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간에는 <비극의 탄생> 9장에서 13장까지를 읽었습니다.

비극 속에는 그리스인들이 가진 삶의 양식, 삶에 대한 태도가 담겨져 있습니다.
그 삶의 태도는 "지독한 삶의 고통 속에서도 이를 이겨내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다른 무엇보다 잘 드러난 비극작품이, 아이스킬로스의 <프로메테우스>입니다.
지혜를 얻는 일과 신을 모독하는 행위, 그리고 신에게서 고통받는 것은 반드시 함께 찾아온다.
가장 위대한 영웅은 가장 큰 고통 속에 놓일 수밖에 없다.
이것들이 <프로메테우스>에 감춰진 자연의 비극적인 진실입니다.

그리스인들은 삶이 대단히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고통은, 자신들이 가진 영웅성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크나큰 지혜와 영웅적 위대함이 삶의 고통을 만들어냈던 것이지요.

그러니 고통은 위대한 지혜와 업적 속에서 정당화됩니다.
같은 방식으로 고통스런 삶 역시 정당화됩니다.
단순히 고통을 이겨내거나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반기고 고통이 위대한 삶의 증거임을 깨닫는 방식입니다.
고통을 회피하지 않으면서 긍정하는 것, 이것이 그리스인들의 삶의 양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염세주의적 사상으로도 자신의 윤리를 건설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구요.

이 점이 저는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우리 역시 지혜와 진실을 얻기 위해서는,
신(각자에게 신은 모두 다르겠지만)을 모독하고 신에게서 지혜를 훔쳐 달아날 정도의 용기,
혹은 자기 존재를 고통 속으로 던질 만큼의 도박은 필요하지 않을까요.

에우리피데스와 소크라테스가 만나기(?) 시작하면서,
비극, 그리고 그리스적 삶의 양식은 몰락해갑니다.
갈수록 흥미진진해지네요.

다음 시간에는 14장부터 19장까지 읽습니다.
저는 참석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재밌게 세미나 하시고, 짧게 후기도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