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문 올립니다 <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 1부

작성자
Yeongdae Park
작성일
2019-04-02 17:42
조회
1105
□ 다지원 <니체> 세미나 ∥ 2019년 4월 19일 ∥ 발제자: 박영대
텍스트: 진은영, 『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 1부

꼼꼼하고 상세한 설명이 있어서 정리가 잘 된 책이다. 하지만 한 편에서 아쉬운 점 2가지가 있다. 하나는 ‘옛날’ 책이라는 점. 곧 보편이나 전체의 지배와 대결하면서 비-보편, 비-전체적 가능성을 발견하려는 ‘근대적’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이 내용이 정말 필요하고 그에 대해 좋은 결과를 이뤄낸 책이지만, 문제의식 자체가 낡았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요즘 주시하고 있는 문제는, 오히려 보편성이나 전체성을 완전히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지금에는 통합, 전체화 등이 필요하다고 느껴진다. 물론 그 전체화가 근대적 문제의식이 싸우고자 한 ‘전체’와는 다르고, 이 책이 전개하는 성과 위에서만이, (이미 이 문제의식이 성공했기 때문에) 새로운 ‘전체화’가 필요하기도 하다. 그러니 영원회귀도 새로운 문제 속에서 또 다시 새롭게 해석해야 하지 않을까.
다른 하나는, 영원회귀의 긍정을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체적인 뉘앙스는 우리가 영원회귀의 긍정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우리에게 있는 어떤 ‘왜곡/오해’ 때문이다. 우리가 삶이라는 걸 잘못 이해하고 있다든가, 목적론이나 기독교적 영원성에 사로잡혀 있다든가, ‘안정화의 욕구’에 빠져있다든가 등의 이유로 인해 생성의 무구한 긍정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아쉬움이 든다. 이런 설명은 곧 이러한 미신이나 왜곡을 바로잡으면 ‘저절로/자연스레’ 영원회귀의 긍정을 깨닫게 된다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역으로 말해 실제로 영원회귀란 허무한 것이 아닌데, 우리가 잘못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나의 느낌은, 영원회귀는 실제로도 매우 허무한 것이다. 니체는 이 ‘허무’를 허무 자체로서 긍정하면서 생성의 무구함을 그려냈다. 허무를, 허무조차도 부정하지 않기! 여기가 진정 설명되어야 할 지점이 아닐까. 때문에 이 책은 영원회귀의 니힐리즘에서 바로 그 영원회귀의 긍정성으로 도약하는 지점을 포지티브하게 그려내지 않는 듯하다. 여기가 제일 궁금한 지점이라 더 아쉽다. (물론 초반부라 아직 숨기고 있을지도 모르고, 또는 실제 저자가 깨달은 바로는 이렇게 베일을 벗겨내면 곧장 도달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진정 체험한 자만이 알리라.)
덧붙여 하나 고민하고 싶은 것. 니힐리즘/허무함이라고 할 때도 두 가지가 있는 듯하다. 그저 일상에서 느끼는 삶의 허무함이 있고, 또한 이와는 질적으로 다른 사자의 니힐리즘이 있다. 어떠한 가치도 깊게 가져본 적이 없는 사람의 허무함, 여러 가치 사이를 환승하기에 느끼는 허무함, 모든 가치와 맞서 싸워서 승리한 자가 느끼는 허무함. 이들을 분리해서 다뤄야 하지 않을까.(37쪽 참조)

1. 70쪽 : “‘힘에의 의지’에서 ‘힘’은 헤라클레이토스의 불처럼 하나이면서 다수적인 질료들의 차이에 대한 니체식의 표현이다. ‘의지’는 다수적인 힘들이 서로 관계를 맺으며 새로운 다수의 힘들을 산출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가능하게 하는 차이의 운동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차이와 차이의 운동이 만들어내는 끊임없는 생산, 혹은 생성을 포착하려는 사유가 바로 영원회귀다. 이 점에서 ‘힘에의 의지’와 ‘영원회귀’는 동일한 목적을 갖는다.
영원회귀 개념에는 힘에의 의지가 지닌 존재론적 함축과 더불어 윤리적 함축이 강조되어 있다. 영원회귀는 생성의 영원한 회귀를 의미한다. ‘영원회귀’에서 윤리학적 함축을 지니는 표현은 바로 ‘영원’이다. 니체는 생성의 끊임없는 운동에 ‘영원성’을 삽입함으로써 영원성을 통해 열리는 윤리적 지평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는 영원회귀에 대해 말할 때면 늘 생성의 무구함에 대해서도 함께 언급한다. 우리는 생성의 무구함을 받아들임으로써 어떤 특정한 윤리적 태도를 획득하는 것이다. 먼저 영원회귀의 ‘영원’은, 영원한 것은 인간이 아니라 생성이라는 점을 환기시킨다. 생성을 통해 영원성을 파악하는 사유는 불멸성을 추구하는 인간적 지평을 지워버린다. 우리는 생성의 영원성을 받아들임으로써 더 이상 가상적인 불멸성의 욕구에 호소할 필요가 없게 된다. 바로 이 순간, 우리는 진정으로 니힐리즘을 극복한다.”
“죽음이 삶에 대립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경계하자. 삶은 죽음의 한 형태일 뿐이며, 그것도 매우 희귀한 형태이다.(『즐거운 학문』)”
“삶의 가장 낯설고 가장 가혹한 문제들에 직면해서도 삶 자체를 긍정한다. 자신의 최상의 모습을 희생시키면서 제 고유의 무한성에 환희를 느끼는 삶에의 의지 – 이것을 나는 디오니소스적이라고 불렀다. …… 오히려 공포와 동정을 넘어서 파괴 시의 기쁨도 포함하고 있는 생성에 대한 영원한 기쁨 그 자체이기 위해서이다.(『이사람을 보라』)”
→ 흔히 ‘영원성’이라고 하면, 어떤 존재(신이든 인간 자신이 그렇게 되고 싶은 욕구이든)가 영원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영원성이 곧 불변성, 고정화, 부동성을 뜻하게 되었다. 하지만 영원성은 인간과 같은 특정 존재자나 상태의 영원성이 아니다. 생성이나 작용 자체가 ‘영원하다’는 의미의 영원성이다. 사람들은 특정 존재나 상태가 그대로 영원해야 안정감을 느끼고 삶의 의미를 찾지만, 니체는 생성의 영원성을 긍정한다. 이 ‘비-인간적’ 시야가 드러나는 조망권으로 스스로를 이동시키는 것, 여기가 니체의 깨달음이다. 그러니 인간을 넘어서는 초인과 영원회귀는 만날 수밖에 없다. ‘나’를 긍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넘어서는 내 안의 힘(동시에 세계의 무수한 힘들. 나를 파괴시키는 힘이자 생성시키는 힘이고, 다시 파괴하지만 다시 생성할 힘이기도 하다)을 긍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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