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객체 6-7장 질문과 약간의 생각

작성자
케이
작성일
2022-04-10 10:54
조회
348
1. 앞서 내내 하먼의 관계주의에 대한 거부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가 말하는 것들이 통상적으로 말해지는 관계(마주침, 접속, 연결 등등)를 부정하는 것이 아님에도 관계주의와 분명히 선을 긋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거부하는 관계주의란 객체들간의 마주침, 접속, 연결 등의 상황 자체에 대한 것이라기보다 그것을 어떤 식으로건(위로든 아래로든) 쉽게 환원시키는 사유 관습에 대한 거부와 관련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하먼의 관계, 관계주의 논의는 단순히 축자적 자율주의와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고 정리하게 된다. ex. 앞 장들에서도 간간히 강조된 셈이지만 가령, “어떤 다른 것의 영향을 받는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모든 것의 영향을 받는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322) ‘모든’에 대한 강조의 반복.

2. 330쪽에서 수행성을 “어떤 외부적 이해도 결코 망라할 수 없는, 어떤 감춰진 본질적 의미에서 그것임을 뜻한다.”고 말하며 버틀러적 의미의 수행성을 전유하는데, 이것이 다시 ‘본질’이라는 말을 통해서 서술되는 이유를 좀더 알고 싶다. 개인적으로 지난 시간까지 하먼이 말하는 연극성을 버틀러식 수행성으로 바꿔 이해했는데, 지금 이 대목을 보니 ‘하먼식 수행성’, 연극성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3. 6,7장을 읽으면서 조금 실용적(pragmatic) 생각이 들었다. 그간 미술계에서의 작업들이 온라인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흡수되며 예술 전분야에 제도화되고 있는(ex.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모, 제도화)상황, 경향들을 조망하는 데에 일정 정도 참고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

4. 거칠게 도식화하면 하먼은 <작품+감상자=제3의 객체=혼성객체가 갖는 자율성>을 주장. 핵심은 다시 ‘자율성’인데, 이 책을 읽는 내내 최근 한국에서 OOO관심 논자들은 정치적이고 윤리적인 스탠스를 표방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들에게 이 자율성 논의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했다.
하지만 다음 진술들 및 6,7장까지 읽으면서 비로소 그가 다시 재활성화하고자 하는 ‘자율성’ 개념의 현재적 맥락, 의도를 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비체 개념 같은 것들이 “상징적 질서가 이미 구멍이 나 있음을 깨닫지 못할 때만 흥미로울 따름(386)
* 예술에서 정치가 배제되어야 한다는 낡은 형식주의적 신조라기보다는 오히려 예술의 정치적 메시지는 자본주의에 행동이 아니라 말로 이미 포괄적으로 대항하는 세계주의적인 예술계를 넘어서는 어떤 영향도 미칠 가망이 없다는 사실이다. ... 정치로서의 예술이 갖는 정치적 가치는 무효에 가깝다. ... 히르슈호른은 .... 구해내지 못할 것이지만, 자본주의는 반격으로 브레히트 혹은 프리다 칼로가 생겨나기 쉽게 한다.(391)
* 비판 이론은 나아갈 길이 아니다.(401)

즉, 비판 이론의 쇠퇴, 그리고 점점 더 과잉계몽되고 있다고도 여겨지는 대중-수용자들(이미 상징 질서의 구멍에 대해서는 이제 모두가 너무 잘 알고 있음). 시스템 비판의 메시지가 시스템을 위협하지 않고 오히려 시스템에 의해서 적극적으로 소비되고 선전, 즉 전유되는 아이러니. 제인 베넷이나 랑시에르 노선이 일종의 전체성(홀리즘)에 속한다면, 그것은 이미 예술이 지는 싸움임을 믜미한다는 것일 수도 있겠다. 자율성 개념을 통해 지금 세계의 예술의 무력함을 구출해야 한다는 식의 의도를 읽게 된다. (지금 식의 거친 표현을 하먼은 동의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의도상으로는...)
그리고 하먼은 동료 OOO들이 제도학문(특히 자연과학) 환원주의를 보이는 경향을 비판한다. (‘사변적 실재론 입문’이라는 제목으로 갈무리에서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예컨대 메이야수, 브라시에, 그랜트 등이 자연과학 쪽에 경도되어 있으며 그들이 예술과 인문학에 대한 혐오와 흔히 결합하는 수학, 과학에 대한 물신주의적 숭배를 보인다고 비판하며 그것과 선을 긋는데 이런 사정 역시 그가 주장하는 작품의 ‘자율성’ 주장 배경에 놓일 듯하다. 이를 보충해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5. 한국의 어떤 유물론 입장에서는 하먼이 주체개념을 너무 쉽게 객체로 개명하고 동등한 존재론의 도식을 만든 것 아닌지 질문한다. 주체가 객체 안에 이미 포함되어 있어야 하며, 이데올로기에 물들지 않은 존재론이란 불가능하다고 비판한다. 인용 생략(<쿼드러플 오브젝트>의 서동진 해제) 참조. 이것은 쟁점이 될 수 있는가. 혹은 하먼이라면 어떤 응답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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