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객체 2-3장 이야기나누고 싶은 것

작성자
케이
작성일
2022-03-27 12:07
조회
301
1. <2장 형식주의와 그 결점> 들어가는 말, 그리고 전반적으로 형식주의의 ‘자율성’을 수용하고 관계주의(라고 할 수 있을 것)의 ‘전일성’을 거부한다. 그런데 이런 전개가 논리상 사실상 두 측의 요소를 부분적으로 수용하고 부분적으로 버리는 것처럼(대체로 공평하게) 보임에도 불구하고, 형식주의와 자율성 쪽으로 그 계보를 명확히 설정하는 것의 의도와 효과는 무엇일까. (혹은 공평하게 서술되었다고 보는 것이 잘못된 것일수도...)

2. 하먼은 칸트적 아름다움, 숭고를 대비시킨다. 숭고함은 보편적 구속력을 지니지 않고, 숭고함은 아름다움에 대한 감각보다 훨씬 더 문화적 교육에 의존하는, 숭고는 사회적으로 구성된 인공물이라고 정의한다.(112) 그런데 일견 상반된 듯 보이는 진술 아닌지. 또한 아름다움과 그 주관적 보편성이야말로 구성된 인공물이라는 논의들에 대한 예상가능한 반론에 대한 논의 없이 칸트를 그대로 수용하는듯.(즉 이건 칸트에 대한 질문인 셈) 그래서 아름다움 쪽보다 숭고에 대한 설명 쪽에서 OOO의 입장이 불철저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OOO와 칸트가 서로 빙의되는듯한 서술방식이 숭고 쪽에서 두드러지는듯했다. 뭔가 잘못 읽었거나 다시 정리할 것이 있을지 궁금하다.

3. 소챕터 에서 OOO와 칸트의 일치, 차이점을 정리한다. OOO는 예술작품을 하나의 복합체(인간을 필수 성분으로 언제나 포함하는)로 여긴다. 예술작품을 인간으로부터 자율적이지 않다고 보기에 OOO는 형식주의적이지 않다. 그런데 이것은 니꼴라 부리오처럼 인간을 특권적인 예술 감상자로 간주한다는 것이 아니라, 예술의 한 성분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인간 감상자는 모든 예술작품의 필수 성분이다. 하지만 자신을 구성요소로 포함하는 예술작품을 철저히 파악할 수는 없다. 즉, 예술작품이란 나의 외부에 있는 독립적 객체(예술작품으로 여겨지는 것)와 더불어 나 자신으로 이루어진 복합체다. 그러므로 예술작품에는 감상자가 필요하지만 예술작품의 자율성은 보장된다. 강조컨대 인간은 예술의 한 성분이다. 이런 점이 1960년대 이후 예술의 신조류와 크게 충돌하지 않는 점이다.

4. 아름다움과 숭고에 대한 OOO와 스티븐 샤비로의 차이도 잠깐 기록되는데, 샤비로는 화이트헤드를 따라서 아름다움을 ‘패턴을 갖춘 대비’의(123) 문제로 규정했고, 숭고함은 이미 미학적 모더니즘에 의해 철저히 활용되었기에 오늘날은 오히려 아름다움으로의 미학적 귀환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샤비로 <사물들의 우주> 참조) 하지만 OOO는 아름다움의 경험과 숭고함의 경험이라는 다른 종류의 경험이 있다는 점을 거부한다.(이걸 샤비로는 OOO가 궁극적으로 숭고만 말한다고 했다고함) 객체지향 관점에서는 정물화의 사과와 지진해일의 엄청난 힘을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다루어야 한다. 이때, 칸트의 논의에 대한 동의 여부와 별개로 오늘날 예술문화 현장에서 ‘아름다움’과 ‘숭고’의 경향성에 대한 비중 혹은 문제의식을 점검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그리고 실제 정물화의 사과와 지진해일의 힘을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다룬다는 것이 OOO의 논리적 정합성과 달리 잘 설득되지 않는 것은 어떤 탓일지. 혹시 3장 마지막 대목에서, 연극 공연 관람 사례. 연극에 몰입한 소녀에 몰입한 콘스탄티우스의 입장의 종류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했다. 이때 콘스탄티우스는 몰입의 영역 바깥에 있는 감상자가 아니라고(202) 보는 입장과 연결해서 이해해두면 되는 것일까. 그런데 그렇더라도 뭔가...

5. <3장 연극적인, 직서적이지 않은>에서는 OOO도 모든 것이 연결되어 분리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전체론적 입장을 반대하며, 모든 상황의 전체론이 과장일 따름임을 강조하는 것 같다. 작품을 둘러싼 모든 것을 전부 포함하는 상황은, 그 예술작품이 어떤 방 안의 여기저기에 그저 자리하고 있는 일상적 객체들의 직서적 상황으로 용해되는 사태를 수반한다고 말한다. 즉, 예술작품의 관계들에 대해 전부-아니면-전무인 문제로 접근하면 안 된다고 한다는(149) 대목이 OOO의 예술에 대한 관점을 선명하게 해주는 것 같다.

6. 156-157쪽의 스미스의 회상(예술의 종말을 감지한)에 대한 인용을 하먼이 어떻게 이해하는지 함께 정리해보고 싶다.

7. 소챕터 <연극적 미학>에서도 OOO는 예술작품은 작품과 감상자의 혼성물로서만 현존할 뿐이라고 강조한다. 이때 상관주의와 변별되는 점을 강조한다. 이에 대해 선례(수용미학)도 언급한다. “텍스트와 독자의 단일한 상황으로의 통합”(볼프강 이저)은 OOO의 의도와 같다고 한다. 단, 이저는 그 상황이 ‘객체’라기보다 오히려 ‘효과’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이것은 모든 명사를 동사로 교체하고 모든 실체를 역동적 사건으로 교체하고자 하는 최근 수십년의 강박적 시도를 충실하게 받아들였다. 텍스트-독자 통합 상황을 객체라기보다 효과, 사건으로 부른다면 이것은 텍스트-독자 혼성물이 ‘그것이 무엇임’에 의해 알려지기보다 오히려 ‘그것이 행하는 바’에 의해 알려질 것이라는 점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물을 그것이 행하는 바에 의거해 규정하는 것(위로 환원하기)과 관련된 문제점은 ANT의 단점에서 볼 수 있다. 즉, ANT에 따르면 어떤 사물은 그것이 “수정하거나 변형하거나 교란하거나 생성하는” 것이기에 그것이 미래에 다르게 수정하거나 변형하거나 교란하거나 생성할 수 있게 할 어떤 잉여도 그 사물 속에 남지 않게 된다고. 대신 텍스트-독자 혼성물을 ‘객체’라고 말하는 게 더 낫다. 그것은 모든 객체에서처럼 이 경우에도 그것에 대한 어떤 특정한 이해도 망라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것에 대한 독자의 경험조차도 망라할 수 없는 어떤 통합적 실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언제나 자신의 경험을 오해할 수 있고 이 오해를 나중에 교정하려고 시도할 수 있다.(177-179) 수용미학과의 변별은, 제3의 더 포괄적 존재자 창출을 위한 OOO기획과 우선 관련될 것이다. 인간사유를 기각시키는 측면의 이야기이겠지만, 동사가 아니라 명사형으로 이해하는 것의 의미를 더 알고 싶다. 사건(동사)철학 전반에 대한 거부와도 관련해서 읽힐 여지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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