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호] 사분면으로 그려낸 미래 시나리오ㅣ김자경

이 책을 주목한다
작성자
자율평론
작성일
2019-01-03 20:26
조회
279
 
 

사분면으로 그려낸 미래 시나리오


김자경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학술연구교수)


 

 

우리의 현실*


1997년 IMF사태,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우리는 다시 생존의 문제에 직면하였다. 심화된 공권력의 사유화와 고용불안, 주거불안 등은 국가의 실패, 시장의 실패를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오늘 날 가장 사회적 약자에 속하게 된 청년세대는 취직, 결혼, 출산 등을 포기하며 스스로 생존을 위해 방법들을 찾아나가고 있다. 고시원 쪽방은 ‘쉐어 하우스’로, 나 홀로 컵밥은 ‘함께하는 부엌’ 등 공유경제(sharing economy)를 실현하는 다양한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개개인들의 노력과 시도는 매우 가상하다. 그러나 나는 연대하지 못하는 홀로된 개인이 상상된다. 시장 자본주의의 가장자리에서 서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최후의 상품화 되지 않은 그 무엇을 공유의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는 홀로된 개인이다. 공유경제는 플랫폼의 이름으로 중간지원조직이 이들 개개인의 연대를 꾀하면서 지원할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현재 공유경제에서 보이는 유명한 플랫폼들은 그저 내가 가진 무엇인가를 공유의 이름으로 판매할 수 있다는 인터넷 쇼핑몰인 것 같다. 현재 인터넷 쇼핑몰들은 중개시장으로 판매자와 구매자의 개인거래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판매의 장소만을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공유경제의 플랫폼도 그러하다. 최근 공유경제 숙소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들은 개인 간의 상호거래이기 때문에 플랫폼을 제공한 회사는 어떠한 책임도 표명하지 않았다.


미래 시나리오를 그리다


이 책은 미래 생산기반이 P2P 기술을 이용한다는 것을 전제로 4가지 미래 시나리오를 그린 것이다. 리바이어던, 맘몬 그리고 두 개의 가이아로 상징되는 시나리오는 넷위계형 자본주의, 분산형 자본주의, 회복탄력성 공동체, 지구적 공유지로 나타난다. 이들의 차이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P2P 기술을 이용하지만, 그 운영방식과 지향하는 바는 모두 다르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사용자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은 같지만, 플랫폼의 소유자와 자본에 의해 사용자들이 지배당하고 있느냐(2, 3사분면), 아니면 사용자들이 플랫폼을 자율·자치적으로 운영하고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미래 시나리오가 달라지고 있다(1, 4사분면). 자율과 연대의 플랫폼 운영이라 하더라도 어느 한 지역에 국한되어 있느냐(4사분면), 지구적으로 공유되고 있느냐(1사분면)에 따라 또다시 시나리오가 달라지고 있다.


서울시는 공유도시 선언을 하면서 공유경제(Sharing Economy)의 확산에 정책적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공유경제 플랫폼을 통해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면, 시장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공공서비스가 구석구석 미치지 못하는 면을 채울 수 있다는 점에서 제레미 리프킨 등의 학자들도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바웬스와 코스타키스가 설명하는 4사분면을 제대로 살펴보면 우리의 공유경제는 지금 사분면의 어디쯤을 헤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택시 기사들은 카풀 앱에 반대를 하며 파업을 했었다. 카풀 앱을 소유한 기업은 플랫폼 경제의 선두주자로 각광을 받고 있으나, 바웬스와 코스타키스의 설명대로라면 2사분면의 넷위계형 자본주의에 해당한다. 플랫폼 앞에서는 카풀 앱을 사용하는 차량 소유자와 이 차를 선택한 사용자는 모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플랫폼은 소유자의 규칙과 이윤에 따라 관리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보지 못하는 아니면 보지 않으려고 하는 플랫폼의 뒷면이다. 공유경제(sharing)와 커먼즈(commons, commoning)의 차이를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 커먼즈는 플랫폼의 운영에도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차이점이 있다. 이른바 연대와 협동의 경제가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것이 커먼즈 경제인 것이다.


이 책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P2P 생산기술은 자본주의 내에서 탄생한 혁신이다. 이 기술이 플랫폼 경제를 만들고 이들의 미래는 4가지 시나리오의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이 시나리오 가운데 바웬스와 코스타키스는 커먼즈를 지향하고 있는 가이아로 나아갈 것을 주문하고 있다. 즉 국가와 시장, 시민 영역을 공유지에 기반을 둔 경제 사회로 이행시키기 위한 시험적인 계획이 세워진 것이다.


오래된 미래, 수눌음과 플랫폼 경제


과거 제주에는 수눌음이라고 하는 상호부조의 문화가 있었다. 수눌음의 특징은 ‘계’라는 조직을 통해 마을의 공동재산인 커먼즈를 관리해 왔다는 점에 있다. 이 계 조직이 플랫폼 경제와 굉장히 유사하다. 마을 공동목장이 있다면 공동목장을 이용하기 위해 플랫폼인 계를 구성한다. 계는 단 한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말이나 소의 먹잇감을 위한 계, 땔감을 얻기 위한 계, 지붕을 잇는 풀을 얻기 위한 계, 비료를 얻기 위한 계 등이 용도에 따라 구성되고, 마을 사람들은 필요에 따라 이 계의 구성원이 된다. 겉에서 보기에 계원들은 자유롭게 공동목장을 이용하지만, 실제로는 플랫폼인 계를 통해 자치규칙을 만들고 이용한다. 공유경제의 사용자는 이 플랫폼의 경영에 참가하기 어렵지만, 커먼즈의 경제에서는 자율과 자치의 운영권이 사용자에게 있다. 제주의 계 조직은 <오래된 미래>처럼 플랫폼 경제 또는 네트워크 사회와 비슷하다. 물론 현재 마을 공동목장은 사용가치보다는 재산가치가 높아지면서 매각되거나 골프장, 휴양시설 등으로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계의 전통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고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경제 조직을 통해서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다. 바웬스와 코스타키스가 ‘네트워크 사회와 협력 경제를 위한 미래 시나리오’를 제안했으니, 우리도 뭔가를 해보았으면 한다.


우리도 설계를 하자


카풀 앱이 나왔을 때 택시업계는 반발을 하였다. 그동안 승차거부 등을 해왔던 택시업계는 시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던 측면도 있다. 하지만 미래의 생산기술은 P2P 플랫폼 경제에 있다고 하여 이들을 무시할 수 있을까. 카풀 앱을 찬성하는 시민들, 택시기사, 기술개발자 등이 모두 함께 우리의 미래를 상상하면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규칙을 정해나가는 토론이 필요하다. 이 부분이 매우 아쉽다. 공론장 이론으로 유명한 하버마스는 유럽의 미래를 위해 시민들에게 공론장으로 나오라 하지만 아직 대다수의 사람들은 겁이 나는 모양이다. 대신에 누가 대신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면 그에 적극 지지한다는 형국이다. 방관자가 많은 것이다. 무임승차자가 될 가능성도 높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소외되지 않게, 외롭지 않게 그냥 같이 무엇인가 함께 해보았으면 한다. 바웬스와 코스타키스의 제안도 서양식이라 할 수 있다. 그래, 화투에도 지역마다의 규칙이 있다. 우리도 서로 머리를 맞대고 우리의 미래 시나리오를 그려봤으면 좋겠다. 상상만이라도 이 지구를 들었다 놓았다 해보자.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주) *우리의 현실 부분은 필자가 『동아시아의 공동자원-가능성에서 현실로』(진인진, 2017)에서 발표한 한 부분이다. 누구도 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기에 다시 한 번 넣었다.


*



※ 편집자 주 : 이 서평은 2018년 12월 31일 <지식공유지대 e-Commons>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bit.ly/2BWx5py


*


함께 보면 좋은 갈무리 도서


공유인으로 사고하라 ― 새로운 공유의 시대를 살아가는 공유인을 위한 안내서(데이비드 볼리어 지음, 배수현 옮김, 갈무리, 2015)

우리 주변에 이전부터 존재해 왔지만, 공유임을 인식하지 못했던 다양한 종류의 공유 사례를 보여 준다. 그러면서도 단순히 공유의 역사와 현재의 현상들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새로운 사회 패러다임으로서, 삶의 방식으로서 공유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그런 공유의 새로운 역할을 위해 우리가 공유를 어떻게 관리해 나가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텔레코뮤니스트 선언(드미트리 클라이너 지음, 권범철 옮김, 갈무리, 2014)

저자는 벤처 코뮤니즘의 개념을 발전시키면서, 자본주의 내로 문화를 포획하려 하는, 자유소프트웨어와 자유문화에 대한 기존의 자유주의적 관점과 카피라이트(copyright) 체제에 대해 비판한다. 클라이너는 카피파레프트(copyfarleft)를 제안하면서, 또래생산 라이선스의 유용한 모델을 제공한다.


마그나카르타 선언 ― 모두를 위한 자유권들과 커먼즈(피터 라인보우 지음, 정남영 옮김, 갈무리, 2012)

저명한 역사가 E. P. 톰슨의 제자인 미국의 역사학자 피터 라인보우의 대표작. 인류의 역사 속에서 오랫동안 전제(專制)를 제한해 온 방책들 ― 인신보호영장, 배심재판, 법의 적정 절차, 고문 금지 그리고 커먼즈(the commons) ― 이 어떻게 축소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역사 속에서 잊힌 <삼림헌장>을 복원함으로써 커머닝의 역사를 복원한다.


인지자본주의 ― 현대 세계의 거대한 전환과 사회적 삶의 재구성(조정환 지음, 갈무리, 2011)

'인지자본주의'는 인지노동의 착취를 주요한 특징으로 삼는 자본주의이다. 우리는 이 개념을 통해서 현대자본주의를 다시 사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의 문제설정을 새로운 방식으로 제기할 수 있다. 이 개념을 통해서 우리는, 금융자본이 아니라 인지노동이 현대세계의 거대한 전환과 사회적 삶의 재구성을 가져오는 힘이라는 생각을 표현할 수 있고, 그 노동의 역사적 진화와 혁신의 과정을 중심적 문제로 부각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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