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4일 < SF 읽기> 세미나

작성자
Jihyang
작성일
2022-08-23 21:10
조회
568
8월 24일 < SF 읽기>

아서 코난 도일과 ‘잃어버린 세계’에 대하여

주 텍스트: 아서 코난 도일, 『잃어버린 세계』, 행복한 책읽기.
보조 텍스트: 쥘 베른, 『지구 속 여행』,도서출판 열림원.

1. 아서 코난 도일(1859~1940)
코난 도일의 본업은 의사였으나 의사로서는 성공하지 못하고 부업으로 쓰기 시작한 소설을 통해 유명해졌다. 그는 역사소설, 추리소설, SF소설을 썼다. 그중 코난 도일을 가장 유명하게 만든 것은 셜록 홈즈 시리즈로 알려진 추리소설이다. 애드거 알렌 포의 소설에 나오는 탐정 뒤팽은 어린 시절 코난 도일의 무의식을 사로잡은 여러 영웅들 중 하나였다. 그는 관찰력과 추리력이 뛰어난 의과대학 시절 지도 교수인 조셉 벨 박사를 모델로 하고 포의 소설 속 주인공 뒤팽을 조합하여 탐정 캐릭터를 창조하고 셜록 홈즈 라는 이름을 붙였다.
『진홍빛에 관한 연구』(1887년 발표)에서 처음 등장한 셜록 홈즈는 현재까지 창조된 캐릭터 중 가장 성공했고 가장 영화화가 많이 된 탐정이다. 셜록 홈즈가 발자국, 담뱃재, 혈흔, 상처, 먼지, 마차나 자전거 바퀴 자국, 글씨체, 손톱자국 등의 흔적으로 범인을 유추해내고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은 현대의 법의학, CSI 과학수사와 범죄 프로파일링 기법과 동일하다.

2 ‘셜록 홈즈’가 추리소설의 주인공으로 창조되었다면 『잃어버린 세계』에 등장하는 ‘챌린저’ 교수는 과학 소설의 주인공으로 창조되었다.
코난 도일은 ‘일생의 어느 시기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인물이나 사건들을 기억하고, 나중에 픽션의 배경이나 플롯으로 통합하는 일에 재능을 갖고 있었다. 그는 1909년, 영국의 한 지역에서 선사 생물 발자국 화석을 발견했을 때 큰 흥미를 느끼고 대영박물관에 조사원 파견을 요청한다. 이 화석 발자국은 나중에 이구아노돈의 공룡 발자국으로 밝혀진다. 그는 저명한 동물학자이자 대영박물관의 관장이었던 에드윈 레이 랭캐스터와 교류하고 남미 우림지대 연구에서 선구자적 역할을 한 박물학자 앨프레드 러셀 윌러스의 과학저작을 탐독하고 저명한 남미 탐험가인 퍼시 포셋 대령을 만나며 지적 교류를 했다.(이때 만난 인물들은 모두 소설 속에 반영되어 있다.) 그는 서재에 공룡 발자국 표본을 들여놓고 들여다 보았고 모교의 괴팍한 교수 리더포드를 모델로 하고 당시에 유명한 해양 탐사선의 이름을 따서 ‘챌린저(도전자)’라고 이름 붙여 동물학자 조지 에드워드 챌린저 교수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이런 조합으로 남아메리카에서 선사 시대의 생물계를 탐험하는 모험 이야기를 쓴 것이 1912년 발표된 『잃어버린 세계』이다. 이 작품은 현대적인 모험소설의 효시이자 공룡 소설을 다룬 원조로 꼽힌다.( 밑줄 친 부분은 sf평론가 김상훈의 견해)

3. 아서 코난 도일의『잃어버린 세계』와 쥘 베른의 『지구 속 여행』
『잃어버린 세계』는 지구상 어딘가에 선사시대의 공룡과 원주민이 아직까지도 인류와 함께 공존한다는 발상을 전제로 한다. 이런 발상은 쥘 베른이 『지구속 여행』에서 최초로 다룬 것이며 이런 점에서 『잃어버린 세계』는 쥘 베른의 『지구속 여행』연장선에서 이야기되기도 한다.
실제로 두 작품은 플롯 면에서 흡사하다.
『지구속 여행』에서 주인공(조카)이 광물학자 교수와 함께 아르네 사크누셈의 암호가 적힌 낡은 양피지를 근거로 스네펠스 화산의 분화구로 내려가 온갖 시련을 겪고 지구 중심부에 도착한 후 리덴브로크 해를 건너다가 어떤 바위산을 뚫어 이탈리아의 화산의 분화구로 탈출한다는 설정
VS 『잃어버린 세계』에서 멀린 기자가 챌린저 교수 등 탐험대와 함께 메이플 화이트의 스케치북을 근거로 공룡이 생존하는 남미의 고원을 탐험하고 돌아온다는 설정은 매우 유사하다.
『지구속 여행』은 나중에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된다.
『잃어버린 세계』가『지구속 여행』과 다른 점은 공룡의 서사화에 있다. 남아메리카 아마존 고원에 사라진 공룡들이 현존하고 있다는 발상. 이 작품은 공룡의 발견을 소재로 다룬 최초의 소설로 여겨진다.
소설에는 공룡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원숭이와 인간의 중간종이라고 할 수 있는 유인원 종족이 등장하며 그 지역에 살아가는 인디오 부족과의 전쟁을 그려낸다. 원시 부족 수준의 인간과 공룡이 함께 등장하는 소설이나 영화의 원조라 할 수 있다.

4. 공룡이라는 타자
- 참고 https://ko.wikipedia.org/wiki/%EA%B3%B5%EB%A3%A1
https://smart.science.go.kr/scienceStory/list.action?menuCd=DOM_000000101001001000&big_class_cd=1

1) 공룡 화석은 수천 년 전부터 발견되었다. 그러나 최초 공룡의 발견은 1822년 영국에서 맨텔, 메어리가 우연히 공사장에서 발견한 공룡의 엄지앞발톱이 시초였다. (아서 코난 도일이 살았던 그 시대임) 맨텔은 자신이 발견한 공룡의 엄지앞발톱을 괴생명체의 이빨이라고 밝히면서 큰 도마뱀이란 뜻의 이구아노돈이란 이름을 붙여주었다. 1824년 영국 지리학자 윌리엄 버클랜드가 메갈로사우루스 화석을 분석한 논문을 ‘런던지질학회지’에 보고하면서 공룡은 공식적으로 학계에 데뷔했다. 그 뒤 멸종한 거대한 파충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다른 종류의 화석에 대한 논문도 이어졌다. 1841년 영국 고생물학자 리처드 오언은 화석으로만 존재하는 이들 거대한 파충류 무리에 'dinosaur(공룡)'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무시무시하다는 뜻의 그리스어 'deinos'와 도마뱀을 뜻하는 'sauros'를 합친 신조어다. 

2) 소설 속 공룡의 발견
145 갑자기 어떤 물체가 밤의 어둠을 뚫고 비행기처럼 우리를 향해 활공해 왔다. 한순간 가죽 같은 느낌을 주는 두 날개가 우리 머리 위를 완전히 뒤덮었고, 뱀처럼 긴 목과, 광표하고 탐욕스러운 빨간 눈과, 거대한 부리가 딱 닫히는 광경이 내 시야에 들어 왔다. 놀랍게도 부리 속에는 희고 번들거리는 조그만 이빨이 잔뜩 나 있었다.
169-171 우리는 모두 꼼짝도 않고 경악에 찬 눈으로 전방을 응시했다. ( … ) 그 너머의 넓은 공터에, 내가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경이로운 생물들 다섯 마리가 있었다. ( … ) 두 명의 교수는 무언의 환희에 가득 차 있었다. 너무도 흥분한 나머지 무의식 중에 서로의 손을 잡고, 기이한 광경을 목격한 두 명의 어린아이들처럼 우뚝 서 있었다. 챌린저의 부푼 빰에는 천사와도 같은 미소가 떠올라 있었고, 서멀리의 냉소적인 표정은 이 경이롭고 경건한 광경 앞에서 온화하게 변해 있었다. (--> 이 대목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1993)에서 영화 속 인물인 두 교수가 처음 공룡을 발견하는 장면과 거의 흡사하다. 이 대목에서 영감을 받고 그대로 묘사한 것으로 추측됨)

챌린저 박사 일행이 탐험한 고원은 ‘잃어버린 세계’의 발견자 메이플 화이트의 대지로 명명되며 그곳에서 생존하는 공룡들은 다음과 같다.

이구아노돈: ‘이구나나의 이빨’이라는 뜻을 가진 초식 공룡
스테고사우루스: 쥐라기 중기 때부터 살았던 초식 공룡.
티라노사우루스:가장 몸집이 크고 사나운 육식 공룡.
테라토논: 백악기 후기에 살았던 익룡
브론토사우루스: 쥐라가 후기부터 살았던 초식 공룡

172 “이구아노돈이야.” 서멀리가 말했다. “서섹스 주와 켄트 중의 헤이스팅스 지층에는 이들의 발자국 화석이 잔뜩 남아 있지. 잉글랜드 남부에 초목이 무성했던 시절에는 그걸 먹이로 삼았던 이구아노돈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네. 환경이 바뀌면서 이들도 사멸했지. 그렇지만 이곳에서는 환경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살아났던 거야.”
사실 이 공룡들은 실제로는 모두 백악기 말에 멸종했다. 소행성의 충돌로 엄청난 먼지가 일어나고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서 얼어 죽었다는 게 현재 일반화된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룡들이 어떤 지역에서 살아남아 있다면? 그것을 증명하기 위한 탐험은 매우 흥미로운 소재이다. 그 결과 코난 도일의『잃어버린 세계』는 많은 소년들을 고생물학자의 길로 이끌고 수많은 모방자들을 만들었고 수많은 sf작가와 영화감독에게 영감을 주었다. 이 소설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영화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쥬라기 공원>시리즈일 것이다. “6천 500만년 전의 공룡과 인간이 맞닥뜨렸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누가 과연 알 수 있을까?”( <쥬라기 공원>은 그 무슨 일을 보여주는 영화다.)

5. 장르로서의 <잃어버린 세계>
잃어버린 세계(Lost World)는 판타지 또는 SF의 장르의 하나로, 시간적·장소적으로 격절된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것을 플롯상의 요점으로 한다.(위키백과)

6. 영화로서의 <잃어버린 세계>
영화 <잃어버린 세계> (1925년)는 아서 코난 도일의 잃어버린 세계를 영화화한 작품들 중 제일 처음 나온 영화이다. 원작 소설을 쓴 코난 도일이 영화 초반에 특별출연했기에 코난 도일의 생전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최초로 기내에서 상영된 영화이기도 하다. 예술성과 가치성을 인정받아 1998년부터 미국 의회도서관의 National Film Registry에서 영구히 보존하고 있다. 영화 <킹콩> 촬영 때 이 영화에 나온 공룡 모형들이 사용되었다 한다. 그 후에, <잃어버린 세계>라는 이름으로 총 5편이 제작되었는데 1960년, 1992년, 1998년, 2001년 이 중 가장 원작에 충실한 영화는 2001년의 BBC TV영화다.

7. 그렇다면『잃어버린 세계』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는가?
먼저, 왜 ‘잃어버린’ 세계인지에 대해서. 한때 이곳에 존재했던 그 세계. 멸종당한 생물들의 시대에 대해 추리해 볼 수 있다. 거대한 파충류들이 어느 시점에 한꺼번에 멸종했듯이 우리 또한 기후 변화로 인해 달라진 생태계의 환경에 처해 있다. 인간 또한 생존을 위협받고 있으며 지구의 대체지를 찾아 화성까지 탐사하려는 종족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과거에 멸종당한 생물들이 여전히 살아가는 메이플 화이트 대지는 일종의 미니어처 같은 공간으로 해석된다.

소설과 영화 속에 구현된 <잃어버린 세계> 속에서는 타자로서의 괴물 공룡과 유인원들이 출몰한다. 유인원과 인디오 부족 간의 전쟁 장면에서는 인간에 의한 자연 정복의 드라마가 투영되어 있다. 총을 맞고도 끄떡없던 공룡은 인디오의 독화살에 쓰러진다. 잃어버린 세계의 발견자 메이플 화이트의 땅에서 오랫동안 계속되던 기나긴 싸움 끝에 인간의 지배가 확립되는 순간이 그려진다. 또한 소설의 끝에서는 익룡이 날아다닌다. (영화에서는 또 다른 공룡이 도시를 파괴한다.) 공룡은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대립되는 존재이다. 그러나 공룡은 지속적인 시리즈로 ‘부활’한다. 공룡은 티라노사우루스처럼 위협적이면서 한편으로 빙하 타고 온 아기 공룡 둘리처럼 사랑스러운 존재로 대상화된다. 이제 우리에게 공룡이란 무엇인가?
전체 0

전체 487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공지사항
[SF읽기] SF의 전환; 도약 - 7월 26일 시작! (2,4주 수요일, 저녁7시)
bomi | 2023.07.16 | 추천 0 | 조회 3037
bomi 2023.07.16 0 3037
공지사항
세미나 홍보 요청 양식
다중지성의정원 | 2022.01.11 | 추천 0 | 조회 2570
다중지성의정원 2022.01.11 0 2570
공지사항
[꼭 읽어주세요!] 강의실/세미나실에서 식음료를 드시는 경우
ludante | 2019.02.10 | 추천 0 | 조회 5656
ludante 2019.02.10 0 5656
공지사항
세미나를 순연하실 경우 게시판에 공지를 올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ludante | 2019.01.27 | 추천 0 | 조회 5346
ludante 2019.01.27 0 5346
공지사항
비밀글 <삶과 예술> 세미나 참가자 명단 - 2019년 1월
다중지성의정원 | 2018.02.25 | 추천 0 | 조회 55
다중지성의정원 2018.02.25 0 55
479
New 4/24 마지 피어시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 1』 토론거리
chu | 2024.04.24 | 추천 0 | 조회 18
chu 2024.04.24 0 18
478
4/24 [SF읽기] 마지 피어시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 1』 세미나 공지
chu | 2024.04.18 | 추천 0 | 조회 47
chu 2024.04.18 0 47
477
4/10, 필립 K.딕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읽을 거리
chocleda | 2024.04.10 | 추천 0 | 조회 82
chocleda 2024.04.10 0 82
476
[순연공지]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세미나 일정이 4/10일로 변경되었습니다.
bomi | 2024.04.03 | 추천 0 | 조회 68
bomi 2024.04.03 0 68
475
4/3/ 세미나 공지, 필립 K.딕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chocleda | 2024.03.22 | 추천 0 | 조회 96
chocleda 2024.03.22 0 96
474
3/13 마거릿 애트우드, 『시녀 이야기』 읽을 거리
bomi | 2024.03.13 | 추천 0 | 조회 56
bomi 2024.03.13 0 56
473
3/13 세미나 공지_마거릿 애트우드 『시녀 이야기』
bomi | 2024.03.11 | 추천 0 | 조회 72
bomi 2024.03.11 0 72
472
2/28(수) 구드룬 파우제방 『핵 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 토론거리
chu | 2024.02.28 | 추천 0 | 조회 136
chu 2024.02.28 0 136
471
[SF읽기] 2/28(수) 구드룬 파우제방 『핵 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 세미나 공지
chu | 2024.02.25 | 추천 0 | 조회 115
chu 2024.02.25 0 115
470
1/14(수) 옥타비아 버틀러의 <킨(kindred)>(1979)
희정 | 2024.02.13 | 추천 0 | 조회 118
희정 2024.02.13 0 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