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3/8 『발터 벤야민, 사진에 대하여』189~228

작성자
bomi
작성일
2019-03-08 18:34
조회
655
[거울 속의 도시- 작가들과 화가들이 '세계의 수도' 파리에 바치는 사랑의 고백들(1929)]

파리는 거울 속의 도시다. 차로 블록은 거울처럼 매끄럽고, 모든 식당의 앞문짝 유리는 여자들이 가장 자주쓰는 거울이다. ... 거울은 실내를 좀 더 밝게 해주고, 파리의 식당이나 카페에서 볼 수 있는 그 모든 비좁은 칸막이 공간에 탁 트인 느낌을 준다. 거울은 이 도시의 정령이 깃든 물건이요, 이 도시의 문장이 새겨진 방패다. 그 방패에는 지금까지도 모든 문학 유파의 상징물들이 아로새겨져 있다. (199)
센강은 항상 같은 곳에서 파리를 비추는 거대한 거울이다. 파리는 날마다 땅 위에 서 있는 집들의 그림자와 하늘 위의 구름처럼 떠도는 몽상들의 그림자를 강에게 제물로 바친다. 강물 위의 그림자가 무수한 물결로 갈라지는 것은 센강이 파리의 제물에 흡족해 한다는 표시다. (200)

『아케이드 프로젝트 2』
거울을 이용해 거리라는 외부 공간을 카페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법 또한 복수의 공간이 겹쳐지게 만드는 방법 중의 하나로 - 산책자는 이러한 광경에 꼼짝없이 사로잡히지 않을 수 없다. [R 1, 1]
두 개의 거울이 서로를 비추게 하는 것이야말로 악마가 가장 애용하는 속임수로, 정말 그다운 방식으로 (그의 파트너인 신이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그렇게 하는 것처럼) 거울 속에 무한에의 원근법을 펼친다. 그것이 신적인 것이든 악마적인 것이든 파리는 서로를 비추는 거울의 이미지 같은 원근법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다. 개선문, 사크레 쾨르, 심지어 팡테옹조차 멀리서 보면 낮게 떠 있는 상처럼 보이며, 건축을 통해 신기루를 만들어내고 있다. *원근법* [R 1, 6]
<출처: 『아케이드 프로젝트 2』, 발터 벤야민 지음, 조형준 옮기, 새물결 출판사, 2006>

[지젤 프로인트 『19세기 프랑스 사진-사회학적,미학적 고찰』에 대한 서평(1938)]

... 사진이 발명됨으로써 예술의 성격 자체가 변하지 않았는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은 정작 제기된 적이 없었다. (225) ... 사진이 예술을 자처한 것은 예술이 상품이 된 것과 같은 시기였고, 사진이라는 복제 기술이 예술 그 자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 것과도 같은 시기였다. 이렇듯 예술을 자처하게 된 사진은 의뢰인으로부터 유리되어 익명의 시장 및 시장 수요로 환원되었다. (226)
한 작품이 예술적으로 어느 범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를 재고하기 위해 그 작품을 낳은 시대의 사회 구조가 어떠했는가를 감안하겠다는 이야기에는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이 문장의 유일한 문제점은 특정 시대의 사회구조가 고정적이라고 가정한다는 데 있다. (226)

『아케이드 프로젝트 2』
예술과 사진을 전면적으로 대결시키려고 한 시도는 처음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기껏해야 역사가 초래한 예술과 기술의 대결 <중>의 한 계기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Y 2a, 6]
초기의 사진이 그토록 (다른 어떤 것과도 견줄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한 것은 아마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일 것이다. 즉 그것들이 기계와 인간의 만남을 처음으로 이미지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Y 4a, 2]
나폴레옹 3세는 자신이 이끄는 연대가 디스데리* 집 앞의 불르바르를 지날 때 연대를 멈추어 세운 다음 위로 올라가 사진을 찍었다. [Y 4a, 5]
<출처: 『아케이드 프로젝트 2』, 발터 벤야민 지음, 조형준 옮기, 새물결 출판사, 2006>
*디스데리: 19세기 중반 파리의 초상 사진가, 1854년에 4개의 렌즈가 달린 명함판사진 카메라에 대한 특허를 받았다.

<논의거리>
1. 도시와 거울의 관계는?
벤야민은 '거울'이 '도시의 정령이 깃든 물건'이고 '도시의 문장이 새겨진 방패'라고 말한다. 그리고 도시에서는 강도 거대한 거울이 된다고 말한다. 심지어 도시 파리를 거대한 거울이 된 강의 제물이라고까지 표현한다.
(오늘날 우리는 안압지를 보기 위해 경주에 가는 것이 아니라, 커다란 거울호수에 비친 안압지를 보기 위해 경주에 간다.)
어쩌면 도시의 본질은 도시 자체가 아니라 그 도시를 비추는 거울에 있는 것이 아닐까?
(파리 속에 거울이 있는 것이 아니라 거울 속에 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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