다. 게다가 최근 진보 진영의 도덕적 아노미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METOO’ 운동이 잘 말해주듯, 이제 ‘진보’라는 포지션 또한 심문에 부쳐져야 한다. 이 시대 문화비평은 바로 이런 ‘혐오의 상식화’ 혹은 ‘상식에 대한 혐오’에 끊임없이 도전함으로써만 겨우 가능하다. 이 강좌에서는 최근 제출된 문화재현물들과 관련 비평을 통해 그간 한국사회에서 시도돼온 ‘공동체’와 ‘민주주의’에 대한 상상력의 성격을 점검할 것이다.

1강(4/6): 누가 민주주의를 노래하는가 ― 신자유주의시대 이후 한국 장편 남성서사의 문법과 정치적 임계
최근 한국문학계에서 장르화한 ‘남성 장편서사’의 대두는 민주화 이후 전개된 문화운동의 유산이면서도 그것에 역행한다. 특히 『공터에서』(2017)와 같은 작품에서 드러나는 김훈의 소설세계에서 명백히 포스트-포스트모던의 산물로서 등장한 탈이념·탈정치의 정치학이 여성과 같은 타자의 정치학을 삭제함으로써 가능한 것이라는 점은 진지하게 숙고돼야 한다. 이 시간에는 서로 전혀 다른 정치적 스탠스에 있다고 간주되는 ‘일베’와 <국제시장>(2014), 그리고 『공터에서』가 근현대사를 서사화하는 데 동원하는 화소들과 그 성정치학의 문법이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사실의 정치적 함의를 탐구한다.

2강(4/13) : ‘알파걸’부터 ‘세월호키드’까지 ― ‘여자들의 세계’를 상상하는 몇 가지 방식
메갈리아 이후의 여성세력화 사례에서 보듯, ‘정치적 올바름’에 구애되지 않는 호전성과 맹목성은 여성의 권력의지를 구성하는 주요한 요소들 중 하나다. 영화 <미스 슬로운>과 드라마 <미스티> 혹은 <마더>는 결국 여성과 권력의 관계, 혹은 여성의 자원에 대한 새로운 상상이야말로 “여성정치에서 여성주의정치로”와 같은 구호가 다 담아내지 못하는 ‘포스트-박근혜’ 시대의 근본적인 과제임을 말해준다. 그런가 하면, 최은영의 소설집 <쇼코의 미소>(2016)는 여자들의 다종다양한 관계와 친밀성의 역학을 공시적·통시적인 조명을 통해 전면적으로 재현함으로써 여성들의 관계학와 정동에 깃든 정치적·문화적 기획의 급진성을 ‘문학적인 것’으로 번역해낸다. 이 ‘은밀한 반역’의 기미를 읽어내는 일을 통해 ‘여자들의 세계’를 상상하는 문화적 경향과 그 정치성을 사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3강(4/20) : ‘곁’을 넓히는 사랑과 슬픔의 형식 ― 혐오의 시대와 애도의 조건
‘세월호참사’ 이후 전개된 애도의 정치에서 우리가 배운 것 중 하나는 ‘육친성’을 경유하지 않은 민주주의를 상상하는 방식의 (불)가능성이다. 근친적 관계에 대한 가정이야말로 공감·연민·동정과 같은 감수성의 가장 강력한 동력으로 작동하면서 ‘공동체’를 지탱해왔음은 분명하지만, 이는 사태를 ‘당사자정치’로 환원함으로써 ‘순수/불온’의 레토릭을 통해 성립하는 혐오의 체계에 손쉽게 흡수되기도 한다. 그뿐 아니라, 영화 <감기>(2013)·<너의 이름은>(2016) 등과 같은 대중적인 재난서사들은 ‘재난’을 통해 ‘공통적인 것’이 발명되는 마술적 장면을 재현하지만, 그것은 여전히 성적·세대적·지리적·교육적 분할과 위계에 의해서만 성립한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이 시간에는 세월호참사 이후 제출된 문학작품들부터 각종 타임슬립물의 부상, 그리고 최근 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2018)에 이르기까지 재난서사 및 그 비평들이 선보인 상상력의 성격과 정치적 기율을 구명할 것이다.

4강(4/27) : ‘그 날’ 이후의 서정시와 ‘망막적인 것’ ― 다큐/영화의 미학과 정치 다시 묻기
<두 개의 문>(2012)과 <지슬>(2012), 혹은 <공동정범>(2018) 등의 영화들이 확보한 긴장감의 핵심은 ‘그 날’을 재현했다는 점에 있다. 이 ‘다큐/영화’들에 있어 ‘재현’은 두 가지 방식으로 심문에 부쳐진다. ‘그것은 올바른가’와 ‘그것은 아름다운가’라는 물음. 요컨대 ‘정치’와 ‘미학’이라는 두 범주. 이는 지난날 ‘시와 정치’ 논쟁을 통해 ‘가장 미학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라는 다소 도식적이고도 편의적인 테제로 귀결된 바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할까. 이 시간에는 최근 ‘역사적 사건’을 재현한 영화들에 제기된 비평담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함으로써 예술의 정치와 미학을 묻는 방법에 대해 새롭게 사유해보고자 한다.

5강(5/4) : ‘퀴어’한 세계에서 ‘퀴어’로 살아가기 ― 신자유주의 시대 이후 퀴어서사의 도전과 그 문화정치적 함의
<위켄즈>(2016)와 <불온한 당신>(2015), 두 ‘퀴어영화’의 서로 다른 선택과 공존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퀴어-주체의 개별성과 보편성에 대한 가장 진지한 탐구사례에 속할 두 영화는 각각 게이와 레즈비언이 처한 서로 같고도 다른 사회적 위상 및 재현의 조건을 반영한다. 그런가 하면, 최근 한국문학계에서 제출되는 퀴어소설들의 위상과 그 문화적 전략은 한국문학(계)의 주류적 경향 및 신자유주의 시대 이후 전개된 소수자의 문화정치와 미묘한 길항관계를 형성하는 새로운 질문의 범주다. 최근의 퀴어서사들 및 그 비평담론들이 한국문화사를 ‘퀴어한 것’으로 만드는( 데 가까스로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비평적 순간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참고문헌
매주 강사가 별도 제시

강사소개
성균관대 학부 및 동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 논문 「‘심퍼사이저’라는 필터 : 저항의 자원과 그 양식들」, 「카뮈, 마르크스, 이어령 : 1960년대 에세이즘을 통해 본 교양의 문화정치」, 평론 「퇴행의 시대와 ‘K문학/비평’의 종말」, 「페미니스트 혁명과 한국문학의 민주주의」, 「누가 민주주의를 노래하는가 : 신자유주의시대 이후 한국 장편 남성서사의 문법과 정치적 임계」 등을 썼다. 『한겨레신문』의 ‘2030잠금해제’란에 칼럼을 연재했으며, 현재 미디어, 서사, 젠더/섹슈얼리티 개념 등을 중심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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