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3/12 국제 상황주의 그룹과 기 드보르

작성자
bomi
작성일
2021-03-11 19:51
조회
941
국제 상황주의 그룹과 기 드보르

1) 상황주의란?
‘상황주의 인터내셔널’(1957~1972)은 주로 1957~72년 사이에 활동한 사회, 문화, 예술 운동 그룹이다. 그룹의 리더였던 기 드보르는 그룹 창립 강연 연설 중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의 주된 사상은 상황의 구성, 즉 삶의 순간적인 분위기의 구체적 구성과 그것들을 우월한 열정적 특질로 변형시키는 데 있다.” 여기서 상황이란 단순히 우리가 그 속에 파묻혀 사는 곳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자유로운 선택으로 주어진 것들을 넘어서 사는 곳을 말한다.

2) 상황주의적 실천의 이론적 바탕
상황주의 그룹의 이론적 바탕은 다다, 초현실주의 등의 역사적 아방가르드 유산과 “네오-맑시즘”이라고 불리는 맑스주의의 한 전통을 비판적으로 접목한 것이었다. 이러한 이론적 배경을 바탕으로 당대의 문화 변동에 개입하기 위해 이들은 정치적 비판과 예술적 활동을 함께 아우르는 실천을 펼쳤다.

3) 스펙타클 이론
기 드보르는 221개의 테제를 통해 스펙타클을 단순한 ‘구경거리’가 아니라 후기 자본주의 사회를 조직화하는 원리로 이론화했다. 그는 이 이론을 통해 맑스의 자본 및 상품 비판을 보충하면서 당대를 “상품이 사회적 삶을 총체적으로 점령하기에 이른 계기”로 진단하고 이러한 사회를 스펙타클의 사회로 규정했다.
스펙타클 이론은 상황주의 그룹이 현대 자본주의 도시 공간에 대한 급진적 비판과 실천적 개입을 펼쳐나감에 있어서 핵심적인 이론이었다.

4) 상황주의 그룹의 활동
상황주의자들은 무엇보다 도시 공간의 사회 조직화 문제에 큰 관심을 두면서 궁극적으로 도시 공간의 혁명적 변화를 추구했다.
상황주의자들이 활동했던 시기에 프랑스는 급속한 근대화 과정을 겪고 있었다. 전후 경제 회복과 이에 상응하는 포디즘적 소비 사회의 등장은 파리의 도시 경관을 급속도로 바꿔 놓았는데 상황주의자들은 이 과정에서 진행되었던 파리 도시 계획의 자본주의적 공간 논리에 대응해 주로 문화적 영역에서 실천을 벌여 나가는 것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5) 상황주의 그룹과 예술
상황주의자들의 예술은 정치적, 비판적 목적을 위해서만 생산되었다. 그들에게 예술은 다른 영역보다 우월한 실천 영역으로 되어서는 안 되고, 또 예술이 일상생활과 분리된 실천으로 되어서도 안 되었기 때문이다. 상황주의 그룹은 이론의 지속적인 정교화에 주력하면서 동시에 당대의 예술 현장에 개입하려 했는데, 그 지향은 ‘구별된 분과로서의 예술’의 해체였다.
이들은 초현실주의를 비판적으로 계승했는데 무엇보다 브루주아지가 초현실주의 운동의 급진적 비판을 단순한 미적 상품으로 변형시켰음에 주목하며 “문화적 창조의 문제는 이제 세계혁명에서의 새로운 전진과 연계되어야만 해결될 수 있다”(기 드보르)고 주장했다.

6) 비참한 대학 생활
1960년대 중반부터 서서히 상황주의자들의 사상이 학생운동 활동가들에게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1966년 스트라스부르대학 총학생회가 학생들에게 배포할 소책자를 만들 계획으로 상황주의자 인터네셔널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상황주의 그룹과 학생들은 함께 대학과 자본주의 사회에 관한 토론을 진행하게 되었고 그 결과로 『비참한 대학 생활』이 탄생했다. 이 소책자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68혁명을 일으키는 주요한 기폭제 중 하나가 되었다.


Ne travaillez jamais 일하지 말라
기 드보르가 1953년 거리의 벽에 쓴 낙서. 훗날 68운동의 구호 중 하나가 된다.

7) 『스펙타클의 사회』 역자 서문
드보르는 예술과 삶의 융합을 통한 진정한 현실을 희망하면서 실천의 세계에 뛰어든다. (p.216)
드보르의 사회 비판은 잘 제기되지 않았던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드보르가 주목하는 것은 노동의 영역뿐만 아니라 거짓 가치들로 잠식되고 있는 일상의 영역이다. 계급투쟁적 관점에 일상성이라는 새로운 요소가 첨가된 셈이다. 그는 시장 체제가 고안해 낸 표상의 방식, 거짓 가치들에 의해 인간의 행동과 삶의 수단이 박탈당한 채 철저하게 수동적 관객으로 전락한 인간들을 주목한다. (pp.218,9)
상황주의자들은 수많은 실천 과제들과 마주한다. (p.220)
- 시장 체제와 그 권력 작동 양식에 어떻게 대항할 것인가
- 삶의 전유를 위해 예술이라 불리는 표현 양식을 무엇으로 대체할 것인가
- 예술과 삶의 일치를 위해 무엇을 모색해야 하는가
- 어떤 감정과 행동을 도입하여 지하철-노동-수면이라는 도식을 극복하는 생활양식을 만들 것인가
- 도시환경은 어떤 방식으로 재구성되어야 하는가
- 어떤 조직을 통해 이 모든 것을 공동적으로 대처할 것인가.

8) 『스펙타클의 사회』 저자 서문 (1992년 6월 30일)
독자들이 이 책에서 접하게 될 스펙타클의 이론은 고차원적인 역사적 혜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 분석은 1968년 5월 혁명과 때를 같이하여 벌어졌던 논쟁들 가운데 가장 과격했던 입장, 따라서 당시에 이미 인지할 수 있었던 것을 증언하고 있을 뿐이다. (p.4)
스펙타클 기술의 발달은 일종의 지질학적 진동의 흔적만을 기록에 남기는 능력으로 입증된다. 사람들은 사건이 일어난 날짜에만 관심을 보이면서, 다른 모든 민주주의적 기호들과 마찬가지로, 이론의 여지가 없는 지극히 단순한 기호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반복하는 것으로 그치면서 그것을 잘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p.6)
나는 전혀 과장하지 않고 오직 스펙타클 사회에 해를 끼치려는 목표로 이 책을 의도적으로 저술했다. 그 점을 염두에 두면서 독자들이 이 책을 읽기 바란다. (p.7)

*참고 자료
「기 드보르의 스펙타클 이론 연구」_박노영 (2002.6.30.)
『비참한 대학 생활』_상황주의자 인터내셔널 & 스트라스부르대학교 총학생회 지음, 민유기 옮김, 책세상(2016.11.20.)
『스펙타클 사회』_기 드보르 지음, 유재홍 옮김, 울력(20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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