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 새로운 길

작성자
youngeve
작성일
2018-09-15 01:30
조회
573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 내일도 ....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내' 를 기점으로 차안의 세계와 피안의 세계가 나뉜다. 이 피안의 세계는 깨달음의 세계이다. '내를 건너서 숲으로' 간다는 것은 진리를 찾아 속세를 떠나는 것과 연관지을 수 있고,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라는 부분은 현실의 세계와 깨달음의 세계가 둘이 아님을 깨닫고 다시 속세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이라고 하는 2연은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부분이다. 삶은 새로운 깨달음의 연속이다. 그렇기 때문에 늘 '새로운' 길이다.
삶에 대해 조금 더 정의를 내려보자면, 삶이란 인생에 있어서 지헤롭지 못한 것을 시정해 가는 과정이다. 또한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고 크고 작은 어려움을 맞고, 그것을 이겨나가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더불어 삶은 세계와 조응하는 것이다. 조응한다는 것은 둘 이상의 사물이나 현상이 서로 일치하게 대응한다는 뜻이다. 서로 다른 것 같지만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리도 울었나보다' 라는 서정주의 시에서 보듯이, 국화꽃과 소쩍새는 아무 관련이 없는 것 같지만 전우주적인 사고에서는 소쩍새가 울어서 국화꽃이 피는 것이 가능해진다. 고은의 '사치'라는 시에서는 '누님이 아름다워서 가을이 왔습니다' 라고 하는 부분이 나온다. 누님이 아름다운 것과 가을이 오는 것은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누님이 아름다워서 가을이 왔다고 생각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여겨진다.
그래서 3연에 나오는 '민들레가 피고 , 까치가 날고 , 아가씨가 지나고 , 바람이 일고' 는세계와 조응하는 삶을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4연에서는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라고 하는데, 이것은 매일 새롭게 삶에서 깨달음을 얻음을 말하고 있다.
마지막 연을 보면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라고 하는데, 내를 건너서 숲으로 가는 것은 구도의 길이고,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오는 것은 일상으로 회귀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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