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읽기] 8/10 『아엘리타』 토론 거리

작성자
chu
작성일
2022-08-10 12:35
조회
336
알렉세이 톨스토이 『아엘리타』(1923), 김성일 옮김, 지식을만드는지식, 2011
『가린의 살인광선』(1926-27), 김준수 번역, 마마미소, 2016

1. 저자 알렉세이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1883-1945)
- 레프 톨스토이가 속한 유서 깊은 톨스토이 백작 가문 출신의 러시아 작가. 제1차세계대전 중 종군기자로 활동하였고, 볼셰비키 혁명 이후 콘스탄티노플, 베를린, 파리에서 망명 생활(1918-1923)함. 이후 본국으로 돌아와 여러 장르에 걸쳐 수많은 작품을 썼고 특히 SF소설과 역사소설에서 명작을 남겼다. (“아엘리타” “가린의 살인광선” “고난의 길” “표트르 1세”) 스탈린 문학상을 3차례 수상하였으며, 러시아 국내에서는 레프 톨스토이보다 더 이름난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알렉세이 톨스토이는 러시아에서 10월 혁명이 일어나자 망명을 떠났다가 조국에 대한 향수를 잊지 못해 1922년 소비에트 체제로 돌아오며 정치적으로 전향할 수밖에 없었고 ‘아엘리타’는 작가의 그러한 사정을 합리화하기 위한 일종의 전향이유서라고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서방세계에서 톨스토이에 대한 문학적 평판은 큰 손상을 입었다.-고장원 SF칼럼니스트)

2. 『아엘리타』 해설
- 소설 『아엘리타』는 1922년 베를린에서 집필되었고 그해 그곳에서 열렸던 소비에트 건국 5주년 기념식에서 그 일부가 낭독된 후, 당시 가장 저명한 소비에트 문학잡지 <붉은 처녀지>에 게재되었다. 이 작품은 소비에트 환상과학과 유토피아 담론의 본격적인 장을 연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 플롯의 측면에서 아엘리타는 다음과 같은 유토피아 문학의 전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1) 주인공- 화자의 현실 세계로부터 우주로의 출발
(2) 항해 및 모험 그리고 갑작스러운 장애물과 유토피아 세계에 도착
(3) 유토피아 세계의 관찰(외적인 면)
(4) 유토피아 거주민들과의 대화(내적인 면)
(5) 현실 세계로의 회귀
- 소설 속 두 개의 축 : ‘사랑의 테마’와 ‘혁명의 테마’
: 로스에게 사랑은 자극제이며 모든 행동의 목적이자 삶의 의미이다. 사랑의 아픔을 잊고 견뎌내기 위해 화성으로의 여행을 감행하지만, 혁명의 뇌우가 온 행성을 뒤흔드는 그곳에서 로스는 또다시 아엘리타와의 사랑을 겪게 된다. 사랑의 재생적 힘은 무로부터 실체를 소생시키는 본질이며, 이 힘은 인간을 ‘얼음과 같은 고독’으로부터 해방시킨다.
: 작품에서 화성은 적대적인 두 진영으로 나눠진 사회로 제시된다. (권력을 가진 부유한 엘리트 지도자 vs 힘겨운 노동으로 고통받는 가난한 노동자) 처음 지구인들이 마주한 화성은 과학기술이 발달한 풍요로운 사회로 유토피아에 가깝게 그려진다. 하지만 아엘리타의 눈을 통해 들여다 본 화성사회의 진면목은 볼셰비키 혁명 전야의 제정 러시아 상황과 흡사하다.
: 소설 아엘리타에서 그려지는 유토피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곳에 위치하는 고립된 섬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회 역사적 문맥 속에서 쓰이고 읽히는 텍스트이다. 톨스토이는 화성이라는 알레고리를 통해 현존 사회 정치적 시스템의 결점을 제시한다. 작가가 그리는 이상적 모델은 먼 미래가 아닌 아주 가까운 미래의 모습이다. (천상의 유토피아를 지상으로 끌어내렸던 소비에트 문학)
- 이 작품은 러시아의 선구적 로켓이론가 치올로프스키의 행성 간 우주비행이론과 아인슈타인의 상대론적 시간팽창효과에 대한 과학적인 묘사뿐 아니라 이보다 시기적으로 약간 앞서는 20세기 전후의 주요 과학소설들의 아이디어들과 모티브들(우주정복, 행성 간 로맨스)을 차용하거나 변주하고 있지만, 문학사적인 측면에서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구사회와 화성인들의 사회를 비교해가며 민중이 스스로 쌓아올리는 유토피아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다.(고장원 SF칼럼니스트)

3. 『가린의 살인광선』 해설
“나는 알렉세이 톨스토이의 SF소설 <가린의 살인광선>을 읽고 영감을 받아 레이저(Laser)를 발명하게 되었다” - ‘레이저의 시조’ 노벨상 수상 물리학자 찰스 타운 박사

- 제1차 세계대전, 소비에트 정권 수립, 러시아 내란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소용돌이가 가라앉은 1920년대 초 세계 정복을 꿈꾸며 살인광선을 발명한 러시아 엔지니어 가린, 그의 광선 무기를 손에 넣어 독일의 거대한 화학공단을 폭파한 후 주가 조작과 기업 사냥으로 유럽 경제를 지배하려는 미국의 재벌 롤링, 적국으로 넘어갈 위기에 놓은 살인광선과 설계도면을 조국으로 회수하려는 소련범죄수사국 수사반장 셸가가 펼치는 3자 대결

(65)“하지만 그의 놀라운 두뇌는 늘 저속한 욕망에 자극을 받고 있어요. 그런 사람이 많은 걸 얻게 된다면 알코올 중독자처럼 맨날 행패를 부리다가 생을 마감하든가 <인류를 공포에 몰아넣는 일>을 하려 들 거에요. 천재적인 인물은 어느 누구보다도 가장 엄격한 도덕성이 더 크게 요구되는 법이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책임감이 강해야 하니까요”

“밝은 도덕적 이성이야말로 인간이 갖추어야 할 가장 소중한 덕목이죠. 그건 기적 중의 기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인간은 지구상에서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우주를 놓고 보면 작은 모래알, 그러니까 크기가 대략 10억분의 1센티인 물질의 최소 구성단위에 지나지 않죠... 평균 수명이 지구가 태양 주위를 60바퀴 도는 기간에 불과하고 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에 지나지 않는 미미한 존재가 우주 전체를 포용할 수 있는 이성을 갖고 있다는 거...
자, 그런데 만약 누군가가 실험실에서 아주 비싼 현미경을 빼돌려 그걸 못을 박는 망치로 사용하려 든다면 어떻게 되겠어요? 바로 그런 엉뚱한 짓을 하려고 가린이 천재적인 머리 하나 믿고 일을 꾸미는 거라구요...”

(84) “음침한 분위기를 풍기는 피로 얼룩진 동방의 신비주의, 고대 그리스 문명의 절망적 비해, 화염과 연기에 휩싸인 도시들의 폐허를 바라보며 열광하는 로마인들의 고삐 풀린 욕망, 해마다 세상의 종말과 심판의 날을 기다리는 중세의 종교적 광기, 날림으로 지은 집에 들어앉아 그게 곧 무너져내리는 줄도 모르고 영화에 나오는 듣기 민망한 헛소리나 주절대며 희희낙락거리는 현대인들의 모습-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의 정신상태가 어쩌다 이렇게 허약한 지경에 이르게 됐겠나? 근본 원인은 – 염세주의... 이보게 난 자네의 지도자 레닌이 쓴 글을 읽었지... 위대한 낙관주의자야. 난 그분을 존경하네.”

● 토론거리
1. 알렉세이 톨스토이의 SF소설은 근미래를 시간적 배경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사회 정치적 배경도 당시 시대상황과 밀접하게 맞닿아있다. 이러한 배경 설정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보자.
2. 소설 속 인물들은 물리적으로 머나먼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지만(‘아엘리타’-화성, ‘가린의 살인광선’-맨틀), 동시에 죽음, 고독, 사랑, 행복, 욕망 등 물리적으로 가까우나 이 역시 미지의 영역인 인간의 감정을 탐험한다. 함께 이야기해 보자.
(아엘리타 41) “죽는다는 것이 무서운 게 아니라 영원한 암흑 속에서도 고독, 어떤 희망도 없는 고독이 무섭다는 거지요. 사실 그것이 두려운 거죠. 그래서 난 혼자서 비행하고 싶지 않은 겁니다”
(아엘리타 50) ‘왜 나는 그 사랑이라는 독약을 마셨는가? 깨지 않은 채 살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랴! 에테르 공간에서는 꽁꽁 언 생명의 씨앗이, 얼음의 결정체들이, 졸고 있는 그것들이 날아다니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씨앗은 떨어져 꽃을 피워야 한다. 외로운 씨앗으로 있지 말고 사랑하고 결합하고 잊히고 정열에 불타야 한다. 또다시 죽음과 이별, 그 다음으로 얼음 결정체들의 부유, 이를 위해 이 짤막한 꿈이 필요한 것이다.’
(아엘리타 100) “지구에서는 무엇을 행복이라고 하는가요?” “아마 자기 자신을 잊어버리는 것이 우리 지구에서의 행복이겠지요. 완전무결하고 조화로운 생활과 기쁨을 주는 사람을 위하여, 그렇게 살고자 하는 염원을 지닌 자야말로 행복한 사람입니다.”
(가린 94) “기적의 창조물은 다름 아닌 인간이다. 인간의 돌발적인 심리 변화를 무슨 수로 예측할 수 있단 말인가. 수그러들 줄 모르는 사악한 생각, 독기를 품고 걷잡을 수 없이 꿈틀대는 욕정, 산산이 부서진 듯 보이는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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