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6/8 라스코 혹은 예술의 탄생/마네 137~150쪽

작성자
rara
작성일
2018-06-08 11:02
조회
135
삶과 예술 세미나: 2018년 6월 8일 / 발제자: 김선미
조르주바타유, 『라스코 혹은 예술의 탄생/마네』, 차지연 옮김, 워크룸 프레스, 137~150쪽

라스코의 동물 그림과 조각 예술
--“동물들과 그 인간들”--

앞 장에서 순록 시대 인간들이 인간의 형상을 나타낼 때마다 취했던 태도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지금부터는 그들이 동물들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에 대해, 그리고 그들이 우리에게 남긴 동물 형상들에 표현된 감정들이 어떠한 것이었는지 말하고자 한다.

로트팔크의 <시베리아 민족들에게 있어 사냥의 제의들> 중 한 문단은 무척 흥미롭다.
사냥꾼은 동물을 최소한 자신과 동등한 존재로 본다......주술적 측면에서 인간은 동물 역시 자신보다 적지 않은 힘을 지녔다고 믿는다. 동물은 인간에 비해 자연의 힘에 더 가까운데, 자연의 힘들은 대체로 동물 자체로 구현되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 라스코의 동물은 신이나 왕들과 같은 수준에 자리하고 있다.
주권성은 왕만이 지닐 수 있었으며, 왕과 신은 혼동되었고, 신은 짐승과 거의 구분되지 않았다는 사실 말이다.

<사냥의 제의들> 저자는 “동물의 죽음은, 부분적으로나마 동물 그 자체에 달린 일이다. 살해 당했다는 것은 그 동물은 사전에 동의를 표했음을 의미한다.(유카기르족, 오이로트족, 케토족)

이처럼 사냥꾼과 사냥감의 관계는, 어찌 보면 유혹하려는 자와 욕망의 대상으로서의 여성과의 관계를 닮아 있다. 두 관계 모두 똑같이 위선적이다. 하지만 우월감과는 거리가 멀다.

--사냥, 노동과 초자연적 세계의 탄생--
주술적 종교적 위력에 의해 지배되는 세계에서 느껴지는 감정과 사냥 사이에 존재하는 인과관계에 대해 살펴보자. 말리노프스키는 이러한 관점을 인간이 자기가 세운 계획들의 부침 앞에서 겪게 되는 무력한 감정과 연결했다. 인간은 자연에 힘을 행사할 수도 있었고 변화시킬 수도 있었지만 사냥꾼에게 언제나 성공의 운이 따르도록 만들 수는 없었다.

그런데 인간은 금세 자신이 이 세계에 힘을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다듬고 있는 돌에 행사하는 힘과는 다른 방식으로,

인간은 그 세계 내부에 심오하고 내밀하며 자신의 실존과 유사한 어떤 존재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존재 역시 욕망과 증오, 질투, 분노, 우정의 움직임을 지녔으리라고 상정했다. 인간은 자신이 그 존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었다. 노동함으로써 사물에 미치는 영향으로의 방식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즉, 빌거나 강요하고, 선물을 주어 달래는 방식으로.

주술의 모호성은 바로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주술적 작업은 인간이 결과물에 대한 탐색을 고집스럽게 이어나가고 있음을 증명하기도 하지만, 또한 가치들의 질서에서 무엇이 무엇보다 우월한 가치를 지니는지를 나타내주기도 한다.(신성이 세속보다 우위에, 운이 초라한 공적보다, 목적이 수단보다) 세속적 활동은 수단이며 신성의 순간은 목적이다.

그리하여 신적인 것은 인간다움의 근원적 의의가 된다. 인간은 자신을 넘어서는 어떤 주관적인 힘. 노동의 인간에게는 너무나도 낯설기에 차라리 동물로밖에 표현되지 않는 어떤 힘 앞에 몸을 숙인다.

주술적 작업에 다름없던 형상들은 동물이 지녔음에 틀림없는 성스러움이라는 가장 위대한 가치를 인간이 인정하던 순간을 표현하였다

--예술사에 있어 라스코의 위치--
일반적으로 라스코의 이미지들을 특징짓는 지점은 이 이미지들이 제의에 포함되었다는 점이다. 즉, 하나의 종교적이거나 주술적인 작업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의식적 의도를 초월하는 방식은 예술의 가장 중요한 계기와 맞닿는다. 이 예술은 통상적인 관습이 아니라 천재의 자발성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이 진짜 원시인들과 민족학 연구가들의 원시인들을 근본적으로 구분시킨다.

이 당시에는 급격한 진화 같은 것은 없었다. 그러나 이 혁신에 대립하는 인습 같은 것도 없었다. 이 대목이 무척 중요하다. 결정적인 사실은, 예술의 규범이란 외부로부터 받아들여진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예술 작품이 그 자체로서는 자유로웠음을, 예술 작품이 내부의 형태를 규정하거나 어떤 일련의 과정들에 얽매이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자유로운 운동성이 각장 잘 느껴지는 곳이 라스코이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나는 라스코동굴의 예술에 대해 말하면서 시작으로서의 의미에 대해 말한 것이다.

라스코 예술은 아직 미개한 민족들의 예술과는 전연 다르다. 라스코는 우리를 가장 섬세하고 가장 열광적인 문명의 예술에 데려다 놓는다. 라스코에서 우리에게 와 닿는 것은,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예술이 받아들였던 그 임무들은 종교나 주술이 강요했던 것들이었다. 역으로, 존재와 그 존재를 둘러싼 세계의 합치는 예술의 변모, 즉 천재성의 변모를 불러일으킨다.

라스코에게는 떼어낼 인습이 없었다. 라스코는 첫걸음이자,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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